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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뉴먼(Gary Numan) ‘Intruder’ (2021)

평가: 3.5/5

사후세계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철학, 전자음악과 재즈를 오가는 섬세한 음악으로 호평 받은 애니메이션 < 소울 >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으며 진가를 확인받았다. 수상자 존 바티스트, 애티커스 로스, 트렌트 레즈너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트렌트 레즈너.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를 이끌며 1990년대 인더스트리얼 록의 총아로 떠오른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한 뮤지션이 개리 뉴먼이다.

개리 뉴먼은 1979년에 영국차트 1위, 1980년에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올라 신스팝의 역사가 된 노래 ‘Cars’의 주인공으로 뉴웨이브에서 인더스트리얼 록까지 전자음악의 타임라인에서 그가 남긴 족적은 지대하다. 그런 그가 인더스트리얼 록 사운드의 탐구를 지속한 21번째 정규 앨범 < Intruder >는 영국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며 두 번째 전성기를 예고한다.

로버트 무그 박사가 발명한 무그 신시사이저는 특유의 소리로 대중음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 영국 뮤지션도 그 수혜를 받아 ‘I die you die’와 ‘Are ‘friends’ electric?’처럼 쉬운 선율의 신스팝 곡들을 남겼다. 그는 산업사회를 테마로 한 거칠고 공격적인 인더스트리얼 록에서도 지분을 차지한 뮤지션이었지만 차가운 소리에도 팝적인 감각을 포용하는 유연성도 소유했다. < Berserker >, < The Fury > 같은 1980년대 중반 작품들이 뉴먼식 인더스트리얼 록의 본격화를 알렸고 1990년대 앨범들은 나인 인치 네일스와 스타일을 공유하며 쌍방향적 음악 교류였음을 암시했다.

이번 앨범은 온난화로 고통 받는 지구의 심경을 대변한 콘셉트 앨범이며 환경오염과 종말론적 관점을 엮었다는 점에서 2017년에 발표한 < Savage (Songs from a Broken World) >의 연장선에 있다. 인트로 곡 ‘Betrayed’의 “당신은 날 해치고 나는 피 흘립니다.”라는 직설적인 가사로 인간의 행태를 비판한다. 과거의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들이 자본주의의 역설이나 기계문명에 따른 개인의 부품화 같은 당시의 ‘현재’를 노래했다면 그는 미래로 시제를 옮겨 일종의 예언가 역할을 수행했다.

앨범 전체의 메탈릭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는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눈앞에 영상을 펼치듯 극적인 곡 구성으로 주제 의식을 표현한다. 후렴으로 넘어가기 전 서늘함 효과음이 숨을 조이는 ‘And it breaks me again’이 대표적. 음반의 하이라이트 ‘Intruder’와 ‘A black sun’은 몽환적인 폴리무그 사운드가 금속성 소리 위를 유영하면서 인더스트리얼 록과 뉴웨이브 스타일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전자음악 선각자 개리 뉴먼의 음악 인생은 굴곡졌다. ‘Cars’의 영광은 원히트원더의 오명으로 되돌아왔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제작된 1992년 작 < Machine And Soul >은 낮은 완성도로 혹평받았다. 하지만 훗날 피어 팩토리와 마릴린 맨슨같은 후배들이 그의 음악을 커버해 재조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는 결코 데이비드 보위의 반열에 오를 수 없었고, 트렌트 레즈너같은 아이콘이 되지 못했지만 그것이 개리 뉴먼의 제1의 목표는 아니었다. 평생 과제는 신시사이저로 원하는 소리를 구현하는 것. 어둡고 음울하며 꿈꾸는 듯 신비로운 소리 뭉치를 쫓는 항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 수록곡 –
1. Betrayed
2. The gift
3. I am screaming
4. Intruder
5. Is this world not enough
6. A black sun
7. The chosen
8. And it breaks me again
9. Saints and liars
10. Now and forever
11. The end of dragons
12. When you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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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셸 자르(Jean Michel Jarre) ‘Amazônia'(2021)

평가: 3.5/5

프랑스 출신 음악가 장 미셸 자르는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 이탈리아의 조지오 모로더와 함께 1970~1980년대 전자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 >, < 닥터 지바고 >,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음악을 맡은 위대한 영화 음악가 모리스 자르의 아들인 그도 50년 동안 전자음악 역사에 눈부신 발자취를 남겼다. ‘Equinoxe part 4’가 < MBC 뉴스데스크 >의 엔딩 음악으로, ‘Calypso’가 < 시사매거진 2580 >에 쓰여 국내에도 친숙한 그의 작품은 대중 친화적인 연주 음악으로 명성을 확고히 했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살가도가 기획한 동명의 전시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스물한 번째 정규앨범인 < Amazônia >는 소리로 아마존 밀림을 탐색한다.

이 앨범의 감상은 청취보다 체험에 가깝다. 목적 자체가 소리를 통한 아마존 밀림의 형상화이기에 감정이입 같은 보편적 욕구와 엇갈리고 음악이 텁텁하게 들리지만 창작의 의도를 수용하면 소리의 질감에 감응할 수밖에 없다. 헤드폰으로 입체감 있는 소리를 구현한 바이노럴 방식과 공간감을 부여하는 5.1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두 버전을 동시에 발매했다는 점에서 생생한 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지양하고자 했던 장 미셸 자르는 제네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채취한 자연음을 가공하고 여기에 전자음을 섞어 자신만의 아마존 밀림을 창조했다. 테크노에서 앰비언트로 변하는 ‘Amazônia part 4’나 각종 이펙트와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의 노출이 뚜렷한 ‘Amazônia part 5’는 특유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지점. 리듬과 선율의 전위성과 불규칙성은 예측 불허한 밀림의 풍경과 닮아 사실감을 부여하지만 이것조차 엄격한 설계의 결과다.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셰페르는 자연음을 기계적으로 변형하고 조작한 구체음악을 고안했고 장 미셸 자르는 그 방식에 매료되어 초기작의 문법으로 삼았다. 이후 그는 인간미를 불어넣은 전자음악으로 < Oxygène >이란 이정표를 세웠다. 50년에 달하는 경력을 거쳐 다시금 구체음악의 방법론에 천착한 이번 작품은 소리의 가공 그 본질에 몰두하며 초심을 되새겼다.

– 수록곡 –
1. Amazônia Part 1
2. Amazônia Part 2
3. Amazônia Part 3
4. Amazônia Part 4
5. Amazônia Part 5
6. Amazônia Part 6
7. Amazônia Part 7
8. Amazônia Part 8
9. Amazônia Part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