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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IZM X 빅퍼즐 뮤직 아카데미] 10주로 풀어낸 팝의 모든 것

[이즘IZM-빅퍼즐 뮤직 아카데미]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음악의 역사를 함께 훑어봅니다. 장르의 탄생과 음악의 유행 사이에는 ‘역사적 배경’이 늘 자리합니다. 미국과 영국 등지를 중심으로 이 노래가 그때 왜 유행했었는지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카데미를 거쳐 갔습니다. 팝의 시작을 함께 들어봅니다. 이즘의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 일시: 2020년 11월 12일 ~ 2021년 1월 14일 (매주 목요일, 10주 과정) 저녁 7:00 ~ 9:00
* 장소: 빅퍼즐 문화연구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0-26, 2층)
* 강사: 음악평론가 겸 라디오 작가 소승근 (한동준의 FM POPS 작가로 활동 중)
* 수강료: 15만원(강의 1회당 만 오천원)

할인 대상 (12만원)
① 2020년 11월 5일 목요일(23:59)까지 신청한 Early Bird
② 대학교 1, 2학년
③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이외 지역에서 온 학생
④ 기존 빅퍼즐 음악 강의 수강생

★★ 개별강좌도 신청 가능 하니 문의 주세요!
★★ 계좌 완납 이후에는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개별 수강료, 현장납부 혹은 계좌 입금 신중하게 결정해 주세요!

* 문의/신청: 010-8079-1070
신청링크: (클릭 시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커리큘럼
1. ‘로큰롤의 나라’ 미국과 1950년대 문화의 지각변동
2.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영국 음악의 파급력
3. ‘록의 황금기’ 1960년대 록과 팝의 지형도
4. ‘흑인의 자각’ Soul
5. ‘그루브 속의 정신’ Funk와 Disco 1
6. ‘그루브 속의 정신’ Funk와 Disco 2
7. ‘분노의 질주’ 1970년대 Punk, 1990년대 Grunge
8. ‘마니아 보고’ 헤비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록
9. ‘Hot & Cold’ 1980년대 뉴웨이브, 신스팝 그리고 MTV
10. 록을 넘어선 대세, 힙합의 40년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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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정 인터뷰

세정은 실제의 ‘균형’을 원한다. 가수에게 필요한 대중적 인기도 분명 인식하지만 스스로 곡 쓰고 자신의 것을 축조하는 ‘자주’도 요구하고 있다.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한다!!” 선우정아가 곡을 쓴 인디 감성의 신곡 ‘화분’은 솔직히 아이돌 가수와 쉬 부합하지 않는다. 모험을 할 줄 아는 이런 약간의 도발이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세정이 아닌 ‘솔로 세정’의 입지를 확장해주고 있다.

인터뷰 중에 그가 주로 동원한 어휘는 솔직함, 진심, 공감 그리고 자기 위로였다. 이번 미니앨범은 ‘힐링 뮤지션’의 본격 시작점. 대화 시간 내내, 자신의 음악과 닮아서 미디어가 붙여준 수식 ‘힐링 웃음’은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다섯 곡의 미니 앨범이지만 내용은 실하다. 작업과정을 알려 달라
제일 처음 만든 곡은 ‘오늘은 괜찮아’에요.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에 만들었으니 꽤 오래 걸렸죠. 태연 선배님의 ‘U R’처럼 잔잔하고 예쁜,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의 수록곡을 생각했어요. 이 곡을 타이틀로 가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답니다. 하지만 제 기준으로 이 노래는 수록곡이라고 봤어요.

타이틀 욕심이 없었나
모르겠어요. 확 성이 차지 않았다고 할까? 예술성의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다고도 봤고, 타이틀 곡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어서 만든 곡이 ‘SKYLINE’과 ‘오리발’이에요.

‘화분’을 제외한 모든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오늘은 괜찮아’ 한 곡만 자작곡으로 수록하고 나머지 노래들은 다른 분들께 받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이 곡을 타이틀로 하자는 얘기를 듣고 나니, 멍해지더라고요. “이대로 있지 말자. 더 좋은 곡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더 많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SKYLINE’, ‘오리발’, ‘꿈속에서 널’ 세 곡은 동시에 작업한 곡이에요. ‘오리발’의 1절까지 써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미루게 됐습니다. 이후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업을 돌아볼 수 있었고 다시 준비해서 앨범 < 화분 >을 완성했어요. 정말이지 자작곡이 모두 수록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웃음)

‘화분’은 선우정아가 곡을 만들고 바버레츠의 안신애와 함께 노랫말을 썼다. 타이틀곡도 욕심을 냈을 법한데..
작업을 하며 전문가의 터치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내심 타이틀곡만은 전문가에게 받았으면 했죠. 그러던 중에 회사 A&R 팀에서 먼저 관심있는 아티스트가 있냐며 제안을 주셨어요.

일부에선 타이틀곡 ‘화분’ 대신 ‘SKYLINE’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들어봤나
‘SKYLINE’을 계속 끌고 갈까 고민도 했어요. 회사에선 ‘화분’을 밀었어요. 타 솔로가수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있고, 좀 더 세정다운 색이 ‘화분’에 담겨있다고 본 것 같아요.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구요.

‘SKYLINE’이 보다 대중적인 건 맞아요. 웅장하고 벅차오르는 느낌도 있죠. 다만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찡한 감정은 ‘화분’이 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회사 모두 ‘화분’이 주는 주제와 느낌, 봄이라는 계절감, 시작의 의미 모두가 하나로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더라도 노랫말은 세정이 해낼 수도 있었을텐데.
선우정아님께서 곡을 쓰실 때 세세히 정확하게 계획을 세워두셨더라고요. ‘여기에는 이 음이 들어가고, 이 가사가 들어가야 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다.’ 모든 게 이미 짜여 있었죠. 제가 이 곡의 가사를 수정하거나 멜로디를 만지게 되면 전체적인 의도와 내용을 오히려 흐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화분’은 도식적인 다른 발라드들과 다른, 조금은 도발적 터치가 있다.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지금까지 솔로 활동과 견줄 때 새롭다. 사실 이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인데..
회사는 ‘꽃길’, ‘터널’ 그리고, ‘화분’으로 이어지는 ‘굳히기’의 의도로 ‘화분’을 제안한 것 같아요. 사실 ‘터널’까지만 이런 위로의 이미지와 주제를 가져가려 했는데, 아직 ‘세정의 노래는 이거다’라는 대중의 인식이 약하지 않냐는 의견을 주셨죠. 저도 수긍했고요. 앨범 단위의 작품은 또 없었기 때문에 그랬구요.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활동과 달리 세정의 솔로 커리어는 발라드 장르로 진행되고 있다.
틀에 갇히고 싶진 않아요. 제가 판단하기에 제 목소리의 장점은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노래를 할지가 연상되는 개성보단, 각 장르에 맞춰 다양하게 부를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해요. ‘세정의 음악’, ‘세정의 노래’가 사람들 사이서 감이 잡히게 되면, 빨리 장르를 넓히고 싶어요.

2018년 작사 작곡의 의사를 처음 내비쳤던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왜 작사 작곡을 하려고 한 것인가
처음에 벽을 너무 높게 잡아서 시작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미디도 다룰 수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믹싱도 제가 할 줄 알아야 될 것 같았죠. 그렇다고 어설프게 시작하고 싶진 않았어요. 할 거면 제대로 배우고 싶었죠.

2년 전쯤 회사 내부에 저만의 자그마한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했어요. 작가님들께 부탁해서 장비를 구하고, 프로그램 세팅을 부탁드렸죠. 처음에는 다른 가수분들의 모르는 곡의 인스트루멘탈(연주 대목)에 제 멜로디를 얹으면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혼자 신나서 몇 곡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작가분들께 들려주니 세상에 괜찮다는 거예요, 참.. 그리고 나서 회사 내 송캠프 시스템을 추천 받아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됐죠. 심장이 뛰고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웃음). 그렇게 만든 첫 곡이 ‘오늘은 괜찮아’였어요.

‘꽃길’, ‘터널’, ‘화분’ 모두 위로의 주제를 담고 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 부르고 작곡하는 것 같다.
어릴 때 저는 진짜 제 상태를 모르고 살아왔던 거 같아요. 모든 걸 다 긍정적으로, “뭐든 이겨낼 수 있어, 해낼 수 있어!”라 받아들였죠. 그러다 보니 가슴 한 켠에 이상한 무언가가 생겨났어요.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좋은 부분만 보려고 한 거에요. 그 닫힌 부분을 확인한 게 스물 두 살 때였을 거예요.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픈 부분은 치유해야 하구나, 외면하면 병이 나는구나…’.

그러면서 나에 대한 위로, 공감에 시선을 두게 됐어요. 그렇게 저의 솔직한 진심을 마주하고 나니, 이것만은 모든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솔직하게 제가 느낀 점을 말하고, 진심을 전하면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모든 걸 음악에 담고 싶었고요.

앨범 속지 속 수록곡 옆에 직접 쓴 에세이를 담고,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동봉한 것도 그런 의도에서인가.
곡을 만들며 가사로 풀어내기 힘든 생각을 담았죠. 왜 제가 이 곡을 쓰게 됐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항상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회사에서 편지 아이디어를 줬어요. 글을 통해 제 진심을 더 느껴주셨으면 해요. 솔직한 진심이요.

< 화분 >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오늘은 괜찮아’는 후반부 진한 가성이 잘 안 나와서 힘들었어요. ‘SKYLINE’은 작업 과정에서 편곡을 많이 바꿔서 그 점이 어려웠고요.

아이오아이와 구구단 활동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사랑의 소중함을 배웠어요. 아이오아이를 하면서는 사람들이 왜 저를 좋아해 주시는지, 어떤 점에서 제가 대중성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됐죠. ‘항상 긍정적이고 밝아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도 했지만요 (웃음). 구구단을 하면서는 더 노력하게 됐어요.

가수로서 세정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늘 아이유 선배님이에요. 어렸을 적에는 인순이 선배님. 인순이 선배님처럼 오랜 시간 음악하고 싶다는 마음을 아주 오래 갖고 있었어요. ‘오리발’이 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사람들이 미니 앨범 < 화분 >을 어떻게 들어줬으면 하나.
취향 따라 골라 듣는 ‘위로의 뷔페’? 꼭 전곡을 다 안 들어도 돼요. 오늘은 이런 위로의 메시지가, 내일은 저런 위로의 메시지가 필요할 수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세정이 자주 들었던, 세정의 인생에서 중요한 노래들을 꼽아달라.
폴 뷰캐넌(Paul Buchanan)의 ‘Mid air’는 가장 좋아하고 많이 본 영화 중 하나인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이 처음 사랑에 빠질 때 나오는 노래에요.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내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 시간 속에 그 사람과 단둘만 남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요.

린의 ‘…사랑했잖아…’는 중 2때 운동장에서 연습했던 저의 첫 곡이에요. 이 때 ‘제대로 실용음악 학원을 다녀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옥상달빛의 ‘괜찮습니다’도 추천해요. 옥상달빛은 저에게 인디라는 장르를 눈 뜨게 해주신 분들이자, 인디 음악을 어색하게 느꼈던 저에게 인디의 담백하고 솔직함을 깨닫게 해주신 분들이에요.

인터뷰 전 IZM SNS를 통해 많은 분들께서 평소 세정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 선정된 2분의 질문을 직접 물었습니다.

트위터 ‘동달’ 님의 질문 : < 화분 >을 어떤 앨범으로 기억하게 될지?
솔직히 아쉬움이에요.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할 게 더 많은 법이잖아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도 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큰 앨범이에요. 훗날 돌아봤을 때 이 아쉬움으로 성장한 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 ‘yssj034’님의 질문 : 위로가 필요할 때 세정이 듣는 노래는?
사실 위로가 필요할 땐 노래를 잘 듣지 않는 편이에요. 대신 글을 많이 써요.

인터뷰 : 임진모, 김도헌, 임동엽, 임선희
사진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리 : 임진모,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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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엔씨티 127(NCT 127) ‘영웅(英雄 : Kick It)’

평가: 3/5

특징이 확실한 곡이다. 꽤나 상이한 랩파트와 보컬파트가 지속적으로 바톤을 이어받는 구성임에도, 동일한 비트 루프를 기반으로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단 흥미롭다. 소리를 빼야 할 부분과 채워야 할 부분을 정확히 캐치해 팽팽한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는 점도 긍정적. 어느 때보다도 가창이 여실히 존재감을 발하고 있어, 퍼포먼스를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듣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여담으로, SM의 여러 측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편곡이나 보컬 운영 측면에선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의 SMP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첫번째. 과거의 유산을 NCT 127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두번째로 SM 보이그룹의 선곡은 참으로 복불복이라는 점. 엑소와 NCT 127 모두 데뷔 이래 일관된 A&R의 방향성을 유지 중이나, 그에 기반한 타이틀 곡들은 대중성 측면에서 정말 들쑥날쑥해오지 않았나. 너무 어렵게 가는 듯했던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 꽤 대중들과 타협을 본 타이틀이나, 그것이 어떤 전략에 의한 게 아닌 어쩌다 보니 얻어걸린 느낌이 든다라는 것.

뭔가 선곡에 있어 감을 익힌 것처럼 보여도, 언제 엇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도사린다고 할까. 다음 노래도 이 정도의 균형감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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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아도이(ADOY) ‘VIVID’ (2019)

평가: 3/5

밴드 아도이의 색깔은 등장 때부터 확실했다. 몽롱한 신시사이저로 신스팝, 드림팝을 경유하는 양질의 두 미니 음반을 발매하며 그들은 자신의 고유 음악 영역을 구축했다. 멜로디보다 편안한 분위기에 뜻을 두는 외양은 짧은 시간에 큰 호응으로 이어져 튼튼한 애호가층을 다지기도 했다. 팀의 첫 정규작도 그들의 그러한 특출한 감각을 드러낸다.

그룹의 장기는 역시 매끄러운 사운드다. 몽롱한 기류 위 이번에도 생동하는 전자음이 앨범 전체를 주도하는데, 전작들보다 음향은 완숙해졌다. 그 덕에 산만함이 줄었고 음반의 색감이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시작을 여는 ‘Lemon’에서 3번 트랙 ‘Pool’로 이어지는 초반 흡인력은 특히 뛰어난데, 하나의 긴 노래를 듣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리가 정돈되어 있다. 수록곡을 하나로 아우르는, 부담 없는 밑그림이 대번에 청자를 작품의 세계로 안내한다.

포용하는 감성 폭의 확장으로, 작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곡 정서에는 변화를 준다. 그에 따른, 이질감 없이 자유자재한 고저 조절이 본작의 또 다른 핵심이다. 따뜻한 색채로 다른 곡들과 온도 차를 이루는 ‘Someday’와 ‘Domino’, 침착한 보컬로 휴식처를 제공하는 ‘Swim’은 대표적인 환기 트랙으로 후반부로 가는 탄력을 살리고, 이어지는 ‘Ugly’는 다시 올린 긴장감으로, 침침한 피아노의 ‘Moondance’는 가라앉힌 기운으로 굴곡을 조성한다. 적절한 대비와 면밀한 트랙 배치 덕에 앨범은 꽉 차 있고, 아주 짧게 느껴진다.

다만 자극을 주어야 할 멜로디가 없는 탓에 덧칠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보컬 선율이 코드 위를 평이하게 겉돌며 결정적인 한 방을 심지 못하는 것. 더불어 약간의 자가 복제 약점도 내비치는데, 작중의 긴 호흡으로 목소리를 빼는 흐름은 그간 발매한 작품들과의 구분을 어렵게 한다. ‘Someday’의 후렴이 < LOVE >의 ‘Blanc’와 닮은 것은 대표적이다. 방향을 잘 닦아온 팀이기에 작품 간의 경계 가름을 위한, 더욱 참신한 선율 매무새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 VIVID >는 아도이의 방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사운드를 빚는 역량이 한층 성장했고, 수록곡이 많은 정규 앨범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강한 방면, 잘하는 것에 우선 집중한 선택이 빛을 발한 성공적인 정규작.

– 수록곡 –
1. Lemon
2. Porter (Feat. 우원재)
3. Pool
4. Someday
5. Domino
6. Swim
7. Ever
8. Ugly
9. Moondance
10.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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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한동윤의 러브 앤 어택

‘노랫말싸미’, 참신한 기획, 아쉬운 구성

2월 10일 tvN의 음악 예능 < 케이팝 어학당 – 노랫말싸미 >가 처음 전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은 물릴 대로 물린 가창력 대결의 장이 아니다. 순위를 매기지도 않는다. 특정 출연자를 깎아내리는 가혹한 연출도 없다. 소란스러운 순간이 이따금 발생하지만 대체로 차분한 담소가 이어진다. 훈민정음의 서문 첫 문장을 익살스럽게 바꾼 제목이 암시하듯 이 프로그램은 노랫말, 즉 가사를 주된 소재로 삼는다. 기존 음악 예능이 다루지 않은 분야라서 참신하다.

제목에 들어간 ‘케이팝’과 ‘어학당’이라는 단어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형태를 구체적으로 일러 준다. < 노랫말싸미 >는 김종민, 이상민, 장도연이 진행을 맡는 가운데 독일, 미국, 영국,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폴란드, 프랑스 등 일곱 개 국가에서 건너온 외국인들 총 10인이 패널로 출연한다. 여기에 매회 새로운 가수가 강사라는 직함을 달고 나온다. 스튜디오에 모인 이들은 강사로 초대된 가수의 노래를 매개로 한국어와 외국어를 배우고, 우리나라와 타국의 문화를 알아 간다.

첫 방송은 백지영이 강사로 나섰다. 그녀는 2008년 발표한 7집 수록곡 ‘총 맞은 것처럼’과 이듬해 낸 2PM 옥택연과의 듀엣 ‘내 귀에 캔디’로 강의를 열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외국어 번역기로 번역한 노래 일부 가사를 해당 언어를 쓰는 외국인 출연자가 읊고, 외국어로 바뀐 가사를 토대로 패널들이 어떤 노래인지 유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은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한테도 각 나라의 언어를 경험하고, 이런저런 표현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듯하다.

유익함은 그것으로 동났다. 전반적으로 방송은 ‘백지영의 노래 교실’에 지나지 않았다. 백지영은 직접 노래를 부른 뒤 노래 속 화자의 상태나 기분 등을 설명하며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하는지 신경 써야 할 포인트를 짚어 줬다. 간단한 교습이 끝나면 외국인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 활동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두 번째 노래 ‘내 귀에 캔디’를 배울 때에는 춤에 초점이 맞춰졌다. 댄스음악이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두 명씩 짝을 짓기 전 각자 춤 실력을 뽐내고 커플 댄스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치 명절이면 편성되곤 하는 외국인 장기 자랑 방송 같았다.

1회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 노랫말싸미 >는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를 편집한 영상과 함께 “노래를 통해 한국을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의 어울림을 만들려 합니다.”, “노래로 배우는 문화 이야기” 등의 자막을 띄우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는 교양에 보탬이 될 나라별 문화, 사회상은 얼마 만나 볼 수 없었다. ‘총 맞은 것처럼’을 언급할 때 콩고에서 온 조나단이 자기네 나라는 내전이 심해서 총을 보유한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한 것이 한 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알 수 있는 소식의 전부였다.

출연자들의 얘깃거리는 거의 연애에 국한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귀는 사람과 진도를 나가고자 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식으로 애교를 부리는지, 어떤 외모가 이성한테 인기를 끄는지 등 1, 2, 3회 모두 연애를 주제로 한담을 나누는 데 바빴다. 지금까지의 방송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성 얘기가 꽃피는 춤추는 노래 교실’이다. 물론 연애도 문화의 하나지만 그 이상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아쉽다.

신통찮은 대화만 나눠 가뜩이나 따분한 상황에서 홍진영이 강사로 초대된 2회에서는 편향적인 정보마저 담겨 답답함이 가중됐다. 홍진영은 ‘사랑의 배터리’를 설명할 때 “흥으로 시작해서 흥으로 끝나는 것이 트로트예요.”라며 트로트는 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댄스음악의 인자를 들인 경쾌한 스타일이 트로트의 부흥을 이끌며 인기 양식으로 자리 잡긴 했어도 모든 트로트 노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차분한 분위기를 띠거나 애수를 핵심 정서로 둔 노래도 많다. 홍진영의 정의는 트로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소지가 다분했다.

이제 3회, 두세 술에 배부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헛헛함은 계속 감돌 듯하다.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가볍게 감상할 수 있거나 재미를 느낄 만한 장치에 신경 쓰느라 취지 구현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진행자들, 혹은 패널들의 시시하고 유치한 설정 연극이 거듭되는 것이 프로그램의 선천적 한계를 나타낸다.

< 노랫말싸미 >가 이 약점을 극복하고 내실 있게 문화를 교류하는 장으로 성장하려면 노래 선정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대중음악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제재는 사랑이기에 강의에 쓰이는 노래도 대체로 사랑 노래에 한정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재료로 하는 노래 중에 단순한 감정 표출 외에 사회의 양상이나 특정 세대의 생활 습관을 기록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그런 노래를 골라야 문화에 관한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