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년차 아티스트에게 필연적으로 ‘변화’와 ‘고수’라는 기로가 찾아온다고 가정한다면, 2018년 재결성 소식을 알리며 활동을 재개한 팝 보컬 그룹 웨스트라이프의 선택은 전자에 가깝다. 에드 시런이 작곡에 참여해 EDM 스타일로의 개편을 꾀한 ‘Hello my love’을 전작 < Spectrum >의 타이틀로 내건 것부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했다. 실제로도 이 작품에 속한 ‘Dance’나 ‘L.O.V.E.’ 등의 트랙은 그룹이 가진 연차와 네임밸류를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 현존하는 팝 경향에 맞닿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12번째 정규작 < Wild Dreams >의 발매에 앞서 선공개된 ‘My hero’는 중도의 입장에 가깝다. 그들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건반과 공명을 버무린 진득한 발라드를 주된 작법으로 내걸었지만, 현 주류 시장에 어울릴 만한 공정을 거쳤다. 이름이 비슷한 히트 넘버 ‘My love’와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팝 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애드 시런과 초기작부터 연을 맺어온 스티브 맥(Steve Mac)의 참여가 정직하게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창의적인 멜로디나 화음부에서의 임팩트는 조금 부족하다. 다만 향후 발매될 앨범을 위한 소개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년 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장수 그룹 중 지금의 웨스트라이프는 분명히 자생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