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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쿨러, 해서웨이 ‘Love Sand’ (2022)

평가: 3.5/5

머드허니와 앨리스 인 체인스를 위시한 시애틀의 그런지 록 신이나 더 비 피프티투스(The B-52’s), 러브 트랙터(Love Tractor)가 쟁글 팝을 구사했던 조지아주의 아테네 등 각 도시가 꽃피운 음악적 유산은 찬란하다. 스타일의 차이로 인해 사조로 묶기 어려우나 2022년의 대한민국 부산은 세이수미, 검은잎들 같은 밴드의 활약으로 인디 록의 중심지가 되었다.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Hathw9y)의 만남은 그래서 특별하다.

두 밴드가 하나의 음악으로 녹아들었다. 두 음악 집단의 매력을 절묘하게 섞은 ‘월드투어’는 해서웨이의 보컬 키위의 몽환적 음색으로 몽환적 모던 록을 구현했고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라는 노랫말로 두 밴드의 우정과 청춘의 화합을 강조했다. 해서웨이의 드러머 세요의 펑키(Funky)한 드러밍이 활기를 불어넣는 ‘맛있는 거’도 섬세한 보컬 하모니로 긍정주의를 압축한다.

전체적으로 기타 사운드가 돋보인다. 1990년대의 브리티시 록을 연상하게 하는 ‘페스티벌’은 간결한 도입부부터 조금씩 음의 서사를 쌓아가며 곡 부피를 키우고 얼핏 두 밴드와 이질적인 하드락의 풍모를 갖춘 ‘러브앤피스’는 제목과 메시지만큼 호방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미스와 더 필리스(The Feelies)를 떠오르게 하는 보수동쿨러의 구슬한과 공감각적 톤을 연출하는 해서웨이의 키위 두 기타리스트가 조화롭다.

밴드는 음악으로 연결된 가족이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앨범 커버처럼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 두 밴드는 합집합을 넘어선 화학작용을 일으켰고 네 곡을 아우르는 음악적 다양성과 곡별 소구력이 단발성 프로젝트 이상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부산 인디 신의 르네상스를 알린 화합의 결과물 < Love Sand >는 밴드 음악의 가족애를 드러낸다.

-수록곡-
1.월드투어
2.맛있는 거
3.러브앤피스
4.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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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나티(BIG Naughty) ‘낭만’ (2022)

평가: 3/5

만 열아홉의 젊은 래퍼 빅나티는 로맨틱 월드를 건설해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힘든 힙합 문화의 문턱을 낮춘다. 힙합과 알앤비를 아우르는 싱잉랩은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가사는 공감대를 구축한다.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 고등 래퍼 >와 < 쇼 미 더 머니 >를 통해 경험을 쌓은 그는 십센치와 함께한 ‘정이라고 하자’로 대중과의 간격을 더욱 좁혔고 두 번째 EP < 낭만 >을 통해 싱잉랩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180도 바뀔 수 있다는 ‘낭만교향곡’과 영어 가사의 장점이 돋보이는 ‘Vancouver’는 여성을 거칠게 다루는 몇몇 가사들과 달리 1970~80년대 국내 포크 음악의 순정을 담았다. 다만 확고한 콘셉트로 무게추는 쏠렸고 몇 차례의 치기 어린 가사에 워드 플레이와 라이밍의 위력도 덜하다. 힙합에 뿌리를 둔 뮤지션인 만큼 랩 본연의 연구도 필요하다.

각양각색 뮤지션들이 십 대 래퍼의 너른 취향을 드러낸다. 재즈의 터치를 심은 ‘결혼행진곡’은 섬뜩한 집착으로 일관성에 균열을 내고 시온, 예스코바, 안다영이 돌림노래처럼 개성을 쌓은 ‘Hachiko’는 멜로우한 알앤비 트랙이다. EP와 정규 앨범 사이에 있는 듯한 애매한 분량임에도 다양성을 포섭했다.

공격적인 랩과 비트 없이도 매력적이다. 역으로 대중가요에서 질리도록 노래했던 주제를 파고들어 빅나티만의 낭만론을 설파한다. < 낭만 >은 쏙쏙 박히는 멜로디로 대중성을 붙잡았고 이채로운 스타일도 돋보인다. 음악감독 꿈나무의 수줍은 도전이다.

-수록곡-
1. 낭만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2. 낭만교향곡(Feat. 창모, 박재범)
3. Lovey dovey(Feat. 미노이)
4. Poker (Feat. 다운)
5. Vancouver
6. Actor (Feat. 피에이치원)
7.결혼행진곡 (Feat. 디보(Dbo))
8. Hachiko (Feat. 시온, Yescoba, 안다영)
9.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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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씨(STACY) ‘Young-love.com’ (2022)

평가: 3.5/5

회사의 대표이자 이미 검증받은 작곡가인 블랙아이드필승의 지휘 아래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그룹의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합주는 성공적이다. 지난해 < TIME >지는 ‘2021년 K-POP을 빛낸 10곡’으로 스테이씨의 두 번째 싱글 ‘ASAP’을 선정했고 이어 발매한 ‘색안경’ 또한 음원 차트 높은 위치에 안착했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주가를 높이고 있는 데뷔 2년 차의 신인 그룹은 < Young-love.com >으로 Z세대 아이돌의 대표주자로서 입지를 굳힌다.

과거 비슷한 사례인 신사동호랭이의 이엑스아이디, 용감한형제가 기획한 브레이브걸스가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한 것에 비해 스테이씨는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팬덤의 파편화,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 브이라이브(V Live)등의 플랫폼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지만 더 확실한 돌풍의 원인은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류를 따르지 않은 음악이다. 

시장을 이끌어가는 프로듀서는 트렌드에 의존하지 않았다. 여러 장르를 섞은 사운드의 피로감을 인식한 듯 다른 노선을 택했다. 상대적으로 미니멀한 트랙 위에 자연스럽게 운율을 만드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선율을 내세운다. ’Run2u 속 ‘또 가끔 말을 막 해 / 너무 딱해  헛소리들 / 나는 안 들리네’ 와 같은 라인이 대표적이다. 구성상 전면에 나서야 하는 보컬을 믿지 않았다면 선택하기 힘든 제작이다.

멤버들은 신뢰에 부응한다. 정해진 위치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낸다. 형식적인 파트분배가 아닌 각자의 목소리가 가진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분담이다. 찌를듯한 고음이나 기교는 없지만 담백하게 맡은 바를 수행한다. ‘Same same’, ‘247’과 같이 차분하고 느린 템포의 알앤비로도 감흥을 이끌어 내는 이유이다.

대규모 자본의 홍보 없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Star to a young culture’(젊은 문화를 이끄는 스타)라는 그룹명에 부응하듯 그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이제 국민 걸그룹으로 도약하는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커리어의 변화를 맞이할 중요한 시점 앞에서 이번 발판은 견고하고 안정적인 디딤돌이다.

– 수록곡 –
1. Run2u
2. Same same
3. 247
4. Young luv
5. Butterfly
6. I want u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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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Fearless'(2022)

평가: 2/5

부유하는 메시지 : 소녀들은 왜 인어공주가 되었나

방탄소년단을 품은 거대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이 함께 만든 걸그룹 르세라핌의 화력이 식지 않고 타오른다. 5월 2일 데뷔 이후 활동 근 한 달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여러 의미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데뷔 첫날 17만 장의 음반을 팔아 치우며 역대 걸그룹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가 하면 벌써 여러 개의 음악 프로그램 1위를 거머쥐었다.

르세라핌. 즉, 나는 두렵지 않아(IM FEARRLESS)란 글자의 순서를 바꿔 만든 이름만큼 두려운 것 없는 행보다. 거창한 콘셉트와 음반 서사의 확장성을 부여하는 뮤직비디오까지 이들의 앞을 막아설 것이 없는 듯하다. 반면 곡은 의외로 가볍다. 화려하게 사운드를 섞지 않아 단조롭고 정적이다. 타이틀 ‘Fearless’는 자신들을 ‘겁 없는 새로운 b**ch’라 명명하지만 소리를 터트리지 않고 숨을 참는 쪽을 택한다.

‘Blue flame’이나 ‘The great mermaid’도 마찬가지다. 음악적 욕심을 빨간색보다 더 뜨거운 파란 불꽃에 비유한 ‘Blue flame’은 타이틀과 같은 기조를 유지, 앨범에 매끄럽게 녹아든다. ‘하날 위해선 하날 포기하’지 않고 모든 걸 다 갖겠다고 말하는 ‘The great mermaid’도 그렇다. 앞선 B**ch(나쁜 여자)에서 인어공주로 비유 대상만 바꾸었을 뿐 전체의 톤과 메시지는 같다. 다국어로 비장하게 시작하는 첫 곡 ‘The world is my oyster’부터 일관된 논조로 ‘주체성’에서 시작된 ‘차별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 애들과 난 달라 달라 달라’라고 말하는 있지(ITZY).
‘또 이 어려운 걸 해내지 / 우린 예쁘장한 savage’라고 외치는 블랙핑크.

등의 연장선상에 선 르세라핌이 꺼낸 ‘두렵지 않다’는 주체성 전략은 그다지 차별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제 유행을 넘어 장르가 된 ‘걸 크러시’를 마케팅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 또렷이 보인다. 이들의 ‘피어리스’엔 빈틈이 크다. 카메라를 노려보다가도 끝 곡 ‘Sour grapes’에선 ‘눈물 나게 시큼한 게 사랑이면 맛보고 싶지 않다’ 말하는 ‘소녀’로 변모한다. 그룹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손 쳐도 이러한 콘셉트는 여전히 석연찮다.

새로운 차원에 들어오듯 SF적인 첫 곡이 지닌 탈시대성, 과도한 콘셉트가 만든 이미지의 과잉, 이를 통해 실제 주체인 소녀들의 주변화까지. 걸 크러쉬에서 비롯된 주체성이라는 가면을 씀으로써 직접 성애의 대상이 되고, 현실과 동떨어진 콘셉트의 비현실성을 끌어와 실제와 선을 긋는 것마저 전형적이다. 소녀인 듯, 소녀 아닌, 소녀 같은 그룹이 됨으로써 이들이 은근하게 드러낸 살색은(혹은 이를 바라보는 것은)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테니스복에 하이힐을 신은 의상과 엎드려 몸을 흔드는 뮤직비디오 속 장면 등 그룹의 지금엔 문제가 많다. 한 끗 차이로 색을 달리하는 숭배와 혐오 사이 대상을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르세라핌이다. 두려울 게 없다고 드높이는 이들이 완벽한 곡 소화력을 선보일지라도 그 핵심은 지나치게 흐리다. 껍데기만 남은 메시지. 인어공주 등의 비유로 어벌쩡 시도한 대상화하기가 커다란 구멍을 낸다. 자꾸만 그룹 너머 ‘기획’사가 호도한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수록곡 –
1.The world is my oyster’
2.Fearless
3.Blue flame
4.The great mermaid
5.Sour gr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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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들 ‘Generation'(2021)

평가: 2.5/5

공정성의 시대, 호미들이 사랑받는 법
오늘날 서사 없는 ‘머니 스웩(swag)’은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스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힙합에서 스웩이 스웩으로써의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된 디딤돌이 있어야 한다. 음악 청취자가 그들의 자기과시를 인정하고, 동경하고, 그리하여 그들을 ‘진정한 래퍼’로 받아들였을 때 스웩은 스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출생으로 동네 친구 셋이 모여 만든 호미들에게 스웩의 디딤돌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다. 처음 대중의 관심을 끈 EP < Ghetto kids >를 비롯해 이들이 계속해서 끌어오는 게토(빈민가) 서사는 호미들 스웩의 진정성을 만든다. 즉, ‘주머니가 무거워서 바지가 안 올라가'(‘빽’)는 삶을 사는 현재는 ‘매일 밤 날 태우고 여주로 데려가던 그때 그 봉고차'(‘내 목소리가 들리지’), ‘가끔 영등포 폐가 때처럼 땀 흘리며 인나'(‘말했었잖아’)던 시절과 등치가 되며 그들만의 정체성이 된다.

정규 1집 < Generation >엔 그런 정체성이 가득 차 있다. 또한 이는 그들 스웩에 서사적 완결성을 부여한다. ‘Business man’의 ‘쟤네들은 가사 쓸 때 전부 허위로 / 우린 우리만의 노력으로 전부 이뤄’나 ‘뚝’의 ‘바쁜 척해 술 리에서 보여 매일 / 우린 여전히 작업해 / 나는 직접 만들어 내 돈’이란 발화는 가난했던 시절과 맞닿으며 무결한 성장 서사로 완성된다. 누구와 달리 정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래퍼로서의 진정성을 내세우는 것이다.

‘진정성’은 호미들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다. 가난이 그들만의 ‘정체성’이자 ‘진정성’의 토대가 될 수 있지만 이후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차, 명품, 가족, 여자.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소환하는 소재가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하다 못해 일면 시대착오적이란 느낌까지 든다. ‘Intro’부터 ‘리제로’로 이어지는 전반부는 가히 레퍼런스의 반복이자 누구나 쓸 수 있는 비유의 절정.

‘벌고서 보니까 이거만 한 게 없더라 ** 최고야 명품과 사치 ferrari 488′(‘Generation’), ‘우리가 바지 내릴 때 넌 앞머리나 내리고'(‘No hook’), 등 차나 명품을 향한 예찬을 힙합 문화의 허슬에 엮어 해석하더라도 거의 모든 곡에 쓰이는 혐오 표현은 호미들이 대표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구인가 묻게 한다.


‘리제로’의 다음 표현을 보자. ‘밥 먹을 땐 아무거나 먹지만 / 하룻밤을 보낼 땐 언제나 미식가’. ‘RPM 8000’은 ‘그녀는 먹고 싶어 해 내 빠삐코 / 백화점으로 산책 화장실 갈 때 아니면 1층만 가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그들의 곡 안에서 여성은 ‘싼 티가 나는 여자 BJ'(‘다 그대로’)로, ‘bitch’로, 나아가 ‘hoe girl’로 차용될 뿐이다.

결국 이들이 대표하고 연대하고 손을 얹는 것은 ‘차용되지 않고 차용할 수 있는, 차용하는 것을 꿈꾸는 자’들 이다. 음반 명인 ‘세대(generation)’가 지칭하는 것 역시 앞선 예시의 사람만을 포함한다. 결국 ‘난 끝까지 너네의 힘이고'(‘하루가 달리’)와 ‘이젠 우릴 믿고 도전해 my friend'(‘Outro’)로 이어지는 음반의 마무리까지 어떤 청취 층은 끝끝내 비가시화된다.

공정성의 시대 호미들의 성공이 ‘특정 세대’에게 사랑을 받는 건 ‘한 세대’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난, 성공, 책임감, 여성의 수단화 등등. 이 앨범은 그 쓰라린 초상을 보여주고 그 초상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호미들의 넥스트 스텝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 이 배제를 어떻게 풀어가며 ‘가난 서사’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호미들의 머니 스웩, 진정성, 정체성이 짙어지느냐 흩어지느냐는 이 음반을 시작으로 다시 출발선 앞에 섰다.

– 수록곡 –
1. Intro
2. Generation(Prod. by Leansmoke)
3. No hook
4. 빽! 
5. 쟤넨 다 바보
6. 리제로
7. 말했었잖아 
8. 내 목소리 들리지 
9. 다 그대로 
10. Business man
11. RPM 8000
12. 뚝
13. 하하호호
14. 하루가 달리
15.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