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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노프(jeebanoff) ‘I mean I mean’ (2021)

평가: 2.5/5

이별 휴우증을 남몰래 읊조리듯 자기 고백적 노래를 속삭이던 지바노프. < Talking Book >에서 두텁게 깔린 사운드 뒤에 서서 차분히 이야기를 펼쳤던 그가 이전과 꽤 다른 분위기의 곡을 선보인다. 여름을 겨냥한 신보는 한층 가벼운 옷을 걸쳤다.

시원함을 머금은 베이스 위 경쾌하게 두드리는 신시사이저 패드와 드럼이 무게감을 덜고 보컬이 치고 나와 앞장선다. 그가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지만 팝에 가까운 사운드와 내지르는 보컬이 데이식스의 것이 떠오르기에 신선하지 않고 이를 배제하더라도 계절감을 담아낸 정도에 머무른다. 3분이 안 되는 길이에다 끝맺음이 흐지부지하여 개운하지 않은 것 또한 아쉬울 따름. 부담감은 없으나 인상적이지도 않은, 딱 쉬어가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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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노프(jeebanoff) ‘GOOD THING.’ (2019)

평가: 3/5

감미로운 미성의 아티스트, 지바노프(jeebanoff)는 픽셀 아트로 꾸며진 네 장의 EP를 통해 독특한 세계관을 설립하여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도달한 정규 음반 < Good Thing. >은 정규라는 타이틀을 내건 채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이자, 그간 선보인 다형의 규격들을 재점검하고 결산하는 과정이다.

전작으로 충분히 검증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은 욕심내지 않는다. 목적은 증명보다는 완성이다. 가볍고 밝은 사운드로 골격을 만든 뒤, 비슷한 기조의 순서로 곡을 맞춰가며 접근성과 일관성을 잡는 데 집중한다. 존재감을 강하게 피력하는 < So Fed Up >의 몽환경보다, 경량의 신시사이저를 주력 삼은 < Karma >와 < For the Few. >의 쉬운 팝 사운드가 주재료로 채택된 것도 그 이유다.

건반 사이를 가뿐히 오가는 ‘종이인형’과 청량한 물방울 효과음의 ‘너와 같이’가 산뜻한 시작을 알린다. 간단한 트랩 비트에 부드러운 음색을 자연스레 스민 두 곡은 앨범의 성향을 대변하는 환영 메시지다. ‘좋아’와 ‘Come along with me’, ‘Callin” 또한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목소리를 악기의 일부처럼 사용하며 은은한 인상을 담아낸 위 곡들은 앨범 사이사이에 포진되어 트랙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뚜렷한 테마와 개성을 강하게 드러나던 전작에 비하면 그 심도는 절반 정도만 구현된 모습을 보인다. 장벽은 낮아졌으나 자태는 모호해졌고, 앨범은 밝은 면만을 유지하려 하니 조금은 어색한 연출을 선택하기도 한다. ‘검은 구름’의 경우가 그 예시다. 가사와 기타 선율로 천천히 쌓아 올린 오묘한 감정선은 후반부에 투입되는 경쾌한 브라스 솔로로 인해 유쾌한 이미지로 덮여 버린다.

< Good Thing. >은 개별의 퍼즐 조각보다 퍼즐을 맞춘 완성본이 진가를 발휘하는 작품이다. 정규로서의 농도는 조금 묽지만, 가장 대중적인 결과물이자 지금껏 구사한 스타일을 모두 녹여낸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그의 심층적이고 고혹적인 내면인 < So Fed Up >에 다가가기에 앞서 역순으로 가장 먼저 밟기 좋은 레드 카펫이다.

– 수록곡 –
1. 종이인형 
2. Good Thing
3. 너와 같이 
4. 좋아
5. Come along with me 
6. 나쁜 아이
7. Callin’
8. 검은 구름
9. Guilty
10. 적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