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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장필순 Reminds 조동진'(2021)

평가: 3.5/5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진 온기가 마음을 감싼다. 조곤조곤 세상에 위로를 전하던 조동진이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오래도록 언더그라운드 포크계의 흔적을 남긴 그가 사라진 후 대부의 발자취를 뒤쫓던 후배들에겐 잔잔한 새벽이 찾아왔고 생전에 선배가 그러했듯 떠들썩하지 않게 슬픔을 견뎌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삶을 지켜본 장필순 또한 마찬가지였고 조용히 그의 노랫말을 떠올렸다. 어스름한 추억의 회고, < 장필순 Reminds 조동진 >이다.

조동익이 짚은 한 음에서 시작한 앨범이 점차 공간을 확장한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현악기와 전자음의 아르페지오 등 최소한의 악기로만 층을 쌓는 소리가 거대한 파장이 되어 동이 트기 전 희미한 빛이 물들이는 황홀경을 그려낸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묻었지만 이내 표면에 새겨지는 기억을 노래한 ‘물을 보며’와 낯선 사람의 귀익은 발자욱이 고독한 ‘흰 눈이 하얗게’, 적막한 희망을 드러내는 ‘해 저무는 공원’을 비롯해 앨범의 곡 모두가 몽환적인 엠비언트 사운드로 가득하다. 원곡의 서정을 간직하고 싶은 편곡 의도 아래 조동진의 따스한 메시지가 지금 세대에 은은하게 펼쳐진다.

장필순의 보컬은 감정을 절제하며 메신저에 충실하다. 가사와 멜로디를 표현하는 목소리는 자신을 덜어내기에 어떤 기교도 없이 원래가 하나인 양 음향 세계의 일부분으로서 조화된다. 장필순이 비워낸 틈 사이로 고스란히 채워지는 것은 역시 조동진의 감성이다. ‘제비꽃’, ‘나뭇잎 사이로’ 등 일상적인 소재에서 발현되는 위안이 차분히 청자에게 스며든다.

‘슬픔이 너의 가슴에’ 속 ‘내가 슬픔에 지쳐 있었을 때 그렇게 했던 것처럼’이란 이야기는 순간의 경험으로 타인을 어루만진 담백한 한 마디이며 누군가에겐 큰 버팀목이 된다. 데뷔 전 힘이 들 때마다 조동진의 3집을 들으며 고민을 녹여낸 장필순도 같다. 자신이 의지했던 아름다운 글귀와 선율을 더욱더 놓칠 수 없었기에, 장필순과 조동익은 < 장필순 Reminds 조동진 >이란 느린 호흡으로 따뜻했던 조동진의 숨결에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 뿐이다.

-수록곡-
1. 물을 보며
2. 슬픔이 너의 가슴에
3. 아침이 오고 다시 저물고
4. 먼 길 돌아오며
5. 제비꽃
6. 흰 눈이 하얗게
7.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8. 나뭇잎 사이로
9. 해 저무는 공원
10. 그대 창가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