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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M이즘x문화도시 부평] #21 버텀라인X락캠프

웹진 이즘(IZM)이 문화도시 부평과 함께 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기획이다. 지금까지 관련한 이곳 출신의 여러 뮤지션이 자리해 그들 자신의 음악 이야기와 인천 부평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면, 이번에는 오랫동안 업력을 지켜오며 지금의 문화도시 인천을 만드는데 공헌한 장소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인천의 재즈클럽 ‘버텀라인’ 대표 허정선과 라이브 클럽 ‘락캠프’ 대표 정유천이다.

버텀라인과 락캠프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허정선 : 버텀라인은 1983년에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자 대한민국 3대 재즈 클럽이다. 스무 살 때부터 10년 정도 손님으로 오다 너무 좋아서 단골이 되고, 그러다가 스물아홉 살 때 인수를 해서 지금 27년째 운영하고 있다. 옛날에는 라이브 공연을 보려면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시대였다. 왜 우리가 홍대에 가서만 봐야 하냐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 곳을 둘러보다 공간의 크기와 분위기가 라이브 공간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정유천 : 락캠프는 1997년 부평삼거리에서 시작한 인천 최초의 라이브 클럽이다. 사실 옛 세대의 밴드는 연주할 수 있는 곳이 나이트클럽이나 고고장 같은 밤업소뿐이었다. 거기선 내 음악이 아닌 손님을 위한 음악을 해야 하다 보니 거의 팝송이나 록 음악을 커버해서 연주해야만 한다. 그러던 이제 1990년대 중반부터 인디 문화가 태동하면서 홍대 쪽에 드럭, 프리버드, 롤링스톤즈, 빵 같은 라이브 클럽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남의 음악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밴드 스스로가 창작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 잡는 걸 보고 인천에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어 설립하게 되었다.

인천 재즈클럽 ‘버텀라인’ 대표 허정선

허정선 씨의 경우 버텀라인의 5대 대표로 알고 있다. 뒤의 빼곡한 LP는 초창기부터 보관해온 음반인지.
허정선 : 세어 보니 내가 5대더라. LP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보다도 양이 많이 늘었다. 거쳐 간 주인들이 다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인수 과정에서 개인이 애장하는 3분의 1은 가져가는 것 같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서로가 불문율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가하면서 하나둘 모았고 지금 80% 정도가 내가 모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초창기와 비교해 봤을 때 다른 점이 있을까.
허정선 : 지금은 무대와 악기, 음향 장비가 구비가 되어 있지만 그때는 공연을 안 했기 때문에 무대가 없었다. 그리고 창문도 없었고. 한 10년 정도 운영하다 밖에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보고싶어서 창문을 내었다. 그전까지는 캄캄한 창고 같았다. 처음에는 한쪽에 의자와 피아노를 두고 조그만 무대를 마련해 시작했다. 이후로 피아노는 그랜드피아노로 바꾸고, 테이블을 줄여 무대 공간을 조금씩 넓히고, 단을 올려 지금의 버텀라인을 만들게 되었다. 27년 동안 눈에 띌 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고치고 다듬어 가고 있다.

버텀라인은 장소가 100년이 넘은 근대 건축물인 만큼,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가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허정선 : 깜짝 놀란다. 들어오는 입구라던지 바깥에서 외관만 볼 때는 이 공간이 크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한다. 막상 열고 들어왔을 때 뻥 뚫린 공간을 보면 다들 압도되는 분위기가 있다. 처음 여기 손님으로 왔을 때는 창문도 없었기에 아주 깜깜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음악은 아주 크게 나오는데 천장도 잘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웠으니까. 테이블에 촛불 하나씩 두고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점점 시야가 밝아지면서 눈에 하나씩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때만 해도 오래된 건물에 천장을 높게 뚫어서 만든 공간이 많지 않았다.

인천 라이브 클럽 ‘락캠프’ 대표 정유천

락캠프라는 이름이 궁금하다.
정유천 : 1960년대 중후반, 정확히는 아홉 살 때부터 부평에서 자랐는데, 당시 부평에는 애스컴이란 미군 총괄 기지가 있었다. 그런데 보통 예하에 있는 부대들의 이름 앞에 거의 ‘캠프’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지금 남아있는 ‘캠프 마켓’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 보니까 지역의 정체성을 담기 위해서 캠프라는 단어를 썼고, ‘락’이야 당연히 밴드들이 주로 하는 음악이 록이라서 붙이게 되었다. 포병 기지, 보병 기지가 있듯이 ‘락캠프’라는 이름엔 ‘록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기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처음 부평삼거리로 거점을 잡은 이유가 있을까.
정유천 : 과거엔 그 동네를 ‘신촌’이라고 불렀다. 보통 ‘신촌’이라고 하면 무언가가 들어오면서 새로 생긴 동네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 부평 신촌 역시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개발이 시작된 곳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20개가 넘는 클럽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지금은 일반화된 얘기지만 사실 이런 미군 부대와 클럽을 통해 서양식 음악이 점점 우리나라에 자리 잡았고, 당시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부평을 많이 거쳐 갔다. 어떻게 보면 대중음악의 뿌리와도 같은 곳이기 때문에 나 역시 명맥을 이어받아 부평의 지역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싶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 같다.
정유천 : 물론 있다. 라이브 클럽이 이익을 바라고 하는 업종은 아니기도 하고, 일단 너무 비싸면 운영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저렴하면서도 넓은 공간을 찾다가 그때만 해도 외진 동네였던 부평삼거리 쪽을 택하게 되었다. 처음에 자리 잡았던 공간이 한 80여 평 되니까 당시 클럽 중에선 아마 제일 컸을 거다. 웬만한 밴드들이 다 와서 자기는 이렇게 큰 공연장을 못 봤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좌) 버텀라인 전경 / (우) 락캠프 전경

버텀라인과 락캠프 두 곳은 모두 전문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사를 거쳐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어가게’는 인천시에서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 점포에게 주는 명칭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것과 더불어 손님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천의 세월을 머금은 두 장소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거쳐간 수많은 음악애호가의 발자국과 응원이 새겨져 있다.

가게를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이 뭔가.
허정선 : 비결은 따로 없다. 이건 락캠프 사장님도 마찬가지일거다. 뭐랄까, 정말 자기가 빠져있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못 한다. 사실상 바깥에서 벌어서 여기를 메꿔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 사람들과 행복한 에너지를 나누는 게 인생 모토다. 내가 버텀라인을 운영한 것만 27년이지만, 제가 여기 손님으로 온 것까지 하면은 사실상 인생을 같이 보낸 거다. 이곳에는 음악이 항상 있다. 내가 인수하기 전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이 버텀라인을 운영해왔고, 담긴 추억과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오래 하지 못했을 거다.

정유천 : 지금은 책임감이 있다. 락캠프를 지켜야 나와 오랫 동안 함께 해온 후배들이 설 무대가 남는다는 사명감이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락캠프가 없으면 어디 가서 내 노래로 공연하기 힘들다. 특히 젊은 층을 위한 록 위주의 클럽이 많다 보니까 블루스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곳이 많지가 않다. 그래서 내 음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락캠프가 꼭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지역적인 이유도 있다. 부평이 클럽의 도시였다는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클럽마저 없어지면 부평은 음악도시도 아니고 문화도시도 아니게 되는 거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결론적으론 내가 지킬 수 있는 데까지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락캠프는 30년 이상의 업력을 충족하지 않음에도, 그 기준을 20년으로 완화시켜주는 국민추천제를 통해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
정유천 : 좋아하는 분들이 계셔서 나라에서도 인정해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라이브 클럽은 업종이 따로 없고 법적으론 일반음식점과 동일하다. 일반 업종이 아니면 아예 유흥으로 받아야 한다. 근데 유흥은 손님이 노래하는 거니까 또 다르다. 그러다 보니까 운영에 관한 어려움을 공공기관에 얘기해도 다른 식당과 똑같이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늘 아쉬움이 컸는데 백년가게에 선정되면서 24년 동안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활동한 게 헛되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두 곳 다 정말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오는 곳 같다.
정유천 : 우선 기본적으로 부평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한테는 음악적인 DNA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도 ‘에스컴 블루스 페스티벌’에 참여했었는데 공원을 둘러싼 관객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더라. 잘 모르는 밴드는 이 사실에 의아해한다. 근데 부평 사람들은 환경적으로 외국의 팝이나 록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진짜 좋아해서 오는 분들이다. 정말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분이 많기 때문에 락캠프도 꾸준히 찾아주시는 것 같다.

허정선 : 우리는 전문적인 재즈 마니아도 오고, 평범하게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분도 온다. 특히 버텀라인은 신청곡을 받고 있는데, 이 신청곡이란 말에는 본인도 듣고 싶지만 남한테 들려주고 싶은 설렘과 기분이 담겨있다. 나 또한 다른 곳에 손님으로 갈 때는 난해하고 그런 것보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같이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음악들을 신청한다.

▶인천 재즈클럽 ‘버텀라인’ 대표 허정선

버텀라인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들으면 비단 재즈만 다루는 공간은 아닌 듯 하다.
허정선 : 최근에는 가요와 팝도 틀어드린다. 물론 모두 틀어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틀어드리려 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가 고집이 굉장히 세서 가요는 절대 틀지 않았다. 그래서 손님과 싸우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화를 내며 나가는 분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 왜 내가 자존심 세우며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한편 생각하면 여태까지 그런 소신과 고집으로 이 가게를 지켜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혹시 리스트를 살짝 볼 수 있을까.
허정선 : 여기 퓨전 재즈 허브 앨퍼트(Herb Alpert)의 ‘Rise’라는 곡이 있고, (장을 넘기며) 마일즈 데이비드, 쳇 베이커도 있고, 여기에는 콜드플레이와 에드 시런도 있다. 요즘은 크리스마스니까 캐롤도 많이 신청한다. 휘트니 휴스턴도 있고,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는 아직도 유명하다.

손님에게 곡을 추천해줄 때도 있는지.
허정선 : 추천은 잘 안 한다. 그냥 틀어놓고, 누가 좋다고 하면 알려드린다. 막 들어보세요 하는 성격은 아니라. (웃음) 나는 장사 스타일은 아니다. 주변 친구나 나를 아는 분은 어떻게 이렇게 오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참 불가사의라고 말한다.

가게가 오래된 만큼 국내외를 막론한 뮤지션들이 많이 거쳐 갔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다거나 재밌던 에피소드가 있나.
정유천 : 지금은 해체했지만 포(POW)라는 밴드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한 달에 1~2번 정도 청주에서 고속버스 타고 올라와서 홍대에서 한 번, 락캠프에서 한 번 공연하고 내려가던 친구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들이 자기들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막노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일반 직장에서는 공연하게 되면 마음대로 빠질 수가 없으니까 현장에 나가 일을 일주일 동안 하고 그걸 여비로 하는 거다. 봄이나 가을처럼 날씨 좋을 때는 숙소 값도 아낄 겸 그냥 공원에서 노숙하고 오기도 한다고 말하더라. 열심히 하는 밴드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보통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열정적인 모습 때문에라도 잊히지 않는다.

허정선 : 한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와 트럼페티스트가 기억이 난다. 말은 안 통하더라도 몇 번 오가면서 보다 보니 서로 신뢰가 쌓여서 나중에는 호텔까지 대신 예약해주는 사이가 됐다. 어느 날 끝나고 회식을 하러 근처 감자탕집을 가는데, 같이 갈 건지 물어보니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막상 가니 막 뼈다귀를 잡고, 소주를 마시고. (웃음) 그리고 술에 취하면 말이 다 통한다. 처음에는 경직되니 섞이기 힘들어도 어느 순간 믿음이 생기면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뮤지션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곳인 만큼 얻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손님뿐 아니라 뮤지션도 단골이 많은 듯하다.
허정선 : 그렇다. 가게 주인과 연주자도 코드가 맞아야 한다. 잘 맞는 뮤지션은 해마다 연락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봄에 한 번 했으면 가을에 한 번 하는 식으로.

정유천 : 사실 라이브 클럽이 뮤지션에게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만 봐도 기타, 키보드, 베이스만 들고 오면 사시사철 공연이 되지 않나. 밴드에는 음악 생활의 산소 같은 곳인 셈이다.

혹시 지금의 단골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허정선 : 물론 오래된 공간이다 보니 옛날 단골은 오랜만에 와도 단골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통해 찾아왔는데, 요즘은 관광화가 잘 되어 있고 SNS도 활성화돼서 주말에는 젊은 친구들이나 먼 지방에서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곤 한다. 사실 주말에 와서 월미도 갔다가 짜장면만 먹고 가기 너무 아쉽지 않나. 중간에 공연까지 하나 보고 갈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들리는 것 같다.

허정선 씨와 정유천 씨 두 분 다 부평 출생으로 알고 있다. 부평의 지역적 특성이 삶과 음악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
허정선 : 정말 많다. 내가 막내인데, 언니 오빠까지만 해도 우리 집이 한참 고생을 하다가 나 때부터 조금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집에 전축이 있었고, 또 미군 부대가 바로 옆에 있어서 LP판을 많이 살 수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음악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끊임없이 듣고 자랐다. 중학교 때는 바로 옆에 ‘유니버셜클럽’이라는 클럽이 있었는데, 낮에는 밴드 연습 소리가 들려서 쉬는 시간에 계단에 앉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웃음) 그냥 음악이 삶에 같이 버무려져 생각지도 않게 늘 같이 있던 것 같다.

인천 라이브 클럽 ‘락캠프’ 대표 정유천

실제로 정유천 씨는 ‘정유천블루스밴드’의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정유천 :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 밴드부를 하면서 관심을 가졌지만, 음악이 삶이 되어버린 결정적 계기는 군대다. 밴드 활동을 이어가던 도중 군대에 가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그때 친구가 해군 군악대에서 기타리스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그렇게 합격을 해서 기타리스트로 입대를 하게 됐다. 당시에 복무 기간이 35개월, 거의 3년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군대에서 기타만 치다 나왔다. 그러다 보니 음악하고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작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공연 공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운영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정유천 : 라이브 클럽들은 커 보여도 사실 굉장히 영세하다. 일단 길 가다가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락캠프의 경우 주로 방문하는 분들이 소수의 마니아라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게 이익을 보는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24년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고, 락캠프가 장소를 계속 이전한 것도 어떻게 보면 그때마다 망해서 상황에 맞춰 장소를 옮긴 것뿐이다. 더군다나 장소 이전 사실을 많은 단골분들이 모르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허정선 : 백년가게와 이어가게에 선정되긴 했지만, 코로나 시국에서 문을 닫는 거는 한순간이다. 내가 닫고자 해서 닫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늘 조마조마하다. 사실 지금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버틸 때까지 버티며 이어갈테지만, 음악도시 인천에 맞게 현실적이고 꾸준한 지원등의 대안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이 참 안타깝다.
정유천 : 일단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보면 여러모로 예전 같지가 않다. 어쨌든 관객 수도 많이 줄었고.

허정선 : 그래도 한편으로는 만약 문을 닫게 되면 ‘그래 오래 했다’ 하면서 웃으며 갈 것 같다. 별수없지 않나. (씁쓸한 웃음)

작년과 올해 버텀라인과 락캠프에서 인천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 파티가 있었는데, 이런 비대면 공연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이 듣고 싶다.
정유천 : 솔직히 말하면 마지못해서 하는 일이다. 관객은 공연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다. 관객이 많지 않더라도 눈앞에 있어야 서로 교감이 생기는데, 없으면 분위기가 하나도 안 난다. 솔직히 공연자로서도 재미없고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도 재미가 하나도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영상을 남기지만 실제 연주가 주는 울림에 비교하면 10분의 1도 전달이 안 된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해야 밴드나 클럽 둘 다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인다. 대면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취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본다.

허정선 : 사실 공연비나 대관비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버텀라인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인데, 사람이 10명이라도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 사실 백신 패스나 PCR 검사를 도입하면 되지 않나. 문화예술 방면은 유동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확고한 면이 있다. 눈앞에서 뮤지션과 호흡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을 봐야 한다.

더욱이나 정유천 씨의 경우에는 공연 경험이 많으니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정유천 : 일단 라이브는 사람이 적어도 너무 재밌다. 공연을 보러 오는 분이라면 무조건 반응이 보이니까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라이브는 라이브다.

최근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영업 시간이 21시로 제한됐다.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허정선 : 공연이 있던 없던 영업시간에 제약을 받으니 너무 힘들다. 평일은 손님을 받을 시간이 안돼서 힘들고, 9시에 문을 닫으니 7시나 7시 반에 공연을 시작하는데 재즈는 거의 7~80분을 진행하니, 공연이 끝나면 다들 정리하고 가느라 바쁘다. 뮤지션들과는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다. 공연은 끝나고 그 느낌을 주고받는 피드벡과 여운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말이다.

정유천 : 최근 코로나 때문에 1년 가까이 영업을 못 했다. 보통 사람들이 저녁 먹고 공연을 보러 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찍 시작할 수가 없는 환경인데 영업시간까지 9시로 제한해버리니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지금 장소로 이전한 건 6월인데 11월까지는 영업도 못하고 임대료와 가게 운영비만 계속 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버텀라인과 락캠프를 찾아올 이들에게 가게를 즐길 수 있는 팁을 준다면.
허정선 : 평상시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오셔서 편하게 음악을 신청하시면 된다. 없는 음악은 틀어줄 수 없지만, 되도록 다 들려드리려고 한다. 서로 소통하면 저 또한 기분이 좋으니까. 요즘에는 CD 없이 음원으로만 발매하는 것도 많아 태블릿을 설치했다. 좀 앉아서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음악을 듣고 또 말을 걸어주시면 음악 이야기나 동네 이야기등을 같이 나눌 수 있다. 주말 공연에는 전국적으로 훌륭한 팀들의 공연이 있다. 또한 공연 소식은 SNS에 늘 올려놓으니 미리미리 예약하시면 된다. 아, 그리고 우리는 철저하게 예매를 기준으로 한다. 예약을 안 해서 오셨다가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시니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정유천 : 락캠프는 일단 어떠한 장르에도 제한이 없다. 이름은 록이지만 포크, 블루스, 재즈는 물론이고 전에는 국악 공연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상호에 얽매여서 한 장르만을 고집하진 않기 때문에 다채로운 진짜 라이브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MR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옮긴 장소는 관객석하고 무대가 아주 가깝다. 거의 무대가 없다시피 해서 공연자와 관객이 쉽게 교감할 수 있는 장소다. 멀리서 볼 땐 공연을 관람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가까우면 관객도 같이 공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공간이 작아지면서 생긴 변화도 있어서 이게 현 락캠프 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터뷰 : 장준환, 정다열
사진 : 정다열
정리 : 장준환, 정다열
기획 :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