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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IZM이즘x문화도시 부평] #30 이권형

웹진 이즘(IZM)이 문화도시 부평과 함께 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기획이다. 지금까지 이곳 출신의 여러 뮤지션들이 자리해 자신의 음악 이야기와 인천 부평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이번 서른 번째 주인공은 찰나의 단면을 노래하는 이권형이다.

암막 커튼 친 창작자의 방에서 통기타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느덧 데뷔 11년 차에 접어든 뮤지션 이권형이 음악을 만드는 순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인디 음악’을 좇아 홍대에 발을 들인 그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일터에 나가며 시간을 쪼개 음악을 만든다. 얼마 전 정규 3집 < 창작자의 방 >을 내놓고, 틈틈이 < 인천의 포크 >와 같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음악을 위해 돈을 버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음악을 “시행착오”, “과정 중에 있다”고 표현했다. 신보를 두고는 “기승전결 없이 딱 본론만 말한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잇기도 했다. 유달리 본인에게 엄격한 그는 순해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내면에 아주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뒤집어 이권형의 음악을 다시 소개한다. 문을 열어놓고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 이권형. 두세 번씩 단어를 골라 정성스레 질문의 답을 이어가던 그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해서 직접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인디 음악을 듣고 인디 뮤지션을 동경하다 보니 내 음악까지 직접 하게 되었다. (음악) 아직 나 자신이 프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인천을 기반으로 음반을 기획해왔고 최근에 3집 < 창작자의 방 >을 발매한 뮤지션이다.

인디씬 혹은 음악씬의 데뷔는 언제인가?
19살이었던 2011년에 해방촌에서 처음 공연했다. 직접 기획해서 내놓은 공연이니 그때를 데뷔로 보고싶다. 따지고 보면 시작은 ‘바다비’ 등에서 펑크 공연을 보고 펑크 음악을 하던 때이지만 지금 하는 ‘포크’ 음악을 제대로 시작한 건 2011년이었다.

펑크에서 포크로 변화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당시에는 씬에 진입해 누구든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펑크씬에 들어간 건데 막상 음악을 하다 보니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그럼에도 적은 코드로 음악을 만들고, DIY로 음악을 제작하는 등 포크와의 교차점에 있는 펑크의 태도는 아직도 간직하는 중이다.

10월 7일 발매된 정규 3집 < 창작자의 방 > 역시 정규 2집 < 터무니없는 스텝 >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장난기 어린 가사, 선율 등을 들려줄지 알았다. 막상 열어보니 그때보다 한층 차분해진 인상이 들었다.
3집은 특히 정돈된 방식을 지향했다. DIY로 만들되 조금 더 꼴을 갖추려 했다고나 할까? 2집은 정규라고 하기에 스스로에게도 창피하다. (이유를 물으니) 음반을 발매하고 군대에 가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꾸 시기가 늦어졌다. 결국 조금 조급하게 앨범을 묶어내게 됐다.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전 과정을 혼자 담당하는가?
1, 2집은 막역한 동료 뮤지션 파제(Pa.je)의 집에서 기타를 녹음하고 작업실에서 마무리했다.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주로 주말에 녹음했는데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그러다 보니 3집은 동선도 다 줄이고 내가 혼자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일을 병행하며 짬짬이 음악을 스케치했다. 자다가 일어나서 조금씩 음악을 만든 거다. 그래서인지 음반을 관통하는 서사가 없고 본론만 딱 잘라내 말하는, 기승전결 없는 음반이 완성됐다.

물론 문을 열고 닫는 방식으로 구성한 작품도 있지만, < 창작자의 방 >은 아예 의도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오히려 재밌었다. 문을 열어 두고 계속해서 내 얘기를 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읽어주니 고맙다. 처음부터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소재로 끌어당겨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록곡 ‘파크라이프’는 내가 쓰다가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물과음’에게 의뢰했는데 오후의 공원 풍경을 그린 듯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다듬어주었다.

주로 일상의 어떤 것들을 음악적 소재로 삼는지.
1집이 내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말을 가득 채워 넣는 상당히 ‘포크’스러운 접근법이었다면, 2집과 3집의 방식은 ‘속도감 있게, 소리 나는 대로’에 가까웠다. 나의 말을 음악으로 옮겨 적다 보면 작위적이기도 하고 특별하게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인위적인 곡이 나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손 가는 대로 스케치해보자는 마음으로 일상을 지나쳐가는 모든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이권형은 자신의 음악을 음반으로 묶어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인 것 같다.
음악을 하게 만드는 동기는 앨범이라는 꼴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 어떤 기록으로 남는지가 또 중요하다. 대중적인 성과를 바란 것은 아니기에 앨범을 만드는 그 과정 자체가 내게는 참 중요하다.

3집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 창작자의 방 >이라는 음반 명은 어떻게 짓게 된 것인가?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아트워크를 담당한 이려진 작가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대충 스케치한 것 같은데 그려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속도와 분위기가 음악에서도 풍기길 바랐다. 이 그림의 제목이 ‘창작자의 방’이다. 방에서 녹음하고 주변 소음, 오토바이 소리가 담긴 이번 신보의 작업 방식과 테마와도 맞아서 앨범을 < 창작자의 방 >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랑에 관한 짧은 스케치’를 들으며 감정 고조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 느꼈다.
1집 < 교회가 있는 풍경 >을 발매할 땐 어떻게든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애썼다. 내 커리어중 가장 다이내믹한 작품일 거다. ‘테이크 아웃 드로잉’ 등 젠트리피케이션 활동을 하며 내가 많이 변했다.

어떤 소재를 다루고 이야기할 때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을 절제하게 됐다고 할까?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감정 고조를 느끼지 못할 때도 많아졌고. 기승전결이 없는 음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객관적이고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다 보니 음악에도 자연스레 나타난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동료 뮤지션 예람, 천용성과 함께 한 ‘석촌호수’는 굉장히 메이저 지향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이 타이틀보다 더 좋다. 하하하. 후렴구 정도만 완성했을 때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게 작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맡겨 봐야지 정도 밑그림을 그렸었다. 막상 예람, 천용성에게 받은 부분을 합쳐보니까 더 재밌게 결과물이 나왔다. 플레이어보다 기획자 입장으로 접근한 곡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에서 제일 공들였거나, 혹은 듣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는지?
‘커피 토크’. 다른 수록곡과 코드를 다르게 접근했는데 제일 깔끔하면서도 독특하게 완성됐다. ‘경기도민 되기’도 추천하고 싶지만 어쩐지 부끄럽다.

‘경기도민 되기’는 <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에서 공개한 곡으로 알고 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인위적인 감이 있다. 이 곡을 만들 때 여러 개가 겹쳤다. 하나는 음반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주제가 비슷한 곡으로 < 인천평화창작가요제 > 공모에 제출하고자 만들게 된 노래다. 또 하나는 강남에서 경기도민들이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무표정한 모습이 ‘송장’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을 위해 바치는 장송곡 콘셉트로 노래를 썼다.

< 창작자의 방 > 음반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그리고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만든 앨범이라는 게 내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혹은 일상에서 음반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리스너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렇게 계속 음악을 하면 될 수 있다는 ‘인디 음악 가이드’라고도 생각한다.

그럼 이 음악은 대중보다는 창작자들에게 다가가는 음반인가?
그렇다. 동료 창작자, 인디씬에서 순수하게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또한 특히 3집은 제대 후에 빨리 완성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작업한 음반이기도 하다. 그래야 그다음도 있을 것 같았다고나 할까?

인천 지역 신문에 꾸준히 기고하는 칼럼도 그렇게 음악에서도 인천 출신이라는 것이 많이 소환된다고 느껴진다. 음악 안에 지역의 정체성을 묻어나도록 노력하는 편인가?
종종 펀딩 지원사업을 받기 때문에 요구받는 것과 음악의 합의점을 뽑아내고자 한다. 음악에 인천과 지역을 거는 것은 약간의 낚시, 유인책, 그리고 ‘이스터에그’ 정도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음악에 친밀감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출신 지역을 걸어 두었지만 안에 담긴 내용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가는 경우도 많다.

‘찐 음악가’. 음악 하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서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끔 저축하고 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음악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음악을 하며 주위 사람들도 만나고 일상과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 중요한 것 같다.

이권형을 음악으로 이끈 내 인생의 뮤지션, 앨범이 있다면?
이장혁 2집 < 이장혁 Vol.2 >. 한창 곡을 쓸 때 발매가 됐고 감명을 많이 받았다. 그때 이장혁 님이 하신 작은 카페 공연 ‘다방 투어’를 따라다니며 처음 맛있는 커피도 먹어보고 이렇게 간단하게 공연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도 배웠다.

2011년을 데뷔라고 치면 벌써 11년 차 가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인천에 사는, 인천 출신의 뮤지션들이 합작한 < 인천의 포크 > 트릴로지의 마지막 컴필레이션 < 모두의 동요 >를 완성했을 때다. 당시에는 죽어도 여한이 없고 이제 내 음악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최근에 동료 뮤지션 파제가 운영하는 ‘카페 륙’에서 했던 페스티벌을 뽑고 싶다. 그때 모인 사람들이 < 인천의 포크 >에 참여한 뮤지션들이었고, 마침 내 생일이기도 하고 해서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 인천의 포크 >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외롭게 음악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았다. 지금 음반을 만들 때도 그들에게 들려주려,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 들 만큼 말이다.

진행: 박수진, 손민현, 정다열
정리: 박수진, 손민현
사진: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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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검정치마 ‘Teen Troubles'(2022)

평가: 3/5

2008년, 어느 날 갑자기 인디씬에 등장한 검정치마는 데뷔작 < 201 >의 수록곡 ’강아지’에서 ‘시간은 29에서 정지할 거야 라고 친구들이 그랬어 / 오 나도 알고 있지만 내가 19살 때도 난 20살이 되고 싶진 않았어’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2022년, 스스로 ‘사랑 3부작’이라 이름 붙인 < TEAM BABY >(2017), < THIRSTY >(2019)를 지나 당도한 마지막 연작 < Teen Troubles >에서 그는 다시 과거를 소재로 택한다. 작품은 1999년 인간 조휴일이 17살이던 때로 돌아간다. 첫 곡 ‘Flying bobs’의 내레이션 ‘난 그저 열일곱을 살던 중이었어요 / 귀가 찢어질 듯 매미가 울던 1999년의 여름 밤’이 음반이 소환한 그때 그 시절이다.

그가 정리한 사랑의 종착은 보통의 보편적 사랑 < TEAM BABY >, 부정의 오도한 사랑 < THIRSTY >을 거쳐 젊은 날의 나에게로 향한다. 다시 표현하면 조휴일의 사랑 이야기는 ‘젊음’ 그리고 ‘나’로 매듭지어진다. 특히 < THIRSTY >에 강하게 묻어 있던 가상의, 상상을 덧댄 노랫말에서 보다 순도 높게 ‘나’를 바라본 이번 작품은 그렇기 때문에 더 ‘검정치마스럽다’. < 201 > 때도, 정규 2집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 때도 그의 음악은 명백히 화자인 나를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신보에는 ‘젊음’과 ‘사랑’과 ‘그 시절의 향수’를 능숙하고 투박하게 저울질하는 검정치마의 강점이 잘 담겨있다.

이를 증명하는 건 ‘Flying bobs’에서 ‘매미들’로 이어지는 앞부분의 수록곡이다. 업 템포로 폭발하는 검정치마 표 록의 진수를 보여주는 ‘불세례’는 ‘오늘은 너의 세상이 부서지는 날이야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춤과 노래는 갑자기 멈춰버렸고’ 외치며 식어가는 청춘을 그린다. 색소폰 선율로 감정을 끓게 하는 ‘어린양’,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데뷔 초를 떠올리게 하는 ‘Sunday girl’까지. 아니, 계단에서 40oz (알코올을) 하나씩 때려 박는다는 ‘Friends in bed’, 주문처럼 ‘밝고 짧게 타올라라’는 외침으로 치기 어린 젊음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매미들’까지 음반의 시작부는 생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무뚝뚝하고 시크한 조휴일스러움이 조금씩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은 그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룰 때부터이다. ‘우리가 알던 여자애는 돈만 쥐여주면 태워주는 차가 됐고 / 나는 언제부터인가 개가 되려나 봐 손을 댈 수 없게 자꾸 뜨거워’(‘강아지’), ‘나는 음악 하는 여자는 징그러 / 시집이나 보면서 뒹굴어 / 아가씨’(‘음악하는 여자’), ‘더러워질 대로 더러운 영혼 / 내 여자는 어딘가에서 울고 / 넌 내가 좋아하는 천박한 계집아이’(‘빨간 나를’) 등 전체 커리어 퍼져있던 솔직함(혹은 발칙함)으로 포장된 여성 비하적인 비유, 표현 등이 신보의 발목을 잡는다.

그것은 그가 ‘John fry’에서 ‘통통한 손이 내 바지로 들어와 / 근데 니 생각이 났어 / 참 이상한 날이야’라며 야릇하게 사랑을 노래하거나, ‘Garden state dreamers’에서 ‘열일곱 내 생일을 막 지나서 나쁜 걸 좋아하게 됐을 때 / 그녀는 슬로우 머신처럼 날 다스렸고’하며 일면 과감하고 섹슈얼하게 속 얘기를 꺼내는 것과 명백히 분리, 단절된 문제이다. 조휴일이 소환하는 ‘사랑’은 늘 같은 표현과 비유, 통속적인 클리셰의 반복에서 피어난다. 사랑은 늘 ‘뜨겁게’ 몸과 마음을 달구고(‘Power blue’), ‘예술가’는 늘 여성의 마음을 빼앗는다(‘99%’). (그리고 그것을 은근하게 비하한다). 달아오른 화자를 ‘개’, ‘강아지’에 빗대는 비유 역시 마찬가지.

음반의 구성력, 선율의 흡입력 등으로 무장했지만 표현력이 제동을 건다. 더 정확하게 그 표현은 그가 이성 간의 사랑을 다룰 때 청자를 멈칫거리게 한다. 즐길 수밖에 없는 사운드, 내 청춘의 한 가운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과감하고 직접적인 개인 서사 앞에서 끝끝내 검정치마 음악의 한계점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후반부 ‘Ling ling’, ‘Our summer’가 17살 조휴일의 개인적인 회고에서 시작한 이 음반을 보다 범대중적인 ‘청춘에 대한 회고록’으로 끌어올릴 만큼 두꺼운 힘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몰입,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 역시 분명하다. 같은 방식으로 그려지는 어떤 사랑의 묘사가 점점 더 검정치마의 음악을 얇고 묽게 짓누른다.

– 수록곡 –
1. Flying Bobs
2. Baptized In Fire (불세례)
3. 어린양 (My Little Lambs)
4. Sunday Girl
5. Friends In Bed
6. Cicadas (매미들)
7. Garden State Dreamers
8. Follow You (따라갈래)
9. Jersey Girl
10. Love You The Same
11. Powder Blue
12. Electra
13. Min (미는남자)
14. Jeff & Alana
15. Ling Ling
16. John Fry
17. 99%
18. Our Own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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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Album

김새녘 ‘새빛깔'(2022)

평가: 3.5/5

김새녘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은 나른한 기타 톤과 빼곡히 써 내려간 가사, 그리고 목소리다. 써놓고 보니 훌륭한 음악이 공통으로 지닌 요소들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첫 번째 음반 < 새빛깔 >은 자꾸만 묻고 싶은 것들을 만든다. 음악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새벽’과 활동명 ‘새녘’ 사이 의도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지. 기쁜 사랑보다는 슬픈 사랑을 풀어가는 각 수록곡은 어떤 상황에서 쓰인 것인지 등등. ‘새’로운 ‘빛깔’, 아니 ‘새’녘의 ‘빛’나는 색’깔’을 담은 작품은 이처럼 듣는 쪽에서 질문을 쏟아내게 할 만큼, 좋다.

‘좋다’는 감상은 새로움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독특하거나 새롭지 않다. 이를테면 ‘가느다란 사랑 하자며 / 나를 쫓아 따라오지 말아요 / 나는 줄 수 있는 것이 없어요 / 같은 생각 나눌 수도 없어요’ 인상적인 노랫말로 문을 여는 ‘싫증’은 밴드 쏜애플의 멜랑꼴리함을 닮았고, 힘없는 보컬과 탱탱한 일렉트릭 기타 선율로 곡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는 끝 곡 ‘알람’은 신해경, 검정치마 음악과 같은 선로를 달리는 식이다. 새로움은 없지만 분명 ‘내 것’인 덕에 익숙함과 편안함이란 강점을 가졌다. 또한, 조급함 없이 ‘내 이야기’를 풀어낸 점 역시 완성도를 높인다.

6개의 트랙은 흥분하지 않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부유하는 일렉트릭 기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드럼 비트로 골격을 다진 비슷한 구성 사이 매 곡이 선명한 힘을 가진다. 특별히 색 강한 사운드 소스를 쓰지 않아 호흡이 늘어질 수도 있었지만, 앨범은 그 인과관계에서 벗어난다. 힘 있는 메시지와 완급조절의 맛이 살아있다. 김새녘표 사이키델릭. 지는 계절 속 슬픈 나를 회상하는 ‘Floor Flower’,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너의 이기심이야’ 비난하는 ‘갈증’ 등 앨범에는 꾹꾹 눌러 쓴 기억, 추억, 시간, 순간의 편린이 살아 숨 쉰다.

그를 ‘무드 메이커’라고 칭하고 싶다. < 새빛깔 >은 저마다의 감정 속으로 듣는 이를 떨어뜨린다. 혹자는 그 이유를 음악 앞에 ‘드림팝’이란 수식을 붙여 설명하려 들겠지만, 장르의 구분을 떠나 그저 쉽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작품이다. ‘나는 / 이런 / 오직 / 이런 / 다툼 / 그만 / 너와 / 하고 싶어’ 노래하는 ‘고집’과 ‘날 버리기 전에 다시금 떠올려봐요’ 붙잡는 ‘의심’ 사이 누군가는 또 어떤 기억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24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쓰거나 달지 않게 되묻는 사랑 노래가 흐르고 때에 맞춰 각자의 (히)스토리가 퍼져나간다.

– 수록곡 –
1. 고집
2. 싫증 
3. 의심
4. Floor Flower
5. 갈증 
6. 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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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버둥 인터뷰

질긴 가사는 벅벅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다.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버둥을 만난 뒤 적은 글귀다. 작은 체구에 연일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있는 이 작은 아티스트는 도대체 어떤 생각과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인정했듯 그의 많은 고민의 결들은 작고 잘게 뭉쳐져 버둥 음악의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한때 아주 많이 날카로웠고 때때로 분노에 차 있었다.

그 시기를 거쳐 얼마 전 정규 1집 <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 >를 발매했다. 한결 가벼워진 시선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이번 음반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했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쓴 버둥.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눈길이 이동하는 동안 어떤 것을 잃고 얻으며 무엇을 읽어 냈을까. 모든 답은 음악 속에 있다. 버둥이 말하는 ‘지지 않는 곳’의 첫 막이 이제 막 먼지를 털고 마이크의 볼륨을 키웠다.

#1. 우리 함께 ‘지지’ 않는 곳으로.

첫 정규 음반 <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 >의 발매를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앨범 작업을 할 때마다 이번에 내야겠다는 확실한 ‘계기’가 있다. 계기가 있다는 건 발매할 이유도 확실해진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지금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먹었다고 작품을 완성하는 건 아니니까 뜻했던 시기에 음반을 묶을 수 있어 감사하다. 아직 음반 활동이 마무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리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확실한 ‘계기’가 있다고?
어느 순간 늘 이어오던 고민의 답이 찾아지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고민들이 이 결론을 위한 것이구나 싶다고나 할까? 나는 음악 활동을 시작한 18살 때보다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럼 뭘 고쳐야 할까?’ 늘 생각했다. 그러다 올해 완벽하지 않아도 내 모습을 누군가 좋아하고 믿어주면 그걸 기반으로 나아갈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고민을 맺을 수 있는 답을 찾았고 그게 이번 정규 음반의 ‘계기’가 됐다.

지난 EP < 조용한 폭력 속에서 >(2018), < 잡아봐! >(2020)가 개인적이고 날카로웠다면 이번 음반은 훨씬 대중적이다.
이전 EP는 나를 돌아보며 내 고민과 이야기를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작업을 많이 했다. 반면 이번 정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그들로 인해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들로 인해 내가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를 썼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걸 담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되도록 맞추려고 했다. 많이 듣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웅크리고 있는 버둥을 담은 핑크빛 음반 커버도 강렬하다.
커버를 두 번 갈아엎었다. 먼저 컨택 했던 분이 있었는데 편곡을 진행할수록 사진과 내 작품의 색이 점점 달라졌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수가 없어 직접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 커버를 찍어준 김무무 님의 사진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무무님을 만나 내가 작업한 커버를 보여드렸는데 표정에 걱정이 가득하셨다. (웃음) 무무님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써보는 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해줬다.

무무의 사진이 이번 작품의 메시지를 잘 담고 있던 건가?
그것보단 무무 작가님이 나를 많이 아껴준다. 나를 아끼는 사람이 보는 시선을 쓰고 싶었다. 그가 보기에 가장 버둥 같고, 담고 싶던 버둥의 모습을 찍어준 거니까. 그런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시선이면 음악과도 당연히 연결되지 않을까?

붉은빛, 핑크빛이 도는 사진을 선택한 건 여러 색을 시도해봤지만 이 색이 나와 제일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예술도 비슷할 것이라고 보는데 의도를 가지고 모든 걸 다 끼워 맞추기보다는 어떤 우연성을 믿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악을 듣고 붉은빛의 커버를 보면서 의미를 각자가 유추하고 찾게 되는 식으로.

눈에 띄는 버둥의 강점이 있다. 바로 작명 센스. 캐치한 제목을 정말 잘 뽑는다. 그중 ‘씬이 버린 아이들’이란 곡명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나는 이러다가 신에서 진짜 버려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제목이 자극적이기까지 하니까… (웃음) 근데 그게 내가 활동하면서 실제로 느낀 감정이다. 어딘가에 선택받지 않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심지어 불합격은 연락도 잘 받을 수 없지 않나. 어느 순간 그게 내가 더 잘나고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1년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작업물을 다시 갖다줬을 때 너무 좋다고 하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처럼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런 상황을 종종 겪을 거다. 그럴 때 힘들어하기보다는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의 자세를 갖자고 말하고 싶었다. 곡을 쓰고 공연하면서 내가 갖는 마인드다. 아이러니하고 웃긴 상황을 우리가 바꿀 수는 없으니 유쾌하게 돌파하자.

그래서일까? 음반 타이틀이 <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 >인 것이 버려지지 말고 차라리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는 일종의 선언처럼 읽힌다.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참 많다. 이 순간이 계속 지속 됐으면 좋겠다. 내가 더 많이 알려지면 그만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게 될 거다. 친구들 또한 몇몇이 이사라도 가면 현재처럼 가까이 지낼 수 없을 거고. 그걸 지금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니까 이 순간이 계속 지속되길 바랐다.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해서라도.

소설 < 어린 왕자 >를 보면 어린 왕자가 행성에서 노을을 보려 의자를 당기는 신이 있다. 그걸 읽으며 ‘해가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라는 타이틀을 떠올렸다. 그러다 우리가 실제로 버려지고, 지더라도 서로 얘기 나눴을 때 그걸 그냥 재밌게 넘길 수도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남들은 다 졌다고 하지만 우리끼리는 이겼다고 하는 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그곳으로 함께 가자. 하며 중의적인 의미로 제목을 지었다.

얼마 전 목표 금액의 5배를 웃돌며 실물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앨범을 에세이집 형태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인쇄비 정도만 모으려 시작했던 프로젝트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했고 또 당황했다. 기대하시는 만큼의 퀄리티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교정을 네 번 이상 보며 최선을 다했다. (웃음)

처음 작업을 할 때 뭘 먼저 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운이 좋아 시행착오를 적게 겪었다. 이때 선배들의 짤막한 작업기를 보는 게 큰 도움이 됐다. 마찬가지로 이제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 중 내 작업방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프로세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내가 워낙 한 노래에 많은 의미를 담는 편이라 팬분들에게 그 내막을 설명해주고도 싶었고.

#2. ‘버둥을 읽는 방법

기사를 찾아 읽으며 버둥이 늘 ‘여성’에 방점 찍혀 다뤄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2~3시간 구구절절 이야기해도 결국 누군가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많을 걸 꺼내놔도 꽂히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면 그게 크게 확대된다. 나에게 관심을 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시선 쪽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오려 노력하지만 여젼히 실패할 때가 많다.

< 싱어게인 >을 하면서 특히 그랬다. 그때 머리가 지금보다 짧았는데 댓글이 참 재밌었다. ‘머리 짧으니까 페미 아니냐’, ‘페미 아니면 응원한다’ 등등. (웃음) 내가 어떻게 만들어도 사람들이 그렇게만 본다면 아예 모호하게 해볼까 싶기도 했다. 안 듣고 싶은데 계속 입으로 따라 부르게 되는 중독적인 선율로. 또 뭉뚱그린 가사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 그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하하하.

이전 싱글 ‘How much’, ‘칼’ 등에서 이번 음반의 ‘00’, ‘연애’ 등으로 글감이 바뀐 것도 비슷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분노가 컸다. 다수의 여성이 그렇겠지만 내가 겪는 어떤 신체적, 외모적 차별들이 모두 내 탓인 줄 알고 자랐다. ‘내가 뚱뚱하니까…’ 하는 식의 것들이 있지 않나. 그게 잘못됐던 것임을 알게 되면서 내가 나를 가둔 시기에 대한 분노와 보상심리가 생겼다. 이전 작품이 날카롭다고 느낀다면 내가 그 분노들에 주목했기 때문일 거다.

분노가 지나가면 슬프다. 또 외롭기도 하고. 이제 나는 모든 게 반드시 내 잘못은 아니지만 또 어느 측면에서는 분명 내 잘못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2장의 EP에서 그런 감정을 어떻게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내렸다. 전작들을 통해 해소했다. 그랬더니 또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질문들이 찾아왔다. 앞서 말했듯 그걸 이번 정규를 통해 풀었다.

뮤지션 ‘버둥’ 이전의 한 개인으로서 성장 서사가 있다.
점점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진다. 그들을 보며 내가 어떤 걸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 음반의 ‘공주이야기’는 아이돌을 보면서 쓴 얘기다. 실제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릴 때가 있다. 어른들이나 대중들이 그들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거니까 실제 그 파도 위에 있는 어린 여성은 어떤 마음일까 상상하며 썼다.

중요한 건 시점이 달라졌다는 거다. 예전에는 ‘그 어린 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면 지금은 그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사람’의 시선에서 가사를 쓴다. 그렇다 보니 우스깡스러운 모습을 묘사하게 된다.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별로야, 우스워하는 뉘앙스가 묻어난달까?

더 다양한 면을 비추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 않나. 내가 더 많은 작품을 쓰면 지금과는 다른 상징이 생길 수도 있다. 예전엔 내게 붙는 수식어들에 대해 고민했다. 근데 사회가 그렇게 오래 기억하지 않더라. 조금 더 똑똑하게 ‘내가 그걸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그냥 다 보고 있다. 누가 내 노래를 이렇게 저렇게 듣고 얘기하는구나 하면서.

그런 마인드를 가지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늘 내게 부족한 면만 봐 왔다.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이만큼의 결과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회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마케팅이나 비주얼 라이징을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인데 그러니까 사람들이 ‘버둥은 회사 필요 없잖아’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버둥을 볼 때 고집이 있고 잘하니까 ‘회사가 하자는 쪽으로 안 하겠지’ 지레짐작하는 것 같다. 물론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라고는 하지 않지만 ‘왜 이렇게 해야 하죠?’ 질문했을 때 납득 가능하고 감당할 수 있다면 나는 늘 시도 하는 편이다. 믿는 사람이 조언하면 설사 그게 손해가 될지라도 일단 한번 해본 뒤에 돌아본다. 충분히 얘기 나누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버둥이 생각하는 뮤지션 버둥은 어떤 존재인가.
이번 정규를 만들면서 내가 결국 작업을 오래 할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아무도 나를 안 찾아줘도 뮤지션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가 끊기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난 할 이야기들이 많다. 또 나는 고민이 많다. 그리고 그걸 글, 영상, 말 등을 통해서 정리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제 그걸 인정하고 깨달았다. 어떤 식으로든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할 사람. 느리더라도 계속 이 일을 할 버둥. 확신이 생겨 요새는 마음이 좀 느긋하다. (웃음)

< 싱어게인 >, < 슈퍼스타 K7 >, ‘밴드 디스커버리’, ‘오월 창작 가요제’ 등 버둥이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 손의 손가락을 다 접어도 부족하다. 그 싫어하는 경쟁에 직접 참여한 건 그만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 실제로 버둥은 나를 알리는 일에 망설임이 없다.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엔 각양각색의 버둥을 만날 수 있는 ‘Q&A’, ‘브이로그’,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가 가득하다. 현재 5천여 명의 구독자와 소통 중. 음악 외의 영상, 사진 작업 또한 찰떡같이 제 색을 찾아 잡는다. 다재다능과 선명한 욕심, 그리고 열심을 기반으로 버둥은 부단히 길을 닦고 있었다.

#3. 슈퍼스타가 된 버둥. 전국투어, 노들섬 그리고 고척돔!

고민 많은 버둥. 요즘 삶은 어떤가?
과분한 관심에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다. 가끔 어떻게 하면 지금 버둥 정도로 자리를 잡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근데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다. 나는 EBS ‘헬로루키’를 비롯한 경연 덕을 많이 봤다. 지금은 코로나로 경연, 오디션 자체가 줄어 들었으니… 나 또한 1년만 늦었으면 누렸던 많은 기회를 놓쳤을 거다.

정규를 내면서 솔직히 업무량이 꽤 많아졌다. 이걸 내가 다 혼자 처리하면 음악 활동만으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노래를 연습하고 창작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진다. 같이 일해줄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소속사의 손길이 필요한데 그런 생각을 하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한 해 한 해 나이가 차니까 조급해지는….

정규 1집 발매 전후로 체감되는 외부의 반응 차이가 있는지.
차이라기에 예전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웃음) 과거엔 그냥 버둥이라는 애가 있더라 정도였다. 정규 1집을 내면서부터 내 음악에 대한 깊은 평가나 이야기들이 생겼고.

반면 버둥의 ‘찐팬’은 활동 초창기부터 있더라.
너무 감사하다. 나를 오랜 시간 좋아해 주는 것을 보면 또 신기하기도 하고. 나는 내가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걸 봐도 버둥이 해석하는 틀이 있고 거기에 디테일한 관점을 더하는 편이다. 이런 관점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이 내 음악을 사랑해주는 것 같다. 팬들을 통해 내 시선을 의심하지 않아도 됨을 느낀다.

자신의 아픈 서사를 드러내고 이를 좋은 선율과 시선으로 녹여내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첫 곡 ‘처음’. 모르는 걸 물어봤을 때 잘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말을 섞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조금 구분할 수 있게 됐지만 첫 EP를 낼 때만 해도 정말 힘들었다. 내가 언제까지 아는 척 해야 하고, 모르는 걸 언제까지 숨겨야 하는지. 얼마나 웃어야, 얼마나 울어야 하는지… 그런 마음들을 가사와 멜로디로 잘 정리한 것 같다.

EP 2개와 이번 정규 음반까지 모두 밴드 줄리아드림의 박준형 PD님과 작업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준형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웃음) 이번 작품이 보다 대중적이어 진 데는 준형의 의견이 한몫했다. 슈퍼스타가 된 버둥. 준형의 이번 프로듀싱 키워드였다. 녹음 디렉팅을 줄 때 여기가 고척돔이고 4만 명이 있다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상상은 잘 안 됐지만… 하하하.

고척돔? 물론 가능이다. 가사도 너무 좋고, 기획도 너무 잘하고, 음악도 끝내주니까!
1월 말에 노들섬에서 크게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전국 투어도 준비 중이고. 표를 다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현장에서 앞서 제작한 에세이집을 판매할 예정이니까 아직 구매하지 못한 분들은 참고해달라. 투어 일정은 조만간 공개하겠다. (웃음)

버둥을 위로해주고 지탱하게 한 작품이나 뮤지션이 있다면?
이번 앨범에 관련해서 말하자면 이랑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이다. 관계에 있어 늘 자책했다면 이 음악을 통해 여유를 많이 얻었다. 내 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게 내 탓만은 아니다 하는 깨달음. 많은 위로가 됐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그들로 인해, 그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던 데에 랑의 노래가 큰 역할을 했다.

음악 일을 멈출 수 없는 동기 중 하나 역시 이런 뮤지션들 때문이다. 멀리서 즐겨듣던 음악가 곁에 가볼 수 있고 그들의 음악을 때로 ‘미리’, ‘먼저’ 들어볼 수 있는 것은 이 일이 주는 큰 매력이다. 이번 에세이집 아이디어도 랑의 < 신의 놀이 >를 통해 얻었다. 나 역시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하며 언젠가 직접 회사도 운영해보고 싶다. (웃음)

하나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비하인드 가득한 대화였다. 벽장 아래 살며 자신의 가치를 모르던 한 캐릭터처럼 버둥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석인양 빛났다. 자신을 잘 알았고 그걸 잘 꺼낼 줄 알았으며 적절하게 포장까지 할 줄 아는 영리한 아티스트. 지지 않는 곳으로 부단히 발걸음을 옮기는 버둥. 그의 여정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인터뷰: 박수진, 정다열, 정수민
정리: 박수진
촬영: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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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둥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2021)

평가: 3.5/5

우리는 모두 자주 버둥거린다.
애써도 애쓴 만큼 결과물이 따라주지 않는, 날들의 연속. 우연히 버둥의 음악을 만났다. 선홍색의 불빛이 짧은 머리의 웅크리고 있는 여성을 비춘 커버. 어딘가 외롭고 쉽게 그 의중을 찾아낼 수 없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첫 곡 ‘처음’을 재생. 이내 자세를 고쳐 앉고 음반 전체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버둥. 나름 열심히 음악을 따라 듣고 있지만 그리 익숙지 않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완숙한 멜로디가 돋보였다. ‘00’, ‘Muse’ 등의 신시사이저로 문을 열고 잘 들리는 선율로 무장한 곡들이 있었고 가사 또한 특별했다. ‘00’은 ‘영영’이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곧 ‘1과 2가 지켜보길 / 3과 4가 지나가길’하는 식으로 숫자를 이용해 서사의 흐름을 살렸다. ‘연애’는 ‘날 네 것으로 널 내 것으로 / 만들지는 않을 거야’ 노래하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표현한다.

쉽게 말해 직접 쓴 노랫말은 음악을 통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선명하게 내뱉고 있었다. 음악적 시선이 뚜렷한 곡. 난해하고 알 수 없는 단어들로 뭉뚱그리지 않고 시적이되 사고를 명징하게 풀어낸 작품은 뮤지션 ‘버둥’을 한정하기보다 오히려 확대했다. 마치 이쪽에서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나요?’ 묻게 하고 더불어 ‘당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하게 한달까.

그렇게 2018년에 첫 EP < 조용한 폭력 속에서 >를, 2019년에 < 잡아봐! >를 발매했음을 알게 됐다. 두 개의 짧은 음반과 몇 개의 싱글을 거쳐 당도한 이번 정규 앨범은 오랜 시간 버둥거리며 부단히 노력한 흔적을 보여준다. 우선 대중을 놓치지 않는다. 선율이 전작에 비해 확실히 매끄럽다. 타이틀 ‘씬이 버린 아이들’을 들어보자. 그간의 싱글 중 가장 밝은 기조를 띈 이 노래는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리듬을 타게 하는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지며 매력적인 후렴을 만든다.

또한 더 풍성해졌다. 신시사이저의 활용이 단정하고 깔끔하게 적소에서 터진다. ‘공주이야기’와 같은 노래에선 오르간, 브라스 세션 등을 활용해 전에 없던 터치를 담았다. 즉 이 음반은 인디 뮤지션으로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오던 그가 ‘지지 않았음’을 그래서 버둥을 주목해야 함을 증명한다. 제 색을 찾으며 발전한 흔적이 여기 있는 것이다.

버둥거리다. 힘에 겨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다. 버둥이 쓰는 음악은 어떤 순간들을 지나치고 또 어떤 기억들을 묻기 위한 삽처럼 느껴진다. 완전한 것을 노래하지 않고 조금은 불편하고 아프고 답답한 것들을 써 내린 음반. 자주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기 충분하다. 버둥, 버둥. 그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다.

– 수록곡 –
1. 처음
2. 00
3. 나의 모든 슬픔이
4. 그림
5. 공주이야기
6. Muse
7. 씬이 버린 아이들
8. 파아란
9. 연애
10. 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