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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쿨러 ‘Yeah, I Don’t Want It'(2019)

평가: 3.5/5

보수동쿨러에게는 특별한 게 있다. 이들은 마음을 사로잡는, 그것도 흡입력 있게 단박에 사로잡는 음악을 한다. 누구에게나 꼭 하나 그런 곡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이 밴드의 노래는 뭐랄까 듣는 사람을 푹 빠져들게 만든다. 징글쟁글한 일렉트릭 기타가 대부분의 멜로디와 전체 추진력을 담당하는 구조 안에서 수록곡은 저마다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에너제틱하며 동시에 사색적인. 그 이중적인 분위기가 음반을 감싼다.

2017년 부산을 기반으로 결성한 밴드는 2019년 첫 EP인 이 앨범을 내놨다. 제목인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라는 단호한 거절의 표현은 작품의 중심 태도와 같다. 조금은 삐뚤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저항한다. 대상은 때로는 연인에게로 때로는 나에게로 또 때로는 삶으로 향한다. 이때 핵심은 선명한 부정 곁에 함께하는 여유와 낭만. 한 글자씩 입으로 곱씹게 되는 시적인 가사와 멜랑꼴리하고 몽글거리는 기타 톤은 밴드만의 색채를 빠르게 퍼뜨린다.

타이틀 ‘0308’ 은 그룹의 강단을 담았다. 펑키한 리듬 위에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는 가사를 내레이션으로 내뱉는데 2016년 이랑의 ‘신의 놀이’가 주었던 통쾌함과 시원함이 전해진다. 하고 싶은 말들을 툭툭 내뱉다 자신들의 말에 동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무심하게 던지는 ‘아닌가’란 질문 또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연이어 ‘도어’는 눈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마음을 녹인다. ‘눈 맞춘 적 없던 시간들이 발끝에 멈춰’있을 때 문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려본 사람, 간절함을 손에 쥐어본 이에게 곡은 최고의 위로가 된다.

유독 거친 기타 톤이 흐르는 ‘목화’의 시린 감성과 음반 내 가장 어두운 감정을 분출하는 ‘이 여름이 끝나고’의 맛과 멋을 살린 건 전 보컬 정주리의 소화력 덕택이었다. 그가 떠나고 새 보컬 김민지가 바통을 이어받은 지금 내달 돌아올 신보가 궁금하다. 머리 위로 과감하게 엑스를 그리는 용기와 넘치는 낭만, 유쾌함을 가진 그룹.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들의 개성이 부산 밴드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

– 수록곡 –
1.You were here, but disappeared
2. 0308
3. 도어
4. 목화(intro)
5. 목화
6. 이 여름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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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 ‘수몰’ (2021)

평가: 3.5/5

덥고 습하고 동시에 건조하다. 그 이질적인 온도와 습도만큼이나 음반이 주는 잔상은 묘하다. 때로는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건드리는 것 같으면서도 또 때로는 곁에 두면 마음을 저릿하게 찌르는 순간들을 소환한다. 각 수록곡이 제시하는 풍경과 시대 역시 서로 다르다. 천용성이 만들어낸 노래 속 주체는 사는 게 조금 무력해진 듯 보이는 중학생, 눈 오는 새벽 당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어린아이를 거침없이 오고 간다. 그리하여 앨범은 지금의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노래한다. “분하고 더럽”지만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삶을 말이다.

2019년 < 김일성이 죽던 해 >란 독특한 제목의 첫 정규 앨범을 선보인 천용성은 시작부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일상의 언어로 나지막이 써 내려간 그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포근한 선율과 만나 앙상블을 이뤘다. 이듬해 그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과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세간의 기대만큼 들뜨지는 않았다. 여러 인터뷰와 음반 제작기를 담은 < 내역서Ⅱ >에서 고백했듯 쏟아지는 관심과 별개로 음악을 통해 얻은 수익은 적었다. 아니 부족했다. 그는 데뷔작의 성공을 두고 말한다. “우리끼리의 성공”이라고.

쉽게 조급해지지 않고 진중하게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심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음악 역시 그와 닮았다. < 수몰 >. 과거에는 누군가가 살았을 터전에 인위적으로 물을 채운다. 끝과 시작을 동시에 담고 있는, 그래서 어쩐지 마냥 명쾌하지만은 않은 단어를 주제로 삶을 그렸다. 어쿠스틱 기타, 플루트, 바이올린, 트럼펫 등 전작보다 확장된 악기들이 음반의 서정을 적절히 뒤받친다. 사랑하는 우리가 여기 있었음을 술회하는 ‘있다’, 먼저 간 친구 몫까지 살아내고 싶다 다짐하는 ‘거북이’ 등이 대표적인 트랙. 또 한편 맑은 음색을 가진 뮤지션 이설아와 함께한 타이틀 ‘수몰’은 재즈적인 터치로 밝지만 마음 한편의 쓸쓸한 감정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포착해냈다.

천용성의 음악이 특별한 건 바로 이 양면성에서 나온다. 밝음과 어둠이, 행복과 불안이 공존한다. 음악을 만드는 걸 두고 그는 ‘자아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그가 파괴한 것은 나를 요동치게 만든 어떤 감정의 장막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이 건네주는 시원함과 엄마의 자잘한 넋두리를 풀어낸 ‘설’날의 풍경이 제시하는 평범함. 그리고 죽음 이후 하늘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냐는 불안함을 담은 ‘어떡해’를 오가는 와중 어디에도 거칠 거나 강한 제시는 없다. 다만 거리를 두고 잔잔하게 표현할 뿐이다. 이러한 삶을 또 저러한 삶을. 그를 거쳐 나온 음악에는 세상이 있고, 삶이 있고 우리가 있다.

– 수록곡 –
1.(feat. 시옷과 바람)
2. 거북이
3. 수몰(feat. 이설아)
4. 보리차(feat. 강말금)
5. 어떡해
6. 중학생(feat. 임주연)
7. 붉은 밤
8. 식물원(feat. 시옷과 바람)
9. 싶어요
10. 설
11. 반셔터(feat.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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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바(cotoba) ‘세상은 곧 끝나니까(2021)’

평가: 3/5

2018년 말 경에 결성한 코토바는 현재 그 어떤 밴드보다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여느 인디 밴드는 다를까 싶지만 그룹은 성실하게 곡을 만들고 이를 지체하지 않고 홍보할 줄 안다. 또한 ‘인디씬’에 관한 각종 포럼과 ‘인디 뮤지션’으로서의 처우 개선을 위해 열심히 목소리 내고 있다. 홍대 앞에서 누구보다 자립적으로 음악을 펼쳐내는 이들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작년 2번째 EP 발매 이후 근 1년 만에 새로운 음반을 내놓았다. CD에서만 들을 수 있는 한 곡을 포함해 총 5개의 적은 수록곡이지만 개별 노래의 완성도는 묵직하다. 가장 눈여겨 볼 요소는 촘촘한 그물을 짜듯 교차하는 악기의 합. 일례로 ‘찾고있는 것은’은 6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이 무색하게 매끈한 완숙도를 보여준다. 독특한 리듬감과 묘하게 섞이지 않는 악기들로 포문을 열더니 어느 순간 드럼이, 이후 일렉트릭 기타 멜로디가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낸다.

이는 밴드의 대표곡이기도 한 ‘Melon’에서도 나타난다. 오랫동안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았던 이 곡은 < 온스테이지 >에 공개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정교하게 꽂히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절규에 가까운 보컬의 외침이 시원한 쾌감을 준다. 노래를 주무르는 완급 조절 역시 곡의 매력을 상승케 한다. 이러한 각 포지션의 유기적인 만남을 그룹은 ‘매스 록(math rock)’이란 정체성으로 설명한다. 그만큼 복잡한 악기 라인들이 부딪히고 이를 결국의 하나의 ‘값’으로 뽑아낸다.

‘살아남은’이 담고 있는 재즈에서 자주 들을 법한 변칙적인 드럼은 천천히 쌓여가다 이내 응축된 에너지를 터트리는 곡의 뼈대가 된다. 반면, 끝 곡 ‘Goodnight Lilith’는 기타를 중심으로 부드럽게 음반의 문을 닫는다. 한 편의 웅장한 서사를 풀어내듯 집중력 있게 곡을 쓰고 이를 흡입력 있게 마감한다. 어떤 노래도 편히 흘려보내지 않고 꽉 동여맨 사운드 설계에서는 모종의 음악적 열망이 뿜어져 나온다. 합이 좋고 열정이 뜨겁다. 코토바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 수록곡 –
1. Melon
2. 찾고있는 것은
3. 살아남은
4. Goodnight Lilith
5. Lost orb(EP ver. CD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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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 ‘Co’ (2021)

평가: 3/5

2020년 방영된 엠넷의 포크 뮤지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 포커스 >에서 3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은 오존은 독특한 감성과 깊이 있는 음색을 가진 검정치마, 혁오 등을 잇는 인디 뮤지션의 길을 걸어왔다. 신세하, 카더가든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16년 10월 발매한 데뷔작 < (O) >를 포함해 총 다섯 장의 EP를 발매하며 포근하지만 헛헛한 감성이 깃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 Co > 역시 지금까지 들려준 음악의 흐름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앨범의 제목 ‘Co’는 ‘Collaborate’의 의미로 작사, 작곡, 편곡까지 혼자서만 작업했던 익숙한 방식을 떠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다른 프로듀서들과의 협업을 시도했다. 여러 명의 손길이 닿았지만 오존 특유의 멜로디를 부유하는 듯한 느낌과 은은한 블루스의 색채에는 큰 변함이 없다. 꿈과 잠, 그리고 밤을 노래한 곡들의 잔잔한 감성은 여전히 편안하고 담백하다. 익숙한 일상적 소재에 깃든 오존의 힙한 정서가 듣는 이들을 부드럽게 끌어당긴다.

이별을 앞둔 상황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표현한 타이틀곡 ‘Snooze’는 주문을 외듯 몽롱하게 ‘I don’t care’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선잠’이라는 제목의 뜻처럼 몽환적이고 차분한 멜로디를 구사하지만 둔탁한 드럼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후렴의 반전은 신선한 충격을 들려준다. 나른한 음색, 단출한 기타와 피아노 연주만으로 구성한 ‘밤’과 ‘Alright’이 가진 안정감은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는 그의 목소리에 취하게 만든다.

음색과 음악 스타일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뮤지션은 아니기에 혁오를 비롯한 여러 인디 뮤지션을 레퍼런스 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독특하고 트렌디한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아티스트들과의 유사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오존만의 뚜렷한 강점도 존재한다. 우수 어린 음성, 여운을 주는 사운드의 잔향과 섬세한 감성은 그만이 운용하는 색깔이다. 앨범에 담긴 이런 미세한 차이는 다른 가수들과 겹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리하며 오존만의 음악을 확립한다.

– 수록곡 –
1. Snooze
2. 꿈
3. 밤
4. Al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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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천성 롤링홀 대표 인터뷰

1995년 신촌 클럽 ‘롤링 스톤즈’로부터 출발한 홍대 앞 롤링홀은 대한민국 라이브 클럽의 현재 진행형 역사다. 26년의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롤링홀 무대에 오르며 음악 팬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간 장소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19 사태는 365일 시끌벅적하던 공연장들을 죽음의 진공 상태로 몰아넣었다. 중점관리시설 지정 아래 기약 없이 영업을 중지한 상황에서 고정 지출이 쌓여갔고 동료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4월 10일 서울 마포구 롤링 컬처원 사무실에서 김천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년 간 술은 입에 댈 생각도 안 했어요. 계속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되니까….”라며 쓴웃음을 짓는 얼굴은 지난 만남 때와 비교해 수척해져 있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생존 전략을 구상하며 ‘새로운 현실’에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장기 계획, 패러다임 전환. 김천성 대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을 비추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코로나 19 상황 속 롤링홀의 첫 공연은 무엇이었나.
2020년 5월 초 네이버 브이 라이브 플러스와 함께 ‘오픈 더 롤링홀’ 온라인 공연을 유료로 진행했다. RBW 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원위, W24, 디코이 등 글로벌 팬덤이 있는 밴드들을 모아 시작했다. 최초의 온 택트 클럽 콘서트였고 롤링홀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비용은 1,200만 원 정도 소요됐다. 일단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는 데 의의를 뒀다.

2020년 9월에는 체리필터가 롤링홀 25주년 기념 온라인 단독 공연을 펼쳤다.
1만 5천 명 가까이 실시간 시청자를 모았다. 개인적으로 성공이라 판단한다. 그래도 그때는 상황이 나았던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아티스트 개런티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티켓 판매 수익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무료 공연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인디 아티스트들의 소규모 공연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 19 확산세가 거세지며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
그때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세이브 더 모먼트’ 공연을 제안했다. 사실 그때 많이 지친 상태였다. ‘이걸 하면 내가 끝까지 공연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거절을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계속 거절했지만 고심 끝에 수락했다. 3월 5일 하이라이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 생중계됐고 반응이 좋았다. ‘세이브 더 모먼트’를 시작으로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페스티벌까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올해 3월 8일부터 일주일간 사단법인 코드가 진행한 ‘Save Our Stages(#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했다.
속상한 날들이 많았다. 공연도 그렇고 우리 같은 라이브 클럽들이 대중음악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 있다고 믿어왔다. 코로나 19 유행 이후 관심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어느 날 두 사람의 연락이 왔다. 한 명은 모 후배였다. “음악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한 달에 백만 원만 벌 수 있어도 평생 음악 하며 살 텐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정말 슬펐다.

또 다른 한 명은 에반스라운지 대표님이었다. 1월 4일 9년 만에 폐업하지 않았나. 대표님께 드릴 말은 ‘고생하셨습니다’ 하나뿐이었다. 그때 대표님의 대답은 이랬다. “누군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더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를 알아줄 리 없겠다’라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해리빅버튼의 이성수와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 윤종수 변호사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를 기획했고, 힘을 합쳐 도왔다.

지난해 11월 ‘한국공연장협회’를 설립한 것도 의미가 깊다.
합정역 인근 청년 주택 지하의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운영방안을 두고 만들어진 단체다. 조그만 규모라 해도 라이브 클럽들이 모여 어떤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과와 교류하며 서울시와 합의를 볼 수 있었다. 현재 이사회에 올라있는 정회원 5곳(드림홀, 라디오가가, 롤링홀, 웨스트브릿지, 프리즘), 준회원 45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속 라이브 클럽들은 공연 여부와 더불어 방역 정책과도 접점을 찾아야 했다. 지난 2월 27일부터 불거진 ‘마포구청 발언’이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서울시 및 마포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클럽 네스트나다 공연을 30분 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있는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을 방역지침 위반으로 본 것이다. “다음날 네스트나다 대표님께서 제게 울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방역 수칙을 지켜 최소한의 생존을 도모하던 공연장 대표뿐 아니라 수많은 인디 아티스트들이 단속에 반발했다.

김천성 대표는 사건 이후 3월 2일부터 서울시와 사태 해결을 위해 논의에 나섰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방역과, 식품위생과, 문화정책과 등 다양한 부서가 얽힌 터라 의견을 조율하고 전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주일 만에 공연장의 입장을 전달해 마포구에 보냈는데, 구청은 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반려해버렸습니다.”

문제의 ‘칠순잔치’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시기다.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 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 19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냐.”는 구청 관계자의 실언으로 음악가들과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시각에도 김천성 대표는 관계자들과 만나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하는 중이었다.

그 결과 29일 한국공연장협회의 공지를 통해 앞으로 관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은 앞으로 음식점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하에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각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사라진 공연장이 많다.
퀸 라이브홀, 무브홀, 브이홀 등이 모두 사라졌다. 프리버드도 위태롭다. 상상마당도 오프라인 공연을 이제 막 하는 것으로 안다.

오늘 4월 12일 기준 코로나 19 4차 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칠순잔치’ 같은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과연 어떤 식으로 합의를 봐야 할지…
민감한 부분이다. 그 누구도 ‘스탠딩 공연을 풀어달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나, 레이블 대표, 문체부 기타 기관들과 함께 화상 미팅을 통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결국 클럽은 ‘스탠딩 공연’ 아닌가. 취약한 상황에서도 ‘거리두기 공연’, ‘언택트 공연’ 등 다양한 방법이 고려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답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프라인 공연만을 고집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다.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에디션’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에디션’이라… 자세히 설명해달라.
오프라인 공연의 경쟁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한다면 온라인은 아티스트 소개 및 쇼케이스,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렇게 끌어모은 팬들이 오프라인 공연에도 오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연은 티켓값을 올리고 확실한 수익을 추구한다. 무대에 설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확실한 티켓 파워를 갖춘 이들이 될 것이다. 그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 온라인이고. 롤링홀도 적극 돕고 있다.

롤링홀은 어떤 부분에서 아티스트들을 돕고 있나.
뮤지션들도 많이 만나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녀야 한다. 음악가가 마음을 열어야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지 않겠나. 예전처럼 ‘공연장 열어뒀으니 와서 공연하세요’ 마인드로는 안된다. 솔직히 코로나 19 이전까지의 티켓값이 지나치게 저렴했던 것도 사실이고 여러 가지 허술한 부분도 분명 많았다. 하지만 내 생각만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아티스트의 마음이다.

‘에디션’이 현재 클럽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이미지 재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개선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4~50명에서 현재 99명 정도 규모까지는 생각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 이전에도 이런 방향성을 가져가고 있었다. 공연장이든 뮤지션이든 이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방식과 달리 다양한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 방역 수칙 풀리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다.

현재 롤링홀의 오프라인 공연 추이는 어떤가.
사실 올해 준비한 오프라인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안예은, 너드 커넥션, JTBC < 싱어게인 >에 출연했던 한승윤 단독 콘서트, 오늘 공연을 준비 중인 예빛까지…. 미뤄졌던 공연을 다시 재개하며 6월까지 스케줄을 꽉 채웠다. 지난 4월 4일에는 이승환, 해리빅버튼, 로큰롤라디오, ABTB와 함께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도 진행했다. 일주일에 3일밖에 공연을 하지 못하는 한계는 있지만, 분명히 다시 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김천성 대표와 함께 모처럼 롤링홀 스테이지를 방문했다. 유튜브에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며 화제가 된 싱어송라이터 예빛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매진된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 공연장 입구 포스터를 촬영하는 사람들. 화사한 봄날의 햇빛 아래 음악의 힘이 우울한 확진자 수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인디 음악은 현재 완전히 상승세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시장 모두 규모가 커질 거예요. 투 트랙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죠. 온라인 공연으로 소구력을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 뒤, 오프라인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치는 겁니다. 저는 벌써부터 내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 속 지치지 않는 김천성 대표의 말에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코로나 19 속 라이브 클럽 생존기’를 써 내려가는 모든 관계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의 침묵을 돌파하기 위해, 끊임없는 잔향을 위해, 다시금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뷰 : 임진모, 김도헌
사진 : 김도헌
정리 : 김도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