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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찬 ‘허수아비 (Feat. 원슈타인)’ (2022)

평가: 3/5

힙합그룹 도프맨션(Dopemansion)에서 김심야, 프랭크와 함께 했던 아티스트 구원찬의 감미로운 알앤비다. 솔로 분화 이후 편안한 사운드를 추구해온 그는 ‘허수아비’에서도 비트와의 부드러운 앙상블을 꾀한다. 피쳐링한 원슈타인의 농익은 보컬과 프로듀서 피셔맨의 깔끔한 비트가 구원찬의 담담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곡의 음악적인 매력이 간간하다.

가사의 메시지는 인간관계로 향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원소로 기능하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며 소외된 자아와 실존적인 외로움을 드러내는 기획이다. 화자의 상황에 대응하는 허수아비의 비유를 일관적으로 끌고 나가다 보니 얼마간 구구절절 설명하려는 듯한 인상이 있긴 하지만 세련된 발음과 분위기가 이러한 느낌을 덮는다. 자신의 장점을 잘 아는 아티스트의 영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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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2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

조금이나마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그간 억눌려있던 모든 것들이 터져 나왔듯 음악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희로애락으로 가득 찼던 2022년, 이즘 에디터의 일상을 파고든 노래는 무엇일까. 각자 취향을 녹여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지만 필자들이 독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소소한 선물이기도 하다.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의 가슴 깊은 곳까지 진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정다열’s Choice

릴 나스 엑스(Lil Nas X) ‘Star walkin”
깜빡일지언정 멈추지 않았던 별들의 서사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50(이오공) ‘춤을 추어요’
세월에 익어 물든 기타 연주와 목소리를 벗 삼아.

언텔(Untell) < Human, The Album >
인간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근본적인 물음에 날을 부딪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향연.

신해경 ‘리얼러브 (Feat. 청하)’
양극단의 아티스트를 이어준 오작교 위의 황홀경.

그웬노(Gwenno) < Tresor >
익숙한 듯 낯선 미지 세계 속 보물. 위로라는 감정에 언어 장벽이 무슨 소용인가.

장준환’s Choice

MJ 렌더맨(MJ Lenderman) < Boat Songs >
마이크(The Microphones)를 든 채 인도(Pavement) 위 나타난 현대판 ‘마티 맥플라이’.

길라 밴드(Gilla Band) ‘Post Ryan’
어느 날 자택으로 배달된 택배. 그리고 이 불길한 난수 암호에 빠져들게 된 당신.

선과영 < 밤과낮 >
실이 바쁘게 오가듯, 미소가 배시시 오가듯. 그 소박함이 넘실넘실.

펜타곤 ‘관람차 (Sparkling Night)’
빠져들기까지 10초, 벗어나기까지 10개월. 키노 감성의 무서운 마력이란.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 < Chloë And The Next 20th Century >
세기를 연결하는 낭만의 무도회장. 미스터 틸먼, 나와 함께 춤을 추겠어?

염동교’s Choice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Lizard Wizard) < Ice, Death, Planets, Lungs, Mushrooms And Lava >
1970년대의 잼(Jam)이 그립다면.

톰 제(Tom Zé) < Língua Brasileira >
MPB와 트로피칼리아(Tropicália)의 거목, 건재함을 과시하다.

FKA 트위그스(FKA Twigs) < Caprisongs >
스멀스멀 중독성 있는 앨범. 자꾸 손이 간다.

메가데스(Megadeth) < The Sick, The Dying… And The Dead! >
역시 메탈리카보다는 메가데스! 여전히 날카롭고 신랄하다.

뷰 파르카 투레, 크루앙빈(Vieux Farka Touré, Khruangbin) < Ali >
나른한 아프로 사이키(Psyche). 결은 다르지만 진저 베이커와 펠라 쿠티의 협연이 떠오른다.

김성욱’s Choice

프로미스나인(fromis_9) ‘Dm’
머리 아픈 콘셉트들 사이 투명하게 빛나는 보석. ‘눈을 못 피하게, 말도 못 돌리게’ 만들었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 Memphis Special One Take Live >
멤피스가 주목한 ‘우리들의 블루스’. 2022 올해의 발견.

야드 액트(Yard Act) < The Overload >
갱 오브 포와 카이저 치프스 그사이 어딘가. 신랄하고 유쾌한 브렉시트 시대의 포스트 펑크.

비치 하우스(Beach House) < Once Twice Melody >
비치 하우스의 모든 앨범을 사랑한다. 이 앨범도 그렇다.

씨에이치에스(CHS) ‘Highway’
‘여름’하면 떠오를 노래가 하나 추가됐다. 8월 휴가철, 꽉 막힌 서울양양고속도로 위에서 들어보자.

임동엽’s Choice

텐투포(10 to 4) < 말하기 듣기 쓰기 >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 < Hypnosis Therapy >
정말로 최면에 걸린 줄 알았다.

이권형 < 창작자의 방 >
그저 음악을 할 뿐.

Various Artists < Elvis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위대한 유산.

원슈타인 ‘존재만으로’
막힘없이 편안하다.

김호현’s Choice

해파 < 죽은 척하기 >
불안은 이렇게 사랑을 끌어안고 기어이 잠깐의 휴식을 만들어 낸다.

이수정 & 강재훈 < Stellive Vol.56 | Duology: Live At Stellive >
한국 재즈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들의 근사한 조합.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Never gonna be alone (Feat. Lizzy McAlpine, John Mayer)’
천재 마케팅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 Black Radio III >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최첨단 흑인음악 실험실.

도미 앤 제이디 백(DOMi & JD BECK) < Not Tight >
재즈 역사를 이끈 거인들의 어깨 위에 새로운 세대가 올라서다.

손민현’s Choice

글렌체크(Glen Check) < Bleach >
아직 어른이 되긴 이르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차오른다.

이찬혁 < Error >
어떤 예술가의 기행은 시대를 여유롭게 스쳐가기도 한다, 파노라마처럼.

9와 숫자들 < 토털리 블루 >
코로나에 무뎌진 현대인들을 위한, 시기적절한 푸른 위로 한 가닥.

에이비티비(ABTB) < ⅲ >
더 거세게, 더 열정적으로, 더 록스럽게! 새 연료를 주입한 ABTB의 질주.

키스 에이프(Keith Ape) < Ape Into Space >
해묵은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Mull’.

한성현’s Choice

자브 이스…(JARV IS…) < This Is Going To Hurt (Original Soundtrack) >
자비스 코커만의 방식으로 보듬는 ‘따끔’한 세상살이.

1975(The 1975) <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 >
괜히 머리 싸매지 말고 쉽게 쉽게 삽시다.

미츠키(Mitski) ‘Glide (cover)’
인간과 로봇,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억. 에테르는 실존할지도 몰라.

트리플에스(tripleS) ‘Generation’
유닛 시스템, Z세대의 시대정신? 다 떠나서 그냥 즐겁게 랄랄라.

유아 ‘Lay low’
유혹 대신 냉소를 품은 세이렌의 노래지만 홀리는 건 마찬가지.

백종권’s Choice

일삼공공(1300) ‘Rocksta’
시드니에서도 한국 힙합. 음악으로 맺은 FTA.

잭슨(Jackson Wang) < Magic Man >
꾸준한 탈피의 결과물. 장난기 넘치던 악동이 제대로 마이크를 쥐었을 때.

엑스지(XG) ‘Tippy toes’
한국식 제조 과정으로 구현한 미국의 맛. – (Made in Japan)

버둥 < 너에게만 보여 >
올 한 해 발버둥이 석연치 않았다 해도. 나, 너, 우리를 위한 ‘응원’ 소곡집.

사커 마미(Soccer Mommy) < Sometimes, Forever >
웰메이드 얼터너티브 록이 선사하는 평온한 꿈의 체험. 옥에 티는 풋볼 마미가 아니라는 점.

소승근’s Choice

우아!(woo!ah!) ‘별 따러 가자’
이 노래는 우아!가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가설을 확인시켜준다.

우연, 민서 ‘Make u move’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해’ 이후 최고의 시티팝.

트라이비(TRI.BE) ‘In the air (777)’
말이 필요 없다. 이게 대중음악이다. 최고의 야구 응원가.

뉴진스(NewJeans) ‘Hype boy’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요 멜로디와 쉬운 안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채연 < Hush Rush >
수록곡이 적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정리 및 이미지 편집: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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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원슈타인 ‘진심으로 너를 위해 부르는 노래’ (2021)

평가: 2.5/5

컨텐츠랩 비보가 음악 프로젝트 ‘2021년을 잘 보내는 방법’의 다섯 번째 곡을 발표했다. 가볍고 장난기 많던 이전 곡들과 결이 다른 가을맞이 위로 송이다. 히트 작곡가 로코베리가 선사한 곡조에 진하고 성숙한 냄새가 가득하며 기타와 묵직한 드럼을 앞세운 굴곡 있는 사운드로 삶에 진 응어리를 격파하고자 한다.

조합의 승리다. 공고한 팬층과 인지도를 지닌 자우림의 김윤아와 < 쇼미더머니9 >에서 요즘 힙합 신에 보기 드문 ‘착한 캐릭터’로 사랑받은 원슈타인의 콜라보는 그 자체로 신뢰감을 준다. ‘진심으로 너를 위해 부르는 노래’라는 제목 아래 휴식을 제안하는 상냥한 노랫말은 노골적이지만 둘의 매끈한 목소리 덕에 유치함으로 전락하지는 않는다. 무난한 만듦새의 노래를 이 시너지가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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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슈타인(Wonstein) ‘X (Butterfly)’ (2020)

평가: 3/5

안개처럼 뿌연 건반의 몽롱한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원슈타인의 자조적인 가사에 동화되고 만다. 어느 듀오의 늦은 20대 고백처럼 어중이떠중이들의 ‘노답’ 인생이 가감 없이 기록된 일기장에 그만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군계일학이 아닌 군학일계를 자처하는 그의 음악에 크게 특별한 점은 없다. 몽중몽을 암시하듯 꿈만 같은 드림 팝 사운드와 단조로운 8비트 드럼엔 한 루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할 뿐. 부와 명예(혹은 ‘플렉스’라는 단어)로 치부를 감추는 대신 정면 돌파하는 그의 강단 있는 목소리도, 그의 첫 도약을 축복하듯 흩뿌려지는 브라스 소리도 특별하지 않다. 그의 음악은 특별하지 않은 우리의 삶 자체다.

감응. 음악이 가진 힘. 원슈타인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서 음악을 철저히 이용했고 또 우리에게 그만큼 자신을 허락했다. ‘선입견 속으로 뛰어들어 긍정을 널리 퍼트리는’ 그에게 No dab보단 No doubt가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