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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찰나’ (2022)

2023년 발매 예정인 정규 앨범에 앞서 공개된 조용필의 싱글 ‘찰나’를 듣고 IZM 필자들이 각각의 해석을 내놓았다.

박수진 ★★★★
이토록 록이라니, 이토록 사랑이라니, 이토록 젊음이라니!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가 포문을 열 때, 찌릿한 전율이 일다가 이내 ‘우리가 처음 마주친 순간’, ‘반짝이는 너 / 흐트러진 나 / 환상적인 흐름이야’하는 달콤한 가사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고감도의 탄탄한 사운드는 물론 4분여의 러닝타임을 촘촘하게 채워 일순의 빈틈을 주지 않는 구성이 정말 매력적이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이들의 귀가를 어루만질 선택을 어떻게 매번 이리도 근사하게 실현할 수 있는지. 노래와 함께 가슴이 뛴다.

김도헌 ★★★★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봐도 반칙이다. 조용필은 올해로 만 72세다. < Hello > 앨범 발매도 9년 전이다. 그런데 ‘찰나’는 ‘Bounce’보다도 젊고 ‘Hello’ 이상으로 저돌적인 노래다. 강렬한 기타 인트로와 숨 돌릴 틈 두지 않고 밀어붙이는 구성에서는 1980년대 록의 관록이 빛나는데, 김이나의 풋풋한 노랫말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모습에서는 2000년대 디즈니 채널을 사로잡던 틴에이지 록스타와 그 시절을 동경하는 오늘날 케이팝이 들린다. 치열한 트렌드 연구를 통해 본능이 이끄는 장르를 선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베테랑의 감각이 놀랍다. 회춘? 아니, ‘영원한 오빠’는 나이 들지 않는다. 거장의 열정이 침체한 창작가들을 독려한다.

김호현 ★★★☆
음악이 시대와 발맞춰야 한다는 조용필의 강한 의지는 그에게 붙은 ‘가왕’이란 칭호의 이유다. 묵직한 일렉트릭 기타에 힘입어 풀어낸 주제는 사랑과 떨림. 일흔이 넘은 나이도 그의 순수한 열정 앞에선 끝나지 않는 청춘을 증명할 도구가 될 뿐이다. 한결 부드러워진 발음과 적절하게 치고 나오는 멜로딕 랩에서 수십 년째 현재 진행형인 음악적 진화가 들린다. 이름의 무게에서 자유로워 더 존재감 있는 그는 멈추지 않는 록 스피릿 덕분에 아직 젊다.

한성현 ★★★☆
칠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트렌디한 음악을 보여주려 한다는 ‘의도’만으로 결론을 내고 싶지는 않다. 다행히, 어쩌면 역시나, 가왕의 신곡은 기획 이상의 매끈한 결과물을 제공한다. 시원한 질주 중에 가사처럼 ‘찰나’를 파고드는 후렴의 강약조절, 전체적으로 모나지 않은 대중적인 작법은 보편성의 가치를 설파한다. ‘Bounce’보다 더 젊어진 목소리의 표현력도 돋보인다. 스무 번째 앨범의 서막에서 조용필은 고고한 황제의 자리 대신, 언제나 함께하는 친구의 자리가 되길 택했다.

장준환 ★★★☆
쉽고 간결하지만 울림을 눌러 담은 김이나의 가사부터 해외 작곡진을 초빙해 주조한 희망의 폭죽을 연사하는 뜨거운 록 사운드까지. 조용필이라는 인물의 위대함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72년의 시제와 가왕 위치에 결코 얽매이지 않는 순수하고도 진취적인 학구열에 있을 것이다.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유행 급변의 시대 속에서 과감한 협업 하에 또 한 번의 도약을 일군 것이 놀랍다. 세대를 아우르는 준수한 팝 록 ‘찰나’, 그 형형색색 사운드 위로 거장의 원숙한 감동과 신인의 때 묻지 않은 총명함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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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다비치 ‘새벽을 믿지 말자’ (2022)

평가: 2.5/5

엔씨소프트 산하 문화콘텐츠 브랜드 피버의 ‘즐거운 상상’ 프로젝트 음원. 몽롱한 신시사이저와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편곡이 새벽 공기의 쓸쓸함을 연출하고 그 뒤로 포개지는 코러스가 감수성을 배가한다. 안정감 있는 보컬을 선보인 개코가 발라드 듀오 다비치와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해 무덤덤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지닌 알앤비 넘버를 합작했다. 노래의 배경엔 소속사 선배를 위해 힘을 보탠 아메바 컬쳐 사단의 공이 크다. 다만 이들의 색이 너무 짙어 되려 색채가 모호해졌다.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알앤비 대세 주자 쏠과 따마의 터치가 새벽 감성 저격에는 성공했을지라도 곡의 주인을 혼동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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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주니어(Super Junior) ‘Callin” (2022)

평가: 2.5/5

낯설면서도 친숙한 접근이다. 중독성 짙은 후크송이나 펑키한 노래 위주로 무대에 오르던 중에도 틈틈이 발라드를 통해 그룹의 보컬 역량을 증명했다. 슈퍼주니어의 17번째 봄을 알리는 신곡 역시 잔잔한 반주에 맞춰 개개인의 음색을 부각하는 방향에 집중한다.

어느덧 40대를 맞이한 멤버들도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게 울려 퍼진다. 계절의 문턱을 마주한 미성엔 절제된 성숙미가 흐르고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은 이를 적절히 보조하며 멜로디에 담긴 온기를 전한다. 다만 밴드 사운드로 일관하다 등장하는 전자음이 이질적이다 못해 벅차오르는 감정까지 억누른다. 포근한 날씨 속에 피어난 새벽녘 서리처럼 어느 한구석이 시린 감성 록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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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 (2022)

세션 뮤지션으로 음악 경력을 시작한 적재는 ‘별 보러 가자’, ‘잘 지내’ 같은 곡으로 기타리스트와 싱어송라이터의 정체성을 움켜쥐었다. 진공 위를 떠다니듯 나긋한 음성에 섬세한 기타 연주를 더 해 시그니쳐 사운드를 형성했고 자이언티, 권진아 등과 협업하며 다양성을 넓혔다. 로맨틱한 감성을 이어간 ‘손을 잡는다거나, 같이 걷는다거나’는 여행과 음악이 결합한 웹 콘텐츠 < Trip:Tape >의 첫 번째 타이틀로 낙점된 곡이다.

‘나랑 같이 지낼래’를 썼던 프로듀서 도코(DOKO)가 곡과 달콤한 코러스를 제공해 적재는 보컬과 연주의 자리에 충실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과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을 넘나드는 기타 플레이로 강점을 명확히 했다. ‘별 보러 가자’ 정도의 소구력은 없지만, 적재의 브랜드를 이어가며 다가오는 봄 사랑의 촉매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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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란 ‘Devils in the city’ (Feat. 도끼) (2022)

평가: 3.5/5

대중음악에서 보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깊이 굽이진 억양과 톤으로 멜로디의 다이내믹을 살리는 수란은 강한 개성으로 자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장르는 가리지 않지만 특히 알앤비에서 더 유연하게 움직이던 그가 2016년 ‘겨울새‘와는 다른 무게를 안고 돌아왔다. 음악은 무겁고, 주제는 어둡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인간의 양면성을 담았다. 화자의 의도에 맞게 목소리에서는 밝은 음색을 찾아보기 힘들고, 피쳐링으로 참여한 도끼의 랩 또한 낮은 어조로 빈틈이 없다. 신시사이저 중심의 반주에도 적재적소에 배치한 리듬 악기의 운용에 지루함이 가신다. 모난 구석 없는 말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