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우주소녀 ‘Last sequence’ (2022)

평가: 2.5/5

우주소녀의 정석 같은 곡이다. 작년 발매된 ‘Unnatural’의 강한 베이스와 드럼, 풍성한 신시사이저 위에 ‘부탁해’, ‘이루리’ 등 데뷔 초기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입혔다. 엠넷의 경연 프로그램 < 퀸덤 2 >에서 정상을 차지한 순간을 피날레로 비유하며 2막을 예고하는 가사도 조화롭다. 전환점을 맞이한 팀은 그동안 쌓아온 매력을 빠짐없이 갈무리했다.

깔끔한 마무리가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 퀸덤 2 > 최종 우승에, 멤버 보나가 드라마 < 스물하나, 스물다섯 >의 흥행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지금은 반등의 기회다. 다음을 기약하기보단 본격적인 변화로 입지를 넓힐 때다. 1년 4개월 만의 신곡이라는 조급함과 우승자의 부담이 안정적이지만 싱거운 결과물을 낳았다. 괄목할 만한 성장의 기회를 현상 유지에 내어줬다.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우주소녀 ‘Unnatural'(2021)

평가: 3/5

우주소녀가 성숙해졌다. 전작 < Neverland > 속 자유를 향해 비상하던 당찬 포부도, 데뷔이래 처음 시도했던 유닛 우주소녀 쪼꼬미가 내세운 발랄한 귀여움도 기억 속에서 흐릿하다. 차갑게 무장한 그들은 ‘맘에 안 들어 이런 내 모습 /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난 방법을 몰라’라며 무심해진 낯선 태도를 보이면서도 숨겨지지 않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한다.

변화된 컨셉트지만 ‘Last dance’에서 묘사되듯이 보컬 라인을 뚜렷하게 녹여내는 익숙한 경로를 택한다. 멤버 각각의 개성을 보존하는 적절한 파트 분배가 더해지며 여전히 유효한 우주소녀의 최대 장점으로 작용한다. 복고풍 신시사이저로 옷을 갈아입는 ‘원하는 모든 걸(Super moon)’도 수년간 이어온 이들의 색깔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강렬한 베이스 톤이 주도하는 타이틀 곡 ‘Unnatural’은 강조한 음색의 매력에 비해 감흥이 약하다. 연이어 몰아치는 훅의 사전준비 과정부터 사후 과정까지 연결되는 이음매에 윤활유가 부재하기 때문. 변칙적으로 몰아치며 여려 질감을 감각적으로 더하려는 의도는 과한 템포의 전개와 섬세함의 결여로 변질된 채 겉돈다.

< Unnatural > 은 우주소녀 성장기의 단편이다. 표면적으로는 작사 작곡에 참여해 크레디트 에 이름을 올린 설아와 엑시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다. 성장한 음악과 고혹적인 외형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우주소녀는 성숙기에 안착했다.

-수록곡-
1. Unnatural
2. Last dance
3. 원하는 모든 걸 (Super moon)
4. New me
5. 음 (Yalla)
6. 잊지 마 (나의 우주)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우주소녀 ‘Neverland'(2020)

평가: 3/5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먼저다. ‘날아 Like Butterfly’라 노래하며 자유로워지고픈 소녀들의 테마는 멀리 갈 것 없이 작년 이달의 소녀의 ‘Butterfly’와 겹치고, 신비로운 동화 속 세계 ‘네버랜드’와 ‘팅커벨’ 등 요소는 에이프릴, 오마이걸, 최근의 아이즈원에 이르기까지 심심치 않게 활용돼왔다. 하지만 유사한 기획임에도 우주소녀의 < Neverland >에서 다른 어떤 그룹과의 공통점이나 기시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Butterfly’는 익숙함 속 낯섦을 만든다. 멤버 개개인의 보컬 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타이틀곡을 구성해온 과거와 달리 강렬한 기타 드라이브와 함께하는 이 노래 속 멤버들의 힘찬 가창은 누가 맨 앞에 서더라도 하나로 느껴질 만큼 매끈하게 다듬어져 수렴하고 있다.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는 ‘이젠 날 안 묶어둘래 / 좀 더 자유롭게 / 진짜 날 찾을래’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보다 우주소녀라는 그룹 그 자신의 다짐과 확신처럼 여겨지게 한다. ‘꿈꾸는 마음으로’, ‘부탁해’, ‘이루리’를 통해 이어온 격려와 응원의 서사를 우주소녀의 이야기로 옮기며 설득력을 확보한다.

저돌적인 주제를 수록곡으로도 훌륭히 뒷받침한다. 강렬한 신스 리프와 브리지-드롭 구조로 후렴에 힘을 싣는 ‘Hola’, 신비롭게 출발하여 딥하우스 바탕의 댄스 팝을 전개하는 ‘Pantomime’ 모두 빠른 템포로 ‘Butterfly’의 여운을 길게 끌고 간다.

앞서 언급했던 우주소녀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바램’은 프로듀싱 팀 오레오의 작품으로, 선명한 멜로디 라인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또 다른 타이틀 싱글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트로피컬 하우스 스타일의 ‘불꽃놀이’로 화려하면서도 아련한 무드를 조성한 다음 그루브한 베이스 리듬의 복고적인 신스팝 ‘우리의 정원’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고유의 판타지를 그려온 우주소녀는 < Neverland >를 통해 직관적인 경로를 설정하고 어긋남 없이 달려 나가며 스스로의 등 뒤에 나비의 날개를 붙인다. 보편의 영역에서 견인한 새로운 단계로의 비상이다.

– 수록곡 –
1. Butterfly
2. Hola
3. Pantomime
4. 바램
5. 불꽃놀이
6. 우리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