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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창모 인터뷰

‘마에스트로’의 피아노 치는 래퍼에서 ‘Meteor’의 별똥별에 이르기까지. 창모의 성공 신화는 강렬하고도 명쾌한 음악의 승리였다. 이제는 TV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종 미디어에 자주 등장해 주류로 올라섰음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언더그라운드 록스타’라 칭한다. 예술적 고집과 독자성만큼 진지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게 또한 창모가 힙합 애호가들과 대중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두드려온 동력일 것이다.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창모만이 털어놓는 ‘솔직함’과 대중 영합을 넘어서는 ‘진정성’이 공감을 부른다는 사실을 안다. 첫 정규 앨범 < Boyhood >의 성공 스토리는 경기 덕소의 꿈나무 래퍼가 새 시대의 전국 힙합스타로 솟아오르는 신분 상승을 엮어낸 강력한 자기 서사였다.

음악만큼이나 그는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이야기하는 데에 솔직담백했다. 음악적 다양성에 대한 야망과 더불어 ‘돈’에 대한 나름의 철학까지 거침없이 자신의 진면(眞面)을 공개했다. 하지만 편안하고 밝은 목소리 안에는 살짝 고민도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와 나눈 대화는 한 편의 자서전을 읽는 것 같았다.

첫 정규 앨범 < Boyhood >와 타이틀 ‘Meteor’로 2020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성공에 대해 현재 기분은 어떤가?
일단 덤덤했다. ‘Meteor’로 1위 했을 때, 항상 꿈꾸어 왔던 거라 상기되어 있다기보다는 그냥 ‘세상에 나를 보여줬구나.’ 싶었다. 결국 그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내가 그걸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라는 목표도 있었고. 나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음악 산업의 성공 모델은 아니다. 다른 모델이면서도, ‘이런 식으로도 음악을 하면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모델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대중음악 신에 싱어송라이터는 언제나 존재했지만, 나는 그중에서 드문 힙합 신의 싱어송라이터다. 그리고 음악 외적으로 봐도 활동할 때 스타일리스트도 없고, 회사가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거나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창의력을 현실로 옮기는 일에만 몰두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성공에는 여러 요소가 들어있기도 하지 않나. 음악을 통한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개념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하는 언더그라운드는 홍대의 공연장, 라이브 클럽과 같은 문화 그 자체다. 사람들은 언더그라운드와 소위 말하는 오버그라운드 힙합을 나누기도 하는데, 나는 다 힙합이고 공연하는 곳과 활동하는 곳이 언더와 오버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되고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항상 언더그라운드에 있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거리에서 더 보기 쉬운 아티스트였다. 까다롭고, 숨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Meteor’를 발표했을 때, 히트할 거라고 생각했나?
아니다. 오히려 작업하면서 너무 많이 듣고 익숙해지는 바람에 어떤 감각을 잃어서인지 막판에 타이틀곡으로 안 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뜯어말렸었다. 형들이 무조건 타이틀로 해야 된다고 말하더라. 형들 말을 들어보자 해서 타이틀로 냈다.

‘Meteor’는 한 방에 오는 곡이었다. 힙합 신에 실력 있는 래퍼들의 작품도 잘 만들었다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렵게 다가오는 곡이 있는데, ‘Meteor’는 아주 잘 들렸다. 그 이유를 발성과 음색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거친 스탠스?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웃음)

(인스타그램 질문) < Boyhood >는 첫 정규 앨범인데,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서 준비 과정이나 기간에 다른 점이 있었나? 그리고 < Boyhood >가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이전까지의 앨범들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만든 노래들이 많았다. 그런데 < Boyhood >의 곡들은 내가 스무 살 때부터 만들어 놓고 나중에 정규앨범에 내기 위해 빼놓은 곡들이 많다. 그래서 장독대에 묵은 김치처럼, (웃음) 메시지도 더 깊고 진득하게 담긴 것 같다.

본인의 래핑, 음악에 있어 앞으로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메시지다. 뇌에서 생각나는 대로 바로 쓰기보다 시 같은 가사를 쓰고 싶다. 한 번 정제하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메시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버스(verse)와 코러스 부분이 음색 차이가 분명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새로운 피드백을 받는 걸 좋아한다. 원래는 남의 의견을 잘 안 듣는 스타일이었는데, 안 듣다가는 더 새로운 걸 못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가 반드시 있으니. 옛날에 활동했던 밴드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밴드는 멤버 수가 많아서 더 창의적인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다. 공동체, 커뮤니티이니까.

최근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피쳐링 등을 통해 협업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내 음악과 피쳐링은 구분하는 편이다. 피쳐링은 나에게 있어서는 래퍼로서 폼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이다. 최근 피쳐링 제의를 많이 받는데, 그건 그만큼 래퍼로서 현재 폼이 좋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 질문) 샤이니의 신곡 ‘Atlantis’ 작사 / 작곡에도 참여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SM에서 나의 랩을 원한다고 요청이 먼저 왔다. 협업하려는 법도 배울 겸 멤버 민호 씨의 스타일과 목소리를 생각해서 랩 메이킹에 참여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창모를 가리켜 ‘랩 피지컬’이 좋다고 말한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웃음) 그런데 내가 랩의 ‘정석파’이기는 하다. 요즘 랩에서 영감을 받기보다 예전 투팍(2Pac) 같은 거장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그 사람들은 악보를 그릴 때 무조건 지켜야 하는 오선처럼 무조건 지켜야 하는 존재다. 랩 피지컬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런 ‘기본’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주시는 거 아닐까 싶다.

창모를 이야기할 때 오토튠을 빼놓을 수 없다. 약간 고집스러운 면도 느껴지는데, 오토튠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2008년쯤에 미국과 한국에 오토튠이 붐이 일었다. 그때 15살이었는데, 거기에 많이 영감을 받았다. 왜냐하면 나는 노래를 잘 못 불렀는데 멜로디는 부르고 싶었고, 그걸 보정해주는 게 오토튠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음악 자체에 익숙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오토튠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는 장치 정도로 생각했다. 음이 어긋나고, 기계음처럼 들리는 것도 나이 탓인지 몰라도 자연스러웠다. 내가 부족한 싱잉 부분을 보완해줬다.

그리고 피아노를 쳤다 보니 연주를 하는 것과 음악을 만드는 것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연주는 시간을 들이고 손을 움직이면서 노력한다는 점에서 체육 같은 면도 있는데, 많은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음악의 개념도 있다. 나도 어렸을 땐 피아노를 쳤었는데 힙합을 접하고 화성 형식도 없고 그냥 무한 반복인 걸 보고 ‘와, 이런 음악도 있구나.’ 느꼈었다.

피아노를 치다가 힙합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작곡가들이 써놓은 걸 쳐야 하는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이걸 치기만 하는 게 음악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작곡해서 치는 게 음악인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만드는 쪽에, 재현보다는 창의에 더 끌렸다.

창모의 음악은 강하게 때리는 드럼 부분이 만들어내는 타격감이 있다. 반드시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카니예 웨스트의 영향이 많이 나타나는 느낌이다.
그렇다. 내가 음악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에 카니예 웨스트의 영향이 7할 정도다.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에는 모든 게 다 섞여 있으니까.

카니예 웨스트를 배웠다면 음악을 어렵게 할 법도 한데 몸속에 대중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결코 어렵게 음악을 풀어내지 않는다.
내 음악이 소위 말하는 ‘뽕끼’가 있다고 한다. 팬들과 리스너들도 꼭 한 번씩 언급한다. 내가 학생 때는 모두가 한 장르에 빠지면 그 장르가 최고고, 타 장르나 한국에서 나오는 그 장르의 음악들은 무시하기 마련이었다. 나도 힙합에 빠졌을 때, 힙합이 좋으면서도 한국에서는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랩을 하고, 한국인의 감성이 배어있는 걸 보고 한편으로는 이건 진짜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나누게 되더라.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그냥 받아들였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건데 이 감성이나 내가 살아온 생활 방식이 남아있는 게 과연 나쁜 걸까. 어떻게 보면 해외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또 새로운 느낌일 테니까.

힙합 말고 다른 대중가요도 많이 듣나?
깊게는 아니지만, 한국 록을 들었다. 예전에 국내 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충격을 받았던 게 들국화와 산울림이었다. 메시지에 당시의 시대상이 담겨 있는 게 좋았다. 1970-80년대 나왔던 굉장히 착한 노랫말로 만들어진 건전 가요도 신기하게 느껴진 건 한국의 시대상이 담겨 있어서였다. 앨범 하나만으로도 역사니까. 거기서 위대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걸 아예 듣지 않은 래퍼들과 다른 표현법이 나오나 보다. 거기에 카니예 웨스트, 투팍 등 외국 래퍼들의 음악도 접목되니 완벽한 창모의 스타일이 나온 게 아닌지.
맞다. 나도 그 100대 명반 리스트를 본 게 인생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시야가 넓어졌다. 한국 음악이 결코 안 좋은 게 아니고 엄청난 것이라는 걸 깨닫고 받아들였다.

유튜브 채널 딩고 뮤직, < 쇼미더머니 >, < 고등래퍼 > 등 미디어에 자주 출연한다. 그런 게 사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는 경계했던 부분이다. 그런 생각에서 자유로운지 이 부분 얘기를 들려 달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 중에서 차트 1위에 오른 사람은 없지 않은가. 내가 음악적으로 좋은 곡을 만들고 계속 음악 생활을 하면서 마치 정원 나가듯이, 산책하듯이 그런 프로그램들에 나가면 그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Swoosh flow’에서 UK 드릴을 선보였다. 이 곡이 속해 있는 폴 블랑코와의 협업 앨범 < BIPOLAR >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장르에 있어 한계를 두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이다.
항상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 한다. 힙합의 태도를 가지고 만든 음악과 시도하고 싶어서 만드는 다른 여러 음악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항상 힙합의 태도를 지키고 있다. 그런 애티튜드만 있다면 장르는 내가 창의적으로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창모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중음악계의 스타로 거듭났다. ‘Meteor’와 미디어를 통해 그를 접한 이들도 많겠지만, 힙합 신에서 창모가 인지도를 다지는 데에는 < 돈 벌 시간 2 >와 그 수록곡 ‘마에스트로’가 지대한 밑거름이었다. 그 무렵을 회상하며 그는 “앞길이 안 보이던 시절 ‘마에스트로’는 내 최후의 한방 같은 노래였다”며 노래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가 불투명하던 시기에도 그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날 것의 메시지에서 오는 ‘리얼함’이 있었다.

그간의 미니 앨범 제목에 ‘돈’이 자주 언급되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를 덧붙였다. 그는 그것을 어린 시절의 생활 환경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유년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고향 ‘덕소’가 가지는 의미는 그에게 생각보다 큰 듯 보였다.

오늘날의 창모를 만든 데에는 < 돈 벌 시간 2 >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떻게 보면 ‘Meteor’보다 더 중요한 곡이 ‘마에스트로’와 ‘아름다워’가 아닐까.
‘아름다워’는 만들어 놓은 지 좀 됐었고, ‘마에스트로’는 앨범 작업하면서 급하게 쓴 곡이다. 좋은 음악이 나오려면 빡세게 살아야 한다고 그러던데, 그때가 음악을 하면서 제일 막막하던 때였다. ‘이걸 접어야 하나’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이왕 포기할 거면 마지막으로 좋은 곡을 하나 내보고 끝내자 싶은 마음으로 쓴 곡이다.

‘마에스트로’의 반응은 조금 느렸는데, 그 곡이 왜 통했다고 보나?
여러 가지가 작용한 것 같다. 그 당시에 사장님들이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서 나와 계약을 하다 보니 나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그때 내가 노렸던 건 사람들이 하던 ‘랩 문법’을 피해서 하는 거였다. 그때 힙합 신은 그야말로 ‘돈 자랑’의 시대였다. 그런데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의 돈 자랑이 아닌 근본 없는 돈 자랑의 나열이었다. (웃음) 그래서 ‘이런 건 안 되겠다.’ 생각했다. 내가 밑바닥에서 올라왔는데, 왜 이렇게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진실한 메시지를 담아서 보여준다면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흙수저’라 부르는 창모의 신분 상승 같은 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분명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계층이 나누어져 있다. 결코 올라갈 수 없는 장벽도 우리 세대 때부터 더 심해졌다. 어떻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계급 구조를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무렵 영국 밴드들에게 영감을 받기도 했는데, 오아시스도 자기를 ‘워킹 클래스‘라 부르고, 비틀스도 그랬다. 그런 것들이 나에게 단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간 발매한 음반 제목들에서도 알 수 있지만, ‘돈’ 이야기를 유독 많이 한다. 돈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것 같은데.
로버트 기요사키의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책이 있다. 내 인생을 바꾼 책 중 하나다. 그 책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재정적으로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본 한국 문화는 그랬다. 내 또래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도 어릴 때 아버지가 자주 돈 이야기 하시는 걸 보며 자랐다. 상황은 하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가업을 완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성공하고 난 후에는 부모님도 많이 기뻐하신다.

버클리 음대에 합격을 했는데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이렇게 뜨고 나서는 음악을 더 오래 하기 위해 꼭 버클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계획도 있는지.
뭘 배우려는 생각보다는 요즘이 협업의 시대이다 보니 음악을 만들 때 나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울타리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 걸 공부하고 싶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 곤조가 센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꾀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웃음)

만약 지금 버클리 음대를 다니고 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해본 적 있나?
해봤다. 지금처럼 못 됐을 거다. 그냥 그 나이 때 제때 대학 들어간, 그 나이 때 해야 할 것들을 했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릴 적 살았던 고향 ‘덕소’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주 작은 동네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다 이어져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친구를 잘 모르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가 내가 자주 가는 미용실 원장님의 아들이었다던가. (웃음) 그리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좋았던 건 관심사가 비슷했다. 옷 좋아하고 랩 좋아하고. 친근한 작은 커뮤니티, 공동체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곳이다.

학창 시절 밴드를 했다고 들었다. 밴드를 했을 때의 감성이 지금 창모의 음악과 연관이 있는지.
밴드에 들어갔을 때 충격을 받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들어갔는데, 피아노도 치고 했으니 여자애들에게 이름도 알릴 겸, 공연도 할 겸 그렇게 들어갔다. 당시 나는 힙합 키드여서 밴드 형들이 하는 연주가 신선했다. 그리고 그 무렵 서태지를 제대로 알게 됐다. 기타 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옛날 록 음악의 기타 리프들을 들으면서 멜로디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다. ‘힙합 비트 루프를 만들 때도 이런 멜로디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피아노, 밴드 두 가지를 경험하며 그러한 확신을 얻은 것 같다.

지금까지 만든 곡 중 대중들에게는 덜 알려졌는데, 나에게 자랑스러운 곡이 있다면?
달달한 노래다. < 닫는 순간 >에 수록된 ‘Interlude’. 2분짜리의 짧은 곡인데 그게 나의 감정도 잘 담겨 있고, 멜로디도 괜찮고, 노래의 독창성도 있다. 그래서 애정이 간다.

단순하게 ‘마에스트로’와 ‘Meteor’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마에스트로’. 이거는 나의 사소한 고민이었는데, ‘Meteor’의 발음이 완전 한국식이다. 그런데 적어도 훅에 나오는 영어 단어만큼은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 (웃음) 멋있어 보이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Meteor’는 유성, 별똥별이라는 뜻인데 분명 여기에도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 ‘Meteor’의 정확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박히게 된다’라는 뜻이다. 내가 사람들이 원하는 스타상은 아닐지라도, ‘너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내가 차트도 점령하고 너희 거리 주변에 다 나오게 해줄게’. 이런 승리의 표현이다.

창모는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래퍼이기도 하지만 프로듀서로서 다른 래퍼들을 지원하거나 그들에게 비트를 줘본 적이 거의 없다. 프로듀서 창모로서 다른 래퍼들을 키워보거나 발굴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있다면 작업해보고 싶은 래퍼는?
나는 내가 2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프로듀서로서 ‘래퍼 창모’에게 맞춰 그 사람을 프로듀싱 해 1위 가수로 만들었다. 이제 ‘창모 프로듀서’는 완성이 된 거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아티스트의 프로듀싱도 도전하려고 한다. 작업하고 싶은 래퍼는 어린 래퍼들. 왜냐하면 내 음악도 그 친구들이 들었을 때는 신선한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어린 친구들이 만족한다면, 내가 여전히 ‘Fresh’ 하다는 거 아닐까.

(인스타그램 질문) 현재 촬영 중인 < 고등래퍼 4 >에서 앞으로 회사를 만들어 사장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어떤 포부에서 한 말인지 궁금하다.
항상 뭔가를 이루려면, 미리 그 마인드로 살아야 한다는 게 나의 좌우명이다. 혼자 마음속으로 이미 사장 놀이를 하고 있다. 레이더에 있는 래퍼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회사가 낚아채 갈 수도 있으니 말하지는 않겠다. (웃음)

(트위터 질문) 래퍼가 꿈인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내가 앨범을 제대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반응도 얻을 때쯤에는 20대로서 삶을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와 가사를 쓸 수 있었고 그게 전달이 된 거다. 요즘에는 랩만을 잘하려고 랩 레슨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랩에서 중요한 것은 삶이고 그것을 담는 것이다. 래퍼가 되려면 막살든, 잘 살든 생각을 할 수 있게 일단 살아봐야 한다.

나를 음악인, 래퍼, 프로듀서로 만든 앨범이나 가수가 있다면.
카니예 웨스트의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다. 예술이라는 걸 그때 접했다. 그전에도 음악을 들었지만, 포괄적으로 비주얼, 음악, 퍼포먼스, 그리고 약간의 허세까지 모든 게 들어가 패키지화되어있다. ‘이게 예술이야’라는 걸 알려준 앨범이다.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의 < Yeezus >. (웃음) 투팍 노래 중에서는, ‘All about you’를 꼽겠다. 그 곡이 약간 지 펑크(G-Funk) 스타일의 말랑한 곡인데, 거기서 힙합 문법을 이해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가사를 보고 놀랐다. 노골적이면서도 그 나름의 달콤함이 있다.

인터뷰 : 임진모, 임동엽, 김성엽, 이홍현
정리 : 김성엽, 이홍현
사진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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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봄 ‘도레미파솔 (Feat. 창모)’ (2021)

평가: 1.5/5

경연 프로그램 < 퀸덤 >이 박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었다면 ‘봄’은 그 기세를 이어가는 축포였기에, ‘도레미파솔’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제목처럼 쉽고 간결한 멜로디 위에 어쿠스틱 기타를 살포시 얹은 사운드와 특유의 진하게 우려낸 보컬이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 목소리가 음악을 잡아먹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는 자칫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고, 강약 조절의 부재로 감정 표현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창모의 피처링 구간이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일 수도 있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 없이 흘러가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 박봄의 노래에는 많은 힘이 들어가 있고, 너무 힘을 뺀 래핑은 곡의 맛을 살리지 못하면서 결국 어그러진 합이다. 도레미파솔과 같은 간단한 음계처럼 과하지 않은 접근법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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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지젤(Jiselle) ‘LANGUAGE (Feat. 창모)’ (2021)

평가: 2.5/5

지젤의 강점은 음색이다. 맑고 부드러우면서 고혹적인 분위기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 매력은 자신의 목소리를 한 겹 더 입혀 화음을 만드는 후반부 후렴에서 증대된다. 멋지긴 하지만 ‘받지 마’, ‘Better this way’, ‘I can’t lie’ 등에서 해 왔던 방식이라서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

반주도 강하지 않고, 마지막 후렴 전까지 특별한 돌출 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창모의 래핑이 노래에 또렷한 요철 구간을 만든다. 낮게 읊조리다가 음을 확 높이는 도입부, “네 여자와는 요즘 어떠냔 Clique” 이 문장부터 시작하는 평범한 독백 톤과 싱잉 스타일의 교차 래핑이 ‘LANGUAGE’에 탄력을 주입해 준다.

듣는 이에게 멜로디가 가장 잘 기억될 파트는 단연 후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의 선율이 미국 R&B 그룹 블랙스트리트의 ‘Don’t leave me’ 후렴과 약간 비슷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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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가요 싱글

전대미문의 ‘거리두기’ 현실에서 음악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는 가운데 가요계도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결코 멈추는 일은 없었다. 언제나 그러했듯 대중가요는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선사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가요 싱글 10곡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오마이걸(OH MY GIRL) ‘Dolphin’

식상한 패턴을 비켜가면서도 트렌드를 붙잡으려 애쓴 음악적 성의가 끝내 형통했다. 댄스 퍼포먼스 혹은 비주얼의 개가, 화제성의 산물, 마케팅의 성과 등등을 들먹이기 전에 음악 정확히는 곡의 승리였다. 듣기에 따라 건조할 수도 있고 습할 수도 있는, 조금은 우기듯 기분 좋게 반복하는 ‘다 다 다..’ 리듬에 바로 이어지는 ‘또 물보라를 일으켜’까지의 대목은 2020년 가장 중독화에 성공한, 나른하지만 무감각을 찍어 누르는 매혹의 코러스다. 

짧지만 돌아가면서 부르는 멤버 모두의 수준급 보컬도 승리를 거들었다. 이 때문에 로맨틱한 가사가 살고 실종된 청순과 설렘이 복권된다. 노래에서 화자가 좋아하는 하트 상대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오마이걸 자신이 물보라를 일으키는 돌핀으로 팬들 마음에 새겨진다. 여성 팬이 찾고, 어른도 반응하고, 놀랍게도 헤비메탈 광이 호감을 내비친다. 고질적 성, 세대, 장르 분리의 유쾌한 은폐. 오마이걸에게 ‘걸 그룹의 걸 그룹’이란 수식을 제공해준 2020년의 러브 송! (임진모)


이날치 ‘범 내려온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올라온 영상이 시작이었다. 간결한 베이스가 도입부를 알리자 한복과 정장을 장착한 춤꾼들이 리듬에 맞춰 조금씩 전진하고, 그 위로 구수한 판소리가 힘차게 탑승한다. 다들 태연하게 제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분명 동서양의 문화가 한 데 뒤엉키는 혼란스러운 상황.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협업으로 탄생한 기상천외한 공존, ‘범 내려온다’ 속에는 조선시대 놀이판의 오색찬란한 광경이 다시금 호출되고 있었다.

아방가르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혹은 퓨전 국악을 지향한 씽씽과 불교음악을 다룬 대형 연주단 비빙과 같이, 이날치 역시 수많은 분야를 탐험해온 장영규의 잠시 스쳐 가는 연장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곡이 지닌 기세 속에는 최근 국악계의 진보적 흐름에 단순 동참하는 의의를 넘어, 도리어 앞장설 수 있을 만큼의 우수한 포용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역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원재료를 가지고도 젊은 세대를 스스로 들썩이게 만들지 않았는가. (장준환)


조정석 ‘아로하’ 

가수의 조건 중에서 사람들은 가창력에 비해 발성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지만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곡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전달도 애를 먹는다. 또 작사가에게도 미안하고. 배우 조정석은 초등학생이 듣고 받아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발음과 뚜렷한 발성을 구사한다. 이것만으로도 조정석의 ‘아로하’는 2020년에 가장 평가받아야 할 노래 중 하나다. 

가창력도 기대 이상이다. 이재훈과 유리가 부른 쿨의 원곡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부른 조정석은 남자와 여자의 키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또박또박한 가사를 통해 사랑스런 노랫말을 더욱 아름답게 격상시킨다. 배우로서 발음이 좋은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조정석은 ‘슬기롭게’ 잘 불렀고 듣는 사람들은 그 점을 충분히 ‘납득’한다. (소승근)


창모 ‘Meteor’

올해를 대표하는 가요 싱글들을 보고 한 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면 ‘Meteor’를 빼놓고 2020년을 논할 수 없다. 힙합이 팝이 된 시대에, 특히 ‘그’ 오디션에서가 아닌 자기의 힘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노래하는 이 래퍼에게 세상은 손을 들어줬다. 피아노 연주부터 비트 메이킹, 프로듀싱, 랩 스킬까지 탄탄한 실력을 겸비한 음악가에게 무시 못 할 히트곡까지 터졌으니 그 누가 의심하랴.

2019년 12월 하늘에서 떨어진 ‘Meteor’로 ‘마에스트로 (Maestro)’를 밀어내며 대표곡 자리를 갈아엎은 그는 피아노 치는 래퍼 대신 카니예 웨스트식 작법과 자전적 가사, 그리고 보컬 이펙트의 이상적인 조합으로 익숙한 새 개성을 손에 넣었다. ‘덕소의 아들’에서 ‘랩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덕분에 한 단계 발전해 ‘팝스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위치까지 올랐다. (임동엽)


아이유(IU) ‘에잇 (Prod. & Feat. SUGA of BTS)’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개성이 뚜렷한 두 명의 28살이 만났는데, 각자의 질감을 유지하다가 융합하기도 하면서 또 서로에게 새로운 시도였을 장르를 말끔히 소화한다. 거기에 여러 차례 곱씹게 되는 언어의 힘까지. 시원하게 뻗어 나아가 카타르시스에 닿는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와 달리 오직 기억 속에 머물러있는 노랫말은 너무나도 시리기에, 어느새 우리도 ‘한 뼘짜리 추억’을 함께 거닐고 있다.     

지극히 본인의 이야기임에도 저마다 가슴 깊이 눌러 담았던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을 떠오르게 한다. 들춰내는 것도 아니고 헤집어 놓는 것도 아닌, 슬그머니 ‘서로를 베고 누워’ 그리움을 어루만진다. 아이유는 스물여덟의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을 고백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웠던 2020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그야말로 ‘올해의 힐링 곡’. (임선희)    


가호 ‘시작’ 

긍정적인 힘이 필요한 한해였다. 코로나 19시대에 갇혀 움츠러든 대중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시작이란 단어는 잊혀가는 일상 중 하나였다. < 이태원 클라쓰 >로 발현된 화제성이지만, 올해 2월 발매된 가호의 ‘시작’이 드라마가 종영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 곁에 머물며 시대와 호흡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희망을 원했고, 그곳에서 위로를 찾았다.

무엇보다 순수하다. 밝은 내일이라는 목표가 직선적인 록 사운드로 표현된 곡은 ‘워’와 같은 추임새 등 영상 음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리며 새 출발의 설렘을 담아내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청자에 다가선다. 사람의 체온과 닮은 ‘시작’의 온도에 무명 가수의 목소리는 서서히 퍼져나가며 멜론 차트 1위, 소리바다 어워즈 OST 부문 수상 등 확실한 기록 또한 남겼다. 특정한 지지층 없이 음악으로만 이뤄낸 의미 있는 결과다. 너무 뜨겁지 않게. 하지만 따뜻하게 2020년을 감싸 안았다. (손기호)


DAY6(데이식스) ‘Zombie’

반복되는 일상 속 무력해진 자신을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좀비에 빗댄다. 괜찮다는 위로나, 애써 고통의 실타래를 벗어나라는 긍정의 메시지도 없다. 데이식스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 The Book of Us : The Demon >의 타이틀곡 ‘Zombie’는 밴드의 작품 중 가장 어둡고 비관적이다. 벌스(Verse)와 후렴의 멜로디를 일치시킨 간소한 구성이 자연스럽게 보컬에 귀 기울이게 하고, 영케이와 원필이 직접 쓴 노랫말의 음울한 정서를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마음을 찢어놓는다.

뒤숭숭한 한 해였다.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에 사람들은 고립됐고, 설상가상으로 국내에는 태풍의 악재까지 겹치며 일상을 빼앗겼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들을 흘려보내며 몸도 마음도 지쳐간 이들이 많았을 터. 이 노래가 그 시대성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Zombie’는 묘하게 그런 시대의 모습과 맞아떨어지며 어두운 시기를 걷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나은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이홍현)


지코 ‘아무노래’ 

이 노래의 히트는, 이미 영미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챌린지’ 프로모션이 국내에도 정착했음을 알린 사건이었다. 초반 30초에 모든 곡의 매력을 집대성하고, 여기에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장착. 다양한 분야의 셀럽을 참여 시켜 진행한 SNS 홍보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트렌드를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체화한 지코 본인의 프로듀싱 역량.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그루브한 싱잉-랩, 비트 위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보사노바의 기운, 구성을 완벽히 다르게 가져가며 곡에 몰입을 유도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 등. 남들이 조금씩 흉내만 낼 때, 그는 본인의 음악적 매력을 적확하게 녹여내며 승기를 잡았다.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음악적 역량이 빚어낸 전략이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그 예제, 지코가 확실히 보여준 셈. (황선업)


조광일 ‘곡예사’ 

이해되는 광기, 소화되는 분노다. 빽빽하다 못해 뾰족하게 쏟아지는 속사포 래핑과 열에 받쳐 토해내는 서사들은 흐트러짐이 없다. 더하여 확실하게 들리는 발음은 더욱 강한 주목 및 집중을 끌어낸다. 2019년의 끝에 발매한 싱글 ‘Grow back’을 출발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조광일은 올해 이 노래를 통해 확실한 자국을 남겼다.

자신을 줄을 타는 곡예사에 비유한다. 아니 그보단 아찔한 줄타기처럼 짜릿한 랩을 탄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시작과 동시에 정신을 쏙 빼놓는 그의 소리침은 어디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감과 거친 포부로 읽힌다. 랩 스킬, 데뷔를 각인시킬 가사, 호흡. 무엇하나 빠짐없이 날카롭다. 튕기듯 쏘아내는 랩과 그 안에 담긴 생생한 래퍼로서의 자신감. 돋보이는 신예다. (박수진)  


블랙핑크(BLACKPINK) ‘Lovesick Girls’ 

블랙핑크는 케이팝 스타에서 팝 스타가 되어가는 올바른 선례를 보여줬다.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 함께한 ‘Ice cream’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3위에 데뷔했고, 세계적인 팝 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ga), 카디 비(Cardi B)와의 작업으로 팝 시장을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단계를 거듭하는 전술 끝에 < The Album >이 빌보드 앨범차트 2위의 쾌거를 이루며 인기의 정점을 증명했다.

‘Lovesick girls’는 팝스타의 위치를 선점하면서도 케이팝의 보존을 꾀하기에 더욱 의미 있다. 2000년대 미국의 틴 팝(teen pop)을 떠오르게 하는 에너제틱한 청량함과, 블랙핑크 특유의 마이너한 색깔을 적절히 배합한다. 여기에 케이팝의 성질을 주조하는 직관적인 신시사이저 리프와 촘촘하게 짜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짜릿한 쾌감의 원천! 비로소 국내외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다. (조지현)


IZM 2020 연말 결산 페이지

IZM 2020 올해의 팝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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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모(CHANGMO) ‘광장동에서’ (2020)

평가: 3/5

2019년 말 공개한 ‘Meteor’로 최고의 일 년을 보낸 창모가 과거 회상의 신곡을 발표했다. 노래는 ‘덕소’를 떠나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던 ‘광장동에서’의 2016년과 피아노 치며 랩을 하던 ‘마에스트로 (Maestro)’, 그리고 앰비션 뮤직에 입성한 힙합 키드를 추억한다. 사랑이 담긴 가사에 감성적인 음악과 음향 효과는 옛 기억을 더욱더 따뜻하게 만들고, 이는 순탄치만은 않았던 그의 음악 인생 제1막이 성공리에 마무리했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