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이 겨울을 끌어안았다. 지난 9월 드라마 < 갯마을 차차차 >의 포크 풍 OST ‘로맨틱 선데이’로 가을의 정취를 그려낸 그는 바삐 달력을 넘겼다. 록 사운드를 입힌 발라드 곡조에 명징한 키보드 선율이 감도는 신곡엔 오늘날의 급격한 일교차를 대변하듯 한기와 온기가 혼재한다. 어긋난 관계에 대한 자조적인 노랫말은 쓸쓸함을 퍼뜨리고, 곡 전반을 관통하는 로 파이 감성은 위로의 목소리와 결합해 따스함을 더한다.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동일한 계절만이 반복되듯 기시감을 드리우는 익숙한 멜로디가 감지되지만 감정을 보듬는 애절한 보컬의 불씨는 추위를 피할 안식처를 마련한다.
과거는 창작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앨범 소개에서 언급했듯, 트라우마처럼 남은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카더가든의 < C >는 찬란한 록 사운드를 위로 삼아, 잊고 싶었던 기억을 마주한다. 2018년 SBS 음악 경연 프로그램 < 더 팬 >에서 우승을 거두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매력적인 목소리와 독창적인 가사로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런 그가 이번 앨범에서는 록을 적극 차용했다.
카더가든으로 활동명을 바꾸기 전 메이슨 더 소울때의 정규 1집 < Photographer >는 전자음악이 기반이었고, 활동명을 바꾼 후 두 번째 정규앨범 < Apartment >는 밴드 사운드에 접근하며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다. < C >에는 쟁글쟁글한 기타 소리와, 낭랑한 오르간 연주가 알차게 들어서 있다. 꽤 돌고 돌아 선택한 록 사운드는 허스키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짙은 인상을 가진 그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고루 맞아떨어진다.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었다.
오래된 질감의 피아노 소리로 시작돼 단조로운 스트링 선율이 담긴 ‘꿈을 꿨어요’는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유년기에 대한 꿈을 꾼 뒤, 이를 향수가 느껴지는 록 음악으로 재현했다. 통기타의 16비트 아르페지오로 시작돼 포크록의 성향을 보이는 ‘비었다’는 서정적이면서도 거친 가사로 분노를 내어놓고, 에너제틱한 편곡과 대중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인 ‘면허없음’까지. 앨범은 담담함과 경쾌함을 오가며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띈다.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목소리는 단연 그의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음악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곡을 잘 써냈기 때문이다. 뮤지션으로서 안전한 범주에 정착했다는 데에 의미가 깊은 앨범이다. 상처로 가득 찼던 유년 시절에 ‘의연한 악수’를 건네는 아프지만 따뜻한, 자전적 음반.
– 수록곡 – 1. 의연한 악수 2. A kid from bathroom 3. 꿈을 꿨어요 4. 유영 (Feat. 유라 (youra)) 5. Tallguy 6. 비었다 7. 면허없음 8. 간격 9. 202 (De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