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크러쉬(Crush) ‘Rush hour’ (Feat. 제이홉) (2022)

평가: 4/5

굳이 여기서 주류의 한 축이 된 뉴트로와 펑크(Funk) 리바이벌의 흐름, 혹은 현 세대의 새로운 음악 수급처로 부각받은 틱톡 챌린지 등의 뻔한 설명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복귀의 중간 점검을 알리는 신호탄 ‘Rush hour’는 오히려 그 영감의 모태가 되는 수많은 오마주나 발 빠른 유행 포착, 호화 피처링, 신세대적 마케팅 같은 부차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때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격한 표현에 오해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시 말해, 이 곡의 장점은 여러 배경지식을 압도하는, 일관된 ‘직관성’에 있다. 진득한 베이스 사이를 가벼이 휘젓는 드럼과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브라스 사운드는 풍성한 세션의 결과지만 결코 과하지 않고 유려하다. 경쾌한 편곡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거친 크러쉬의 보컬 스타일과, 이에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알찬 호흡을 펼친 제이홉의 퍼포먼스 역시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마치 음악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어떠한 적정선을 유지하며 안정된 줄타기를 이어가는듯 하다.

그 결과 어느 누구에게라도 거부반응이 없을 만큼, 쉽고 명료하며 몰입적인 히트 넘버가 탄생했다. 후광에서 불과 2년 전 비슷한 포맷으로 차트를 휩쓸었던 지코의 ‘아무노래’ 신드롬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그의 외침대로 빽빽하게 도로를 점거한 러시아워 만큼이나 이제는 ‘크러시의 시간(C-rush hour)’으로 붐빌 차례가 아닐는지.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제이홉(J-Hope) ‘More’ (2022)

평가: 3/5

그룹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중요했을 시기에 용기 있게 내디딘 발걸음이다.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그루브의 비트와 파괴적인 그런지 사운드가 앙상블을 이루는 ‘More’는 그룹의 기존 이미지를 답습하거나 팀의 다른 멤버와 장점을 경쟁하는 대신 제이홉만의 새로운 매력에 집중한다. 이렇게 확고한 목표에 시선을 고정하여 선율감이 부족한 코러스, 다소 전형적인 래핑 등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몰입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악의 콘셉트가 억눌린 욕망으로 인한 자기 분열을 암시하지만 통제권을 얻어낸 개인이 굳건하게 서있는 결말이라 비극적이지 않다. 외려 순수한 창작 욕구를 드러내는 파트가 도드라지며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이 있을 미래를 도모한다. 한편 얼마간의 아까움이 느껴지는 그래미 언급 파트는 덜어내도 되었을 부분이다. 창작을 향한 열망이 있다면 그 상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차피 제대로 된 길 위에 있다.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방탄소년단(BTS) ‘Butter’ (2021)

평가: 3/5

지난해 ‘Dynamite’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3번이나 차지한 이들이 새 싱글 ‘Butter’로 또 한 번 칼을 갈았다. 외수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은 영어로 적은 가사에서 한번, 걸릴 것 없이 안전한 멜로디에서 또 한 번 드러난다. ‘Dynamite’와 같이 펑키함을 살리고 선명한 선율로 모든 연령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접근을 취해 누구나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팬데믹 상황을 잊게 할 에너지 넘치는 썸머 송이란 설명처럼 노래는 그야말로 경쾌하고 그야말로 청량하다. 간결한 드럼 비트로 문을 열어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과 쉭(chic)의 ‘Good times’를 연상케 하는 베이스라인을 얹고 사이사이 신시사이저를 짙게 채색해 즐기기 좋은 멜로디를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 ‘Man in the mirror’, 등의 가사를 조금씩 비틀어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가사의 맛을 살린 접근은 또 어떤가. 살짝 감춰둔 재치 있는 은유는 명백히 해외 시장을, 나아가 윗세대 어른들의 취향까지 노린다.

뮤직비디오를 공개함과 동시에 390만 명의 유튜브 최다 동시 접속자를 만들어내고 24시간 만에 이룬 1억 820만이란 누적 조회 수는 이들의 전략이 이번에도 세계를 호령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기세 좋은 성과가 균열 없이 안전한,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 속에서 쓰였음은 노래를 해석하는데 한 면에서의 제동을 건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밝고 맑은 소재로 그려낸 긍정적인 치얼 업 송. 이들의 군더더기 없는 퍼포먼스가 곡의 가치를 풍부하게 살린 것은 맞지만 보편타당함을 지향하는 지금의 방향이 어딘가 노래의 힘이 풀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