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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람팜팜’ (2022)

평가: 1/5

5분 10초라는 긴 러닝타임부터 요즘 노래들과 다르다. 이 긴 시간 속에서 이진아는 웅장한 편곡, 급박한 코드 변화, 현대 클래식과 재즈를 오가는 건반 연주, 단단하게 응축된 현악기, 유러피언 메탈의 기타 사운드 등 다채로운 악기 편성으로 ’21세기의 K팝 프로그레시브’를 시도한다. 철 지난 음악 스타일과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음색의 불협화음은 < K팝 스타 >로 주목받은 그가 다른 오디션 출신 가수들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대중적’이라는 말은 ‘상업성’과 동일시 됐고 상업적이라고 낙인찍힌 음악들은 자동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음악이 직업인 사람에게 돈을 벌지 말라는 건 무슨 심보인가? 어떤 뮤지션들은 그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인정받으면서 고결한 돈벌이를 위해 애써 어렵고 난해한 음악을 한다. 그러면서 내 고차원적인 음악은 다른 뮤지션들과 다르다며 자신을 세뇌하고. 대중음악이 아닌 소중음악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돈도 벌길 원한다. 이건 욕심이다.

이진아는 인터뷰에서 힘든 상황을 인내하고 있는 사람들이 ‘람팜팜’을 듣고 힘이 나고 눈물이 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지만 눈물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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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진아 인터뷰

인터뷰는 ‘도전’과 ‘성숙’으로 수렴됐다. 2014년 < 케이팝 스타 시즌4 >에서 TOP 3위에 오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이후 꾸준한 음악 활동으로 본인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스스로 “언제나 힘들지만 음악이 1순위였다”라고 회고할 만큼 음악과 밀착된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캔디처럼 달콤한 에너지를 담은 음반 < 캔디 피아니스트 >(2020)를 발매했다. 제목의 뜻을 물으니 ‘음악적 정체성을 가득 담은 단어’란 답이 돌아왔다.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예쁘고 맑은 것은 많이 했으니 이제 더 진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대답에는 안주하지 않는 부지런함과 음악을 향한 열정이 느껴졌다. 얼핏 보면 알록달록 밝기만 할 것 같은 노래들 사이 일상의 답답함, 현실의 한계 등을 녹여낼 줄 아는 이진아를 10월의 한가운데, 이즘 사무실에서 만났다. 새 장르에 거침없이 다가서며 프로듀서로의 욕심을 내비치는 그에겐 반짝반짝 멋진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새 앨범 < 캔디 피아니스트 >를 발표했다. 제목의 뜻이 궁금하다.
‘어웨이크(Awake)’, ‘캔디 피아니스트’, ‘자유’라는 제목을 두고 고민했다. 너무 심각한 주제는 싫었다. 사탕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기도 하고 재즈 피아니스트로서는 부족하지만 예쁘게 피아노를 칠 수는 있으니까 < 캔디 피아니스트 >로 타이틀을 정했다. 새로운 단어 아닌가. 나를 상징하는 명함처럼, 내 색깔이 담긴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

‘캔디’가 이진아의 음악 성향을 대변해준다고 볼 수 있는 건가?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 고민을 20대 초반부터 했다. 예를 들면 제프 로버(Jeff Lorver) 같이 EP도 자주 내고 달콤하고 재지한 음악이 귀에 딱 꽂혔다. 거기에 약간 리듬은 그루비한 것을 좋아했고. 여기에 이미지로는 놀이공원, 예쁜 사탕 가게 등을 떠올리며 ‘이런 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구나’ 싶었다. 인터뷰를 하며 종종 사탕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하게 된 이유다. 이게 내 언어로 굳으면서 내 음악 성향이 된 것 같다. 

< 캔디 피아니스트 >, 제목은 알록달록하지만 내용은 또 알록달록하지만은 않다.
노래에 솔직하게 다 드러나는 편이다. 음악을 시작하고 한 해 두 해 계속 살다 보니까 권태기 같은 게 찾아왔다. 음악이 정말 좋은데, 좋은 것도 계속하다 보면 좀 단조로워질 때가 있지 않나. 좀 그런 시기였다. 더 잘해야 하는데 더 잘하는 게 뭔지,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고 고민은 많았다.

소속사 대표님이기도 한 토이(유희열)가 목소리를 얹은 ‘여기저기 시끄럽게’에 그 고민이 대표적으로 담겨있다.
여기저기에 음반을 낸다고 열심히 말하고 다녔는데 막상 모니터링을 하면 기운 빠질 때가 많았다. 회사에 들려줄 좋은 곡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회사는 이전 곡들보다 더 좋은 곡을 원할 텐데 그런 곡이 없다고 느꼈다. 그러고 나니 ‘나는 한 게 없나?’하는 생각도 들더라. (웃음) 매일 곡을 쓰긴 했는데 그게 다 조각일 뿐이고. 2절에 할 말이 없어서 후렴에서 ‘알려주면 안 되나요?’ 그랬으니까 진짜 알려줄 사람을 구해봤다. 가까운 어른이기도 하니까 부탁드렸고 흔쾌히 참여해주셨다.

1절에서 고민하는 지점을 말하면 2절에서 희열이 응원해 주는 구조다. 실제로는 어떤 편인가?
실제로도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근데 또 더 멋진 곡을 만들라고 독려도 하신다 한다. (웃음) 요즘에는 회사에 가서 작업을 안 하다 보니까 교류가 조금 줄긴 했다. 그래도 연락하면 바로바로 답장해주신다.

앨범을 제작하며 힘들었던 점은?
하다가 막히거나 하는 건 별로 없었고 곡들을 고르는 전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트리오 앨범도 고민했고 기타 이런저런 시도도 많이 했다. 그렇게 곡을 만들고 앨범에서 빼고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특별히 힘들었던 곡을 뽑자면 ‘나를 막는 벽’이다. 오래전에 만들었던 곡인데 버리고 싶지 않아 계속 안고 있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사이먼 페트렌(Simon Petrén)과 함께 작업하며 색이 좀 달라졌다. ‘먼지’도 시기적으로 만든 지 꽤 된 곡이다.

사이먼 페트렌과는 과거 < Random >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타이틀 싱글 ‘꿈같은 알람’도 사이먼과의 작업이다.
SM 송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참 신기하고 실력 좋은 분이다. ‘꿈같은 알람’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Shake it off’ 정도로 빠른 곡을 쓰고 싶었다. 내 노래는 미디엄 템포가 많아 공연장에서 신나게 즐기기 부족한 느낌이 있는데, BPM 180은 넘는데 내가 부르면 이상하게 더 느리게 느껴지긴 한다. (웃음)

과거 < Random >(2017)의 ‘계단’에서 그랬듯이 이진아의 음악은 실제로 그 구성요소를 따져보면 어두운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돌발 혹은 불협 요소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너무 좋다. (웃음) 요즘 빠져있는 피아니스트 티그랑 하마시안(Tigran Hamasyan)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 민속적이고 무서운 느낌도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참 매력 있다. (웃음) 이걸 (음반에) 많이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이쪽도 해보고 싶어서 넣은 게 수록곡 ‘나를 막는 벽’이다. 2절 쪽의 분위기가 그렇다. 

‘나를 막는 벽’도 그렇고 이진아 음악은 코드 변주나 기법 등이 자유롭게 바뀌는 것 같은데.
그 노래는 피아노를 치다가 인트로를 먼저 발견했다. 하고자 하면 막히고 잘해보려 하면 또 막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입부에서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되어 마음에 갖고 있었다. 이후 미디를 좀 덧입혀보자 했다. 왜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같은 연주자가 참 멋있지 않나. (웃음) 공부할 겸 미디를 가지고 만들다가 아카펠라도 좀 넣고, 다시 빼고. 그렇게 완성했다. 미디를 치면서 많이 다져나갔던 곡이다.

이진아의 음악 세계를 상징하는 재즈의 색채 때문일 텐데, 대중가요와 전공 음악(재즈) 사이에 고민이 많진 않나. 
음악을 계획적으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고민은 많다. 재즈가 됐든 내 목소리가 됐든 대중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자주 곱씹어봤던 것 같다. 요즘에는 근데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더 좋아질까 싶기도 하다. (웃음) 내가 완전히 대중가요로 간다고 달라질까. 지금은 나 스스로 제일 잘하고 좋아하고 끌리는 걸 하고 싶다. 고민은 늘 많지만 결과물을 만들 때 결국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주의다.

듣다 보면 앞서 언급했던 전환, 회전 요소들을 의도하는 것 같진 않다.
내가 계산을 잘 못 한다. 설계해서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된다.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닌데 생각보다 칭찬을 많이 받게 되니까…

충분히 이해되는 고민이다.
선배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칭찬받는 시기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는 것이라고. 음악 하는 선배들이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하더라. 칭찬받는 단계가 있으면 그다음에는 그것에 대한 고민도 느끼고 부담도 느끼는, 그런 단계가 올 거라고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의 부제 ‘Awake’ 즉, ‘일깨움’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지점에서의 일깨움이다. 게으른 나의 상태에서 다시 깨우는. 그러니까 단순하게 자는 나를 깨우는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우연히 < 어웨이크 >라는 책을 봤다. 그런 책도 보고 동시에 재즈 공부를 좀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깨워야지만 표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걸 배웠다. 한 끗 차이로 진짜 진실한 음악과 가짜가 나눠진다. 나도 정신을 깨우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사는 대로 살게 되니까.

평소 나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그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늘 하는 거다. 

“요즘에는 음악을 즐기며 하는 친구들이 참 많아요. 나도 즐기면서 해보자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라 고백한 이진아에게선 더 좋은 음악, 안주하지 않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 고민은 심각함보다 치열함에 가까웠다. “제가 심각한 사람은 아니에요! 즐기면서 만든 곡도 많아요. ‘캔디 피아니스트’ 같은 곡은 ‘쉽고 재밌는 게 제일 좋은 건데’ 하면서 만들었어요”라 이야기하는 표정은 해맑았다.

< 캔디 피아니스트 > 앨범 커버도 그렇고 이진아가 지니고 있는 색깔도 알록달록한 것 같다. 본인의 색을 하나로 표현해준다면? (트위터 ‘뽀야밍’ 님의 질문)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하늘을 좋아한다. 아무리 슬픈 날이어도 맨날 달라지는 하늘의 색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 구름 뭐 이런 것들. 총체적인 하늘의 색이라 답하겠다.

최근에는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이란 이름으로 새 활동을 시작한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곡(‘랜선 탈출’)에도 참여했다. 8비트에 칩튠, 스윙을 고루 섞은 곡이다. 평소 하던 음악과 결이 다른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원래는 가사도 제게 써달라고 하셨다. 좀 써보긴 했으나 석철 님의 범접할 수 없는 세계관에 부합할 수 없었다. 뭔가 원하시는 게 더 있으신 것 같았다. (웃음) 랜선을 탈출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가사로 써주셨고 노래를 듣자마자 좋았다. 연주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보컬로 함께했다.

신시사이저나 미디, 전자음악 쪽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 진아식당 Full Course >에서 ‘냠냠냠’을 친구 프로듀서 탁(TAK)과 함께 리부트 하기도 했다. 그레이(GRAY)와 작업하기도 했고. 근데 막상 또 해보니까 그것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더 가더라. (웃음)

최근 관심 있는 장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더 인터넷(The Internet). 그런 느낌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다. 아직 실제로 구현해 본 적은 없지만… 시티팝 장르도 해보고 싶다. 요즘에는 안 해본 것 쪽으로 자꾸 눈이 간다. 진지한 스타일의 음악도 끌리고.

< 캔디 피아니스트 > 이후 이진아의 음악적 지향 혹은 목표가 있다면. (인스타그램 @doh._s 님의 질문)
내 목소리를 담아서 예쁜 캔디를 만드는 건 재밌게 충분히 했다. 물론 이런 걸 얼마든지 계속 만들 수는 있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음… 진실한 것. 다른 게 진실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더 진하고 농도가 깊은 음악을 해보고 싶다. 악기가 정말 작아도 되니까 조금 더 깊은 음악. 그걸 꺼내고 싶다.

언젠가 프로듀서로서의 이진아를 기대해 봐도 될까?
발전 중이다. ‘나를 막는 벽’ 같은 경우도 기초 공사는 내가 많이 했다. 옛날보다는 트랙을 많이 작업해 둔 상황에서 도움을 받았다.

< 캔디 피아니스트 >란 음반에서, 혹은 나아가 음악가 이진아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내가 왜 살까 하는 고민을 자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사는 이유 중 제일 멋진 것 같았다. 조금의 도움, 약간의 힘 정도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피아노를 연주하고 음악 하는 것 밖에 없으니까 이것으로 힘을 주고 싶은 거다. 너무 많이 말해서 닳아버린 말 같긴 하지만 “힘이 되는 음악”이 내 목표다. 타이틀 ‘꿈같은 알람’처럼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울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최근 즐겨 듣는 이진아의 플레이리스트를 알고 싶다.
노라 존스(Norah Jones)의 < Pick Me Up Off The Floor >(2020). 수록곡 중에 ‘Stumble on my way’라는 곡이 있다. 마치 욕조에 푹 담겨 있는 느낌이 난다. 처음에는 그냥 그랬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도 추천하기도 했고… 또, 앞서 말했던 티그랑 하마시안도 생각난다. 버클리 음대 학생들이랑 같이 연주한 영상을 봤었다. 벌프펙(Vulfpeck). 베니 싱스(Benny Sings)도 많이 듣는다.

인터뷰 : 김도헌, 박수진, 임동엽
정리 : 박수진
사진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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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캔디 피아니스트’ (2020)

평가: 3/5

이진아는 ‘팝재즈 싱어송라이터’ 타이틀에 걸맞게 앨범마다 재즈의 공통분모를 심어놓았다. < 캔디 피아니스트 > 역시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리듬의 변주, 음악 곳곳을 장악하는 재즈 선율로 연주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이제는 이러한 다채로운 ‘이진아식’ 음악의 형태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재지(Jazzy)한 피아노 연주로 인트로를 시작해 화려한 리듬으로 버스(Verse)가 시작되면 후렴 뒤에 피아노 리프 혹은 솔로로 간주를 꾸민다. 이어서 다시 노래가 시작되었다가 솔로가 한 번 더 등장한다. 이러한 구성은 ‘계단’, ‘RANDOM’에 이어 ‘나를 막는 벽’, ‘꿈같은 알람’, ‘여기저기 시끄럽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이번 음반은 수록곡 대부분이 펑키(Funky)한 느낌을 차용해 그 유사성이 가중된다.

자칫 자기 복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재치 있는 멜로디와 노랫말로 차별점을 둔다. 오묘한 코드 진행과 차임벨 소리로 환상 동화 같은 인트로를 연출한 ‘나를 막는 벽’은 ‘벽이 날 자꾸 가로막네’의 도약 높은 후렴구로 재미를 선사한다. ‘RANDOM’ 때 함께한 사이먼 페트렌(Simon Petrén)이 또 한 번 참여한 ‘꿈같은 알람’은 간주 구간에서 스캣과 솔로가 동일하게 진행되는 유니즌(unison)으로 흘러가며 재즈 요소를 더한다.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한 후렴구 멜로디와 기상 과정이 담긴 스토리텔링 형식의 노랫말이 대중성을 부여한다.

안테나의 수장 토이가 참여한 ‘여기저기 시끄럽게’는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을 익살스럽게 녹여냈다. 특히 스트링 편곡이 눈에 띈다. 보통 스트링은 대중가요에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곡은 피아노에서 사용되는 재지한 선율을 스트링에 적용하며 재미 요소를 더한다. 피아노 솔로와 유니즌으로 움직이는 형태 또한 일반적이지 않아 흥미로운 요소. 

앨범은 화려한 편곡과 다채로운 멜로디로 아슬아슬하게 한계점을 비껴갔다. 다만 여전히 수록곡 간의 유사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단순히 장르적 요소를 더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즈를 주축 삼아 대중성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은 강점이지만, 반복되는 문법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 캔디 피아니스트 >는 뛰어난 역량과 색깔이 오히려 한계점으로 남을지, 혹은 그 색깔이 더 다채로워질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캔디 피아니스트
2. 나를 막는 벽 
3. 꿈같은 알람 
4. 여기저기 시끄럽게 (Feat. 토이) 
5. 먼지
6. Awake (Feat. Sam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