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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청춘 로커, 팬들의 마음에 도킹하다!

음악 예능 < 싱 어게인 – 무명가수전 >의 우승으로 무명 세월을 극복한 이승윤은 도리어 곡 작업에 매진했다. 2021년에 나온 실질적 데뷔 앨범 < 폐허가 된다 해도 >와 2022년 3월 첫 단독콘서트 < DOCKING >의 열띤 행보는 2023년 서울가요대상 ‘올해의 발견상’으로 귀결했다. 올해 1월 정규 2집 < 꿈의 거처 >를 발매한 그는 지난 2월 18일과 19일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 DOCKING > 전국투어의 대장정을 알렸다.

2시간 50분과 27곡. 단독 콘서트로서도 흔치 않은 숫자다. 쪼그려뛰기의 열정적 무대 매너는 후반부의 경기장 질주로 치달았다. 공연 후 마주친 그는 지침과 동시에 행복해 보였다. 공연 중 재차 공식 팬덤 ‘삐뚜루’를 언급했고 ‘달이 참 예쁘다고’의 환호와 합창에 감격했다. 팬과의 소통을 강조한 콘서트였다.

스케일이 큰 편곡 지향점은 여러 대의 악기와 사운드 이펙트를 동원했다. 핸드볼 경기장의 고질적 음향 문제에도 인디 록 밴드 바닐레어 소속 지용희의 파워 드러밍과 싱어송라이터 복다진의 건반 연주가 돋보였다. 이승윤도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를 번갈아 사용하며 기타 로커의 이미지를 굳혔다.

정규 앨범 두 장과 더불어 2019년 EP < 새벽이 빌려 준 마음 >과 음악 집단 알라리깡숑 시절의 곡을 총집합했다. < 싱 어게인 > 전후로 축적한 경험치는 노련한 퍼포먼스로 이어졌고, ‘교재를 펼쳐봐’ 와 ‘꿈의 거처’, ‘영웅 수집가’의 강력한 소리망 사이로 문학적이고 섬세한 노랫말이 피어났다.

록의 시대가 지났기에 이승윤의 존재는 더욱 반갑다. 기타 기반의 사운드스케이프에 열광하는 남녀노소를 보며 록의 대중성을 재확인했다. 1990년대 브릿팝을 흡수한 청년 로커는 2020년대 한국 팝 록의 중심에 섰다. ‘야생마’처럼 사상과 자의식을 풀어헤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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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이승윤 ‘웃어주었어’ (2022)

평가: 3/5

세상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웃어주었어’는 이승윤 서사의 연장을 암시한다. 그는 색채를 활용한 표현과 신호등의 비유로 아티스트가 현재 어떤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지 그려낸다. 가사에서 화자는 현재 주황 불빛, 즉 붉은색도 노란색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일종의 과도기에 있다. 초록 불을 기다리며 걸음을 멈춘 그에게 봄을 상징하는 개나리가 웃어주는 대목은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상상하게 한다.

이승윤의 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밝은 분위기의 편곡과 시원한 록 사운드가 상징 가득한 가사를 감싼다. 당김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음악적 동기를 반복하는 후렴의 선율도 귀에 들어온다. 예상 가능한 진행의 쉬운 편곡이라 얼마간의 지루함이 있지만 곡의 각 요소 간의 조합이 단단하다. 앨범의 커버처럼 이승윤은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왔다. 가수가 스스로 인정할 만한 초록 불이 언제 켜질지 예상하는 것은 조심스러우나 일단 걸음을 뗄 용기는 확보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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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승윤 인터뷰

오랜 무명 가수 생활을 딛고 유명 가수로 탈바꿈한 이승윤에게 < 싱어게인 > 우승은 한 챕터의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에 가깝다. 2023년 서울가요대상에서 < 올해의 발견상 >을 거머쥐며 전한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보다는 물이 새지 않도록 배를 수리하며 지냈다’는 수상 소감처럼, 그는 자신을 둘러싼 급격한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을 담금질하여 2집 < 꿈의 거처 >와 함께 돌아왔다.

녹진한 삶을 언어에 풀어내는 문장가이자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사상가로서 면모는 여전히 탄탄하다. 환희와 절망이 엉킨 삶을 해학적으로 짚어낸 < 폐허가 된다 해도 >처럼 그에게는 깊은 철학과 함께 밝은 유머도 빛나고 있었다. 다소 한산하고 여유로운 월요일 저녁의 홍대 거리와 묘하게 어울리는 이승윤은 어려운 질문에도 능글맞게, 가벼운 물음에는 또 진중하게 화답하며 본인의 뚜렷한 주관과 음악에 대한 묵은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정규 2집 < 꿈의 거처 >로 돌아왔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 음악이 ‘슬림’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태생이 맥시멀리스트인지라 음악적으로 늘 풍부한 소리를 지향한다. 다만 < 폐허가 된다 해도 >는 데드라인이 촉박했기 때문에 소리의 정돈이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사운드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치하고, 고민할 시간이 충분했던 < 꿈의 거처 >가 더 완성도 높고 정갈한 소리를 들려주기에 그런 감상을 낳는 것 같다.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측면에서도 ‘슬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사 역시 무게감을 던 느낌인데 이런 의도는 없었는지.
솔직하게 말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작품을 만들지는 않고 오히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내 취향을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신보에는 기존에 비축해둔 곡과 최근에 쓴 곡들이 섞여 있다. 이전에 만든 곡들은 좋은 문장이 되도록 오랜 퇴고를 거친 편이지만, 너무 현학적인 가사에 얽매이는 건 아닌가 싶어 새로운 트랙들은 날 것으로, 떠오르는 감정에 집중했다. 그런 이유로 얼마 전에 만든 ‘비싼 숙취’나 ‘야생마’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자기 생각을 온전히 가사에 녹여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 중 언어를 특히 날카롭게 다듬는 이유가 무엇인가.
원래부터 말에 잘 휘둘리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성장기에 난립했던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에는 멋진 말을 들으면 무조건 수용했지만, 그 문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들을 배격하는 행태에 어느 순간 괴리감을 느꼈다. 당연히 어떤 문장이 주는 교훈이 있고 행동 지침으로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게 굉장히 폭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번 트랙인 ‘말로장생’에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승윤의 언어에 영향을 끼친 문학가는 누구인가.
사고 측면에서는 소설가 톨킨의 < 반지의 제왕 >을 인상 깊게 읽었다. 존재하지 않는 3분 내외의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음악가의 입장에서 수천 년의 장대한 서사를 만들어낸 < 반지의 제왕 >의 장대한 상상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텍스트에 피로해진 이승윤이 언어를 제거한 연주곡을 발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가능하다면 47분 정도 길이의 연주곡을 내고 싶다. (웃음)

전작 < 폐허가 된다 해도 >는 이즘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평단의 반응이나 자기 음악에 대한 평가를 주의 깊게 보는 편인가.
어릴 때 들었던 CD 속에 늘 평론지가 꽂혀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글들을 자주 읽어왔다. 평론은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창작물을 해석하여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그 의미를 더 빛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평단에서 좋은 음악으로 봐주시는 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삶에 절망하는 인간의 고뇌, 그런데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음악인의 환희를 함께 녹여낸 음반의 독특한 정서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내 인생관을 소리로 담는다. 늘 삶의 필연과 당위에 대해 들으며 자랐지만 다들 알다시피 이 세계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그럴수록 점차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영역이 많아졌고, 나에게 있어서 음악은 이 뒤죽박죽인 세상을 표현하는 좋은 매개체다. 그렇게 인생의 딜레마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이런저런 질문과 답을 노래 안에 산발적으로 흩어놓았다.

자신과 음악 사이의 끊임없는 감정 교류야말로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스스로는 < 폐허가 된다 해도 >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궁금하다.
시궁창 같은 현실에 빈정거리면서도 말할 수 있는 희망을 담아 ‘빈정거리는 희망’으로 정의했다. 소위 ‘사이다 발언’으로 아주 멋진 말을 하면 받는 호응과 지지가 있고 감정을 더 비극적으로 꾸며낼 때 얻는 만족감도 물론 있다. 그러나 멋진 문장만 늘어놓을수록 진정성을 잃어버린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았다. ‘코미디여 오소서’가 희극적인 면과 비극적인 면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하듯이 현실적인 이상주의자가 되고 싶었다.

이렇게 깊은 가치관을 음악과 어떻게 연결하는지.
보통 작업은 가사로부터 출발한다. 어떤 한 문장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단면과 그 뒷면까지 보고 음악이라는 콘텐츠로 재구성한다. 1집에 수록된 ‘구름 한 점이나’를 예로 들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라는 속담을 듣고 화가 나서 그 격언을 비꼬아 노랫말을 지었다. 보통 초안은 거칠게 쓰고 다듬어가며 하나의 곡을 완성해간다.

전개되는 철학뿐만 아니라 ‘코미디여 오소서’, ‘사형선고’, ‘교재를 펼쳐봐’는 음악적 진행도 상당히 독특하다. 후반부 맹폭하는 편곡 스타일이 매력적인데 원래부터 이런 음악을 지향했는가.
이론을 먼저 배운 게 아닌지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하는 편이다. 물론 혼자서만 만든 음악은 아니다. 보통 밴드 셋을 그려놓고 곡을 만들기 때문에 가까운 연주자 동료의 도움이 꼭 필요하고 그들이 있어야 완성된다. 음악 내외로는 밴드 오아시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고 6집 < Don’t Believe The Truth >를 가장 좋아한다. 오아시스 곡을 따라 치며 기타 코드를 익혔고 사춘기 시절에는 그분들의 태도에도 매혹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볼수록 오디션 프로그램의 퍼포먼스나 경쟁적인 요소와는 어울리는 면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계기로 < 싱어게인 >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방송 오디션은 음악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시점까지 남겨둔 선택지였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 음악을 들려주기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기보다는 한번 도전이라도 해보고 장렬히 산화하자는 마음이었다.

막상 하고자 하는 음악을 연장하기 위해 선택한 프로그램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 다해야 할 책임과 의무도 많았다. 그것들을 다하고 난 후에는 가수로서 현재 위치가 예전에 그렸던 모습과는 달라 허탈하기도 했다. 어떤 목표나 지향점 없이 긴 호흡으로 앨범 작업에 열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든 우승 이후에 음반을 내며 본격적으로 산업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음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지금, 이승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표준화된 가창력 평가 기준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래 잘하는 보컬이 필요한 것처럼, 그냥 자기 노래를 하는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보고, 이 관점에서 내가 만든 노래는 내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내 음악 안에서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게 강점인 것 같다.

< 꿈의 거처 >에 직접 쓴 소개 글을 인용하면 ‘삶을 공허에 전부 빼앗기기 전에 선수를 치고’ 결국 살아남았다. 지금도 공허에 맞서 투쟁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경험에서 비롯된 조언과 위로 한마디를 부탁한다.
현대 사회엔 분명 공허가 주는 매혹이 있다. 그 유혹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떤 것이 되었든 집중하고 몰입하는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해 인생을 논하겠다는 마음가짐도 한번씩은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이번 앨범에서 한계까지 쏟아보자는 의지로 달려왔고, 그러다 보니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작업을 마쳤다. 이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힘겨움과 즐거움이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물론 이건 철저히 개인적인 사례다.

언젠가 다시 이즘과 함께 인터뷰하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그때를 위해 지금, 이 순간 이승윤은 어떤 사람인지 대답해준다면.
그저 2집 앨범을 발매한 지 3일이 지난 사람이다. 아직 어떤 음악을 한다는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고, 음반 작업 이후에 음악적 정체성을 가다듬으며 계속해서 어떤 음악인으로 살아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자 한다.

진행 : 임진모, 장준환, 임동엽, 정다열, 손민현, 한성현
정리 : 손민현
사진 :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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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2021)

평가: 3.5/5

장르를 묻는다면 이제는 더 이상 무명가수 30호가 아닌 이승윤이라 답할 것이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 싱어게인 > 우승자 ‘방구석 음악인’이 대중매체의 환호 세례에 첫 정규로 화답했다. 찬란한 성공 신화에 안주하지 않았다. 급부상한 스타에게 기대할 법한 감동 스토리나 격려의 말 대신 늘 하던 대로 유별난 철학과 정신을 새겨 넣을 뿐이다.

마초적이면서도 섬세한 목소리와 밴드 세션이 앨범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다. 과거 적을 두었던 그룹 알라리깡숑과 함께 음반 위에 브릿팝과 한국 모던 록의 향취를 짙게 흩뿌렸다. 청명한 선율의 프로듀서이자 메인 보컬을 담당하는 이승윤은 고음에서 몽니처럼 울분을 폭발시키다가도 음역대를 낮출 때에는 잔나비를 연상시키며 감정선을 조율한다.

록 사운드 위 인문학적인 가사는 우리들 삶의 양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부드럽고 일상적인 단어들로 공감대를 형성해 차트를 저격하는 요즘의 작법과 차별점이 뚜렷하다. 도리어 그의 시선에 닿은 소재들이 사회의 명암을 비추는 순간 가슴 한켠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한 편의 신랄한 에세이 같았던 ‘영웅 수집가’처럼 ‘교재를 펼쳐봐’는 비극적인 총기난사 사건을 방치한 사회를 고발하는가 하면, ‘도킹’과 ‘구름 한 점이나’에서는 소년의 모습으로 부푼 꿈을 늘어놓기도 한다.

울적한 해학을 견지하는 인생관은 ‘코미디여 오소서’에서 두드러진다. 사회의 쓴맛에 실소를 보내는 듯 뚜렷한 기타 리프는 비정한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친 이들을 아듬어준다. 고독한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면서도 결코 절망을 바라보지 않는다. 곡명처럼 코미디를 호출하는 후렴구나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을 잡은 후반부 트랙은 어둠 속 무지개를 드리우며 이상향을 꿈꾼다.

빈정거리듯 건네는 희망이자 우울로 침전하는 사회를 향한 저항정신이다. 침체된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은 비관적인 상황에 억지 눈물로 공감을 쥐어짜기보다 세상을 향한 정면돌파를 감행했다. 노래하는 인문학도 이승윤이 새 시대의 록 스피릿을 품에 안았다.

– 수록곡 –
1. 도킹
2. 구름 한 점이나
3. 교재를 펼쳐봐
4. 사형선고
5. 폐허가 된다 해도
6. 코미디여 오소서
7.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다운 말
8. 커다란 마음
9. 흩어진 꿈을 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