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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연 ‘Hush Rush'(2022)

평가: 4/5

아이즈원이 해산하고 1년 6개월 만에 솔로로 데뷔한 이채연은 의도치 않게 한 팀의 멤버였던 친구들과 경쟁한다. 권은비, 조유리,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이 속한 르세라핌, 안유진과 장원영이 있는 아이브의 일본 데뷔 그리고 일본에서는 혼다 히토미가 있는 AKB48의 컴백 시기와 겹치면서 2022년 10월의 이른바 ‘아이즈원 대전’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 Hush Rush >의 수록곡들은 1980년대를 관통한다. 전체적으로 복고적이지만 너저분하지 않고 정갈하며 깔끔하다. 명절의 선물세트처럼 포장만 화려한 게 아니라 내용물도 알찬 이 음반에는 네 곡밖에 없지만 소수정예 특수부대처럼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이채연의 홀로서기를 지원한다. 무대 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쑥스럽게 고백한 타이틀곡 ‘Hush rush’는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에서 암약했던 뉴웨이브/펑크의 영향을 받았고 팬송 ‘Danny’ 역시 1980년대 초반 영국의 뉴웨이브/신스팝 밴드 스타일이다. 오마이걸의 ‘돌핀’이 떠오르는 ‘Aquamarine’은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솔로 가수로서의 설렘을 담았으며 뛰어난 녹음기술과 믹싱을 들려주는 신스팝 넘버 ‘Same but different’ 역시 1980년대의 댄스팝을 부활했다.

보컬에 리버브와 에코 사운드를 줄여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팬들과의 거리감을 좁혔고 밴드 사운드를 강조한 ‘Hush rush’에서 저음부터 고음으로 치닫는 구간도 자연스럽다. 뿐만 아니라 가수 이채연으로 주목 받기 위해 안무도 상대적으로 화려하지 않다. 아이즈원의 ‘메인댄서 채연’에서 ‘보컬리스트 이채연’으로 변태(變態)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영어 가사가 많은 곡의 분위기를 위해 발음을 연음으로 처리해 가사 전달이 미흡한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 Hush Rush >은 세련된 복고로 미래를 담았다. 이것을 위해 그는 마이크 앞에서 ‘혼자’라는 부담감을 이겨냈다. 18개월의 인내, 일취월장한 보컬, 고운 심성과 바른 인성은 이채연을 케이팝의 보석으로 만든다. 그의 아름다운 날개에 달린 깃털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야 한다.

-수록곡-
1. Hush rush
2. Danny
3. Aquamarine
4. Same but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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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BE’O) ‘Five Senses'(2022)

평가: 2.5/5

매해 ‘이번 < 쇼미더머니 > 시리즈의 우승자는 누가 될까?’는 힙합 신을 넘어 가요계의 화두이다. 지난 해는 빠른 랩으로 임팩트를 남긴 조광일이 그 주인공이지만 실질적 수혜자는 ‘카운팅 스타’ 단 다섯 음절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비오다. 경연이 끝난 이후에도 각종 미디어를 종횡무진 하며 차세대 랩스타에 걸맞는 활동량을 보인 그가 첫 번째 미니앨범 < Five Senses >로 오감을 자극한다.  

자신을 향한 주목도만큼이나 화려한 피처링진을 등에 업었다. < 쇼미더머니10 > 안에서의 송민호 그리고 음원차트를 점령한 ‘Counting stars’ 속 빈지노에 이은 화력 동원이다. 스포트라이트에 걸맞는 라인업이지만 오롯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할 타이밍에 적합한 선택은 아니다. 되려 싱글 ‘Love me’로 박차를 가한 질주에 제동을 건다. 

우려했던 지점은 여과없이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멜로디를 쌓는 비오에 비해 확실한 개성으로 힙합 신을 주름잡는 아티스트들이 주객을 전도해 버린다. 지코가 참여한 ‘자격지심’과 로꼬, 그레이의 지원을 받은 ‘Bbi yong’이 대표적이다. 앨범의 주역은 정작 앨범의 주인이 아니었다. 

원인은 변주 없이 획일화된 스타일이다. 처음 눈길을 끌었던 ‘리무진’과 ‘Counting stars’의 녹음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 단조로운 선율만으로 곡을 채운 안일함이 만든 패착이다. 일곱개의 트랙 중 두개 뿐인 솔로곡, 그마저도 이렇다할 킬링 포인트 없이 부족한 임팩트는 비오라는 아티스트가 더 긴 러닝타임을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품게 만든다.       

주목을 받는 루키에서 음악적 성취를 이룬 음악가로 도약하기에 적합한 결과물은 아니지만 양분으로 삼기에는 적당하다. 이전부터 장점이었던 캐치한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과  대중적인 감각은 여전히 돋보인다. 비약적 성취로 인한 부담감과 성공가도를 이어가려는 조급함이 드러나는 음반이지만 가능성의 불씨는 계속해서 빛난다. 젊은 래퍼의 발걸음이 비틀거릴지언정 무겁지 않은 이유이다.  

-수록곡-
1. Brunch (Feat. 원슈타인, 시온)
2. 줄 (Feat. 권진아)
3. 자격지심 (Feat. ZICO)
4. Bbi  Yong (Feat. 로꼬, GRAY)
5. Nostalgia
6. Burnout Syndrome
7.Love me Remix (Feat. ASH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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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Grown Ass Kid’ (2022)

평가: 3/5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지코의 칼끝은 과거를 가른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난 후의 복귀작은 담대한 구상을 세우는 대신 연혁을 훑으며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대를 휘어잡던 아이돌, 힙합 경연 쇼미더머니 최연소 프로듀서를 지나 직접 창립한 소속사 KOZ의 수장까지, 이미 ‘다 자라난 아이’는 잔뼈 굵은 명함들을 모아두며 잠시 숨을 고른다.

언더그라운드 래퍼 시절의 맹랑한 열정부터 여전히 우상향 중인 랩 실력을 증명한다. 2020년을 먹어 치웠던 두 거물 ‘Meteor’의 창모와 ‘아무 노래’의 지코가 주고받는 만담 ‘Trash talk’에는 신선한 리듬과 플로우가 살아나고, ‘부스터 샷도 못 막아, 내 목표는 인재 양성’ 등 펀치라인에는 타격감이 넘친다. 노력과 실력 없이 한탕만을 꿈꾸는 신예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Omz freestyle’ 역시 커리어 내내 매섭게 갈고닦아 온 역량을 과시하며 꾸짖음의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분위기를 뒤엎는 타이틀 ‘괴짜’는 블락비 시절을 추억하는 찬가다. 지구 멸망 상황이란 신박한 소재에 호응하는 빠른 리듬과 익살스러운 사운드가 그룹의 대표 트랙 ‘Jackpot’이나 ‘닐리리맘보’를 따르며 유별난 악동 이미지를 뇌리에 되새긴다. ‘She’s a baby’, ‘천둥벌거숭이’처럼 트렌디한 힙합에 치우친 그간의 개인 작업에 과거 몸담았던 팀 색깔까지 어색하지 않게 녹여낸 모습이다.

다음 장은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재능으로 미디어를 잠식하고 정상에 오른 지코의 전성기가 장식한다. 전작 < Random Box >를 요약한 듯한 트랙들은 힙합을 지배하는 억센 자아와 잔잔한 감성으로 대중성을 저격한다. 유려한 기타 반주 위 부드러운 보컬을 담아낸 ‘Seoul drift’는 간결하고, 지올 팍과의 합작 ‘Nocturnal animals’도 얼터너티브 알앤비 신성의 통통 튀는 매력과 본인의 노련미를 무난히 섞어냈다.

어느새 서른을 넘기고 완숙미를 물씬 풍기는 < Grown Ass Kid >는 논쟁거리이자 매혹적인 구경거리다. 신을 점령할 청사진을 기대한 이들은 ‘허슬하는 래퍼’의 낯선 현상 유지에 저마다 의문을 품기도 하고 그 의지에 수긍하기도 한다. 자기 답습, 혹은 담금질인가를 재단하기 이전에 꾸준한 태도만은 명확하다. 소문이 무성한 괴짜의 작업물이 이제 막 재도약을 위한 발판에 올라섰다.

– 수록곡 –

  1. 괴짜 (Freak)
  2. Seoul drift
  3. Trash talk (feat. CHANGMO)
  4. Omz freestyle
  5. Nocturnal animals (feat. Zior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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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즈(Ateez) ‘The World Ep.1 : Movement’ (2022)     

평가: 3.5/5

쉴 새 없는 질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8년 그룹의 시작을 알린 ‘Treasure’ 시리즈에 이어 ‘Fever’시리즈까지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개의 미니 앨범으로 나눠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총 아홉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일관된 기획으로 ‘여덟 명의 멤버들이 뭉쳐 꿈을 좆는다’ 라는 소년 만화적 서사를 확장 중인 에이티즈가 < The World Ep.1 : Movement >로 새로운 챕터를 이어 나간다.  

데뷔 때부터 합을 맞춰온 싱어송라이터 이든(Eden)의 프로듀서진 이드너리(Eden-ary)와 다시 손을 잡았다. 제작진은 이전부터 고수해 왔던 강렬한 전자음 기반의 힙합 스타일을 뚜렷하게 다진다. 벌스와 훅의 구분이 확실한 구성은 케이팝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편안한 멜로디보다는 하드스타일의 EDM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천천히 빠르기를 올리는 전자 드럼과 음악이 잠시 멈추는 드랍, 깊고 강한 킥과 베이스의 사운드는 진입 장벽을 감수하더라도 그룹의 방향성을 철저히 다지는 노선이다. 

속도감 있는 인트로 ‘Propaganda’가 앨범의 컨셉을 각인하고 나면 이어지는 트랙들이 통일감 있게 바톤을 이어받는다. 한 집단이 제작을 도맡은 덕에 튀거나 이질감이 드는 부분 없이 매끄러운 구성이다. 짙은 색의 장르와 융합한 만큼 곡의 주객이 전도될 수 있는 어려움을 멤버들의 역량으로 해소한다. 몰아치는 전자 악기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시원한 고음의 멜로디와 트렌드를 적절히 해석한 발군의 랩 실력이 곡의 주인을 상기시킨다.

앨범의 콘셉트에 맞게 사운드를 구현한 제작진과 그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멤버들이 함께 페달을 밟아 도달한 지향점은 명백하다.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던 그룹의 음악적 성취이다. 최근 일이 년 사이에 국내외로 늘어난 에이티즈에 대한 언급이 이들이 타고 있는 뱃머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괄목할만한 결과물이지만 과거 레게톤에 전자음악을 입한 뭄바톤의 ‘Answer’나 청량한 요소를 더한 트로피컬 하우스풍의 ‘Wave’가 그러했듯 여전히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히 남길 대표곡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결실의 무게는 임계치를 넘지 못한다. 빌보드 앨범차트 3위라는 기염을 토했음에도 그 임팩트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이유이다. 분명 선명한 컬러감으로 유의한 도약을 이뤄냈지만 모두에게 사랑받기는 힘든 색깔이라는 점에서 대중적 행보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다음 에피소드를 서사의 하이라이트로 완성하기 위해선 적당히 채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수록곡-
1. Propaganda
2. Sector 1
3. Cyberpunk
4. Guerrilla
5. The ring
6. Wdig (where do I go)
7. New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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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KEY) ‘Gasoline – The 2nd Album’ (2022)

평가: 3/5

랩과 보컬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재주꾼 키는 누 디스코, EDM을 경유했던 첫 번째 정규 앨범 < Face >로 무게감 있는 시작을 알렸다. 중성적인 콘셉트와 패션과 드라마, 뮤지컬을 아우르는 다재다능으로 정체성을 다졌다. 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앨범 < Gasoline – The 2nd Album >은 탄탄한 음악과 자주성으로 솔로 뮤지션 키의 영역을 확고하게 했다.

브라스로 웅장한 사운드를 구축한 타이틀 곡 ‘가솔린(Gasoline)’은 2000년대 힙합에 현대적 사운드 소스를 덧칠하고 보이그룹 NCT의 래퍼 제노와 함께한 ‘Villain’은 상대적으로 미니멀한 구성을 두 사람의 매력으로 채운다. SM의 전속 프로듀서 켄지(KENZIE)와 스웨덴 출신 작곡팀 문샤인(Moonshine), 라이언 전(Ryan Jhun) 등이 고밀도 사운드의 퍼즐 조각을 맞췄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레트로풍 앨범 커버가 단서를 제공한다. 촘촘한 비트로 템포감을 높인 신스팝 넘버 ‘Guilty treasure’와 특유의 팔세토가 펑키(Funky) 리듬을 넘나드는 ‘Delight’는 레트로를 칠하되 과하지 않다. 차별성과 친숙한 케이팝 사운드를 동시에 획득했다.

전작 < Face >와 마찬가지로 네 곡을 작사하며 앨범 내 자주권을 높였다. 잘게 쪼개지는 기타 사운드가 록의 풍모를 가진 ‘I can’t sleep’은 ‘붉어진 눈 틈 사이로, 눈물 대신 eyedrops(안약)’ 처럼 일상을 다루고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Proud’는 뮤지션 키와 인간 김기범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다. 자기 성찰을 담은 ‘G.o.a.t (greatest of all time)’로 앨범의 자전적 성향을 강조했다.

키의 행보는 숨 가쁘다. 타이틀 곡의 뮤직비디오처럼 비주얼과 사운드에 있어 응축했던 끼를 다방면에 풀어내고 있다. < Face >가 샤이니 일원으로서의 프로젝트 적 성격이 강했다면 레트로와 퓨처리즘이 공존하는 < Gasoline – The 2nd Album >은 키만의 매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사운드스케이프의 방향성을 타진한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겨냈다.

-수록곡-
1. 가솔린(Gasoline)
2. Bound
3. Villain (Feat. 제노 of NCT)
4. Burn
5. Guilty pleasure
6. G.o.a.t (greatest of all time)
7. I can’t sleep
8. Ain’t gonna dance
9. Another life
10. Delight
11. Pro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