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코로나 19 사태와 킹 클럽 확산 사건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태원 거리 곳곳은 한적했고 예전만큼의 생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IZM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이태원의 모습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다뤄보려 한다. 그 세 번째 주인공은 소프 서울(Soap Seoul)이다.
2017년 3월 오픈한 소프는 자체 레코즈 론칭부터 애플 뮤직 큐레이터, 머천다이즈 생산, 글로벌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을 통해 클럽이라는 공간을 넘어 음악 기반의 브랜드다. 소프의 공동 디렉터 DJ 폴른스(Fallens)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소프 서울에 대해 소개해달라.
음악을 토대로 단순 공간에서 벗어나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프 서울의 뮤직 레이블 소프 레코즈(Soap Records)를 설립해, 브릴리언트(BRLLNT)의 싱글 ‘Cash’로 첫 싱글을 발표했다.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 관련 이벤트를 기획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해주셨으면 한다.
소프 레코즈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레코드를 준비한 지는 거의 1년이 넘었다. 콘셉트를 짜고 자잘한 것들을 만들어가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회사 설립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특히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들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하다 보니 법률 관련해서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레코드의 첫 타자가 브릴리언트(BRLLNT)인데 다음은 누구를 생각하고 있나.
아티스트 계약을 따로 하고 있진 않다. 향후에는 프로듀서 다울(DAUL)의 새 싱글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많은 곡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한국의 여러 음악 레이블들과 협업하여 리믹스 컴필레이션을 구상하고 있다. 기대해달라.
소프는 이태원 클럽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크고 작은 다양한 파티를 기획해온 디럭스 서울(Deluxe Seoul)의 인테리어 및 디자인부터가 새로웠다. 붉은 조명과 어둠으로 인식되던 클럽을 둥글둥글하고 푸른색의 깔끔하고 상쾌한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깔끔한 비누 모양을 강조하는 소프는 힙합부터 하우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끌어 모았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매일 손님들로 북적이는 ‘힙’한 클럽이 되었다. 유명 아티스트들의 쇼케이스 현장, 또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 장소로도 굉장한 화제였다.

지금까지 소프는 ‘뭔가 다른’ 클럽으로 신선함을 안겼다.
‘편하고 깨끗한 콘셉트’를 추구한 것과 더불어 단순한 장소로서 끝나고 싶지 않았다. 다채로운 음악 공연을 베뉴에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지난해에는 클럽 자체 온라인 스토어도 열었다.
머천다이즈 판매는 2년 전부터 진행했다. 많은 제품들이 사랑받았지만 특히 에어팟 케이스는 ‘대박’ 났다. 음악 관련해서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고 계속 아이디어를 던지다가 머천다이즈도 판매하게 됐다.
애플 뮤직(Apple Music)과 제휴하여 매주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것 역시 당시에는 굉장히 놀라운 이슈였다.
애플 뮤직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며 처음에는 비츠원 라디오(Beats 1 Radio)를 콘셉트로 잡고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시아에는 그런 류의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나. 애플 뮤직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처음부터 라디오 스테이션처럼 진행하는 것보다는 큐레이팅 형식으로 출발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하게 됐다.
최근에는 ‘Wish You Were Here’라는 새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도 추가했다. 우리와 친한 외국 아티스트들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는 플레이리스트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이 시기에 적절한 콘텐츠라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나이키, 배스킨 라빈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배스킨 라빈스의 경우 한남동에 콘셉트 스토어 ‘하이브 한남’을 오픈하며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줬다. 하이브 한남 오픈 당일에 우리가 음악 큐레이팅을 진행하여 디제잉도 하고 유튜브 라이브도 송출했다. 애플 뮤직을 통해 매장에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도 업데이트했다. 8월 중에는 소프를 콘셉트로 한 아이스크림도 나온다. 소프 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만들어서 1층 바를 방문하시는 분들께 생일 이벤트를 제공할 계획도 있다.
승승장구하던 소프 서울에게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심각한 사태였다. 3월 5일부터 영업을 한시 중단했고 밤마다 북적이던 인파는 점점 줄어갔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파티,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잖아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당연히 닫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몇 주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는 지금까지도 소프, 클럽 문화, 이태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확산 당시 소프의 분위기는 어땠나.
당시 코로나 확산에 대해서 우리 안에서도 불안감이 있었다. 3주년 이벤트와 여러 해외 아티스트 내한 공연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취소된 이벤트 중 가장 아쉬운 하나가 있다면.
코스믹 보이(Cosmic Boy)와 관련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1층 바에서 토크쇼도 진행하고, 머천다이즈도 생산하고, 콘서트와 파티를 함께하는 다양한 기획이 있었다. 우주비행(WYBH) 크루들도 당연히 왔을 거고. 우리도 그렇고 아티스트들도 그렇고 너무 열심히 준비했던 터라 서로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몇 주면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5월부터 ‘이태원 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본격화되고 말았다.
막막했다. 참 막막한데…그것보다는 이 동네에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이 더 속상하다. 이태원 감염이 한창 화제일 때는 택시 기사님께 이태원으로 가달라고 하면 거절당할 때도 많았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고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됐다는 사실이 정말 슬펐다.
폴른스는 소프의 공동 설립자지만 디제이로의 삶도 병행하고 있지 않나. 디제이로의 일거리도 타격이 있었을 텐데.
디제이는 7월부터 8월 사이가 가장 바쁘다. 페스티벌, 공연, 파티 등 이벤트가 쏟아지는 시기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우연히 이전 디제잉 영상 속 내 모습을 봤는데 모든 게 꿈같았다. 마스크 끼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환호하고…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베트남에서 음악을 틀고 온 기억도 났는데 그건 더 비현실적이었다. 디제잉에 해외여행이라니.
이태원 커뮤니티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뭉쳐야산다’를 깊이 새겼다. 6월 12일부터 소프 주도로 진행한 ‘서포트 이태원(Support Itaewon)’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볼노스트(Volnost), 파우스트(Faust) 같은 언더그라운드 클럽은 물론 서울커뮤니티라디오, 이태원 일대 음식점과 카페, 바까지 포함해 이태원을 지지하는 티셔츠를 발매했다.
인스타그램에서 3천 회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를 모은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 만에 온라인 티셔츠 판매를 완료 지었다. 수익금의 절반은 프로젝트 참여 업장들과 나눴고, 나머지 절반은 용산구청에서 출연한 비영리 공익재단 ‘용산복지재단’에 기부했다.
6월 12일 ‘서포트 이태원(Support Itaewon)’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달라.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도하게 됐다. 티셔츠를 제작해 뒷면에 함께한 업장의 이름을 넣어 온∙오프라인 판매를 진행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나름대로 화제가 됐고 온라인 판매를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티셔츠가 매진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다 같이 모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출발했는데 많은 분들께서 그 의미를 생각해주셔서, 또 관심을 주셔서 벅찼다. 지나가다 티셔츠 입고 계신 분들이 보이면 친밀감도 생기더라.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티셔츠를 구입하시는 분들께는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이태원에 방문해달라’는 의도였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태원의 여러 사업체들, 클럽, 음악가들이 뭉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아직 디제이, 클럽 문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지라 우리 입장에서는 문화적으로 행동한다 해도 대중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변질된 클럽 문화도 많다. 따라서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
현재 클럽 관계자들과 함께 비영리 사단 법인 ‘한국클럽문화개선협회’ 를 준비하고 있다. 시청의 허가를 받아 인증된 단체가 되면 보다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담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국 클럽 문화의 인식 개선을 중점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본격적인 연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기인만큼 얻는 것도 많은 시기로 기억되어야 하리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있다. 디제이로서, 이 문화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인식 개선을 미리 해왔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더 많이 고민하게 됐고.
향후 디제이 문화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어떻게 바뀔 것 같은지,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지 궁금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화로 인정받기 위해, 디제잉을 알리기 위해 계속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아티스트들과 디제이들 모두 나름대로의 자각을 할 것이다.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끝으로 소프를 응원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웃음).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더 좋은 이벤트, 문화적 움직임으로 그 관심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 김도헌, 임동엽, 이홍현, 임선희
정리 : 임선희
사진 : Soap Seou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