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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2021)

평가: 3.5/5

장르를 묻는다면 이제는 더 이상 무명가수 30호가 아닌 이승윤이라 답할 것이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 싱어게인 > 우승자 ‘방구석 음악인’이 대중매체의 환호 세례에 첫 정규로 화답했다. 찬란한 성공 신화에 안주하지 않았다. 급부상한 스타에게 기대할 법한 감동 스토리나 격려의 말 대신 늘 하던 대로 유별난 철학과 정신을 새겨 넣을 뿐이다.

마초적이면서도 섬세한 목소리와 밴드 세션이 앨범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다. 과거 적을 두었던 그룹 알라리깡숑과 함께 음반 위에 브릿팝과 한국 모던 록의 향취를 짙게 흩뿌렸다. 청명한 선율의 프로듀서이자 메인 보컬을 담당하는 이승윤은 고음에서 몽니처럼 울분을 폭발시키다가도 음역대를 낮출 때에는 잔나비를 연상시키며 감정선을 조율한다.

록 사운드 위 인문학적인 가사는 우리들 삶의 양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부드럽고 일상적인 단어들로 공감대를 형성해 차트를 저격하는 요즘의 작법과 차별점이 뚜렷하다. 도리어 그의 시선에 닿은 소재들이 사회의 명암을 비추는 순간 가슴 한켠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한 편의 신랄한 에세이 같았던 ‘영웅 수집가’처럼 ‘교재를 펼쳐봐’는 비극적인 총기난사 사건을 방치한 사회를 고발하는가 하면, ‘도킹’과 ‘구름 한 점이나’에서는 소년의 모습으로 부푼 꿈을 늘어놓기도 한다.

울적한 해학을 견지하는 인생관은 ‘코미디여 오소서’에서 두드러진다. 사회의 쓴맛에 실소를 보내는 듯 뚜렷한 기타 리프는 비정한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친 이들을 아듬어준다. 고독한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면서도 결코 절망을 바라보지 않는다. 곡명처럼 코미디를 호출하는 후렴구나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을 잡은 후반부 트랙은 어둠 속 무지개를 드리우며 이상향을 꿈꾼다.

빈정거리듯 건네는 희망이자 우울로 침전하는 사회를 향한 저항정신이다. 침체된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은 비관적인 상황에 억지 눈물로 공감을 쥐어짜기보다 세상을 향한 정면돌파를 감행했다. 노래하는 인문학도 이승윤이 새 시대의 록 스피릿을 품에 안았다.

– 수록곡 –
1. 도킹
2. 구름 한 점이나
3. 교재를 펼쳐봐
4. 사형선고
5. 폐허가 된다 해도
6. 코미디여 오소서
7.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다운 말
8. 커다란 마음
9. 흩어진 꿈을 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