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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Seven, (세븐 콤마)’ (2022)

평가: 3.5/5

휴식을 넘어 생존을 위한 숨 고르기다. 공존의 가치를 일깨워준 아내가 암으로 사망한 2017년 임재범은 모든 매체와 소통을 끊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간 주류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종종 행적을 감추기도 했지만 사별 직후의 잠적만큼은 일상을 되찾기 위해 필수로 요구되는 재활의 시간이었다. 30주년 콘서트를 끝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7년, 쉼표가 아닌 숨표라 명시한 일곱 번째 정규작 < Seven, (세븐 콤마) >가 멈춘 듯한 심장 그리고 음악 활동에 용기 어린 제세동을 가한다.

이별의 비통함을 어루만져 준 건 오랜 시간 그의 음악 곁에 머무른 조력자들이다. 특히 ‘비상'(1997)을 시작으로 25년간 수많은 히트곡들의 작사를 맡았던 영혼의 콤비 채정은의 공로가 크다. 슬픔 서린 내면을 들여다보며 써내린 치유의 노랫말은 앨범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냈고, ‘집을 나서고’, ‘빛을 따라가고’, ‘기억을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휩쓸려간 세월을 차분히 회고한다.

답답한 숨구멍이 트인 덕분에 가창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위로’와 더불어 일대기의 막을 여는 ‘Homeless’에서 7년간 보존하며 단단해진 성대의 진가가 드러난다. 낮은 톤으로 정돈한 보컬은 한동안 반가성으로 올리던 고음을 진성으로 다듬어 말끔한 전달력을 갖췄고, ‘머리에 물감처럼 어둠을 풀어’와 같은 시적 가사를 피아노와 스트링에 얹어 우아히 가슴을 후벼 판다. 이미 정평이 난 베테랑의 쇳소리에 시련이란 각인까지 새긴, 강인한 연마의 증표다.

장르 다변화를 위한 담금질 역시 아끼지 않는다. 갖은 역경을 딛고 희망이란 정상으로 올라가는 남자의 이야기 ‘히말라야’는 전통 성악의 한 분파인 정가를 들여와 극적으로 연출한다. 목관악기 대금과 현악기 아쟁은 한국 특유의 한을 드리우고 서릿발처럼 냉랭히 휘몰아치는 선율 위를 여창 장명서와 함께 헤쳐 나간다. 나직한 팝 발라드 ‘내가 견뎌온 날들’에선 뮤지션 윤상과, 사랑의 애틋함이 감도는 ‘너란 사람’에선 가수 김현철과 교합하기도 하며 극복의 서사를 완성했다.

도움의 손길이 뻗치는 중에도 심지를 굳게 다진 주체는 결국 본인이다. ‘비상’의 작곡가 최준영과 재회한 ‘여행자’는 전성기를 추억하는 듯한 멜로디에 콜드플레이 풍의 기타를 덧입혀 나그네처럼 매일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 우리의 인생을 그린다. ‘이 밤이 지나면’이 스쳐가는 트랙 ‘불꽃놀이’ 또한 희로애락의 굴레를 받아들이고 빛나고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폭죽처럼 다가올 장면을 찬란히 수놓고자 한다.

고해를 토해도 모자랐던 방랑자는 이제 의연하다. 과거를 영위했던 동료들과 협연을 펼치며 생명력을 얻었고, 성찰로 체득한 위안의 언어는 현재의 자신은 물론 미래를 키워갈 아이들까지 보듬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토닥이는 음유시인의 한 구절 한 마디에 시대가 따스히 공명할 일만 남았다.

– 수록곡 –
1. 위로 [Prologue]
2. Homeless
3. 여행자

4. 그리움
5. 히말라야 (Feat. 장명서)
6. 우주의 전설
7. 불꽃놀이
8. 아버지 사진
9. 내가 견뎌온 날들
10. 너란 사람
11. 홀로 핀 아이 [Epilogue]
12. 우주의 전설 (Acoustic ver.)
13. Another life (메모리즈… 속으로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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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위로’ (2022)

평가: 2.5/5

국가대표 보컬이 귀환했다. 사별의 아픔을 딛고 7년 만에 돌아온 임재범은 위로의 대상에서 전달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비상’과 ‘너를 위해’에서 호흡을 맞춘 작사가 채정은이 위로의 언어를, 뮤지컬,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부면에서 활약하는 중견 작곡가 한태수가 곡의 선율을 제공했다. 2012년에 발표한 6집 앨범 < To… > 이후 10년 만에 나올 정규 7집의 선공개 곡이다.

곡은 한국형 발라드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골격을 쌓고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터트리는 이미 많은 곡이 채택한 방식이지만 임재범의 보컬은 그 틈을 채운다. 클라이맥스조차 과잉하지 않고 감정을 억누르며 “괜찮아요.”라고 어깨를 토닥인다. 장기인 폭발력은 덜 하지만 담담한 가창으로도 내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