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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카 ‘Timeabout,'(2021)

평가: 2.5/5

‘서울여자’의 삶을 노래했던 일본인 시티팝 아티스트 유키카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소속사 이적 후 발매하는 첫 작품 < Timeabout, >은 유키카 유니버스의 또다른 시작이지만 내재된 음악 정체성은 2020년에 발매된 첫 정규앨범 < 서울여자 >의 흐름과 연속성을 유지한다. 시티팝 리바이벌 속 단편적인 캐릭터로만 남는 것이 아닌 사운드의 계승을 통해 유키카 자신의 세계관을 장편의 여정으로 이어나간다.

여정의 전개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매개체는 짙어진 시티팝의 색채다. 임수호, 스페이스카우보이, 뮤지, Dr.Jo, 박문치로 완성된 시티팝 어벤져스 군단의 참여로 밀도 높은 비트와 진한 농도의 레트로 사운드를 이끌어낸다. 데뷔곡 ‘Neon’을 잇는 차분한 디스코 장르의 ‘Insomnia’, 화려하고 댄서블한 리듬의 ‘비밀리에’, 가성으로 목소리에 변화를 담은 ‘애월’까지 유키카의 청아하고 맑은 음색이 다양한 퍼스널리티로 탈바꿈한다.

사운드의 개성이 돋보인 반면 이야기 전개는 전작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 < 서울여자 >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아티스트 유키카와 앨범 속 화자의 서사가 동일시 되어 현실감 있는 스토리로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 Timeabout, >은 시간 여행을 주제로 과거의 자신을 찾아 헤매는 서사를 담지만 몽환적인 음악의 흐름이 콘셉트와 맞닿아 있을 뿐 한 편의 스토리와 같은 긴밀한 연결성이 약하다. 전작에서 음악의 궤도를 달리 할 수 있었던 매력의 부재는 멜로디의 에너지가 반감되는 결과를 잉태했다.

시티팝이라는 비교적 좁은 팔레트로도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장르적 지향만으로는 전작의 탄탄한 구성과 참신함을 이어나갈 동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듣는 이들이 유키카의 음악에 응답하고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 수록곡 –
1. Leap forward
2. Insomnia 
3. 애월 (愛月)
4. Time travel
5. 비밀리에
6. 별방울 (P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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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카 ‘서울여자’ (2020)

평가: 3/5

‘서울여자’의 뮤직비디오 속 유키카는 가상과 현실 두 공간에 존재한다. 가상의 유키카는 서울의 밤거리와 반짝이는 네온사인 속 홀로그램으로 투영되어 외로이 춤추는 반면, 현실의 유키카는 해 질 녘 남산 타워 아래서 밝은 미소로 ‘서울의 멋진 여자’가 된 자신을 소개한다. 분명 우리와 같은 도시에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듯한,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손 잡을 수 없는 오묘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 같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유키카가 처음부터 한 명의 개인보다 일종의 캐릭터처럼 기획된 덕이다. 유키카는 게임 음악 제작으로 이름을 알린 박진배(ESTi)가 선보이는 첫 대중음악 가수다. 일본을 떠나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경로는 아이돌을 육성하는 비디오 게임 ‘아이돌 마스터’를 드라마화한 ‘아이돌 마스터. KR – 꿈을 드림’이었다. 이후 우리에게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련의 흐름이 유행하자 이에 발맞춰 싱글 ‘네온’을 발표하며 ‘꿈을 찾아 하네다에서 김포로 날아온 일본 시티팝 소녀’의 캐릭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 서울여자 >는 그래서 독특한 시뮬라크르다. 시티팝이라는 이름 아래 뭉떵그려지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일련의 흐름을 한 일본인이 ‘분위기 있는 서울 여자’가 되기 위해 한국어로 노래하고 있다. 원본과도 같지 않고 최근의 시티팝 리바이벌과도 구분되는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음반으로 옮긴 듯한 콘셉트 앨범이다. 여기에 1993년생 테라모토 유키카는 없다. ‘From HND to GMP’로 한국 땅에 발을 디딘 후 사랑을 느껴(‘I feel love’) ‘서울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낯선 ‘네온’ 속에 길을 잃다 ‘Yesterday’와 ‘안아줘’처럼 순간 불안해하며, ‘좋아하고 있어요’로 열띤 고백을 건네나 쓸쓸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유키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복잡한 인상처럼 판단 역시 양가적이다. 우선 의외로 음악적으로도 섬세하고 잘 다듬어져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박진배의 일관된 프로듀싱 아래 오레오, 모스픽, 작곡팀 모노트리 등 케이팝 프로듀싱 팀의 곡은 간결하고 효과적인 사운드트랙의 기능에 충실하다. 브라스 세션이 두드러지는 ‘I feel love’, ‘서울여자’와 ‘좋아하고 있어요’가 시티팝 유행을 받아 도회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시하며, 역동적인 구성의 ‘안아줘’는 케이팝 아이돌로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그늘’로는 1980년대 옛 가요의 재현까지 담아낸다. 

반면 시티팝 유행의 배경과 게임 캐릭터, 복제의 개념이 어색한 이들에게는 ‘도도하고 매력 있어 이런 서울의 멋진 여자’를 노래하는 ‘서울여자’의 가사부터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유키카가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 ‘라우드지(Loud G)’ 프로그램과 동명의 트랙 ‘친구가 필요해’의 삭제된 노랫말 역시 방송의 연장일 수 있으나 ‘꿈을 찾아 날아온…’의 보편적 개념을 게임 및 마니아적 감상으로 좁힌다. 유키카의 노래가 아닌 기획된 캐릭터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점을 느낄 때마다, 따스한 보컬 속 문득문득 인공을 마주하는 낯섦이 다가온다.

듣는 이에 따라 감상이 크게 다를 수 있으나 단순한 모조라고 보기엔 그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따라서 다소 평면적인 마무리일 수도 있으나, < 서울여자 >의 성패는 마지막 트랙 소개 문구처럼 ‘To be continued…’로 이어지는 다음 작품에 달려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유키카는 시티팝 리바이벌이라는 시대의 유행이 낳은 홀로그램 캐릭터로 기억 속에 스쳐갈 수도 있고, 혹은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서울여자’로의 삶을 노래하는 우리 곁의 사람으로 좀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의 주인공 유키카가 현실에서 선택해야 하는 두 갈래 갈림길이다.

– 수록곡 –
1. From HND to GMP
2. I feel love
3. 서울여자
4. 네온
5. Yesterday
6. 발걸음
7. 안아줘
8. 좋아하고 있어요
9. 친구가 필요해
10. 그늘
11. All flights are delayed
12. Neon 1989
13. 좋아하고 있어요 (Acoustic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