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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팝 앨범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던 ‘쿼런틴’ 시대의 기록을 단 열 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악 산업은 호황을 달리며 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전시했으나 그 와중 창작가들에게는 더없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하는 시기, 그 중에도 한 해를 장식할 작품은 있었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팝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위켄드(The Weeknd) < After Hours >

상처 입은 아티스트의 자기혐오가 만들어낸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 반복된 이별과 결합의 과정 후 광기에 빠진 슈퍼스타는 처절했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며 행한 채찍질은 스스로를 난도질했고 세월을 거쳐 깊게 팬 내면을 마주한 위켄드는 외면하고 있던 고독을 숨기지 않고 세상에 드러내길 마음먹는다. 80년대를 지나 현대, 그리고 장르가 나아갈 방향까지. 시간 제약 없이 음악으로만 귀결되는 열네 개의 수록곡은 개인적 서사의 점을 이어가며 거대한 별자리를 만들어낸다. 성좌의 이름은 < After Hours >, 길에 남을 이야기의 시작이다.

대중과 평단을 모두 잡았다. 유독 디스코의 재현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위켄드는 그 중심에 설 뿐만 아니라 신스팝, PB R&B 등 과거 문법부터 트렌디했던 자신의 음악을 모두 집대성하며 흐름을 집중시켰다. ‘Heartless’, ‘Blinding lights’로 이어지는 싱글의 성공과 빌보드 앨범 차트 4주 연속 1위 등의 성과와 함께 각종 음악 매체에 호평을 이끈 < After Hours >는 예술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대중예술의 근간을 명확하게 실현해냈다. 분명한 건 올해의 앨범에 거론되기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것, 그 근거가 무수히 많은 청자의 지지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다. (손기호)


두아 리파(Dua Lipa)
< Future Nostalgia >

“I wanna change the game(난 이 판을 뒤바꾸고 싶어).” 이보다 더 간결하게 올해의 두아 리파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Future Nostalgia’의 한 줄은 암울한 2020년을 디스코 댄스 플로어로 건설한 도화선이며, 바람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선언으로 다시금 명명됐다. ‘Future(미래)’와 ‘Nostalgia(향수)’라는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을 엔진 삼아 레트로-펑크 리듬으로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운전대를 잡은 그의 모습은 여유롭기만 하다.

전초전과 같은 ‘Don’t start now’와 복고를 노골적으로 표방한 ‘Physical’, ‘Break my heart’ 그리고 여성 무브먼트를 담은 ‘Boys will be boys’까지. 침체된 일상을 환기하는 사운드에 자신의 스탠스를 가미한 앨범이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마돈나의 디스코 클럽, 올리비아 뉴튼 존의 신스웨이브가 익숙한 세대와 이제 막 뉴트로를 접한 세대 간의 대통합을 이뤄내지 않았는가. (임선희)


맥 밀러(Mac Miller) < Circles >

“At least it don’t gotta be no more
(그러니까 지금은 잠시만 쉴게)

‘Good news’의 마지막 소절과 달리 그의 삶은 영원한 안식을 찾아 떠났다. 시작점과 끝점이 같아 한 바퀴를 돌면 만날 수밖에 없는 원의 굴레는 삶에 대해 고뇌하고 번민하며 이를 음악에 녹여낸 맥 밀러의 삶과 꼭 닮았다. 사랑 속에 피어나는 절망, 마약에 갇혔다는 비관 속에서도 끝끝내 자신이 살아남길 바랐던 인간의 모순된 감정은 그가 죽고 나서야 더 깊게 아로새겨진다. 약물 중독이라는 영광스럽지 못한 죽음 앞에서도 우리가 그를 따뜻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Swimming >의 2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던 < Circles >는 사후 앨범임에도 그 완성도가 훌륭해 그의 음악을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비통함을 남긴다. 동시에 갑자기 막을 내린 짧은 생이 결코 미완성이 아님을, 찬란한 유작임을 증명한다. 잔잔한 기타와 낮게 읊조리는 베이스 연주의 ‘Circles’, 편안한 멜로디와 사운드를 가진 ‘Good news’로 삶의 날카로움을 매만진다. 부드러운 타원의 곡선을 따라 때로는 미끄러지고, 때로는 자유로이 유영했던 맥 밀러. 죽음은 그를 데려갔지만, 우리에게는 < Circles >가 남았다. (조지현)


피오나 애플 (Fiona Apple)
< Fetch The Bolt Cutters >

재즈의 즉흥성을 표방하는 듯한 온갖 변칙적인 박자와 과감한 타법, 그리고 부드럽고 탁한 질료가 한데 어우러지며 또 한 번의 새로운 파형을 만들어낸다. 홈레코딩이라는 작업 환경 가운데 집안 가구와 일상의 소음은 악기의 일부가 되곤 한다. 이는 시대가 상정해온 관념으로 단단히 틀어막힌 철문을 딸 ‘볼트 커터’를 가져오라 요청하는, < Fetch The Bolt Cutters >의 단상이다. 피오나 애플은 묶이지 않는 리듬 아래 요란하게 춤을 추고, 기억의 파편과 꾸밈없는 어투로 발화(發話)한다.

확실히 쉬운 음악은 아니다. 앨범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흡수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 Fetch The Bolt Cutters >는 평단이 이 작품에 보낸 찬사와 박수갈채가 무색하지 않게, 당신에게 틀을 깨부수는 해방감, 그리고 전투적인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는 고양감을 선사할 것이다. 자, 이제 문을 열고 본연의 소리를 통해 당당히 차별에 맞서 대항한 이 개척자의 기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장준환)


하임(HAIM)
< Women In Music Pt. III >

플리트우드 맥이 소셜 미디어의 꿈결(‘Dreams’)을 타고 주류 차트에 돌아온 2020년. 과거 위대한 선배들의 유산과 경쟁해야 하는 현 음악계는 하임과 같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장인들의 활약을 통해 레트로의 무차별 침공을 버텨낼 수 있었다. 이 캘리포니아 출신 가족 밴드는 레트로의 간섭을 숨기지 않음과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우리의 삶에 적용할 줄 아는데 그것이 아주 탁월하다.  

직관적이고 선명한 팝 록 넘버로 가득한 < Women In Music Pt. III >는 이들이 우리 시대의 플리트우드 맥으로 굳건히 서 있음을 알린다. 그 바탕에는 프로듀서 로스탐의 도움과 세 자매의 탁월한 연주 및 송라이팅이 있고, 주된 문법은 현대 여성의 주체적인 메시지와 고민, 사랑과 자매애로 대체된다. 크리스틴 맥비, 스티비 닉스가 열렬히 환영할 하임은 이 한 장으로 2020년대를 이끌 밴드 대열에 확실히 합류했다. (김도헌) 


찰리 XCX (Charli XCX)
< how i’m feeling now >

찰리 XCX가 ‘쿼런틴 앨범’(quarantine album)으로 공고히 한 음악적 정체성은 올해 다른 뮤지션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지향점이 확연하게 다르다. 디스코와 레트로가 지배한 2020년의 음악계에서 그는 팝의 작법으로 미래의 사운드를 주조했다. < how i’m feeling now >는 ‘하이퍼팝’(hyperpop) 장르의 마일스톤이다.

아이코나 팝(Icona Pop), 셀레나 고메즈, 숀 멘데스(Shawn Mendes)등 영미권 팝스타는 물론이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등 케이팝 그룹에게도 곡을 제공하며 증명한 팝 작곡 능력이 빛을 발한다. 고장 난 기계 소리를 닮은 글리치(glitch)의 요소가 연출하는 공포감은 찰리 XCX의 탁월한 대중적 감각을 만나 고혹스럽게 탈바꿈한다. 앨범을 채우는 찢어질 듯한 신시사이저 소리에는 디지털 시대 하위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이버펑크 특유의 쇠 비린내가 진하다. 찰리 XCX는 그런 소수의 문화를 다수가 향유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 끌어올렸다. 2020년에 바라본 팝의 미래가 이 앨범에 담겨있다. (황인호)


피비 브리저스 (Phoebe Bridgers)
< Punisher >

1994년생 미국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는 소중한 경험들을 광활한 내면의 바다로 던져 넣는다.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 기르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순간, 혹은 즐겨 듣던 코미디 팟캐스트와 시끌벅적한 할로윈의 기억까지. 3년간 숨가쁘게 거쳐온 여러 프로젝트 그룹과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 또한 예외는 없다. 넘실거리는 감정의 바다로 떨어진 영감들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이내 바다의 일부가 되어 파고의 세밀한 주름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균일한 수평선 아래 여러 단면이 생생히 살아숨쉰다. 애수를 머금은 기타 선율에서 기성의 먼지 쌓인 문체가, 진솔한 노랫말에서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떠오른다. 피비는 본인을 ‘열성팬’, 혹은 ‘카피캣’ 같은 아마추어스러운 별명으로 소개하지만, 완급에 따라 섬세하게 배치된 세션과 일관된 가공으로 프로의 역량을 여실히 증명하기도 한다. < Punisher >는 한 명의 생애를 다룬 깊고 따뜻한 수필이자, 포크의 세대 교차가 이뤄지는 광경이 된다. 명실상부한 올해 인디 포크계의 신성. (장준환)


배드 버니 (Bad Bunny)
< YHLQMDLG >

2020년 스포티파이 기준 올 한 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아티스트는 배드 버니다. 전 세계에서 83억 회 이상 그의 음악이 재생됐다. 그럼 올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앨범은? 역시 배드 버니다. 33억 번이나 청취된 < YHLQMDLG >는 ‘Despacito’ 열풍으로 폭발한 레게톤 열풍이 팝 시장에 꾸준히 균열을 내며 새로운 뉴 노멀로 자리 잡았음을 선언했다. 케이팝 열풍과도 일맥상통하는 얼터너티브의 흐름이다. 하지만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올해의 한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 

앨범은 제목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Yo hago lo que me da la gana)’ 모든 것을 다 쏟아낸 작품이다. 긁어내는 보컬부터 유연한 랩까지 팔방미인의 퍼포먼스를 오색찬연 레게톤, 알앤비, 어두운 트랩과 밝은 신스 터치로 그려낸다. ‘The girl from ipanema’를 가져온 ‘Si veo a tu mama’는 천연덕스럽고 ‘Safaera’의 변화무쌍함은 레게톤의 교향곡과 같다. 황홀한 신세계로의 급행열차 같은 이 작품으로 배드 버니는 2020년대 ‘라티노 인베이전’의 역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김도헌)


팝 스모크 (Pop Smoke)
< Shoot For The Stars, Aim For The Moon >

시카고의 트랩 신이 거칠고 어두워지며 나온 드릴 뮤직이 영국에 이어 브루클린에 자리 잡았다. 이 장르의 새 얼굴로 뉴욕을 접수한 팝 스모크는 팝스타의 영광을 앞에 두고 2020년 2월 20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로 떠났다. 그렇게 첫 정규 앨범 < Shoot For The Stars, Aim For The Moon >은 유일한 정규 작품으로 남았고 그의 깊은 영감은 드릴 신을 넘어 세계로 향했다. 팝 스모크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의 노래를 더욱 특별한 이미지로 만들었지만, 마지막 발자국이 무의미함 속에 잊히지 않고 추억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돈 자랑과 허세 짙은 가사가 음악을 지배하는 것과 달리 그는 세상에 선한 에너지를 남겼다. 거리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삶을 위해 동기를 부여했고, 사후에는 팝 스모크의 뜻을 기리며 ‘Shoot for the stars’ 재단을 설립했다. 음악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그의 ’Dior’이 BLM의 저항 송가 중 하나로 불렸다는 사실 또한 생전에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준다. 시작은 반이고, 남은 반은 우리가 그의 음성을 들으며 채워갈 것이다. (임동엽)


퍼퓸 지니어스 (Perfume Genius)
<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 >

이 음반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쩌면 벗어난다. 잘 보이고 잘 만질 수 있는 것을 통해 ‘미(美)’를 발견한다고 했을 때 작품은 분명 어긋난다. 선율을 잡아내는 것이 어렵다. 또 때로는 기이하게 늘어지고 때로는 힘을 움켜쥐고 부르는 보컬에 숨이 막히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결국 아름다움에 닿는다. 그리스계 미국인으로서 겪은 소수자의 피로함과 커밍아웃을 통해 받은 세상의 멸시가 배경이 됐다. 거친 디스토션을 쓸망정 결코 날카롭게 사운드를 밀어붙이지 않는 그의 작법 속에서 빛나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쉬이 그려내기 어려운 아픔을 그림 그리듯 음결을 채색하며 만들어냈다. 한없이 기괴하고 한없이 아름다운 음반.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게 하는 근사한 파운드 푸티지와 다름없다. (박수진) 


2020 올해의 가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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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팝 싱글

코로나 19 범유행은 온 세상을 마비시켰다. 이 혼돈의 와중에도 음악은 충실히 현실을 투영했다. 충격적인 눈 앞을 피해 대대적인 과거 정서로의 이주 릴레이가 벌어졌고, 현재 진행형의 차별과 편 가르기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시간 공고히 자리하던 팝 시장의 지형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도 있었다. IZM 선정 올해의 팝 싱글 10곡을 소개한다. 글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위켄드(The Weeknd) ‘Blinding lights’ 

올해 많은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보다 큰 지지를 얻은 싱글은 없었다. 2020년 최고의 히트 넘버, ‘Blinding lights’!. 히트도 그냥 히트가 아니다. 28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5위 내 진입, 40주간 10위 내 랭크 등 신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이 노래를 모든 부문의 후보에서 제외한 그래미 어워드를 국내외 대중과 각종 매체가 냉담한 반응으로 받아치며 그들의 공신력을 비아냥대는 꼴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위켄드 본인도 그들을 ’디스’했다.)

곡 전반에 깔린 패드 악기가 공간감을 형성하고 1980년대 신스팝을 재현한 신시사이저 리드가 탄성을 절로 터뜨린다. 히트 작곡가 맥스 마틴(Max Martin)이 제대로 일을 냈다. 그 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퇴폐적인 사랑을 위켄드는 어느 때보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내비치는데, 흡사 영화 < 조커 >가 겹쳐가는 뮤직비디오 속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도심을 피 묻은 분장으로 떠도는 그의 모습이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작금의 복고 유행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그것을 멋지게 자기화(自己化)한 싱글. 그가 현세대 가장 걸출한 뮤지션 중 하나라는 것을 무리 없이 입증했다. (이홍현)


도자 캣(Doja Cat) ‘Say so’ 

디스코 열풍과 SNS를 통한 챌린지. 올 한해 팝 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한꺼번에 설명할 때 가장 적확한 곡이 아닐까. 찰랑찰랑 거리는 펑키한 기타 리프를 타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도자 캣의 몽환적인 음색에 보다 감각적인 터치를 더하는 니키 미나즈의 섬세한 래핑.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빚어내는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여성 래퍼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주도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 노래를 통해 니키 미나즈는 그토록 염원하던 빌보드 No.1의 커리어를 거머쥐었으며, 첫 여성 콜라보레이션 HOT 100 1위라는 쾌거까지 그들의 것이 되었다. 밈으로 군림하는 데에 있어 단단한 음악적 내실이 필수적임을 알려준, 올 한 해 팝 트렌드 일등 단타강사. (황선업)


앤더슨 팩(Anderson .Paak) ‘Lockdown’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어.
제재 조치(Lockdown)라더니,
우리에게 총알을 날리더군.”

2년 전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를 소개하며 “2018년의 미국은 누군가에겐 지옥이었다”라 운을 띄운 바 있다. 2020년의 미국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340만 명을 감염시키고 26.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거리에서 흑인들이 총을 맞아 살해당하고 비밀 경찰이 잠입해 사람들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 전염병과 공권력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약자들이 생존을 위해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M)’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자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앤더슨 팩은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관찰하여 정제된 분노의 언어로 ‘Lockdown’을 꾹꾹 눌러 담았다. 전쟁 같은 일상 속 지쳐버린 가장의 목소리로 “흑인 생명을 휴지쪼가리 취급하는”, “우리가 죽어갈 땐 침묵하다 나중에서야 소리를 내는” 사회에 울분을 토한다. 뮤직비디오 속 제이 록(Jay Rock)이 조목조목 매일 마주하는 공포를 설명해주지만 세상은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얼굴을 가리고 살기 위해 투쟁해야 했던 2020년의 미국,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 이상은 멀리 있었고 분노와 응축된 한은 이 노래처럼 가까이 있었다. (김도헌)


다베이비(Dababy) ‘Rockstar’

아마도 훗날 2020년 BLM(Black Lives Matter) 운동 시점을 대표하는 노래로 이 곡을 고를 것 같다. 노래 자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총을 쏴 괴한을 죽인 실제 사건을 묘사해 ‘강한 흑인’을 부각한 데다 바로 터진 조지 플로이드 사태와 BLM 무브먼트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몇 구절을 추가한 리믹스 버전, 관련 뮤직비디오를 냈다. 하지만 빅 히트는 이러한 사회성보다는 곡의 우수 청취 품질에 기인한다. 

어쿠스틱 기타의 애절하고 잔잔한 선율부터 ‘일단 듣게 만들고’ 프리스타일을 머금은 특유의 중저음 래핑과 기품 있는 플로로 ‘라디오프렌들리’를 주조한다. 무지 멜로딕하다. 3년 전 차트를 장악한 포스트 말론의 곡목도 같은 록스타다. 이미 록스타들을 압도한 랩스타들이 기울어가는 록을 향해 건네는 측은지심인가. 아니면 록을 먹어 치우고 난 후의 악어눈물 레퀴엠? 그러니까 더 록은 슬프다. 정반대 표제어로 거역할 수 없는 힙합 시대를 천명한 2020년 힙합 히트 영순위 넘버. (임진모)


로디 리치(Roddy Ricch) ‘The box’

트랩은 강고하다. 막강한 권세는 탄생지인 미국 남부를 넘어 갱스터 랩의 고장인 서부에도 전해졌다. 단지 확장만 한 것이 아니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라는 높은 성적까지 이루게 했다. 캘리포니아주 콤프턴 출신 래퍼 로디 리치의 ‘The box’는 트랩이 여전히 대중음악의 핵심 장르임을 시사한다.

로디 리치는 갱스터 삶에 대한 찬양으로 ‘The box’를 채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서 약을 팔고, 예쁜 여자를 곁에 둔 걸 자랑하며, 경찰도 두렵지 않다면서 내내 범죄, 향락, 폭력이 버무려진 허세를 부린다. 시종 배경에 깔리는 “이얼” 애드리브와 훅 일부 문장의 마지막 음절을 끄는 보컬, 이 부분에 추가되는 화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불건전한 내용을 순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식지 않는 트랩의 인기, 청각적 재미를 제공하는 요소에 힘입어 갱스터 랩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을 ‘The box’가 기록했다. (한동윤)


카디 비(Cardi B)
‘WAP (Feat. Megan Thee Stallion)’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들은 언제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성’에 관한 것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카디비는 올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아랫도리(Wet Ass Pussy)’를 노래하고,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며 춤을 춘다. 선정성의 정도는 논할 필요도 없다. ‘카디비 WAP 부모님 반응’ 등의 리액션 비디오가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져갔으니, 단연 2020년의 뜨거운 감자였다.

흑인과 백인, 차별과 인정, 비난과 비판 사이. 카디비는 잠식된 평등 앞에서 ‘WAP’을 외친다. 노래를 장악하는 키워드 ‘섹스’가 세간에서 화두였지만 결국 진짜 메시지는 차별에 대한 대항이다. 흑인이자 여성인 카디비는 성행위를 비롯한 모든 행위의 키를 자신이 쥐고 있음을 선포한다. 이렇듯 대중을 매혹시킨 건 결코 자극적이기만 한 ‘섹스’가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성을 가감 없이 격파한 ‘카디 비’ 그 자체다. (조지현)


퓨처(Future)
‘Life is good (Feat. Drake)’

퓨처가 랩 게임에 남긴 족적은 분명하다. 트랩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싱잉, 멈블 등 다양한 랩 스타일의 초석을 다지며 주류로 이끌어 온 그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차트에 이름을 새겼고, 2010년대 랩 문법을 빛내는 가장 선명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드레이크와 함께한 ‘Life is good’은 그가 쌓은 커리어를 다시 한번 증명해내며, 새롭게 이어질 미래의 밝기를 더한다.

각기 다른 비트의 구성 속 유려한 드레이크의 래핑을 지나 등장하는 퓨처의 실력이 핵심이다. 타이트하게 배치한 가사의 끝에 일정하게 등장하는 ‘우’를 고유한 플로우로 만들어내는 곡 구성 능력은 그가 아직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 결국 빌보드 핫 100 2위에서 8주간 머무르며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끝없이 상승하며 업로드한 지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13억 회를 넘어섰다. 많은 도전자가 있었지만, 힙합 트렌드의 시작부터 나아갈 방향까지. 그 중심엔 여전히 퓨처가 있다. (손기호)


베니(BENEE)
‘Supalonely (Feat. Gus Dapperton)’

올해도 틱톡(TikTok)의 영향으로 많은 곡들이 재조명을 받았다.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베니(BENEE)의 히트 싱글 ’Supalonely’도 그 대표적인 예다. 작년 11월 발매한 후 몇 달이 지난 올해 봄, 명료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노래의 후렴구가 틱톡에서 15초 영상 댄스 챌린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9위까지 오르며 그와 피쳐링에 참여한 거스 대퍼튼(Gus Dapperton)에게 첫 미국 시장 성공을 안겨주었다. 막 EP를 내놓은 신예가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의 경쾌한 분위기와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슬픈 정서가 감지된다. 작년 연인과 헤어지고 실연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Supalonely’는 “내가 망친 거 알아 / 난 그냥 루저일 뿐이야”라며 아티스트의 쓸쓸한 감정을 투덜댄다. 뮤직비디오의 컬러풀한 배경 속 홀로 춤을 추는 그는 꼭 코로나 봉쇄령에 ‘집콕’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 같기도. 감각적인 음악성이 돋보이는, 과연 엘튼 존의 극찬대로 ‘차기 글로벌 스타’의 탄생이다. (이홍현)


방탄소년단(BTS) ‘Dynamite’ 

모든 목표를 이루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과 미국 라디오의 에어플레이 접수, 그래미 후보, 해외의 여러 음악상 수상 그리고 팬더믹 상황으로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다는 인류애적 목적도 달성했다. 전 세계 30여 개 나라에서 1위를 차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대한민국 노래로는 두 번째로 세계를 정복한 노래 ‘Dynamite’는 그동안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웠다. 

브루노 마스와 마크 론슨의 ‘Uptown funk’처럼 변박이 거의 없는 정박의 뚜렷한 비트, 명징하게 들리는 마룬 파이브 스타일의 16비트 리듬 기타와 리듬감을 배가시키는 단단한 베이스, 중반부터 등장하는 어스 윈드 & 파이어 풍의 혼섹션까지 ‘Dynamite’는 도전과 패기, 실험이 허용된 방탄소년단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1970년대의 소울/펑크(Funk) 음악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모든 인종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의 진폭을 확대했다. 훗날 2020년을 상징하는 노래를 꼽을 때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진정한 대중음악이다. (소승근)


레이디 가가(Lady Gaga)
‘Rain On Me (Feat. Ariana Grande)’ 

레이디 가가는 지난 몇 년간 댄스 플로어에 일체 발을 들이지 않았다. < ARTPOP >의 대중적, 음악적 실패에 이어 거듭된 불행한 개인사로 무너진 그는 스탠더드 재즈와 컨트리 팝을 탐미하며 스테파니 조앤 저마노타를 정의하기에 급급했다. 본체를 잃어버린 페르소나는 존재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변절이라고 부를, 편안한 도피처를 찾아야만 했던 레이디 가가. 그토록 자신을 배척한 기성세대의 찬사를 받으면서까지 그가 원했던 건 살아갈 힘,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몇 해를 굽이돌아 무대에 선 그가 이렇게 외친다. “어디 한 번 해봐. 차라리 말라 비틀어지겠어. 적어도 난 살아있으니까”. 그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음악은 발가벗겨진 언플러그드 사운드가 아닌 한껏 왜곡된 전자 기타와 건반, 드럼 루핑으로 포장된 하우스다. 레이디 가가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가장 먼저 밟은 곳, 바로 이 댄스 플로어에서 그는 그럼에도 살아가겠노라 다짐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같이 맞서줄 동료와 함께. ‘Rain on me’는 그의 삶의 의지의 표명이자 관철이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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