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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무비즘] 주디

코로나 기세가 조금씩 저물자 삭막했던 극장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구촌 곳곳에는 흥미로운 작품 소식들이 당차게 고개를 내미는 추세다. 이러한 스크린 흐름에 발맞춰 IZM이 무비(Movie)와 이즘(IZM)을 합한 특집 ‘무비즘’을 준비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의 명예를 재건하고 이름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매주 각 필자들이 음악가를 소재로 한 음악 영화를 선정해 소개한다. 여덟 번째는 너무 일찍 ‘Over the rainbow’로 떠난 주디 갈란드의 전기 영화 < 주디 >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주디 갈란드를 사랑한다. 한없이 나약하고 한없이 강렬한 삶을 살다 떠난 주디 갈란드. 영화 < 주디 >는 47살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뜬 그의 마지막 1년을 다룬다. 5번의 결혼과 4번의 이혼. 뮤지컬 영화 < 오즈의 마법사 >의 ‘도로시’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이면 가해진 소속사의 착취는 오랜 세월 주디의 발목을 잡았다. < 주디 >는 위태롭지만 강해 지려했던, 삶을 버텨내고자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1. 스타 탄생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즈의 나라로 날아간 소녀 도로시. 1939년 전 세계에 선풍적 인기를 끈 < 오즈의 마법사 >는 주디 갈라드를 만인의 ‘이웃집 소녀’로 위치시킨다. 영화 속 도로시는 특유의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했지만 현실의 ‘도로시’는 반대의 상황에 살았다.

영화의 시작이 묘사하듯, 당시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과 강압적인 소속사(MGM)의 요구 아래 혹사당했다. 17살의 나이에 수면제와 각종 약물, 하루 80개비 이상의 담배에 손을 댄 것 역시 ‘어른들’의 계략 때문이었다. 마름을 강요 받고 외모 지적 및 비하 속 살던 어린 시절은 성인이 된 주디의 삶을 계속해서 뒤흔든다.

작품은 바로 그 어린시절과 1969년 생을 마감하기 직전의 어른이 된 주디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즉, 소속사에서 방출되다시피 벗어난 뒤 1954년 자력으로 다시 한번 정산에 선 영화 < 스타 탄생 > 시절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희’보다 ‘비’에 주목했다. 

#2. 무대

‘비’를 내세웠지만 작품에는 슬픔 이상의 감정이 번진다. 우여곡절 끝에 생애 마지막 런던 투어 길에 오른 그는 첫 번째 무대를 끝내고 말한다.

“다음엔 못 해내면 어쩌지”

무대에 오르기 전 항상 불안함과 두려움을 토했다. 마이크를 잡으면 변한다. 주디 갈란드로 분한 르네 젤위거는 영화 속 모든 무대를 직접 라이브로 소화했다. 그 덕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공연 장면은 생생하고 활기 넘치고 무엇보다 ‘희로애락’을 압축해 전달한다.

어린 시절 열연한 또 다른 뮤지컬 영화 < 세인트 루인스에서 만나요 >의 히트곡 ‘The Trolley Song’에서는 앙증맞은 춤사위를 뽐내고, 처연한 슬픔을 머금고 부르는 ‘Get Happy’는 행복에 닻을 내리지 못한 주디의 삶과 대비되며 마음을 울린다.

큰 장소의 변화 없이 무대, 그리고 런던 투어 중 머물던 호텔이 영화 속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사이를 채우는 몇 차례의 공연은 주디의 삶을 집약해 확대한다. 무대 위의 그는 강하고 약했으며 청중을 휘어잡는 동시에 휘청거리며 존재했다.

#3. 희망 : 무지개 너머 어딘가

아이들을 양육할 경비와 파산 수준에 다다른 재정을 살피기 위해 선택한 런던 투어. 영화의 말미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간다. 약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무대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주디 갈란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공연의 마지막 날, 그는 위태롭던 정신을 부여잡고 무대에 오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른 노래는 ’Over the rainbow’였다. 그는 곡을 ‘희망에 관한 노래’라고 소개한다.

“뭔가가 이뤄지는 노래는 아니에요. 늘 꿈꾸던 어떤 곳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얘기죠. 어쩌면 그렇게 걸어가는 게 우리 매일의 삶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걸어가는 게 결국은 전부죠.”

무대 위의 주디는 언제나 찬란하게 빛났다. 받은 사랑 이상의 굴곡진 인생을 살았지만 작품은 그럼에도 그가 피워낸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여오고 맞서 싸운 강한 흔적들을 꺼내 삶을 다시 썼다. 절망 끝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뮤지션 주디 갈란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Over the rainbow’가 회자하는 한 주디가 전한 감동의 음악들 역시 계속 살아 찬란한 희망을 전한다. 주디 갈란드를 잊을 수 없다.

– 영화에 사용된 음악 목록 –
1. By myself
2. Get happy (duet with Sam Smith)
3. For once in my life
4. Zing went the strings
5. You made me love you
6. Talk of the town
7. Come rain or come shine
8.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duet with Rufus Wainwright)
9. The trolley song
10. The man that got away
11. San Francisco
12. Over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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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Woman

Over the rainbow 절망의 끝에 선 희망 : 주디 갈란드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가수 헬렌 레디는 1972년 여성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곡 ‘I am woma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과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거머쥐었다. 50 여년 전 여권 신장을 노래한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 음악에서 핵심이 된 ‘허스토리(Herstory)’를 상징한다. 대중음악계 여성의 발자취를 짚어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다.

인적 드문 극장가에 지난 3월 25일 영화 한 편이 조용히 개봉했다. 우리에게 ‘Over the rainbow’라는 명곡으로 친숙한 주디 갈란드, 그의 일대기를 담은 < 주디 >다. 외롭게 분투하지만 항해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주디 갈란드의 생애 마지막 투어 콘서트를 그린 극이 관객들의 잇단 호응을 불러내고 있다. 이에 맞춰 그의 삶의 궤적을 좇아본다.

성공과 불행의 시작 < 오즈의 마법사 >(1939)
배우 겸 가수인 주디 갈란드의 성공 스토리는 < 오즈의 마법사 >에서 시작된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즈의 나라로 날아가게 된 소녀 도로시의 여행담을 담은 극은 뮤지컬 형식과 상상력 풍부한 서사로 당시 큰 사랑을 받는다. 작품의 전면에 섰던 주인공 주디 갈란드의 인기 역시 엄청났는데 영화의 중심 곡 ‘Over the rainbow’로 그해 아카데미 베스트 오리지널 송 부문에서 수상하는가 하면 이후 15년간 24개 이상의 영화를 찍으며 대중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그의 나이 17살 때의 일이다. 성공의 단맛은 불행의 씨앗을 낳았다. 작품의 반응이 뜨거워질수록 소속사 MGM의 핍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서서히 자리 잡고 있던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 몇몇 아역 배우들이 그와 함께 세상에 나왔고 그들에 비해 통통하고 그들의 미적 기준에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했던 주디 갈란드는 MGM에 의해 수면제와 각성제를 번갈아 복용하게 된다. < 주디 >에서 그려지듯 엄격한 식단 관리가 뒤따랐으며 식욕 억제를 위해 어린 그에게 하루 담배 80개피를 강요한 사실은 그의 회고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위태롭지만 강한 홀로 서기 < 스타 탄생 >(1954)
1935년 시작된 MGM과의 계약은 1950년이 되서야 끝이 난다. 제작사가 그를 놓아준 건 그가 극심한 약물 중독과 불면증, 외모 콤플렉스 등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후의 일이었다. 잠시 할리우드를 떠나있던 그는 1954년 얼마 전 레이디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열연한 < 스타 이즈 본 >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 스타 탄생 >으로 복귀한다. 1937년 원작을 다듬은 극을 통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성과를 얻어낸 그는 그간의 우려를 씻고 다시금 자신의 스타성을 공고히 다진다.

상승세는 1961년 카네기홀을 꽉 채운 공연으로 이어진다. 이때 공연 실황을 < Judy at Carnegie hall >이란 라이브 음반으로 묶어 발표했고 실력을 또 한 차례 인정받았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그래미 어워드의 중요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상’ 또한 거머쥔다. 여성 최초 수상이었다.

연이은 호재 속 주디 갈란드의 삶은 더욱 망가져갔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많은 빚을 졌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한 5번의 결혼이 끝내 그에게 남긴 건 4번의 이혼뿐이었다. 그의 자살 시도는 잊힐만하면 매스컴을 달구는 토픽이 되어간다.

다시 영화로 < 주디 >(2019)
그런 그의 일대기가 2019년 영화 < 주디 >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개봉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는 2019년 빛을 발한 이 영화는 나름의 역사적 함의를 지닌다. 2019년은 주디 갈란드의 사망 50주기가 되는 해이고 동시에 그를 바깥으로 쏘아올린 영화 < 오즈의 마법사 > 개봉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이 극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는 찬란하게 빛나는 무대 위의 주디 갈란드에 주목한다. 제도권의 폐단, 사회의 억압된 굴레에 삶의 많은 것을 짓눌린 채 끝내 그 무게를 짊어지고 위태롭게 살아간 한 여성의 고된 일대기가 아니다. 작품은 그럼에도 그가 피어낸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여오고 그가 맞서 싸운 작지만 강한 흔적들을 꺼내 그의 삶에 새로운 항력을 끌어온다.

늘 무대를 두려워했지만 그곳에 오르면 언제나 대중을 휘어잡던 한 여성 뮤지션의 이야기. 불안하게 걷고 도망치기만 하던 그가 처음, 스스로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는 희망에 관한 곡이라며 ‘Over the rainbow’를 열창한다.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는 여기서 주디 갈란드의 주체할 수 없는 노래를 향한 열망을 본다.

절망 끝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뮤지션 주디 갈란드. 47살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떴지만 그는 끝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저항하며 노래했다. 그의 삶을 다시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