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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10구절로 프린스 이해하기

4월21일 전해진 프린스의 돌연사는 우리에게 데이비드 보위의 사망에 못지않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서구 언론은 2016년을 이미 비극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프린스(Prince)는 천재와 기인의 평판 아래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리면서 무수한 명곡과 명반을 남겼다. 그의 삶과 의식을 축약하는 10개의 구절을 통해 그의 위대한 음악발자취를 더듬어보기로 한다.

슈퍼 펑키(Funky) 판타지

그의 음악은 흑인음악의 역사에 걸친 모든 장르의 요소들이 뭉개진 것 같으나 엄연히 개체적 느낌이 살아있다. 미국의 정체성인 ‘샐러드 보울’을 닮았다. 이게 프린스 음악의 핵심이며 크로스오버라는 용어는 어쩌면 그의 음악을 두고 써야할 말이다. 따라서 그의 음악에 대한 통상적인 장르 분류는 의미가 없다.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살아 숨 쉬는 개체 가운데 펑크(Funk)의 느낌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전성기 시절의 ‘1999‘, ‘Dirty mind’, ‘Raspberry beret’, ‘Sign ‘o’ the times’ 등 대부분 곡들이 펑키 사운드가 제공하는 탄력적, 입체적이며 핫한 리듬의 환희다. 프린스 위 계보에 ‘제임스 브라운’과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가 있다는 규정은 그가 크로스오버 속에서도 펑크가 지향한 아프로(Afro) 아이덴티티를 견지했음을 의미한다.

“록 인구도 그를 사랑했다!”

전성기에 결성한 ‘레볼루션’ 그리고 이어서 ‘뉴 파워 제네레이션’이란 밴드는 멜로디와 코드워크 이상으로 펑크 리듬을 밀어대려는 욕구의 산물이다. 그러다 보니 지향이 비슷한 록과 부담 없이 손을 잡게 된다. 프린스 음악은 곧 펑크 록(Funk rock)이다. 하지만 이 록의 터치가 상대적으로 짙은 ‘블랙’ 감성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언젠가 “난 하나의 특정 문화풍토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난 펑크도 아니고, 리듬 앤 블루스 가수도 아니다. 백인이 많은 미네소타 주의 중산층 출신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드시 흑인감성에만 충절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본인이 기타리스트였기에 더욱 확연히 드러난 록의 감성으로 인해 1980년대, 그 펄펄 날던 시절에 프린스는 마이클 잭슨보다 훨씬 더 많은 록 인구를 규합했다. 그것을 증명하는 단 하나의 곡이 다름 아닌 ‘Purple rain’이다.

마이클 잭슨의 라이벌, 프린스

상기한대로 록 팬들의 선택은 마이클 잭슨이 아닌 프린스였다. 1980년대를 놓고 봤을 때 마이클 잭슨이 비틀스라면 프린스는 롤링 스톤스였다. 동갑인 둘을 놓고 음악 팬들 사이에도 암암리에 경쟁의식이 작용했다. 빌보드차트는 그 시대를 정리하면서 전체 1위를 마이클 잭슨(총 2080점), 2위를 프린스(2019점)로 집계했다. 별 차이나지 않는다. 프린스 같은 까칠하고 훨씬 덜 대중적인 음악이 등위(等位)를 누렸다는 것은 경이적이다. ‘When doves cry’, ‘Let’s go crazy’, ‘Kiss’, ‘Batdance’, ‘Cream’ 등 무려 다섯 곡이 빌보드 1위. 마이클 잭슨도 프린스의 영향을 받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불타는 숲 속의 새끼사슴’이라고 묘사했던 연약한 마이클 잭슨은 ‘어두운 동굴의 사자’ 프린스가 크게 어필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악동’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게 버클을 주렁주렁 달고 부츠에 체인과 벨트가 잔뜩 달린, 제목 그대로 다소 거친 이미지의 1987년 앨범 < Bad >다.

프린스의 영원한 수식은 천재

음악을 잘한다고 무조건 천재(genius)라는 수식을 들이대지 않는다. 눈과 귀를 본능적으로 잡아끄는 각별함, 독자성, 일반적인 관행이나 보편적 질서를 따르지 않는 비타협성이 작위적이 아닌 자연스럽게 술술 나와야 천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영예를 얻는다. 데이비드 보위가 그렇듯 프린스는 부고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는 지금은 물론, 생전에도 언제나 뮤지컬 지니어스(musical genius)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그가 아니면 표현하지 못할 그것도 광대한 음악의 땅을 < Dirty Mind >, < 1999 >, < Purple Rain >, < Sign ‘O’ The Times >, < Graffiti Bridge> 등으로 굴착했다. 선배 스티비 원더의 헌사를 듣는다. “프린스는 실로 다양한 문화를 함께 엮어 우리에게 전달했다. 그는 원했다면 클래식을 했을 것이다, 원했다면 재즈도 했을 것이며 원했다면 컨트리도 했을 것이다. 그는 록을 했고 블루스를 했고 팝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을 했다. 그는 진정 위대한 뮤지션이다.”

MTV 스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프린스는 1980년대를 견인한 뉴 미디어 MTV의 총아이기도 했다. 그는 음악만이 아니라 외적 개성의 표현에서도 우월했다. 한때 6피트 장신 여성모델 옆에 서게 되자 “장난해? (키 올려주는) 애플 박스 어디 있어?”라고 했다는 에피소드가 말해주듯 단신임에도 결코 카리스마를 놓치지 법이 없었다. 그 특출 난 스타일은 단지 보여주는 수준이 아닌, 음악의 외연 확장과 유기적으로 관계했다. 이러한 이미지와 메시지의 혼재, 사운드와 패션의 결합이 1980년대의 ‘팝 컬처’였고 프린스는 그 글로벌 선두였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시리아노의 말. “우리는 진정한 패션 아이콘을 잃었다. 프린스는 과감했고 동시에 패션과 재밌게 놀았던, 머리에서 발끝까지 진정한 ‘아티스트’였다!” 그는 음반을 정복했고, 방송(MTV)과 공연을 제패했고 나아가 < Purple Rain >, < Under The Cherry Moon >, < Sign ‘O’ The Times >, < Graffiti Bridge > 등 스크린도 유린했다. ‘우린 토탈 엔터테이너,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를 잃었다!’

레코드 산업, 그 거대자본과 싸운 혁명아

아티스트는 창작의 자유를 건드리는 음반사가 밉지만 대놓고 그 증오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프린스는 1993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장에서 난데없이 법정서류를 꺼내 읽었다. “아마도 어느 날 모든 권력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뮤지션의 작품을 그들이 조종하고 제한하기보다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것을!” 그는 그때까지 17년간 소속되어 있던 음반사 워너레코드사과 자신의 관계일반을 ‘제도화된 노예제’로 규탄했다. 언론은 그것을 ‘혁명 수행 중’이라고 했고 <뮤지션>지는 “프린스는 아티스트와 기업 간의 현상(現狀)에 도전하는 몇 안 되는 혁명아 중 한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프린스는 이의 일환으로 1993년부터 음반녹음을 거부했고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심볼로 대체했다. 당혹스런 언론은 궁여지책으로 그를 ‘과거에 프린스라 알려진 아티스트’라고 불렀다. 그는 7년이 지난 2000년이 되어서야 다시 프린스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섹스와 섹슈얼리티 코드의 마케팅

1970년대까지 아티스트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로 기성 질서와 가치에 시비를 걸었다. 극도의 상업성이 지배하던 미국 레이건과 영국 대처의 보수시대에 음악가는 자선 의식을 표출하거나 아니면 유서 깊은 성(性)에 칼을 휘두르는 방식을 택했다. 외설이라는 보수 언론의 딱지에도 불구하고 프린스는 거의 광기로 성을 통한 자유 의식의 설파에 집중했다. 섹스에 대한 억압 이데올로기에 든 반기라고 할까. 마돈나에 적용되었던 혐의처럼 호기심의 자극 혹은 성공 창출을 위한 방법론이 아닐까 하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선을 깔아뭉개며 프린스는 여성의 자위, 신음, 근친상간, 오럴 섹스 등 음반사도 앨범을 낼지 말지를 고민할 만큼 표현수위가 높은 소재를 거리낌 없이 음악에 옮겨 놓았다. 의도적으로 섹스를 노골화하고 섹슈얼리티를 충격적으로 부각해 억제된 인간내부의 자유분방함을 꺼내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그가 얻은 닉네임은 ‘악당 전하(His Royal Badness)’. 그는 모든 면에서 왕자 아니면 왕이었다.

고유 컬러를 확립한 미니애폴리스 제국

전성기에 그는 ‘더 타임’, ‘베이너티 6′(올해 2월, 57세의 나이로 사망), ‘아폴로니아’, ‘실라 이’, ‘웬디 앤 리사’ 그리고 ‘더 레볼루션’ 등의 뮤지션들과 함께 언론과 벽을 쌓으며 자신의 고향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그들만의 음악 성지를 축조했다. 이른바 미니애폴리스제국. 제도적 장치로 파악한 매스컴과의 일정한 간격 유지에 의해 미니애폴리스 음악제국은 더욱 신비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마이클 잭슨처럼 프린스도 음악적 자유를 ‘폐쇄’책을 통해서 실현하고자 한 셈이다. 미니애폴리스제국은 하지만 외부와의 차단을 통해 음악에 매진하는 작업공간으로서의 개념을 넘어, 바깥세상의 제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에 의해 통치되는 별개의 소우주로 기능했다. 이것은 그가 스타인 동시에 반(反)스타 기질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아메리칸 팝의 주류를 반역적으로 비틀었던 프린스의 선동은 아름다웠다.

최고의 히트 작곡가로서 기염을 토하다!

언론의 접근이 차단된 별도의 미니애폴리스 제국을 통치하면서 프린스는 당대에 활약한 무수한 아티스트의 히트 레퍼토리를 제공하는 작곡가로도 금자탑을 쌓았다. 제국 내의 산물로 < Purple Rain > 당시인 1984년 모리스 데이가 이끈 ‘더 타임’의 ‘Jungle love’와 드러머 실라 이(Sheila E)의 펑키 감성이 물씬한 ‘The glamorous life’가 있지만 이후 리스트는 더욱 화려했다. 그 무렵 샤카 칸의 ‘I feel for you’, 시나 이스턴의 ‘Sugar walls’, 여성밴드 뱅글스의 ‘Manic Monday’ 등 차트를 주름 잡은 곡들이 모두 프린스의 오선지에서 나왔다. 1990년 시네이드 오코너의 깊은 보컬이 빛나는 명곡 ‘Nothing compares 2 U’가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팝 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가수만이 아니라 성공적인 작곡가로 당대를 풍미했다. 음악 관련미디어 영역에 프린스의 이름이 내걸리지 않은 곳은 없다.

2000년 이후만 독집 앨범 16장 발표

2015년에 프린스는 두 장의 앨범 < HITnRUN Phase One >과 < HITnRUN Phase Two>를 잇따라 내놓았다. 여기서 활약한 여성 3인조 백업 밴드 ‘써드아이걸’은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앨범은 저 옛날 < Purple Rain >의 사운드를 듣기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프린스가 뭘 말하고자 하는가를 귀 담아 듣는 팬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창의 스피릿은 꺼지지 않을 듯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앨범이 2014년, 4년 만에 컴백해 거푸 두 장의 신보 < PlectrumElectrum >과 < Art Official Age >를 낸 후에 다시 또 두 장의 새 앨범 발표를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겨우 한해 지나 또 신작으로 롤백 한 그 왕성한 생산력은 후대의 귀감이다. 2000년대 들어서 내놓은 독집이 자그마치 16장이다. 거룩한 다산(多産). 마지막까지 음악의 불꽃을 태운 것이다. 그는 음악으로 산 게 아니라 ‘음악을 살았다!!’

(2016.04.2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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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권진아 ‘뭔가 잘못됐어'(2020)

평가: 3.5/5
  • ‘뭔가 잘못됐’다는 제목과 달리 노래는 사랑에 빠졌을 때의 감정을 밀도 있게 이야기한다. 사랑에 빠지면 ‘옳은 게 다 틀린 게’ 된다는 노랫말은 사랑에 빠져보지 않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가사. 권진아의 싱어송라이터적 자질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을 택했다. 듣기에는 편안하지만 쉽게 공감을 일으키는 노랫말도, 따라부르기 쉬운 난이도의 곡도 아니다. 그럼에도 서정적인 가사와 유려한 멜로디, 그 위에 얹어지는 따뜻한 음색으로 노래는 생명력을 발휘한다. 권진아만의, 대체 불가능한 세련된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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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그레이(Conan Gray) ‘Kid Krow'(2020)

평가: 3.5/5

국내에서 ‘Maniac’으로 유명한 미국 출신의 코난 그레이(Conan Gray)는 유튜버로 시작해 남다른 수준의 커버곡과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브이로그(Vlog)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혼혈아였으며, 그런 부모님의 이혼으로 12번의 이사를 해야 했다. 이 모든 불필요한 편견에 부딪혀온 유년 시절의 상처를 첫 정규앨범 < Kid Krow >로 승화시키려 한다. 앨범 커버 속 코난 그레이(Kid)와 까마귀(Crow, 앨범에서는 말장난으로 ‘Krow’라고 칭한다)는 고독을 내포함과 동시에 모두의 고통을 나누고자 한다.

< Kid Krow >는 코난 그레이의 삶을 담고 있는 집합체다. 외로운 자신의 옆에 누군가 있기를 바라는 ‘Comfort crowd’는 그의 목소리와 단조로운 베이스라인으로 시작해 공허함을 표출하며 이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더블링해 고독을 채운다. 그의 말대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상처를 담고 있지만,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감각적인 편곡으로 음악은 어두운 분노의 표출보다도 유연하게 흘려보내는 독백에 가깝다.

이 스무 살 남짓의 청년에게는 이별의 아픔도 있다. 고로 앨범은 자신을 둘러싼 편견뿐만 아니라 여러 대상에게서 오는 상처를 폭넓게 토로한다. ‘As you admit there’s someone new / It’s my move, fight or flight? (네가 새 사람(연인)이 생겼다고 인정했을 때, 난 너와 싸워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도망쳐 나와야 하는 걸까?)’라는 가사의 ‘Fight or flight’는 자글자글한 기타와 8비트의 드럼으로 록킹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날 것으로 토해낸다. 

앨범은 적지 않은 수록곡임에도 지루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Fight or flight’라든가 ‘The cut that always bleeds’, ‘Heather’가 기타를 중심으로 밴드 사운드를 선보인다면, 트렌디한 신시사이저가 자리 잡은 ‘Wish you were sober’, ‘Maniac’은 그가 음악적으로도 방대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Maniac’은 리드미컬한 신스팝 스타일로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송폼마다 드럼 비트를 변형 시켜 재미의 요소를 더한다. 영화의 장면 같은 뮤직비디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의 비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컨트리풍의 ‘The story’로 긴 서사의 끝을 맺는다. 할시의 < Manic >이 그랬듯 앨범은 상처와 고통을 담고 있지만, 주목해야 할 건 지금껏 그를 ‘이룬 것들’보다도 앞으로 그를 ‘이룰 것들’이다. 멜로디를 꾸미는 능력이나, 우울한 가사에 비해 밝은 느낌의 편곡을 교차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불행의 과거가 영광을 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날이 어찌 됐든 ‘And I hope that they all get their happy end (난 그들이 그들만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

– 수록곡 –
1. Comfort crowd 

2. Wish you were sober
3. Maniac 
4. (Online love)
5. Checkmate
6. The cut that always bleeds 

7. Fight or flight 

8. Affluenza 
9. (Can we be friends?)
10. Heather
11. Little league
12. Th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