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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Jimin) ‘Like crazy’ (2023)

평가: 3/5

감각적인 조성이다. 파문이 이는 듯 잔잔히 일렁이는 피독의 비트, 그리고 아련함을 남기는 지민의 여린 가성이 잰 듯이 겹쳐진다. 작품의 모태가 된 영화 < 라이크 크레이지 >를 위시해 자체 제작한 내레이션 역시 실험적 요소임에도 금세 작풍과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피 땀 눈물’, ‘Save me’ 등 여러 BTS의 곡에서 이미 입증된 도입부 연출이 빛을 발했다.

곧바로 배치되는 신스팝 구간이 독특한 이유다. 1980년대식 영롱한 신시사이저와 리듬 라인이 차례로 등장하고 여러 악기가 부유하듯 층위를 쌓으며 흥을 돋운다. 다소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이긴 하나 보컬의 감정선과 사운드 간 잔향을 유지하여 ‘공허함’이라는 테마를 견지했다는 점이 유효하다. 대중성을 고려한 첫 개인 음반의 타이틀로도, 지민이라는 가수의 특색을 피력하기에도 여러모로 적소의 환경을 마련했다.

곡 자체만 본다면 좋은 시작점이다. 선공개곡 ‘Set me free pt.2’에 비해 음색과 무게감의 밸런스를 부드럽게 조율한 덕에 향후 활동에 담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명했다. 자칫 성적과 지표에 놓치기 쉬운, 음악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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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지민의 빌보드 정상 데뷔, 그 숨겨진 의미

2023년 4월 8일 자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의 정상에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이름을 올렸다. 신곡 ‘Like crazy’가 발매 첫 주에 1위로 데뷔한 것이다. 팬들의 축하 속에 지민은 위버스 플랫폼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소감을 나눴고, 이후 여러 언론이 K팝 솔로 아티스트 최초의 기록이라며 대서특필에 나섰다.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휴식 선언 이후 진, RM, 제이홉 등 여러 멤버가 솔로 작업물을 발표했으나 그중에서 정상을 꿰찬 것은 지민이 최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많이 달라진다.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 ‘Like crazy’의 미국 내 재생 횟수는 그가 빌보드에서 제친 마일리 사이러스, 모건 월렌, 시저(SZA)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3월 24일 발매 후 사흘 동안은 차트에서 6위-5위-9위로 선방하는 듯 보였으나 이 또한 눈속임이었다. 영어 버전과 한글 버전의 수치가 분리되지 않고 합산된 것. 실제로 두 버전이 나뉘어 계산되자 순위는 곧바로 50위 밑으로 내려가며 곤두박질쳤다. 4월 8일 자 차트에 반영되는 스포티파이의 3월 24일부터 30일까지의 주간 차트에서 영어 버전은 297만 건으로 83위를, 한국어 버전은 267만 건으로 103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 애플 뮤직에서 ‘Like crazy’는 아예 100위 내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빌보드 차트의 공식 기사에 따르면 2위와 3위를 차지한 마일리 사이러스와 모건 월렌의 전 플랫폼 합산 스트리밍은 각각 2,290만 회, 3,580만 회를 기록했다. 같은 집계 기간 동안 지민은 1,000만 회에 불과했다.

2022년 미국 음반 산업 협회인 RIAA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음악 서비스 이용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스트리밍으로 그 점유율은 무려 84퍼센트다. 어떻게 스트리밍에서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한 ‘Like crazy’가 싱글 차트 1위로 데뷔할 수 있었을까? 답은 3퍼센트를 차지하는 디지털 다운로드, 11퍼센트를 차지하는 실물 음반에 있다.

현재 Hot 100 차트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셋이다. 첫 번째는 당연히 스트리밍이고 두 번째는 라디오 에어플레이, 세 번째는 음원 및 음반 구매다. 흔히 말하는 MP3 파일 또는 CD나 바이닐 등 실물 싱글 음반을 포함한다. ‘Like crazy’의 경우 발매 후 일주일 동안 25만 4천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마일리 사이러스의 ‘Flowers’와 모건 월렌의 ‘Last night’이 약 만 건의 판매량을 올린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숫자다.

이 수치는 팬들의 조직적인 구매, 이른바 ‘총공’ 문화의 결과다. 물론 지민의 경우 실물 음반의 판매도 있었으나 핵심은 디지털 다운로드에 있다. 빌보드 Hot 100 차트는 집계에 있어서 아이튠즈나 아마존 등 기존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 외에도 가수 별 공식 사이트와 같은 경로를 반영한다. 꾸준한 논란으로 인해 개인당 구매 횟수를 4회에서 1회로 제한했으나 계정 생성에는 제한이 없어 여건만 된다면 원하는 대로 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합산되어 반영되는 리믹스까지 여러 곡 존재하니 그 가짓수는 더 늘어난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팬덤의 자발적인 구매가 무엇이 잘못이냐는 논리다. 다른 예시도 있다. 저스틴 비버의 경우 2020년 ‘Yummy’를 차트 1위에 올리기 위해 싱글 음반 판매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며, 니키 미나즈는 식스나인(6ix9ine)과의 콜라보레이션 트랙 ‘Trollz’를 실물 음반과 4종의 음원 다운로드에 힘입어 정상에 놓았다. 테일러 스위프트 또한 2021년에는 ‘Willow’와 여러 리믹스를 0.39달러까지 할인했고, 2022년 ‘Anti-hero’ 또한 여러 종의 리믹스를 발표하며 드레이크의 1위를 방어해 신경전을 벌인 적 있다. < Midnights >의 발매 직후 탑텐 장악을 위해 싱글 외 여타 수록곡을 개별 다운로드로 공식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2~3위를 다투는 과정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함이었지, 지민의 경우처럼 현저하게 낮은 스트리밍 수치를 판매량만으로 메꾸는 식은 아니었다.

‘Like crazy’가 유독 문제인 이유는 ‘총공’ 수단이 순수 구매를 넘어 모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K팝 팬덤이 주로 집결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위터를 보면 차트 반영을 위해 음원 다운로드 비용을 세계 곳곳의 BTS 팬덤인 아미가 후원했음을 볼 수 있다. 미국 내 IP 주소로 구매해야 Hot 100 차트에 반영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어디까지나 미국 로컬 현상을 반영하는 빌보드에 이런 손길이 미치는 현상은 기괴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Dynamite’로 1위를 기록한 이후부터 ‘Life goes on’, ‘Butter’, ‘Permission to dance’ 등은 모두 전체 차트 반영 비율에서 음원 구매가 절반 이상을 이뤘다. 제일 황당했던 순간은 2021년 6월이었다. 계속되는 음원 총공으로 7주간 1위를 달리던 ‘Butter’가 순식간에 7위로 내려앉고 ‘Permission to dance’가 1위로 데뷔한 것이다. 그다음 주 차트에서는 두 곡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즉 팬덤의 모금 움직임에 따라서 순위가 마음대로 정해진 현상이다. 앞서 말했던 음원 구매 횟수 4회 제한이 1회로 깎인 것도 방탄소년단의 영향이 크다.

당연히 해외 여론은 좋지 않다. 제이슨 데룰로나 콜드플레이가 콜라보레이션 곡으로 마찬가지로 정상을 찍었을 때도 해외에서는 아미의 화력을 이용한 수법이라는 얘기가 빗발쳤다. 릴 나스 엑스의 ‘Industry baby’가 2위로 데뷔했을 당시 빌보드 지의 부편집장은 아미의 음원 구매 운동이 중단되지 않는 한 다른 곡이 1위로 올라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반응이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빌보드 측에서 이런 상황에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유는 K팝 팬덤 문화를 현재의 거대한 하위문화 이상으로 키우려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제작자이자 회사 하이브를 이끄는 방시혁 의장의 의견도 비슷해 보인다. 방시혁 의장은 3월 15일 관훈포럼에서 세계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과 비교했을 때 K팝의 매출 비율이 낮은 통계를 들어 ‘K팝 위기론’을 주장한 바 있다. SM, YG, JYP에 하이브까지 포함해 일명 4대 기획사의 매출이 전체 시장에서 6~7위에 달하는 것을 보면 절대 작지 않은 시장이나, 주류 문화를 꿈꾸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으로 K팝의 하위문화 탈출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비영어 작품에 관대하지 않은 미국 시장과 여전히 존재하는 아시아계 인종차별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K팝 팬덤의 이러한 움직임이 주류 진입에 있어 장벽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음반 사이트에 어느 순간부터 범람하게 된 ‘빌보드 차트 반영’ 문구가 이를 함축한다. 순수한 음악의 힘을 믿지 못하고 인정욕구에 시달리는 거대 팬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비단 방탄소년단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아이돌 그룹도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여러 원인이 겹쳐 보인다. 숫자와 성과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폐해와 영미권에 대한 선망 및 사대주의, 그리고 이른바 ‘국뽕’ 심리가 한데 모여 만들어진 참극일 것이다. 작년을 들쑤셨던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 논란도 이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주축이 팬덤이라지만 소위 ‘덤핑’이라 불리는 음원 반값 할인을 실시하며 이를 은연중에 방관 내지 유도하고 있는 회사와 아티스트에게도 책임의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아미 내의 개인 팬 간 갈등을 비롯한 여러 논란에 힘입어 지민의 1위 전략에 대한 비판이 점차 새어나오는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 언론은 추켜세우기에 바쁘고 대부분의 팬덤은 쉬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위기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미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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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Butter’ (2021)

평가: 3/5

지난해 ‘Dynamite’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3번이나 차지한 이들이 새 싱글 ‘Butter’로 또 한 번 칼을 갈았다. 외수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은 영어로 적은 가사에서 한번, 걸릴 것 없이 안전한 멜로디에서 또 한 번 드러난다. ‘Dynamite’와 같이 펑키함을 살리고 선명한 선율로 모든 연령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접근을 취해 누구나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팬데믹 상황을 잊게 할 에너지 넘치는 썸머 송이란 설명처럼 노래는 그야말로 경쾌하고 그야말로 청량하다. 간결한 드럼 비트로 문을 열어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과 쉭(chic)의 ‘Good times’를 연상케 하는 베이스라인을 얹고 사이사이 신시사이저를 짙게 채색해 즐기기 좋은 멜로디를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 ‘Man in the mirror’, 등의 가사를 조금씩 비틀어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가사의 맛을 살린 접근은 또 어떤가. 살짝 감춰둔 재치 있는 은유는 명백히 해외 시장을, 나아가 윗세대 어른들의 취향까지 노린다.

뮤직비디오를 공개함과 동시에 390만 명의 유튜브 최다 동시 접속자를 만들어내고 24시간 만에 이룬 1억 820만이란 누적 조회 수는 이들의 전략이 이번에도 세계를 호령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기세 좋은 성과가 균열 없이 안전한,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 속에서 쓰였음은 노래를 해석하는데 한 면에서의 제동을 건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밝고 맑은 소재로 그려낸 긍정적인 치얼 업 송. 이들의 군더더기 없는 퍼포먼스가 곡의 가치를 풍부하게 살린 것은 맞지만 보편타당함을 지향하는 지금의 방향이 어딘가 노래의 힘이 풀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