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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H마트에서 울다’ : 세계를 사로잡은 록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족, 음식, 슬픔과 사랑에 관한 강렬한 이야기

“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한국을 찾은 지난 2018년. 이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세계 120여 회 투어의 종착지로 고국인 한국을 택한 그는 마지막 공연의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인터뷰에 응했다. 피곤한 내색은 없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하루에 4~5시간씩 한국어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옮겨왔다. 노력하는 자의 성실함이 주는 경애? 공연장을 꽉 채우는 스타가 가진 의외의 모습 때문에? 모두 아니다. 그건 인터뷰 내내 그가 전한 한국을 향한 애정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상실감, 공연 후의 후련함, 아쉬움 등의 감정이 맑고 짙게 뭉쳐져 다가왔던 탓이다.

지금의 활동 전 그는 ‘리틀 빅 리그’란 밴드의 일원이었다. 그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된 건 25살 무렵 갑작스레 찾아온 엄마의 암 소식과 그의 죽음 때문이었다. 슬픔을 덜기 위해 소규모 자본만을 동원해 발매한 < Psychopomp >(2016)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돈 크라이 스위티”

동명의 수록곡 속 엄마는 위로하지만 앨범은 짙은 슬픔으로 젖어 있었다. ‘Jane cum’의 부수고 뭉개고 절규하는 외침과 ‘Everybody wants to love you’, ‘Heft’ 등의 밝은 곡을 고루 담았지만 작품은 절절하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엄마의 죽음이란 개인적 상념을 담은 음반은 음악을 현업으로 이어가지 않던 당시 그를 무대 위로 복귀시켰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느 정도 감정의 잔재를 털어낸 정규 2집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2017)을 거쳐 얼마 전 3집 < Jubilee >(2021)를 발매한 그는 엄마의 죽음이란 ‘끝’을 보고 역설적으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고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 일대기에는 음악가 이전의 미셸 자우너가 겪은 가장 큰 상실과 치유, 회복, 성장이 모두 녹아있다. 실제로 < Jubilee >은 유달리 밝고 힘차다. 슬픔의 끝을 묶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미셸 자우너가 새로운 시작을 선포했다.

< H마트에서 울다 >에는 이러한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독한 잔소리꾼인 엄마와 얽힌 애증의 일화부터 이제야 그를 이해하게 됐을 무렵 찾아온 암 투병, 살리기 위한 노력, 죽음, 상실과 회복 등등.

뮤지션의 노래는 그의 삶을 이해하고 느꼈을 때 더 명징하게 온다. ‘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의 답을 찬찬히 찾아가는 이 에세이는 그렇게 미셸 자우너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오가며 위로를 건넨다. 엄마. 엄마가 아니던가. 엄마가 우리를 품었듯 마음속에 엄마를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위대한 사실이 개인적인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이유일 것이다.

■ 지은이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몽환적인 슈게이징 스타일 음악을 하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다. 2016년 1집 〈저승사자Psychopomp〉로 데뷔했으며, 2017년 2집 〈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는 『롤링스톤』 올해의 앨범 50에 선정됐다. 2021년 3집 〈주빌리Jubilee〉가 빌보드 2021 상반기 최고 앨범 50에 선정되며 전 세계 주요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발히 투어 공연을 하고 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두 번 올랐으며, 『H마트에서 울다』는 뉴욕 타임스에서 29주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차례

H마트에서 울다
울긴 왜 울어
쌍꺼풀
뉴욕 스타일
와인이 어딨지?
암흑 물질

언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살아가기와 죽어가기
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 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법과 질서
묵직한 손
사랑스러운
내 사랑은 계속될 거예요
잣죽
작은 도끼
망치 여사와 나
김치냉장고
커피 한 잔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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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Jubilee’ (2021)

평가: 4/5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에는 확고한 본바탕이 있다. 신경질적인 슈게이징 사운드로 날 선 감정을 표출했던 < Psychopomp >, 심연으로 가득 찼던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 두 작품은 어머니와의 사별에서 파생된 비극적인 심리를 저술한 아티스트 내면의 발로였다. 그러나 3년 만에 돌아온 신보 < Jubilee >의 첫인상은 사뭇 다르다. 속의 감정보다는 선명한 멜로디와 음악, 그 기운찬 느낌이 우선 다가온다. 노란빛의 채도 높은 앨범 커버처럼, 다채로워진 구조로 새롭게 변신을 꿈꾸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다.

첫 트랙 ‘Paprika’부터 기존 노선과 선을 긋는다. 이전의 악 받친 보컬의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우아한 곡조와 한껏 덩치를 키운 사운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천천히 찾아온 제정신, 나는 큰 매듭을 푸는 꿈에서 깨어났다”(“Lucidity came slowly, I awoke from dreams of untying a great knot”)처럼 가사는 변화와 삶을 향한 긍정, 그리고 예술가로서 창작에 대한 기쁨을 중첩한다. 축제의 한 폭을 도려내 오선지에 그린 듯 활달한 마칭 밴드의 소용돌이에서 심박수를 기막히게 떨어트리는 중반부의 완급조절, 그 위로 케이트 부시가 떠오르는 생동감 넘치는 멜로디와 가창으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감행한 도전을 성취로 맞바꾸어 놓는 데에 성공한다.

이어지는 수록곡도 과감하다. 저마다 개성적인 기악 편성과 곳곳에 변칙을 부여하는 능력이 절정에 달했다. 둔중한 베이스와 감칠맛 나는 기타의 그루브로 첫 트랙의 신선함을 길게 끌고 가는 1980년대 신스팝 스타일 넘버 ‘Be sweet’, 뜻밖의 발랄함을 발산하는 ‘Savage good boy’는 모두 예측을 깨부수는 곡들이다. 어쿠스틱한 ‘Kokomo, in’과 전자 피아노에 겹겹이 층을 낸 현악기로 담백함을 자아내는 ‘Tactics’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쉬어가는 구간을 마련해 흐름을 단단히 유지한다. 특히, 로파이한 무드에 포근한 관악기 솔로를 휘몰아친 ‘Slide tacke’는 앨범의 백미.

전환에 전환을 거듭하는 진행에도 내면을 철저히 견지하기에 더 특별하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손길은 활발해졌을지언정 그 속 미셸 자우너의 어투는 여전히 싸늘하고, 아슬아슬하다. 1집 < Psychopomp >의 ‘Jane cum’이 겹쳐가는 매서운 기타 디스토션의 ‘Sit’과 어두컴컴한 신시사이저의 깊은 골짜기가 멋들어진 ‘Posing in bondage’는 각각 섹슈얼한 상상과 상대를 향한 처절한 갈구로 비틀거린다. 대담했던 초반부에서 뒤로 갈수록 차분하고 섬세하게 종결되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지옥은 사랑할 사람을 찾고 나는 너를 다시 볼 수 없어”(“Hell is finding someone to love and I can’t see you again”)라 이별을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In hell’과 쓸쓸한 기타 연주 위로 외로운 자신을 인정하는 피날레 ‘Posing for cars’의 여운이 유독 차디찬 이유다.

스펙트럼은 넓어졌고 감성은 깊어졌다. 특유의 담담한 감정 응시를 유지한 채 화려한 곡조를 보태니 더없이 탄탄하고 응집력 있다. 변화무쌍한 구성과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커리어 상의 변곡점으로 이전보다 적극적인 평단의 호응과 스포트라이트까지 챙긴 것은 덤이다. 여러모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최고작. 아물지 않은 트라우마 속 꿈틀대는 음악적 열의와 야심이 일군 눈부신 자가 치유다.

– 수록곡 –
1. Paprika 
2. Be sweet 
3. Kokomo, in
4. Slide tackle 
5. Posing in bondage
6. Sit
7. Savage good boy 
8. In hell 
9. Tactics
10. Posing for c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