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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2 올해의 가요 싱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의 한국을 관통하는 슬로건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 지금, 그간 꺾이지 않고 재도약을 위해 숨죽이고 있던 음악계는 그 여느 때보다 강한 자생 의지를 드러내며 움츠린 어깨를 펴고 있다. 숨겨둔 화력을 마음껏 뿜어내며 유독 따스함이 감돈 올해, 그 뜨거운 열기를 일조한 가요 10곡을 선정했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아이브 ‘Love dive’

남자 아이돌이 일대 부진의 늪에 빠진, 걸그룹 천하에서 아이브는 경쟁자들의 선풍적 인기몰이나 사회적 트렌드 세팅은 아니었어도 선례가 없을 독자적 표현프레임을 구축하며 웅비했다. 토대는 대중가요에서 거부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곡’ 흡수력의 부각. 가사를 빼도 이야기가 잡힐 정도의 ‘사운드 스토리텔링’을 구현해낸, 변화무쌍하고 벅찬 기승전결 구성이 그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인식의 단계가 인정의 단계로 점프하면서 한해 내내 음반과 음원의 폭발적 호응이 둘러쌌다.

부단한 가사 전달의 노고, 고저가 교차하는 보컬의 분발, 동시대 곡 어디에도 부재한 어두움(다크 팝?)은 비장함마저 피워 올렸고 열다섯-스물의 풋풋한 하이틴들임에도 30대들마저 끌어들이는 윗세대 소구력도 뿜어댔다. 그 어떤 포장과 퍼포먼스보다는 우선 곡이 양질이어야 한다는 음악 예술의 보편이성과 오랜 성공도식을 환기시켰다. ‘괴물’ 신인에 의한 ‘정상’가동이라는 비대칭의 지혜를 일깨우며 ‘올해의 신인’을 단박에 ‘올해의 아티스트’로까지 밀어 올린 ‘올해의 노래’!! (임진모)

크러쉬 ‘Rush hour’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올 한해 크러쉬의 ‘Rush hour’ 챌린지에 동참한 연예인을 줄 세운다면 운동장 한 바퀴는 거뜬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까지 더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제이홉이라는 슈퍼스타의 지원 사격, 제대 후 첫 복귀라는 화제성 등 그 파급의 진원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승리의 근거는 완성도 있는 음악이다.

이토록 강렬한 크러쉬의 펑크(Funk)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고요한 새벽에 내면을 들여다봤던 < From Midnight To Sunrise >이고 입대 직전에 발매했던 EP가 아련한 사랑 테마의 < With Her >임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방향 전환이다. 꾸준히 업템포의 리듬으로 고취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안무를 추는 크러쉬라니. 단순 바이럴을 위한 곡이 아닌 기악 요소의 적절한 배치와 매끄러운 변주, 이미 여러 번 검증을 마친 보컬의 유려한 콜라주이다. 컴백과 동시에 한 해를 대표할만한 노래를 완성했다. (백종권)

뉴진스 ‘Attention’

뉴진스(New Jeans)의 ‘New’라는 단어에 K팝에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전복의 대상은 구세대부터 동세대까지 아우르되 모순은 직관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뉴트로, 하이틴 등 최신의 키워드를 거침없이 전면에 내세우며 입체적인 방식으로 차별성을 피력한다. 이미지적으로는 Y2K 감성의 피처폰, 고전 포털 사이트 등 2000년대 대표 청소년 문화가 현대의 생활양식에 자연스럽게 섞였고, 음악적으로는 1990년대 뉴 잭 스윙과 하우스 리듬을 현대적으로 믹싱한 비트에 다시 1990년대 알앤비의 향취를 얹었다.

그럼에도 미니멀하다. 다섯 명의 보컬이 하나의 음을 투과하여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 외에는 멜로디를 최소화하고 10대 멤버들은 2030세대의 청소년기 문화를 위화감 없이 즐기며 청춘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노스탤지어와 선구안의 결합은 관성적인 새로움으론 꿰뚫을 수 없는 대중의 잠재된 갈망을 자극했다.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기대와 부담을 환호로 맞바꿀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접근으로 현재 K팝 기획의 고착화된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정수민)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월드투어’

오늘날 인디의 근거지는 홍대가 아니다. 세이수미의 범지구적 활약을 거쳐 인디의 메카로 떠오른 부산은 검은잎들, 소음발광 등의 괴물 신인과 각양각색의 작업물을 내놓으며 독자적인 로컬 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한 작은 클럽에서의 지연(知緣)으로 시작해 서로의 대표작과 지역색을 합한 지연(地緣) 앨범으로 돌아온 두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부산 밴드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아티스트다.

그 합작의 서막을 여는 ‘월드투어’는 올해의 발견이다. 딸깍거리고 자글거리며 각자의 톤을 자랑하는 기타는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로드 트립을 펼치고, 혼성 보컬을 자연스레 포갠 합창은 대가족의 ‘혈연’까지도 넘보는 듯하다. 8년 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캐러밴’이 밟은 서툰 글래스톤베리행 초행길이 떠오른다. 그때와 달리 홍대와 부산, 더 나아가 세계로까지 뻗어가며 발전을 거듭한 한국의 인디. 이제는 거짓이 아니게 된 ‘세계진출’과 그 소박한 염원과 설렘,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라는 따뜻한 코멘트에는 오랜 인디 팬들이 경유할 수 있는 감동과 헌사가 담긴다. (장준환)

(여자)아이들 ‘Tomboy’

멤버 수진이 탈퇴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표한 ‘Tomboy’는 이전 노래들과는 달랐지만 (여자)아이들을 걸그룹 최상위 포식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위기에서 공개한 ‘Tomboy’가 국민 히트곡이 된 아이러니는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

다른 그룹들이 뭄바톤 비트를 바탕으로 한 제3세계 리듬과 드롭, 트랩 스타일을 탐닉할 때 (여자)아이들은 20여 년 전에 유행한 팝 펑크로 자신들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어렵지 않은 안무와 쉬운 주요 멜로디가 히트 공식의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Tomboy’는 2022년 최고의 히트곡이다. 반대의견은 있을 수 없다. (소승근)

비오 ‘Love me’

‘Counting stars / 밤하늘에 펄’, 2021년 힙합계에 새로운 별이 떴다. < 슈퍼스타K >를 넘어 국내 대표 음악 경연으로 자리 잡은 < 쇼미더머니 >의 10번째 시리즈를 통해 화려하게 비상한 주역, 그가 바로 비오다. 단숨에 블루칩으로 떠올라 레드벨벳의 슬기, 소유 등 대중 음악 곳곳에 소리를 남기며 노래하듯 랩 하는 싱잉랩(Melodic rap)의 유행 속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저스틴 비버와 더 키드 라로이의 ‘Stay’를 닮은 비트 위에서 부드러운 톤으로 매끄러운 랩을 펼치며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발휘한다. ‘Counting stars’에 이어 에픽하이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 감각도 확실하게 돋보인다. 이런 젊고 유능한 뮤지션이 끊임없이 나오는 곳이 여기 대한민국 K-힙합 신(Scene)이다. 쇼미(< 쇼미더머니 >) 10년이 강산은 못 바꿔도 음악이 흐르는 물길은 바꿔버렸다. (임동엽)

빅 나티 ‘정이라고 하자 (Feat. 십센치)’

그리움을 완결된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선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단어로 그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 빅 나티와 십센치는 그들의 식어버린 기억을 ‘정이라고 하자’고 말하며 감정을 똑바로 직시했을 때 생기는 어떤 미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사무치는 이별을 주제로 한 가사는 차트에 이미 가득하기에 관계의 세심한 극복을 다룬 이 곡이 크게 사랑받은 건 반가운 일이다.

적은 수의 코드와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라는 타율 높은 상업적 전략에 터 잡아 유행의 최전선을 달린 스타일의 흑인 음악 터치를 더했다. 대중의 마음을 선명하게 볼 줄 아는 가수들의 조합이라 곡의 내부 요소 간 앙상블도 적절하다. 빅 나티의 선율감이 도드라지는 보컬, 십센치의 언제나 풋풋한 감성, 그리고 따뜻한 어쿠스틱 편곡이 조화를 이룬다. 이보다 듣기 편한 곡을 상상하기 힘들다. (김호현)

윤하 ‘사건의 지평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어린 혜성은 방향을 잃고 궤도를 이탈했다. 그럼에도 윤하는 고독히 ‘우리’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간결하게 귀를 사로잡는 최근 트렌드와 정반대로 5분이란 시간 동안 숨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록 사운드의 ‘사건의 지평선’은 절대 흔들리지 않고 간직한 그의 음악 세계로 쌓아 올린 견고한 우주였다.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표류했던 과거로부터 보낸 구조 신호가 마침내 두꺼운 경계를 뚫고 몇 광년을 거쳐 지금 도달했다.

굴곡진 인생을 말미암아 굵게 새긴 서사는 재개된 축제의 열기를 타고 울려 퍼져 거대한 필연처럼 대중의 마음과 감응한다. 희망은 언제나 곁에 머문다. 주변을 잠식한 절망은 분명 두텁지만, 그보다 밝은 빛이 존재하기에. 산전수전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아티스트의 긍정적인 목소리가 명확한 지침서가 되어 모두를 내일로 이끌기 시작한다. 이에 윤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손기호)

한로로 ‘입춘’

눈이 녹아 비가 되기 직전의 찰나, 새 출발을 알리는 봄이 본디 그러하듯 모든 시작엔 추위와 온기가 동시에 서려 있다. 갓 첫걸음을 내디딘 아리따운 스물셋 소녀 한로로 역시 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마주한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자신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밝힌 데뷔 싱글 ‘입춘’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설렘과 불안을 노래한다.

복잡한 속사정은 여리다가도 폭발하는 호흡 끝에 담겨 있다. 마음 녹여줄 누군가를 기다리던 목소리는 따스한 기타에 포개지며 피어날 준비를 마쳤고, 드럼이 꽃봉오리를 두드리는 순간 목청을 높여 작은 바람이 간절한 열망으로 피어오르게 한다. 간주를 장식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직후의 가창에선 성대와 음을 살짝 비틀며 가슴을 냉랭히 찢어발긴다. 꽃놀이의 화사함으로 기억하던 계절의 현실은 차디찼지만 굳건한 뿌리의 민들레는 시들지 않았다. 오늘을 넘어 다가올 내일에 용기의 홀씨를 흩뿌린 올해 최고의 청춘 송가. (정다열)

조용필 ‘찰나’

한국대중음악사와 함께 걸어온 발걸음의 무게와 다르게 청춘처럼 산뜻한 ‘가왕’의 복귀다. < Hello >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조용필은 자신을 사랑한 이들이 빠져든, 그리고 빠져들 ‘찰나’를 조각하여 모두가 함께할 추억을 현재에 새겨 넣었다. 물론 2022년을 대표하는 자리에 거장의 이름을 올려둔 것은 역사적 가치나 명망에 따른 전관예우의 혜택은 아니다. 기대감을 늘 확신으로 뒤바꿔온 도전정신, 몇 번이고 격변한 시대와의 호흡 등 완숙해질수록 더 치열해지는 그 오랜 노력에 보내는 찬사다.

영원한 열정을 쏟아부었을 ‘찰나’ 역시 칭호에 걸맞게 절륜하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하다. 도시의 밤공기를 머금은 듯 활기찬 록 선율과 옅게 흩뿌리는 코러스가 각자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반짝이고, 그 가운데 환희에 찬 보컬이 유려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관록을 뿜어낸다. 갈고닦은 재료들이 단방향의 선율로 매끄럽게 조합되어 모든 세대의 귀를 만족시킬만한 트랙이 탄생했다. 정규 20집으로 향하는 왕도, 그 첫걸음에 울려 퍼진 행진곡은 역시 단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손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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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윤하(Younha) ‘Younha 6th Album ‘End Theory’’ (2021)

평가: 4/5

“Good bye bye 이제는 안녕, 지난날에 대한 경쾌한 작별”

호기롭게 여행을 떠난 어린 혜성은 거침없었다. 드높이 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길을 내기로 한 아이의 계획은 철저했고 모험마다 깊은 발자취를 새겨 넣었지만, 여정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틀어지는 방향에 싹튼 의심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게 했다. 궤도에서 이탈한 그는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동굴을 뚫고 나가기엔 한없이 미약했고 오래도록 고립된 채 단절됐다. ‘오직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다.’ 존재조차 희미해졌을 때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윤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외면하고 싶은 슬럼프를 마주해 안정을 되찾은 그는 불안에 작별을 고하며 이윽고 갇혀 있던 울타리까지 무너뜨린다. 뒤를 보지 않게 된 아티스트가 내디딘 발걸음은 굳건했고 힘이 넘친다. 지난 우울과 고민을 머금었던, 사랑해 마지않은 별에 종말을 내릴 수 있는 용기로 창조해낸 우주. 정규 6집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다.

첫 번째 트랙 ‘P.r.r.w.’부터 강렬하다. 퓨처 베이스 장르로써 ‘그때 내가 아니니’라며 묵직하게 변화를 선언한 곡은 그 결말에 비극이 있더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이다. 이어지는 일렉트로니카 팝 ‘나는 계획이 있다’에서도 조급해진 마음마저 설렘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그의 달라진 태도를 되짚으며 굳은 결심을 증명한다.

전작 < Unstable Mindset >의 타이틀 곡 ‘먹구름’과 연결되는 ‘잘 지내’가 이번 앨범을 명확히 겨냥한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의 공백을 메우는 스네어가 중심이 된 퍼커션 운용 뒤 후렴구를 뒤덮는 록킹한 사운드가 감정을 고조시킨다. 일렉 기타를 따라 울리는 합창 파트 다음 일순 해소된 긴장을 단 한 줄의 현(絃)을 튕기며 붙잡는 지점이 백미. 이별한 이를 그리워하며 슬퍼했던 수동적인 그는 무엇보다 울지 않기에 끊어지지 않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오르트구름’이다. 컨트리 록 넘버로 탭 댄스 등 시종일관 경쾌하게 질주하는 곡은 하이라이트 부분 고음을 내지르며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에 앞서 일말의 주저도 남기지 않는다.

‘반짝, 빛을 내’까지의 격정적인 흐름은 기후 위기를 다룬 알앤비 ‘6년, 230일’로 반전을 맞으며 두 번째 테마의 시작을 알린다. 성숙해진 시선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바라볼 여유를 제공했고 개인에서 확장된 서사로 향한다.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이 작곡한 발라드 ‘별의 조각’은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에 오케스트라 편곡을 더해 삶의 순환 과정을 장엄하게 녹여낸다. 상처를 이겨내고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 위로가 세상을 크게 감싸 안는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절정을 기록하는 앰비언트 ‘하나의 달’의 반주를 덜어낸 공간 속에서 가창하는 그가 고독하지 않은 근거는 분명하다. ‘Savior’.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수록된 곡 전부는 그를 구제해준 사람과 음악 모두를 담아내기 위해 직접 연마한 진심이다.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처음엔 끝이 있다. 그리고 모든 끝엔 처음이 있다. 2006년 한국 데뷔. 어느덧 많은 세월이 지나 저물어가고 있던 터다. 다만 차분히 새벽을 기다린 이 순간 결국 태양은 떠오른다. 결과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후에 도달한 빛은 윤하에게 자생할 기회를 주며 그와 대중을 다시 묶을 희망이란 이름의 매개가 된다. 그렇게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은하가 탄생한다.

– 수록곡 –
1. P.r.r.w.
2. 나는 계획이 있다
3. 오르트구름
4. 물의 여행
5. 잘 지내
6. 반짝, 빛을 내
7. 6년 230일
8. Truly
9. 별의 조각
10. 하나의 달
11. S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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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1/11 Editor’s Choice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 The Nearer The Fountain, More Pure The Stream Flows >

고요하게 파고들다. 파도처럼 밀려오다.
추천곡 : ‘The nearer the fountain, more pure the stream flows’, ‘The tower of Montevideo’, ‘Polaris’

by 김성욱

하프노이즈(HalfNoise) < Motif >

시대의 영감을 따라 흐르는 도회적인 현악기 선율과 속삭임.
추천곡 : ‘Two of us’, ‘I think I’ve fallen for you’

by 정다열

우베우베우베(VVV) < Turboviolencia >

서서히 좁혀오는 신스 펑크의 진홍빛 포위망.
추천곡 : ‘Hiedra verde’, ‘Amianto’

by 장준환

서머 워커(Summer Walker) < Still Over It >

2000년대 리듬앤블루스로 포획한 사랑의 양가감정.
추천곡 : ‘No love’, ‘Throw it away’, ‘Insane’

by 정수민

엘보우(Elbow) < Flying Dream 1 >

재즈의 향취를 머금은 포스트 브릿팝 밴드, 겨울날을 포근히 감싸고돌다.
추천곡 : ‘Is it a bird’, ‘The seldom seen kid’

by 염동교

윤하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

시간이 지날수록 그윽해지는 나무처럼. 고감도 멜로디로 비로소 모두를 어루만지는 ‘윤하 스토리’.
추천곡 : ‘P.R.R.W.’, ‘잘 지내’

by 이홍현

전유동 < 이소 >

너울너울, 울렁이며 잔잔하게.
추천곡 : ‘숲으로’, ‘배웅’, ‘이소’

by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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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불면증 (Vocal by 윤하)’ (2020)

평가: 3/5

에피톤 프로젝트와 윤하가 만나 대중적인 발라드를 완성했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써놓은 대본을 윤하는 담담하면서도 노련하게 읽어낸다. ‘불면증’을 표현한 듯한 극적인 구성, 밝지만 어딘가 슬픔의 정서를 품은 편곡 때문인지 윤하가 부른 토이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대는 어디에’,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로 에피톤 프로젝트를 기억하는 이들이 듣는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다만 이는 그의 영역을 제한했기 때문에 발생한 시선에 가깝다. 여러 가수에게 곡을 써주며 작곡가로서의 위치도 잡은 그는 어느덧 개성을 앞세우기보다 보컬에 최적화된 곡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보편적으로 다가올 법한 노래이지만 윤하가 아니었다면 소화해내기 어려웠을 언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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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윤하(Younha) ‘Unstable Mindset'(2020)

평가: 3.5/5

2019년 < Stable Mindset >으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던 윤하는 연작 < Unstable Mindset >으로 자세를 바로잡기 전 가장 불안정했던 과거로 시점을 옮긴다. 갇혀있던 자기 자신을 꺼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아티스트의 흔들리는 내면을 그대로 노출했고 팽팽한 공기가 되어 앨범을 채운다. 그의 대표 문법인 발라드로 구성된 지난 작품은 자기 본연의 음악을 담아내겠단 의지였지만 이번 미니앨범은 록을 통해 변화의 실패 후 슬럼프에 빠졌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방탄소년단의 RM이 참여한 ‘Winter flower(雪中梅)’부터 주제를 드러낸다. 전작 1번 트랙의 희망적인 ‘사계(四季)’와는 반대로 묵직한 사운드로 베이스와 드럼 라인이 긴장을 고조하며 뒤를 받쳐주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긴박하다. 겨울에 홀로 피어난 꽃을 의미하는 곡은 ‘내가 태어나 널 만난 이유를 찾아서 헤매어’란 가사처럼 대중과 자신 사이에서 저울질에 실패한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아직 해결된 것이 없는 현재에 답을 찾기 위해 소리치는 화자가 존재한다.

‘먹구름’ 은 2012년 발매된 < Supersonic >의 ‘소나기’를 잇는 모던 록 장르로 지난 앨범의 타이틀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연결된다. 날이 지날수록 더 헝클어지는 이별의 감정은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해소되지 않고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유지된다. 맑게 갤 날씨에 대한 기대는 비 내리는 날을 견딜 힘이 되어주지만 바라는 것과 다르게 여전히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은 절망적이다.

결국 해답은 사람과 음악이다.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언제나 곁에 있던 팬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 담담하게 인사를 전하는 ‘다음에 봐’와 돌아올 거 같지 않은 어릴 적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는 ‘스무 살 어느 날’을 통해 얻은 실마리는 이륙을 뜻하는 ’26’으로 수렴한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피아노록 ‘혜성‘의 재현이지만 건반이 빠진 자리엔 강한 기타 리프가 대신하고 앳되었던 목소리는 슬픈 노랫말을 밝게 꾸며낼 만큼 성숙하다. ‘나의 멋진 우주여 안녕’으로 가치 있지만 어두웠던 고민과 작별한 뒤 다시 한번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에 나선다.

< Unstable Mindset >은 전작 < Stable Mindset >와 하나 되어 자아와 대중을 만족시키며 위로를 건넨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고 이겨낸 윤하의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올곧다.

-수록곡-
1. Winter flower(雪中梅) (Feat. RM)
2. 먹구름
3. 다음에 봐
4. 스무 살 어느 날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