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알앤비 진영에서 노래하던 위켄드의 이름 앞에 ‘복고’가 붙기 시작했다. ‘Blinding lights’, ‘Save your tears’ 등 레트로의 둔탁한 반짝임을 담은 노래가 차트 정상을 수 놓았다. 종종 사랑의 아픔을 눅진한 보컬로 표현한 ‘Call out my name’이 대중의 시선에 닿긴 했지만 그가 보다 힘을 실은 건 미러볼이 떠오르는 댄스 음악이었고 댄스 팝이었다.
장르 선회가 있었지만 글감의 중심은 한결같았다. 지독한 사랑. 적나라하고 수위 높은 사랑의 과정이 위켄드 노래 전반을 감쌌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 연애의 변천사가 이 곡과 저 곡의 동력이 됐다. 춤추기 좋은 리듬, 질긴 사랑의 서사와 맞닿은 위켄드의 유려한 가창은 별다른 장애물 없이 그를 슈퍼스타 대열로 끌어 올린다.
이번 정규 5집 역시 ‘복고’와 ‘사랑’을 키워드로 삼았다. 다만 지금의 사랑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다. 드디어 나를 바로 보고 인생을 논하기 시작한 위켄드. 발매 직후 해외 평단에서 쏟아진 뜨거운 박수갈채는 이 지점에서 촉발된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한 레트로풍 음악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촘촘한 ‘시선’을 담았다. 그것도 굵직하고 탄탄한 ‘Dawn Fm’이란 라디오 채널 콘셉트와 음반 전체를 꽉 묶은 매끄러운 곡 배치로 말이다.
같은 캐나다 출신 배우 짐 캐리의 오프닝 멘트로 문을 연 작품은 총 16개의 수록곡이 모여 한 편의 라디오 방송이 됐다. “빛을 향해 나아가고픈 꽉 막힌 터널에서 라디오가 길을 이끌어주는 걸 상상했다”는 한 인터뷰 속 그의 말처럼 과연 작품은 첫 곡과 끝 곡의 수미쌍관 사이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복귀하는 가사가 가득하다. ‘Gasoline’에선 ‘아직은 더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걸 믿게 해 달라’ 외치고 디스코 리듬 위에 선 ‘Sacrifice’는 사랑을 위한 희생을 원치 않는다 선언. 과거의 위켄드와 결별한다.
웅장한 신시사이저로 포문을 여는 ‘Every angel is terrifying’이 그 핵심을 모두 응축한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정도로 번역되는 제목은 이상적인 천국이 사실 존재하지 않음을 꼬집고 ‘After life(사후세계)’를 광고하고 판매한다. 즉 현재의 삶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그의 메시지를 내비치는 것이다. 이외에도 ‘How do I make you love me?’와 한 곡인 양 이어지는 ‘Take my breath’는 매끈한 선율, 뛰기 좋은 댄스를 장착하고 1980년대 일본 가수의 시티팝 원곡을 샘플링한 ‘Out of time’은 나른한 무드로 음반의 이음새를 채워낸다.
확대할 포인트가 많은 앨범이다. 특유의 관능적 보컬이 돋보이는 ‘Best friends’나 완성도 높은 신스팝 ‘Less than zero’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트랙. 릴 웨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퀸시 존스 등 피처링 진의 적절한 사용도 작품을 읽을 때 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가장 큰 축은 위켄드식 복고가 새 국면을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경유해 사랑 너머 ‘인생관’을 회고하기 시작한 위켄드. 타이트하게 연결된 곡들을 흥겹게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그리고 또 선연히 차오르는 희망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음반을 메운 가사의 변화와 이를 적절히 담아낸 앨범의 배치가 뮤지션 위켄드의 성장을 증명, 보증, 확언한다.
– 수록곡 – 1. Dawn fm 2. Gasoline 3. How do I make you love me? 4. Take my breath 5. Sacrifice 6. A tale by quincy 7. Out of time 8. Here we go…again(Feat. Tyler The Creator) 9. Best friends 10. Is there someone else? 11. Starry eyes 12. Every angel is terrifying 13. Don’t break my heart 14. I heard you’re married(Feat. Lil Wayne) 15. Less than zero 16. Phantom regret by jim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던 ‘쿼런틴’ 시대의 기록을 단 열 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악 산업은 호황을 달리며 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전시했으나 그 와중 창작가들에게는 더없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하는 시기, 그 중에도 한 해를 장식할 작품은 있었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팝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위켄드(The Weeknd) < After Hours >
상처 입은 아티스트의 자기혐오가 만들어낸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 반복된 이별과 결합의 과정 후 광기에 빠진 슈퍼스타는 처절했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며 행한 채찍질은 스스로를 난도질했고 세월을 거쳐 깊게 팬 내면을 마주한 위켄드는 외면하고 있던 고독을 숨기지 않고 세상에 드러내길 마음먹는다. 80년대를 지나 현대, 그리고 장르가 나아갈 방향까지. 시간 제약 없이 음악으로만 귀결되는 열네 개의 수록곡은 개인적 서사의 점을 이어가며 거대한 별자리를 만들어낸다. 성좌의 이름은 < After Hours >, 길에 남을 이야기의 시작이다.
대중과 평단을 모두 잡았다. 유독 디스코의 재현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위켄드는 그 중심에 설 뿐만 아니라 신스팝, PB R&B 등 과거 문법부터 트렌디했던 자신의 음악을 모두 집대성하며 흐름을 집중시켰다. ‘Heartless’, ‘Blinding lights’로 이어지는 싱글의 성공과 빌보드 앨범 차트 4주 연속 1위 등의 성과와 함께 각종 음악 매체에 호평을 이끈 < After Hours >는 예술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대중예술의 근간을 명확하게 실현해냈다. 분명한 건 올해의 앨범에 거론되기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것, 그 근거가 무수히 많은 청자의 지지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다. (손기호)
두아 리파(Dua Lipa) < Future Nostalgia >
“I wanna change the game(난 이 판을 뒤바꾸고 싶어).” 이보다 더 간결하게 올해의 두아 리파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Future Nostalgia’의 한 줄은 암울한 2020년을 디스코 댄스 플로어로 건설한 도화선이며, 바람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선언으로 다시금 명명됐다. ‘Future(미래)’와 ‘Nostalgia(향수)’라는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을 엔진 삼아 레트로-펑크 리듬으로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운전대를 잡은 그의 모습은 여유롭기만 하다.
전초전과 같은 ‘Don’t start now’와 복고를 노골적으로 표방한 ‘Physical’, ‘Break my heart’ 그리고 여성 무브먼트를 담은 ‘Boys will be boys’까지. 침체된 일상을 환기하는 사운드에 자신의 스탠스를 가미한 앨범이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마돈나의 디스코 클럽, 올리비아 뉴튼 존의 신스웨이브가 익숙한 세대와 이제 막 뉴트로를 접한 세대 간의 대통합을 이뤄내지 않았는가. (임선희)
맥 밀러(Mac Miller) < Circles >
“At least it don’t gotta be no more (그러니까 지금은 잠시만 쉴게)“
‘Good news’의 마지막 소절과 달리 그의 삶은 영원한 안식을 찾아 떠났다. 시작점과 끝점이 같아 한 바퀴를 돌면 만날 수밖에 없는 원의 굴레는 삶에 대해 고뇌하고 번민하며 이를 음악에 녹여낸 맥 밀러의 삶과 꼭 닮았다. 사랑 속에 피어나는 절망, 마약에 갇혔다는 비관 속에서도 끝끝내 자신이 살아남길 바랐던 인간의 모순된 감정은 그가 죽고 나서야 더 깊게 아로새겨진다. 약물 중독이라는 영광스럽지 못한 죽음 앞에서도 우리가 그를 따뜻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Swimming >의 2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던 < Circles >는 사후 앨범임에도 그 완성도가 훌륭해 그의 음악을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비통함을 남긴다. 동시에 갑자기 막을 내린 짧은 생이 결코 미완성이 아님을, 찬란한 유작임을 증명한다. 잔잔한 기타와 낮게 읊조리는 베이스 연주의 ‘Circles’, 편안한 멜로디와 사운드를 가진 ‘Good news’로 삶의 날카로움을 매만진다. 부드러운 타원의 곡선을 따라 때로는 미끄러지고, 때로는 자유로이 유영했던 맥 밀러. 죽음은 그를 데려갔지만, 우리에게는 < Circles >가 남았다. (조지현)
피오나 애플 (Fiona Apple) < Fetch The Bolt Cutters >
재즈의 즉흥성을 표방하는 듯한 온갖 변칙적인 박자와 과감한 타법, 그리고 부드럽고 탁한 질료가 한데 어우러지며 또 한 번의 새로운 파형을 만들어낸다. 홈레코딩이라는 작업 환경 가운데 집안 가구와 일상의 소음은 악기의 일부가 되곤 한다. 이는 시대가 상정해온 관념으로 단단히 틀어막힌 철문을 딸 ‘볼트 커터’를 가져오라 요청하는, < Fetch The Bolt Cutters >의 단상이다. 피오나 애플은 묶이지 않는 리듬 아래 요란하게 춤을 추고, 기억의 파편과 꾸밈없는 어투로 발화(發話)한다.
확실히 쉬운 음악은 아니다. 앨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흡수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 Fetch The Bolt Cutters >는 평단이 이 작품에 보낸 찬사와 박수갈채가 무색하지 않게, 당신에게 틀을 깨부수는 해방감, 그리고 전투적인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는 고양감을 선사할 것이다. 자, 이제 문을 열고 본연의 소리를 통해 당당히 차별에 맞서 대항한 이 개척자의 기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장준환)
하임(HAIM) < Women In Music Pt. III >
플리트우드 맥이 소셜 미디어의 꿈결(‘Dreams’)을 타고 주류 차트에 돌아온 2020년. 과거 위대한 선배들의 유산과 경쟁해야 하는 현 음악계는 하임과 같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장인들의 활약을 통해 레트로의 무차별 침공을 버텨낼 수 있었다. 이 캘리포니아 출신 가족 밴드는 레트로의 간섭을 숨기지 않음과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우리의 삶에 적용할 줄 아는데 그것이 아주 탁월하다.
직관적이고 선명한 팝 록 넘버로 가득한 < Women In Music Pt. III >는 이들이 우리 시대의 플리트우드 맥으로 굳건히 서 있음을 알린다. 그 바탕에는 프로듀서 로스탐의 도움과 세 자매의 탁월한 연주 및 송라이팅이 있고, 주된 문법은 현대 여성의 주체적인 메시지와 고민, 사랑과 자매애로 대체된다. 크리스틴 맥비, 스티비 닉스가 열렬히 환영할 하임은 이 한 장으로 2020년대를 이끌 밴드 대열에 확실히 합류했다. (김도헌)
찰리 XCX (Charli XCX) < how i’m feeling now >
찰리 XCX가 ‘쿼런틴 앨범’(quarantine album)으로 공고히 한 음악적 정체성은 올해 다른 뮤지션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지향점이 확연하게 다르다. 디스코와 레트로가 지배한 2020년의 음악계에서 그는 팝의 작법으로 미래의 사운드를 주조했다. < how i’m feeling now >는 ‘하이퍼팝’(hyperpop) 장르의 마일스톤이다.
아이코나 팝(Icona Pop), 셀레나 고메즈, 숀 멘데스(Shawn Mendes)등 영미권 팝스타는 물론이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등 케이팝 그룹에게도 곡을 제공하며 증명한 팝 작곡 능력이 빛을 발한다. 고장 난 기계 소리를 닮은 글리치(glitch)의 요소가 연출하는 공포감은 찰리 XCX의 탁월한 대중적 감각을 만나 고혹스럽게 탈바꿈한다. 앨범을 채우는 찢어질 듯한 신시사이저 소리에는 디지털 시대 하위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이버펑크 특유의 쇠 비린내가 진하다. 찰리 XCX는 그런 소수의 문화를 다수가 향유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 끌어올렸다. 2020년에 바라본 팝의 미래가 이 앨범에 담겨있다. (황인호)
피비 브리저스 (Phoebe Bridgers) < Punisher >
1994년생 미국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는 소중한 경험들을 광활한 내면의 바다로 던져 넣는다.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 기르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순간, 혹은 즐겨 듣던 코미디 팟캐스트와 시끌벅적한 할로윈의 기억까지. 3년간 숨가쁘게 거쳐온 여러 프로젝트 그룹과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 또한 예외는 없다. 넘실거리는 감정의 바다로 떨어진 영감들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이내 바다의 일부가 되어 파고의 세밀한 주름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균일한 수평선 아래 여러 단면이 생생히 살아숨쉰다. 애수를 머금은 기타 선율에서 기성의 먼지 쌓인 문체가, 진솔한 노랫말에서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떠오른다. 피비는 본인을 ‘열성팬’, 혹은 ‘카피캣’ 같은 아마추어스러운 별명으로 소개하지만, 완급에 따라 섬세하게 배치된 세션과 일관된 가공으로 프로의 역량을 여실히 증명하기도 한다. < Punisher >는 한 명의 생애를 다룬 깊고 따뜻한 수필이자, 포크의 세대 교차가 이뤄지는 광경이 된다. 명실상부한 올해 인디 포크계의 신성. (장준환)
배드 버니 (Bad Bunny) < YHLQMDLG >
2020년 스포티파이 기준 올 한 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아티스트는 배드 버니다. 전 세계에서 83억 회 이상 그의 음악이 재생됐다. 그럼 올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앨범은? 역시 배드 버니다. 33억 번이나 청취된 < YHLQMDLG >는 ‘Despacito’ 열풍으로 폭발한 레게톤 열풍이 팝 시장에 꾸준히 균열을 내며 새로운 뉴 노멀로 자리 잡았음을 선언했다. 케이팝 열풍과도 일맥상통하는 얼터너티브의 흐름이다. 하지만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올해의 한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
앨범은 제목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Yo hago lo que me da la gana)’ 모든 것을 다 쏟아낸 작품이다. 긁어내는 보컬부터 유연한 랩까지 팔방미인의 퍼포먼스를 오색찬연 레게톤, 알앤비, 어두운 트랩과 밝은 신스 터치로 그려낸다. ‘The girl from ipanema’를 가져온 ‘Si veo a tu mama’는 천연덕스럽고 ‘Safaera’의 변화무쌍함은 레게톤의 교향곡과 같다. 황홀한 신세계로의 급행열차 같은 이 작품으로 배드 버니는 2020년대 ‘라티노 인베이전’의 역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김도헌)
팝 스모크 (Pop Smoke) < Shoot For The Stars, Aim For The Moon >
시카고의 트랩 신이 거칠고 어두워지며 나온 드릴 뮤직이 영국에 이어 브루클린에 자리 잡았다. 이 장르의 새 얼굴로 뉴욕을 접수한 팝 스모크는 팝스타의 영광을 앞에 두고 2020년 2월 20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로 떠났다. 그렇게 첫 정규 앨범 < Shoot For The Stars, Aim For The Moon >은 유일한 정규 작품으로 남았고 그의 깊은 영감은 드릴 신을 넘어 세계로 향했다. 팝 스모크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의 노래를 더욱 특별한 이미지로 만들었지만, 마지막 발자국이 무의미함 속에 잊히지 않고 추억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돈 자랑과 허세 짙은 가사가 음악을 지배하는 것과 달리 그는 세상에 선한 에너지를 남겼다. 거리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삶을 위해 동기를 부여했고, 사후에는 팝 스모크의 뜻을 기리며 ‘Shoot for the stars’ 재단을 설립했다. 음악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그의 ’Dior’이 BLM의 저항 송가 중 하나로 불렸다는 사실 또한 생전에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준다. 시작은 반이고, 남은 반은 우리가 그의 음성을 들으며 채워갈 것이다. (임동엽)
퍼퓸 지니어스 (Perfume Genius) <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 >
이 음반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쩌면 벗어난다. 잘 보이고 잘 만질 수 있는 것을 통해 ‘미(美)’를 발견한다고 했을 때 작품은 분명 어긋난다. 선율을 잡아내는 것이 어렵다. 또 때로는 기이하게 늘어지고 때로는 힘을 움켜쥐고 부르는 보컬에 숨이 막히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결국 아름다움에 닿는다. 그리스계 미국인으로서 겪은 소수자의 피로함과 커밍아웃을 통해 받은 세상의 멸시가 배경이 됐다. 거친 디스토션을 쓸망정 결코 날카롭게 사운드를 밀어붙이지 않는 그의 작법 속에서 빛나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쉬이 그려내기 어려운 아픔을 그림 그리듯 음결을 채색하며 만들어냈다. 한없이 기괴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음반.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게 하는 근사한 파운드 푸티지와 다름없다. (박수진)
레트로 복고의 시점이 올라온다. 2000년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소울을 재해석한 네오 소울이 붐을 이뤘고, 2010년대에는 1970년대의 펑크(Funk)와 디스코가 재조명 받았으며 현재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붐을 이룬 퓨전 재즈와 알앤비, 팝으로 무장한 고급스런 음악으로 그 연대가 올라왔다. 마이클 맥도날드의 ‘I keep forgettin”이나 로비 듀프리의 ‘Steal away’, 제리 라퍼티의 ‘Baker street’, 로퍼트 홈스의 ‘Escape’같은 당시의 히트곡들이 ‘Over now’에 영향을 준 골든 레퍼토리. 이 중에서 척 잭슨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마이클 맥도날드의 ‘I keep forgettin”의 비트를 고스란히 활용한 ‘Over now’는 더 위켄드의 가성과 맞물리며 시간의 피드백을 한층 더 가속한다.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듣기 좋은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