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락의 음악에는 사람이 있다. 분명 우리가 듣는 것은 가공을 거쳐 하나의 파형으로 결합된 음원일 테지만, 합주 가운데 가볍게 오가는 익살스러운 애드리브나 배후에서 잔잔하게 목소리를 포개는 신예 정우의 피처링에는 여러 명의 향취와 형상, 그리고 농담이 오가는 작업실 현장과 소무대의 복작복작한 광경이 피사체처럼 담긴다. ‘경록절’ 행사 등으로 인디 신의 교류를 지켜온 캡틴락의 행보는 유대를 낳았다. 낭만이라는 명목하에 순수한 호의로 모인 이들은 고독의 키워드를 가진 코로나 시즌에 대적하는 조화의 장을 만든다.
투박한 리듬 패턴의 어쿠스틱 기타가 무성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재치를 부각하되 기승전결의 개요를 따르는 구성은 찰리 채플린의 원테이크 콩트를 연상케 한다. 뮤직비디오는 적확한 시청각 자료다. 1990년대 크라잉넛의 키치한 지점을 고스란히 담은 ‘채플린 영화처럼’은 소소한 추억과 웃음을 빚는다. 다만 ‘C H A P L I N’의 예스런 표현법과 ‘새빨간 장미’ 등의 상투적인 노랫말은 먼 과거의 유행을 복각하고, 후반부까지 거듭 반복하는 동일 프레이즈는 진부함을 유발한다. 과거에 머무른 작법은 곡의 주체성보다는 크라잉넛의 시대를 함께 향유한 이들의 기억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독특한 주제에 정확한 재료지만, 캡틴락의 자유로운 개성과 자원에 비해 그 결과물의 매력이 미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