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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지 ‘계절의 끝에서’ (2022)

평가: 3/5

걸그룹 이엑스아이디로 10년간 활동한 솔지가 부르는 발라드는 낯설지 않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와 그에 맞춰 고조되는 감정선, 다수의 드라마 OST와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한 공식을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에 적용했다. 시원한 고음으로 팀을 이끌던 목소리가 청아한 피아노 선율에 스며드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공허한 슬픔과 위로로 다가갈 수 있었던 뻔한 이별 가사는 건강 악화를 이겨낸 뮤지션의 의연함이 있기에 포근하고 충만하다. ‘적당한 온기를 불어주었던 날들이/여지껏 나 버텨낸 걸음 걸음이 되어/용기를 내 살아갈 수 있었어’라는 노랫말도 수신인을 확장해 생의 의지를 심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응원을 음악으로 돌려주려는 마음이 봄바람처럼 살랑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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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정 ‘한 걸음’ (2022)

평가: 3/5

이전 히트곡 ‘너의 그사람’을 통해 헤어짐을 말하던 박재정이 과거를 가슴에 묻고 새사랑을 노래한다. 화자의 수줍은 용기가 정직하고 섬세한 가창을 타고 흐르는 이 고백 송은 뉴트로 사운드에 로파이한 질감을 입혀 감미로운 음색을 부각한다. 따뜻한 피아노 멜로디 뒤 은은하게 음향의 중심을 잡아준 오케스트라 편곡까지 플레이어와 프로듀서 진 사이 역할 분담이 매끈하게 이루어졌다.

박재정의 깊고 섬세한 목소리에 성시경과 같은 선배 발라더들의 이름이 어렴풋이 스친다. 평범한 노래처럼 보일지라도 ‘한 걸음 두 걸음’ 정성스레 공들인 그의 진심이 발라드의 순수성을 보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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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Since) ‘휘파람’ (2022)

평가: 3/5

< 쇼미더머니 10 > 준우승을 기점으로 신스의 삶은 바뀌었다. ‘아버지 가슴에 박힌 못’이라 스스로 고백하던 과거의 그는 어느덧 ‘아빠의 오랜 친구가 알아보’고, ‘집 앞 슈퍼에’도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타가 되었다. 지독한 무명 시절의 장막을 걷어낸 후속작, ‘휘파람’에는 순수한 행복과 지지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쉽게 자만하지 않으려는 정진의 자세가 겹쳐 있다.

불과 그가 각광받기 전 작품인 < Since ’16 >의 수록곡 ‘봄비’가 떠오른다. 두 곡 다 현실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가사와 차분한 싱잉 랩을 토대로 다루지만, 처연함이 전반에 자욱하게 드리운 ‘봄비’와 다르게 ‘휘파람’의 희망찬 피아노 작풍과 높아진 톤이 확연히 달라진 상황을 나타낸다. 비록 점검 단계로 가볍게 낸 곡이기에 전작의 사무치는 몰입의 정서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흡입력과 경연의 경험을 토대로 얻은 대중성을 여유롭게 내비친다는 점. 그의 앞길에는 따스한 햇볕만이 가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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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LYn) ‘평생’ (2022)

평가: 2/5

감성 발라드의 조건은 충분하다. 피아노에서 스트링으로 부풀려 가는 기악 구성과 마디 사이에 눌러 담은 애절한 숨소리는 드라마 OST 히트곡 ‘My destiny’와 ‘시간을 거슬러’의 흥행 요소를 되짚으며 추운 겨울날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담백하게 곡을 풀어감에도 부조화를 일으키는 건 다름 아닌 제목 ‘평생’이다. 무려 18번이나 반복하고 영문 타이틀까지 ‘Pyeong saeng’이라고 지으며 표현에 나름의 의미를 두려 하지만 단어의 발음이 거세고 사납다. 유려한 선율을 뚫고 등장하는 격음과 쇳소리는 감상만 방해하며 곡의 온기를 되려 앗아간다. 영원히 기억되기엔 잡음이 짙게 서린 훅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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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이치원(pH-1) ‘Lately (Feat. Hoody)’ (2021)

평가: 3/5

피에이치원의 겨울왕국엔 외로움이 군림한다. 작년 한 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폭넓게 협업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 그가 2018년 ‘Communicate’ 이후 후디와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3년 만에 힘을 모은 듀오의 연말은 온기와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기타 리프가 건축한 알앤비 넘버엔 소울 넘치는 사색과 고독감만이 서려 있다. 계절감 가득한 멜로디에 부드러운 랩을 얹어 어긋난 관계와 결별을 노래한 이들의 동계작전은 쓸쓸한 감정을 증폭한다. 완급 조절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래퍼와 적재적소에 존재감을 발휘한 싱어, 그리고 힙합 레이블 AOMG의 범용성이 빛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