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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Querencia’ (2021)

평가: 2.5/5

스물 한 곡 규모가 순간 놀랍지만 환호가 오래가지 못한다. 퍼포먼스, 댄스, 실험, 인간미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구성은 2017년부터 전개한 솔로 커리어의 집대성이며 청하의 ‘멀티 페르소나’ 면모를 각인하고자 하는 의도다. 정작 광활한 캔버스 위 아티스트의 정체성은 흐릿하다. 웬만한 완성도가 아니고서야 과욕으로 잊히고 마는 대작(大作)의 운명이다.  

모든 분야를 고르게 잘 해내는 청하의 강점은 넓기만 한 신보에서 무난하나 특색이 없다는 단점으로 퇴색된다. ‘Bicycle’이 문제를 집약한다. 강렬한 기타 리프로 출발하며 아티스트의 첫 정규작을 상징하는 해방의 송가가 되어야 할 곡이지만, 인상적인 멜로디도 없고 중반부 영어 랩은 어떤 매력적인 구절이나 당위가 없어 진부한 주제 의식에 머무른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강해야 할 추임새와 팔세토 보컬로 구성된 후렴부의 힘이 가장 약하다. 무대 없이 노래 자체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곡이다.

깊은 탐구의 결과도 아니고 주체적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두리뭉실한 이미지, 자주 언급되는 고정관념에 뮤지션을 고정하여 여러 재료를 나열한 작품처럼 들린다. 출발점 ‘Noble’ 사이드가 가장 치명적으로, ‘Masquerade’와 ‘Flying on faith’, ‘Luce sicut stellae’ 모두 무난한 완성도의 곡이지만 특별하지도 않고 곡의 주도권을 청하가 확실히 잡고 있지 않다. 아티스트의 것으로 체화되기 전의 해외 케이팝 데모곡이라 해도 위화감이 없다. 

앨범을 지탱하는 부분은 청하와 오래 함께한 프로듀서 빈센초(VINCENZO)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는 사이드 B와 사이드 C다. 타이틀곡의 정체성이 애매하긴 하나 빈센초는 ‘고귀한 야만인’과 조이 디비전의 명작을 쪼갠 각 사이드 인트로와 주요 곡에 참여하며 형식을 잡는 인물이다. 선공개 싱글이 대거 포진된 이 파트에서 청하는 애매한 팝스타나 케이팝 아이돌을 넘어 댄스 디바로의 정체성을 상당 부분 확보한다. 

‘Stay tonight’이나 리햅(R3HAB)의 ‘Dream of you’ 같은 곡들에 개별 싱글보다 앨범 단위 감상에서 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는 이유다. 어두운 댄스 플로어로 향하는 듯한 사이드 B ‘Savage’와 연결되는 노래들에서 청하는 확실한 보컬 플레이 없이도 유행과 힙의 중간지대에서 균형을 잡으며 작품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수민과 슬롬이 참여한 ‘짜증 나게 만들어’와 콜드의 ‘Lemon’, 백예린과 구름의 ‘All night long’처럼 새로운 매력을 더하며 ‘만인의 뮤즈’ 포지션을 입증해 보이기도 한다. 

마마무의 ‘너나 해’ 이후 흥미로운 라틴 풍 케이팝 트랙으로 기억될 ‘Play’에 이어 스페인어 가사와 푸에르토리코 래퍼 과이나(Guaynaa)와 함께한 ‘Demente’를 통해 또 다른 세계에 손을 건네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작품은 마지막까지 모던한 질감을 이어나가는 대신 팬송 ‘별하랑’과 발라드 ‘솔직히 지친다’ 등으로 끝까지 통일보다 확장을 의도한다. ‘X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라는 흥미로운 서사가 존재하는 마지막 ‘Pleasure’ 사이드가 ‘Comes n goes’ 같은 매력적인 댄스 팝에도 스쳐 지나가고 마는 이유다.

결정적 순간을 기대하나 결과는 베스트 음반이다. 아티스트의 다재다능한 면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프로덕션은 번뜩이는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주어진 곡을 성실히 수행하는 청하 역시 열정적인 댄스 퍼포먼스와 반대로 노래에서는 수준급 이상을 넘보지 않는다. 정직하게 나열된 콘셉트와 많은 수록곡이 어느 순간부터 피로하게 다가오며, 압축과 선별 과정의 부재는 ‘양보다 질’을 언급하게 만든다.

무던함에 대해 청하도 할 말은 있다. < W >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본인의 ‘케렌시아’라 언급하며 도전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꿈을 향해 고난을 딛고 10대 시절을 모두 바친 그가 붉은 피와 망토의 투우 경기장 같은 케이팝 시장에서 유일한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뜻은 이해된다. 하지만 과연 < Querencia >가 상처 입은 자아를 쉬게 할 안정적인 피난처인지는 의문이다. 아직 최후의 순간 급소에 칼을 꽃아 넣는 투우사 마타도르(Matador)도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자신을 틀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 수록곡 –
1. SIDE A {NOBLE}
2. Bicycle
3. Masquerade
4. Flying on faith
5. Luce sicut stellae
6. SIDE B {SAVAGE}
7. Stay tonight
8. Dream of you (with R3HAB)
9. 짜증 나게 만들어
10. Chill해
11. SIDE C {UNKNOWN}
12. Play (feat. 창모)
13. Demente (Feat. Guaynaa)
14. Lemon (Feat. Colde)
15. 별하랑 (160504 + 170607)
16. SIDE D {PLEASURES}
17. X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
18. All night long
19. 솔직히 지친다
20. Comes n goes
21. Querencia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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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Dream of you (With R3HAB)’ (2020)

평가: 3/5

‘Roller coaster’, ‘벌써 12시’ 등의 히트곡을 남긴 청하가 아시아계 뮤지션에게 집중하는 미국 음반사 ’88라이징’과 계약을 맺었다. 본격적인 팝 시장으로의 진출을 알리는 공식적 행보다. 세계적인 DJ 리햅(R3HAB)의 묵직한 신스 베이스와 역동적인 비트 속에서도 매끄러운 완급조절과 힘있게 지르는 보컬로 음악을 주도한다. ‘Cause I’ll keep you so turned on / So now no more games come through (나는 너를 계속 흥분시킬 수 있어 / 그러니 이제 그만하고 넘어와)’라는 노골적인 노랫말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표현력까지 갖췄다. ‘Dream of you’는 청하 본인의 발전을 증명하는 곡이자, 지평을 넓히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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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Play (Feat. 창모)’

평가: 2/5

‘Play’는 라틴 팝을 기반으로 한다. 댄스 팝 기조 아래 다양한 사운드를 활용해 온 지난날의 연장선이다. 이전 곡들이 분명한 중심 선율,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로 각인 효과를 노렸다면, 이번엔 구성과 흐름에 공을 들였다. 파트마다 변하는 리듬 섹션, 신시사이저와 기타, 브라스를 아우르는 음향과 창모의 랩까지, 노래엔 빈틈이 없다.

곡 안에 포인트가 지나치게 많아 정돈되지 않는 게 흠이다. 호화로운 각종 소리 요소가 강약 조절 없이 휘몰아쳐 산만하기만 하다. 버스(verse), 브리지, 후렴 무엇 하나 기억에 남지 않고 흘러간다. 그 와중에 곡을 장악해야 할 보컬은 진행을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 특유의 하이 톤이 노래마다 비슷하게 나온 탓에 표현마저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완성도 높은 댄스 퍼포먼스를 제외하고 곡 자체만 듣는다면 흡수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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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CHUNG HA) ‘Stay tonight'(2020)

평가: 2.5/5

청하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Chica’ 때부터 시동을 걸었던 팝 색채가 명확히 짙어졌고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의 퍼포먼스가 스쳐 지나간다. 이전보다 더 톤을 낮춘 사운드 디자인 속 묵직한 베이스로 꽉꽉 채웠고 코러스를 의도적으로 끊어내어 감칠맛을 낸다. 감상에 있어서 퍼포먼스 유무의 격차가 크다는 점과 치솟는 고음이 시원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이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이유는 ‘선공개’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기 때문이다. 타이틀을 위한 예열 단계의 역할이라면 이미 충분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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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솔직히 지친다'(2020)

평가: 2.5/5

올해 초 폴킴과 함께했던 ‘Loveship’과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 낭만닥터 김사부 2 >의 OST ‘나의 그대’까지 요새 청하의 음악은 발라드에 중점을 둔다. 신곡 역시 그 흐름 아래에 있다.

음악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로 음반의 이름에 ‘newwav’란 규정을 달았지만 실상 새로움은 없다. 자글자글한 노이즈로 빈티지한 질감을 살려 애절하게 노래하는 구성에는 평이한 발라드의 호흡이 묻어나오고 으레 이 장르가 그래왔듯 절절한 감성을 표현한다는 점 역시 무난하다. 상투적이고 대중적인 작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듣기 아주 편하다는 장점, 그 외의 소구력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후자의 것이 더 크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