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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Younha) ‘Younha 6th Album ‘End Theory’’ (2021)

평가: 4/5

“Good bye bye 이제는 안녕, 지난날에 대한 경쾌한 작별”

호기롭게 여행을 떠난 어린 혜성은 거침없었다. 드높이 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길을 내기로 한 아이의 계획은 철저했고 모험마다 깊은 발자취를 새겨 넣었지만, 여정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틀어지는 방향에 싹튼 의심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게 했다. 궤도에서 이탈한 그는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동굴을 뚫고 나가기엔 한없이 미약했고 오래도록 고립된 채 단절됐다. ‘오직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다.’ 존재조차 희미해졌을 때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윤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외면하고 싶은 슬럼프를 마주해 안정을 되찾은 그는 불안에 작별을 고하며 이윽고 갇혀 있던 울타리까지 무너뜨린다. 뒤를 보지 않게 된 아티스트가 내디딘 발걸음은 굳건했고 힘이 넘친다. 지난 우울과 고민을 머금었던, 사랑해 마지않은 별에 종말을 내릴 수 있는 용기로 창조해낸 우주. 정규 6집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다.

첫 번째 트랙 ‘P.r.r.w.’부터 강렬하다. 퓨처 베이스 장르로써 ‘그때 내가 아니니’라며 묵직하게 변화를 선언한 곡은 그 결말에 비극이 있더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이다. 이어지는 일렉트로니카 팝 ‘나는 계획이 있다’에서도 조급해진 마음마저 설렘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그의 달라진 태도를 되짚으며 굳은 결심을 증명한다.

전작 < Unstable Mindset >의 타이틀 곡 ‘먹구름’과 연결되는 ‘잘 지내’가 이번 앨범을 명확히 겨냥한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의 공백을 메우는 스네어가 중심이 된 퍼커션 운용 뒤 후렴구를 뒤덮는 록킹한 사운드가 감정을 고조시킨다. 일렉 기타를 따라 울리는 합창 파트 다음 일순 해소된 긴장을 단 한 줄의 현(絃)을 튕기며 붙잡는 지점이 백미. 이별한 이를 그리워하며 슬퍼했던 수동적인 그는 무엇보다 울지 않기에 끊어지지 않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오르트구름’이다. 컨트리 록 넘버로 탭 댄스 등 시종일관 경쾌하게 질주하는 곡은 하이라이트 부분 고음을 내지르며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에 앞서 일말의 주저도 남기지 않는다.

‘반짝, 빛을 내’까지의 격정적인 흐름은 기후 위기를 다룬 알앤비 ‘6년, 230일’로 반전을 맞으며 두 번째 테마의 시작을 알린다. 성숙해진 시선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바라볼 여유를 제공했고 개인에서 확장된 서사로 향한다.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이 작곡한 발라드 ‘별의 조각’은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에 오케스트라 편곡을 더해 삶의 순환 과정을 장엄하게 녹여낸다. 상처를 이겨내고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 위로가 세상을 크게 감싸 안는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절정을 기록하는 앰비언트 ‘하나의 달’의 반주를 덜어낸 공간 속에서 가창하는 그가 고독하지 않은 근거는 분명하다. ‘Savior’.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수록된 곡 전부는 그를 구제해준 사람과 음악 모두를 담아내기 위해 직접 연마한 진심이다.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처음엔 끝이 있다. 그리고 모든 끝엔 처음이 있다. 2006년 한국 데뷔. 어느덧 많은 세월이 지나 저물어가고 있던 터다. 다만 차분히 새벽을 기다린 이 순간 결국 태양은 떠오른다. 결과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후에 도달한 빛은 윤하에게 자생할 기회를 주며 그와 대중을 다시 묶을 희망이란 이름의 매개가 된다. 그렇게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은하가 탄생한다.

– 수록곡 –
1. P.r.r.w.
2. 나는 계획이 있다
3. 오르트구름
4. 물의 여행
5. 잘 지내
6. 반짝, 빛을 내
7. 6년 230일
8. Truly
9. 별의 조각
10. 하나의 달
11. S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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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1/11 Editor’s Choice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 The Nearer The Fountain, More Pure The Stream Flows >

고요하게 파고들다. 파도처럼 밀려오다.
추천곡 : ‘The nearer the fountain, more pure the stream flows’, ‘The tower of Montevideo’, ‘Polaris’

by 김성욱

하프노이즈(HalfNoise) < Motif >

시대의 영감을 따라 흐르는 도회적인 현악기 선율과 속삭임.
추천곡 : ‘Two of us’, ‘I think I’ve fallen for you’

by 정다열

우베우베우베(VVV) < Turboviolencia >

서서히 좁혀오는 신스 펑크의 진홍빛 포위망.
추천곡 : ‘Hiedra verde’, ‘Amianto’

by 장준환

서머 워커(Summer Walker) < Still Over It >

2000년대 리듬앤블루스로 포획한 사랑의 양가감정.
추천곡 : ‘No love’, ‘Throw it away’, ‘Insane’

by 정수민

엘보우(Elbow) < Flying Dream 1 >

재즈의 향취를 머금은 포스트 브릿팝 밴드, 겨울날을 포근히 감싸고돌다.
추천곡 : ‘Is it a bird’, ‘The seldom seen kid’

by 염동교

윤하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

시간이 지날수록 그윽해지는 나무처럼. 고감도 멜로디로 비로소 모두를 어루만지는 ‘윤하 스토리’.
추천곡 : ‘P.R.R.W.’, ‘잘 지내’

by 이홍현

전유동 < 이소 >

너울너울, 울렁이며 잔잔하게.
추천곡 : ‘숲으로’, ‘배웅’, ‘이소’

by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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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불면증 (Vocal by 윤하)’ (2020)

평가: 3/5

에피톤 프로젝트와 윤하가 만나 대중적인 발라드를 완성했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써놓은 대본을 윤하는 담담하면서도 노련하게 읽어낸다. ‘불면증’을 표현한 듯한 극적인 구성, 밝지만 어딘가 슬픔의 정서를 품은 편곡 때문인지 윤하가 부른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로 에피톤 프로젝트를 기억하는 이들이 듣는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다만 이는 그의 영역을 제한했기 때문에 발생한 시선에 가깝다. 여러 가수에게 곡을 써주며 작곡가로서의 위치도 잡은 그는 어느덧 개성을 앞세우기보다 보컬에 최적화된 곡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보편적으로 다가올 법한 노래이지만 윤하가 아니었다면 소화해내기 어려웠을 언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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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Younha) ‘Unstable Mindset'(2020)

평가: 3.5/5

2019년 < Stable Mindset >으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던 윤하는 연작 < Unstable Mindset >으로 자세를 바로잡기 전 가장 불안정했던 과거로 시점을 옮긴다. 갇혀있던 자기 자신을 꺼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아티스트의 흔들리는 내면을 그대로 노출했고 팽팽한 공기가 되어 앨범을 채운다. 그의 대표 문법인 발라드로 구성된 지난 작품은 자기 본연의 음악을 담아내겠단 의지였지만 이번 미니앨범은 록을 통해 변화의 실패 후 슬럼프에 빠졌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방탄소년단의 RM이 참여한 ‘Winter flower(雪中梅)’부터 주제를 드러낸다. 전작 1번 트랙의 희망적인 ‘사계(四季)’와는 반대로 묵직한 사운드로 베이스와 드럼 라인이 긴장을 고조하며 뒤를 받쳐주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긴박하다. 겨울에 홀로 피어난 꽃을 의미하는 곡은 ‘내가 태어나 널 만난 이유를 찾아서 헤매어’란 가사처럼 대중과 자신 사이에서 저울질에 실패한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아직 해결된 것이 없는 현재에 답을 찾기 위해 소리치는 화자가 존재한다.

‘먹구름’ 은 2012년 발매된 < Supersonic >의 ‘소나기’를 잇는 모던 록 장르로 지난 앨범의 타이틀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연결된다. 날이 지날수록 더 헝클어지는 이별의 감정은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해소되지 않고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유지된다. 맑게 갤 날씨에 대한 기대는 비 내리는 날을 견딜 힘이 되어주지만 바라는 것과 다르게 여전히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은 절망적이다.

결국 해답은 사람과 음악이다.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언제나 곁에 있던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 담담하게 인사를 전하는 ‘다음에 봐’와 돌아올 거 같지 않은 어릴 적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는 ‘스무 살 어느 날’을 통해 얻은 실마리는 이륙을 뜻하는 ’26’으로 수렴한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피아노록 ‘혜성‘의 재현이지만 건반이 빠진 자리엔 강한 기타 리프가 대신하고 앳되었던 목소리는 슬픈 노랫말을 밝게 꾸며낼 만큼 성숙하다. ‘나의 멋진 우주여 안녕’으로 가치 있지만 어두웠던 고민과 작별한 뒤 다시 한번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에 나선다.

< Unstable Mindset >은 전작 < Stable Mindset >와 하나 되어 자아와 대중을 만족시키며 위로를 건넨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고 이겨낸 윤하의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올곧다.

-수록곡-
1. Winter flower(雪中梅) (Feat. RM)
2. 먹구름
3. 다음에 봐
4. 스무 살 어느 날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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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Younha) ‘Stable Mindset'(2019)

평가: 3/5

2017년에 발표된 < Rescue >가 변화를 통해 갇혀 있던 자신을 꺼내오는 과정이었다면 1년 7개월이 지나 발매한 < Stable Mindset >은 잊었던 그의 모습을 되찾아 간다. ‘자세를 바로잡다’와 ‘중심을 잡다’라는 의미로 지어진 제목은 지난 앨범에서 놓친 윤하 본연의 음악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다. 그를 꾸준히 지켜본 대중이라면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모두 익숙할 것이다. 좋지 않던 목 상태를 회복해 더 세밀하고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져 화려한 편곡을 지양하고 목소리를 중심으로 제작했다.

첫 곡 ‘사계(四季)’부터 밝고 희망적이다. 왈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곡은 봄을 떠오르게 하며 과하게 표현하지 않고 세심하게 다듬어 진실하다. 자신을 동굴에서 꺼냈던 것이 본인 스스로라 생각했던 어제를 반성하며 팬들을 위해 노래하고 ‘Lonely’에서 그를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대중의 기대를 잊고 지낸 시간에 대한 후회다.

타이틀 ‘비가 내리는 날에는’은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앨범의 의미를 드러내며 그의 문법으로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비를 소재로 하는 그의 대표곡 ‘우산’과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을 떠올리게 하며 동시에 ‘기다리다’와 ‘괜찮다’ 등 발라드의 기조를 이어간다. 절제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강조해 마냥 슬프지 않고 확실한 강약 조절로 여유를 담는다. 감정을 마주하는 데 있어 성숙해졌다.

윤하가 직접 작곡, 작사 한 ‘Rainy night’만큼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어둡다. ‘애초부터 난 비가 싫었었어’란 가사는 대중의 기대를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한 고백. 진심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망설이는 모습은 곡이 시작된 후 20여 초가 지나고 나오는 목소리로 표현한다. 조용히 시작되는 노래에 듣는 사람 역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를 받아들인다.

짧지만 서사가 확실하다. < Stable Mindset >은 다섯 개의 수록곡으로 15년 차 가수의 고민과 해소를 담았다. 윤하는 초심을 통해 불안한 내면을 극복했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흔들리는 자세를 고쳐 잡은 지금 윤하의 음악은 꼿꼿하다.

-수록곡-
1. 사계(四季)
2. Lonely 
3. 비가 내리는 날에는
4. 어려운 일
5. Rainy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