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존박 ‘Outbox’ (2021)

평가: 3/5

앨범 작업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존박은 꾸준히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김동률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던 데뷔작 < Knock >(2012)을 시작으로 꾸준한 싱글 발매를 통해 발라드, 록, 디스코,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왔다. 정규 1집 < Inner Child >(2013) 이후 8년 만에 발매한 EP < Outbox >는 묵직하지만 담백한 형태의 알앤비를 택하며 음성의 미세한 떨림을 조율하고 어스름한 새벽 감성을 전하는데 방향을 둔다.

이전부터 존박과 인연을 함께해 온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최근 발매한 싱글 ‘3월 같은 너’와 ‘Daydreamer’를 함께한 작곡팀 모노트리(MonoTree)의 지들로(GDLO)가 수록곡 대다수에 참여했으며 ‘Night running’에서 피처링으로 호흡을 맞추었던 유라, 그리고 절친한 뮤지션 곽진언까지 가세했다. 특히 곽진언 특유의 서정적인 노랫말이 돋보이는 ‘그래왔던 것처럼’은 속삭이는 듯한 존박의 나른한 보컬이 블루지한 리듬을 유랑한다.

존박이 가진 목소리의 강점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중저음의 깊이 있는 음색과 유연한 그루브로 완성한 타이틀곡 ‘Now, us, here’는 은은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함께 칠(Chill)한 라운지 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직 띄워 보내지 못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의미의 앨범 제목 < Outbox >와 맥락을 같이 하는 ‘임시보관함’은 존박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의 재지한 멜로디에 아련한 팔세토 화음이 무덤덤하게 깔리며 여운을 남긴다.

임팩트 있는 곡의 잔상보다는 앨범의 중심을 잡고 있는 보컬의 묵직한 힘과 한층 성장한 아티스트의 역량이 핵심이다. 키보드, 베이스, 드럼 등 세션에 다방면으로 참여한 존박은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들 중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발휘한다. 비중이 커진 만큼 음악 색깔 또한 뚜렷하게 드러나며 느린 템포로 걸어온 성장의 흐름에 가속을 더한다.

– 수록곡 –
1. 그래왔던 것처럼
2. Now, us, here
3. Strangers (feat. 유라 (youra))
4. 임시보관함

Categories
Album KPOP Album

김현철 ‘City Breeze & Love Song’ (2021)

평가: 3.5/5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탐색을 새로운 ‘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신세대 리스너들은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을 주목했다. 낱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던 2019년 김현철의 진술처럼 기성 뮤지션에게는 이름부터가 생경한 속칭이었다. 이 낯설고도 어색한 관심을 그러나 홀대하지 않은 그는 시류의 역행을 반가운 악수로 맞이했다. 자신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아티스트는 이를 새로운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13년 만의 공백 타파, 전작 < 돛 >이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 City Breeze & Love Song >은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젊은 뮤지션을 다수 결집한 전작과 달리 자신만이 마이크 앞에 섰다는 점, 정적인 발라드의 비중을 줄이고 정갈한 시티팝 무드를 구체화했다는 점이 차이다. 넘실대는 관악기와 감질나게 커팅된 기타, 동동거리는 퍼커션이 자연스레 1집 ‘오랜만에’의 연장선에 선다. 이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완연함을 지향하는 이러한 외관은 거대한 의미 대신 근심 가득한 현대인에게 한여름의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한다.

도시의 소음을 채집해 배경을 스케치한 ‘City breeze & love song’에서부터 그러한 의도가 표명된다. 전자 피아노와 브라스가 그린 도회적인 무드에 낭만성이 가득한 노래는 후렴구 잘 들리는 멜로디로 대중적으로도 가장 호응이 좋을 타이틀이다. 두 번째 머릿곡 ‘So nice!!’는 세션의 기술적 터치가 보다 부각된 곡으로, ‘오랜만에’를 소환하는 조삼희의 기타 솔로와 장효석, 박준규, 최재문으로 이루어진 금관악기 합연의 손맛이 찰지다.

앨범의 이러한 쉽고 간편한 성질은 단순하면서도 그 깊이가 얕지 않은 가사에서 더욱 짙은 흥취로 피어난다. 작사가 심현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막 시작한 사랑의 설렘이나 동창을 향한 회상, 아침 풍경 등의 접근성 좋은 소재가 김현철의 여름을 편성한다. 테크니컬한 도입부 변박의 ‘평범함의 위대함’이 평범한 일상 속의 만족감이라는 근사한 메시지로 너른 공감대를 구축하고 나면 차분한 멜로디를 수놓는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에서는 정직하지만 직관적인 언사가 러브 송의 모범을 장식한다.

거장 뮤지션에게 요구될법한 위엄, 위용을 의식하지 않고 건네는 이 산뜻한 손길이 반갑다.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태도, 파릇한 여름 함께하기 좋은 즐거움과 격조로 무장한 모처럼 귀가 쫑긋 뜨이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City breeze & Love song 
2. So nice!! 
3. 눈물이 왈칵
4. 평범함의 위대함 
5.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
6. Take off
7. 동창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세븐틴 ‘Your Choice’ (2021)

평가: 2.5/5

어둡게 물든 남성 그룹의 경쟁에서 세븐틴의 파스텔 톤은 돋보인다. 이들의 매력은 청량함에 국한되지 않고 자체 제작 아이돌의 솔직담백함과 성장 서사, 13명의 다채로움으로 수놓은 ‘틴에이지 뮤지컬’까지 뻗어 있다. 작년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에 인수된 후에도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청춘 찬가 ‘Left & right’와 스윙 재즈의 리듬으로 1940년대 브로드웨이를 연상케 하는 ‘Home ; run’은 그룹의 색채와 대형 소속사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지는 청량 3부작을 차용한 컨셉트 트레일러의 의도처럼 타이틀곡 ‘Ready to love’는 청명하며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네 박의 드럼, 찰랑이는 기타 리프에서 느껴지는 록의 기조와 균일한 퍼포먼스는 엔하이픈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잔상을 앞세운다. 팀의 개성을 지우고 크레디트를 채운 하이브의 작곡진을 대변하는 넘버는 대형 소속사가 일률적인 성공 공식을 만들어 북미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의심을 잉태한다.

그룹을 구성하는 3개의 유니트가 세븐틴의 정체성을 지탱한다. 8비트 게임의 배경음악을 본 뜬 칩튠 사운드 위에서 멤버들의 어린시절을 풀어나가는 ‘Gam3 bo1’는 힙합 팀의 유쾌함을 담고 있고 ‘Wave’는 그루비한 신시사이저의 유영으로 퍼포먼스 팀의 섹시함을 드러낸다.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은 2000년대 한국 리듬 앤 블루스의 기조를 따르며 보컬 팀의 능숙한 화음을 내세운다. 예상을 뛰어넘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은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그룹의 색다른 면모를 강조하고 노랫말의 진심 어린 고백은 타이틀곡의 기조를 이어받으며 앨범을 완결한다.

하이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위화감을 조성한 여자친구의 < 回 : Walpurgis Night >과 비교했을 때 세븐틴의 < Your Choice >는 타협적인 방식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이식했다. 몇 장의 앨범을 아우르는 장대한 세계관을 삽입하지도 않았고 각 유니트의 특성을 고려한 수록곡을 남겨두며 급진적인 변화를 유보했다. 그럼에도 그룹의 정체성에 앞서 있는 기획사의 목적이 여자친구에게서 느꼈던 이질감을 되풀이한다. 단기간에 미국 내 입지를 조성하려는 하이브의 욕심이 세븐틴의 생동감을 떨어뜨렸다.

– 수록곡 –
1. Heaven’s cloud
2. Ready to love
3. Anyone
4. Gam3 bo1

5. Wave
6.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성시경 ‘ㅅ (시옷)'(2021)

평가: 3.5/5

10년 만에 발매한 여덟 번째 정규작 < ㅅ(시옷) >은 긴 공백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채워준다. 사람, 사랑, 삶, 시간 등 시옷으로 시작하는 일상 속의 소중한 것을 담아낸 음반은 발라드의 일반적인 주제인 사랑과 그리움을 다루고 있지만 각 곡의 의미를 정교하게 풀어낸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만큼 8집에는 ‘너의 모든 순간’과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의 작사를 맡았던 심현보를 비롯해 김이나, 조규찬, 나원주, 권순관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한 완성도 높은 14곡이 실려있다. 조규찬이 작사, 작곡한 ‘방랑자’는 밤 기차에 오른 화자가 바깥 풍경을 보며 느낀 고독과 처연함을 서정적인 가사로 표현하고 후반부의 변주가 인상적인 ‘널 잊는 기적은 없었다’는 고조되는 현악기가 짙은 감정선을 제공하며 이 과정에서 성시경의 섬세한 감정 전달력이 돋보인다.

중저음의 목소리, 서정적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사랑 노래를 주로 발표해온 성시경은 이번 음반의 타이틀 곡으로 댄스 넘버 ‘I love u’를 내세웠다. 발라드 가수들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댄스음악이 주를 이루는 현재의 흐름을 따라 머릿곡으로 공개한 ‘I love u’는 데뷔앨범 < 처음처럼 >에 수록된 ‘미소천사’ 이후 20년 만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탄생한 ‘I love u’는 산뜻한 피아노와 살랑살랑한 안무, 속삭이는 음색을 내세워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의 고백 송 계보를 잇는다.

성시경이 꾸준히 관심 받는 이유는 일상 속의 작은 것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호소력에 있다. < ㅅ(시옷) >은 ‘거리에서’ 같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아니지만 정제된 가사와 부드러운 선율이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And we go
2. 방랑자
3. 우리 한 때 사랑한 건
4. I love u
5. 너를 사랑했던 시간
6. 이음새
7. 마음을 담아
8. Mom and dad
9. 널 잊는 기적은 없다
10. What a feeling
11. 나의 밤 나의 너
12. 영원히
13. 자장가
14. 첫 겨울이니까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원어스(Oneus) ‘Binary Code'(2021)

평가: 2/5

6인조 보이그룹 원어스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 프로듀스 101 >, < 로드 투 킹덤 >을 거치며 치열하게 성장해왔지만 보컬에 중점을 둔 소속사 선배 마마무, 록 밴드 원위와 달리 이들을 설명할 적절한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데뷔곡 ‘발키리’부터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반박불가’까지 선보였던 과잉된 사운드와 음악에 앞서는 시각적 요소, 세계관이 다른 아이돌과의 차별점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은 콘셉트에 매몰되어 무겁고 비장한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다. ‘Black mirror’는 작년에 부활했던 디스코를 기반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마이클 잭슨의 ‘Beat it’과 같이 펑키(Funky)한 기타 리프를 더했다. ‘Man in the mirror’가 떠오르는 사회 비판적인 주제와 ‘in the mirror’라는 구절을 반복하는 가사, ‘Billie jean’을 차용한 의상과 안무 역시 그들이 오마주한 대상을 명확히 드러내며 친숙함을 준다.

수록곡들은 리듬 앤 블루스와 록을 오가며 그룹의 다채로운 색을 유지한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Connect with’는 기술의 발전으로 늘 연결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소통은 단절된 이분법적인 현실을 말하며 앨범의 메시지를 증폭한다. 차분한 보컬에 그루비한 기타 사운드를 더한 ‘물과 기름’은 부드러운 면을 내비치고 같은 소속사 밴드 원위의 기타리스트 강현의 연주를 더한 ‘발키리’의 록 버전은 이전의 비장미를 따른다.

범람하는 에너지로 시청각을 자극했던 이전과 달리 무게를 덜어낸 음반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동양의 이미지와 정신없는 신시사이저로 방탄소년단의 ‘Idol’을 모방한 ‘가자(Let)’와 마찬가지로 ‘Black mirror’ 역시 ‘Dynamite’의 잔상이 남아있다. 성공한 선배의 모범을 따르는 것은 당장은 안정적일지라도 그룹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약진을 위해서는 원어스만의 확실한 캐릭터 구축이 필요하다.

– 수록곡 –

1. Black mirror

2. Connect with us

3. 물과 기름 (Polarity)

4. Happy birthday

5. 발키리 (Valkyrie) (rock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