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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터(Wetter) ‘We’ve Lost, What Now?'(2018)

평가: 3.5/5

2016년 말 정식 데뷔한 웨터(Wetter)는 최원빈(보컬), 정지훈(베이스), 채지호(기타), 허진혁(드럼)으로 이루어진 4인조 신진 록밴드다. 우선 앰프를 타고 흐르는 시끄러운 일렉 기타를 턴테이블이 대체하고 드럼의 묵직한 쇳소리를 힙합과 EDM의 드럼 머신이 대신하는 시대에 록이라는 힘든 길을 택한 그들에게 존경의 표시를 보낸다. 그것도 록의 무덤과도 같은 한국 시장에서!

웨터는 기본적으로 영미 인디 록 신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브릿팝의 체취가 조금 더 강하다. 프란츠 퍼디난드의 위트 섞인 댄스 록, 스트록스와 악틱 몽키스의 개러지 리바이벌, 1980년대 드림 팝과 영국의 포스트 펑크를 한데 모은 < We’ve Lost, What Now? >는 앨범 제목과 달리 지향점이 명확하다. 마른 몸에 대충 걸친듯한 스트리트 패션 역시 많은 브릿팝 밴드들을 연상케 한다.

첫 번째 트랙 ‘Where is my everything?’은 펑크(Punk)에 기초한 웨터의 댄스 록 넘버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The hand that feeds’에서 흘러나오는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와 데프톤즈 특유의 우울하고 답답한 베이스, 영국의 팝 밴드 1975가 발표한 싱글 ‘Love me’의 요동치는 전자음이 자칫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들 법도 한데, 그럼에도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 수 있는 이유는 ‘L.S.F’를 부른 카사비안의 음악에 캐릭터로 이루어진 가상 밴드 고릴라즈의 ’19-2000 Soulchild Remix’ (데미안 멘디스와 스튜어트 브래드버리의 리믹스 버전)처럼 재미있는 효과음을 넣어 유쾌함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있자’의 몽롱한 드림 팝 사운드와 파도 소리가 대신하는 서프 록의 분위기는 굳이 영국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에게 친숙한 검정치마(조휴일)의 최근 스타일과 부산 출신 서프 록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에게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조휴일의 추억을 담은 ‘내 고향 서울엔’과 ‘Everything’을 합쳐놓은 듯한 ‘그냥 이대로 있자’의 여유로움은 1980~90년대 포스트 록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드림 팝과 슬로우 코어라고 불리우는 느린 비트의 수면용(?) 음악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드림 팝 아티스트 슬로우다이브의 ’40days’ 간주와도 접점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요즘 스타일의 ‘힙’한 음악만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I don’t wanna be a doll’은 완전한 하드록 트랙이다. 에어로스미스의 1975년 히트곡 ‘Walk this way’와 하드록의 전설 레드 제플린의 ‘Black dog’를 재현하는 거친 기타 리프는 펑크(Punk)가 아닌 헤비메탈 그 자체다. 무겁게 내려앉은 베이스 음과 둔탁한 드럼은 데프톤즈가 아닌 펄 잼의 ‘Even Flow’를 듣는 듯하다. 얼터너티브 록의 속성도 있는 것이다.

앨범의 만듦새 자체는 ‘무결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운드가 매끈하다. 프로듀싱을 맡은 인디 밴드 아이엠낫의 베이시스트 양시온의 공로가 크다. 추구하는 음악상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웨터의 역량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음악을 재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밴드의 색을 정의할 수 없다. < We’ve Lost, What Now? >는 분명 매력적인 트랙들로 가득하지만 웨터의 작품이냐는 물음에는 쉽게 답할 수 없다. 멋있어 보이는 음악이 아닌 진짜 멋있는 음악은 자기 목소리를 찾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수록곡-
1. Where is my everything? 
2. I don’t wanna be a doll (Remastered) 

3. Hello sunshine
4. Dear my friend
5. 그냥 이대로 있자 (Just st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