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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팝 싱글

코로나 19 범유행은 온 세상을 마비시켰다. 이 혼돈의 와중에도 음악은 충실히 현실을 투영했다. 충격적인 눈 앞을 피해 대대적인 과거 정서로의 이주 릴레이가 벌어졌고, 현재 진행형의 차별과 편 가르기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시간 공고히 자리하던 팝 시장의 지형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도 있었다. IZM 선정 올해의 팝 싱글 10곡을 소개한다. 글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위켄드(The Weeknd) ‘Blinding lights’ 

올해 많은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보다 큰 지지를 얻은 싱글은 없었다. 2020년 최고의 히트 넘버, ‘Blinding lights’!. 히트도 그냥 히트가 아니다. 28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5위 내 진입, 40주간 10위 내 랭크 등 신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이 노래를 모든 부문의 후보에서 제외한 그래미 어워드를 국내외 대중과 각종 매체가 냉담한 반응으로 받아치며 그들의 공신력을 비아냥대는 꼴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위켄드 본인도 그들을 ’디스’했다.)

곡 전반에 깔린 패드 악기가 공간감을 형성하고 1980년대 신스팝을 재현한 신시사이저 리드가 탄성을 절로 터뜨린다. 히트 작곡가 맥스 마틴(Max Martin)이 제대로 일을 냈다. 그 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퇴폐적인 사랑을 위켄드는 어느 때보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내비치는데, 흡사 영화 < 조커 >가 겹쳐가는 뮤직비디오 속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의 도심을 피 묻은 분장으로 떠도는 그의 모습이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작금의 복고 유행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그것을 멋지게 자기화(自己化)한 싱글. 그가 현세대 가장 걸출한 뮤지션 중 하나라는 것을 무리 없이 입증했다. (이홍현)


도자 캣(Doja Cat) ‘Say so’ 

디스코 열풍과 SNS를 통한 챌린지. 올 한해 팝 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한꺼번에 설명할 때 가장 적확한 곡이 아닐까. 찰랑찰랑 거리는 펑키한 기타 리프를 타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도자 캣의 몽환적인 음색에 보다 감각적인 터치를 더하는 니키 미나즈의 섬세한 래핑.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빚어내는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여성 래퍼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주도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 노래를 통해 니키 미나즈는 그토록 염원하던 빌보드 No.1의 커리어를 거머쥐었으며, 첫 여성 콜라보레이션 HOT 100 1위라는 쾌거까지 그들의 것이 되었다. 밈으로 군림하는 데에 있어 단단한 음악적 내실이 필수적임을 알려준, 올 한 해 팝 트렌드 일등 단타강사. (황선업)


앤더슨 팩(Anderson .Paak) ‘Lockdown’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어.
제재 조치(Lockdown)라더니,
우리에게 총알을 날리더군.”

2년 전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를 소개하며 “2018년의 미국은 누군가에겐 지옥이었다”라 운을 띄운 바 있다. 2020년의 미국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340만 명을 감염시키고 26.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거리에서 흑인들이 총을 맞아 살해당하고 비밀 경찰이 잠입해 사람들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 전염병과 공권력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약자들이 생존을 위해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BLM)’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자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앤더슨 팩은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관찰하여 정제된 분노의 언어로 ‘Lockdown’을 꾹꾹 눌러 담았다. 전쟁 같은 일상 속 지쳐버린 가장의 목소리로 “흑인 생명을 휴지쪼가리 취급하는”, “우리가 죽어갈 땐 침묵하다 나중에서야 소리를 내는” 사회에 울분을 토한다. 뮤직비디오 속 제이 록(Jay Rock)이 조목조목 매일 마주하는 공포를 설명해주지만 세상은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얼굴을 가리고 살기 위해 투쟁해야 했던 2020년의 미국,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 이상은 멀리 있었고 분노와 응축된 한은 이 노래처럼 가까이 있었다. (김도헌)


다베이비(Dababy) ‘Rockstar’

아마도 훗날 2020년 BLM(Black Lives Matter) 운동 시점을 대표하는 노래로 이 곡을 고를 것 같다. 노래 자체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총을 쏴 괴한을 죽인 실제 사건을 묘사해 ‘강한 흑인’을 부각한 데다 바로 터진 조지 플로이드 사태와 BLM 무브먼트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몇 구절을 추가한 리믹스 버전, 관련 뮤직비디오를 냈다. 하지만 빅 히트는 이러한 사회성보다는 곡의 우수 청취 품질에 기인한다. 

어쿠스틱 기타의 애절하고 잔잔한 선율부터 ‘일단 듣게 만들고’ 프리스타일을 머금은 특유의 중저음 래핑과 기품 있는 플로로 ‘라디오프렌들리’를 주조한다. 무지 멜로딕하다. 3년 전 차트를 장악한 포스트 말론의 곡목도 같은 록스타다. 이미 록스타들을 압도한 랩스타들이 기울어가는 록을 향해 건네는 측은지심인가. 아니면 록을 먹어 치우고 난 후의 악어눈물 레퀴엠? 그러니까 더 록은 슬프다. 정반대 표제어로 거역할 수 없는 힙합 시대를 천명한 2020년 힙합 히트 영순위 넘버. (임진모)


로디 리치(Roddy Ricch) ‘The box’

트랩은 강고하다. 막강한 권세는 탄생지인 미국 남부를 넘어 갱스터 랩의 고장인 서부에도 전해졌다. 단지 확장만 한 것이 아니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라는 높은 성적까지 이루게 했다. 캘리포니아주 콤프턴 출신 래퍼 로디 리치의 ‘The box’는 트랩이 여전히 대중음악의 핵심 장르임을 시사한다.

로디 리치는 갱스터 삶에 대한 찬양으로 ‘The box’를 채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서 약을 팔고, 예쁜 여자를 곁에 둔 걸 자랑하며, 경찰도 두렵지 않다면서 내내 범죄, 향락, 폭력이 버무려진 허세를 부린다. 시종 배경에 깔리는 “이얼” 애드리브와 훅 일부 문장의 마지막 음절을 끄는 보컬, 이 부분에 추가되는 화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불건전한 내용을 순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식지 않는 트랩의 인기, 청각적 재미를 제공하는 요소에 힘입어 갱스터 랩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을 ‘The box’가 기록했다. (한동윤)


카디 비(Cardi B)
‘WAP (Feat. Megan Thee Stallion)’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들은 언제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성’에 관한 것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카디비는 올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아랫도리(Wet Ass Pussy)’를 노래하고,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며 춤을 춘다. 선정성의 정도는 논할 필요도 없다. ‘카디비 WAP 부모님 반응’ 등의 리액션 비디오가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져갔으니, 단연 2020년의 뜨거운 감자였다.

흑인과 백인, 차별과 인정, 비난과 비판 사이. 카디비는 잠식된 평등 앞에서 ‘WAP’을 외친다. 노래를 장악하는 키워드 ‘섹스’가 세간에서 화두였지만 결국 진짜 메시지는 차별에 대한 대항이다. 흑인이자 여성인 카디비는 성행위를 비롯한 모든 행위의 키를 자신이 쥐고 있음을 선포한다. 이렇듯 대중을 매혹시킨 건 결코 자극적이기만 한 ‘섹스’가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성을 가감 없이 격파한 ‘카디 비’ 그 자체다. (조지현)


퓨처(Future)
‘Life is good (Feat. Drake)’

퓨처가 랩 게임에 남긴 족적은 분명하다. 트랩을 기반으로 한 지금의 싱잉, 멈블 등 다양한 랩 스타일의 초석을 다지며 주류로 이끌어 온 그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차트에 이름을 새겼고, 2010년대 랩 문법을 빛내는 가장 선명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드레이크와 함께한 ‘Life is good’은 그가 쌓은 커리어를 다시 한번 증명해내며, 새롭게 이어질 미래의 밝기를 더한다.

각기 다른 비트의 구성 속 유려한 드레이크의 래핑을 지나 등장하는 퓨처의 실력이 핵심이다. 타이트하게 배치한 가사의 끝에 일정하게 등장하는 ‘우’를 고유한 플로우로 만들어내는 곡 구성 능력은 그가 아직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 결국 빌보드 핫 100 2위에서 8주간 머무르며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끝없이 상승하며 업로드한 지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13억 회를 넘어섰다. 많은 도전자가 있었지만, 힙합 트렌드의 시작부터 나아갈 방향까지. 그 중심엔 여전히 퓨처가 있다. (손기호)


베니(BENEE)
‘Supalonely (Feat. Gus Dapperton)’

올해도 틱톡(TikTok)의 영향으로 많은 곡들이 재조명을 받았다.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베니(BENEE)의 히트 싱글 ’Supalonely’도 그 대표적인 예다. 작년 11월 발매한 후 몇 달이 지난 올해 봄, 명료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노래의 후렴구가 틱톡에서 15초 영상 댄스 챌린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9위까지 오르며 그와 피쳐링에 참여한 거스 대퍼튼(Gus Dapperton)에게 첫 미국 시장 성공을 안겨주었다. 막 EP를 내놓은 신예가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의 경쾌한 분위기와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슬픈 정서가 감지된다. 작년 연인과 헤어지고 실연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Supalonely’는 “내가 망친 거 알아 / 난 그냥 루저일 뿐이야”라며 아티스트의 쓸쓸한 감정을 투덜댄다. 뮤직비디오의 컬러풀한 배경 속 홀로 춤을 추는 그는 꼭 코로나 봉쇄령에 ‘집콕’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 같기도. 감각적인 음악성이 돋보이는, 과연 엘튼 존의 극찬대로 ‘차기 글로벌 스타’의 탄생이다. (이홍현)


방탄소년단(BTS) ‘Dynamite’ 

모든 목표를 이루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과 미국 라디오의 에어플레이 접수, 그래미 후보, 해외의 여러 음악상 수상 그리고 팬더믹 상황으로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다는 인류애적 목적도 달성했다. 전 세계 30여 개 나라에서 1위를 차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대한민국 노래로는 두 번째로 세계를 정복한 노래 ‘Dynamite’는 그동안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웠다. 

브루노 마스와 마크 론슨의 ‘Uptown funk’처럼 변박이 거의 없는 정박의 뚜렷한 비트, 명징하게 들리는 마룬 파이브 스타일의 16비트 리듬 기타와 리듬감을 배가시키는 단단한 베이스, 중반부터 등장하는 어스 윈드 & 파이어 풍의 혼섹션까지 ‘Dynamite’는 도전과 패기, 실험이 허용된 방탄소년단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1970년대의 소울/펑크(Funk) 음악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모든 인종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의 진폭을 확대했다. 훗날 2020년을 상징하는 노래를 꼽을 때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진정한 대중음악이다. (소승근)


레이디 가가(Lady Gaga)
‘Rain On Me (Feat. Ariana Grande)’ 

레이디 가가는 지난 몇 년간 댄스 플로어에 일체 발을 들이지 않았다. < ARTPOP >의 대중적, 음악적 실패에 이어 거듭된 불행한 개인사로 무너진 그는 스탠더드 재즈와 컨트리 팝을 탐미하며 스테파니 조앤 저마노타를 정의하기에 급급했다. 본체를 잃어버린 페르소나는 존재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변절이라고 부를, 편안한 도피처를 찾아야만 했던 레이디 가가. 그토록 자신을 배척한 기성세대의 찬사를 받으면서까지 그가 원했던 건 살아갈 힘,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몇 해를 굽이돌아 무대에 선 그가 이렇게 외친다. “어디 한 번 해봐. 차라리 말라 비틀어지겠어. 적어도 난 살아있으니까”. 그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음악은 발가벗겨진 언플러그드 사운드가 아닌 한껏 왜곡된 전자 기타와 건반, 드럼 루핑으로 포장된 하우스다. 레이디 가가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가장 먼저 밟은 곳, 바로 이 댄스 플로어에서 그는 그럼에도 살아가겠노라 다짐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같이 맞서줄 동료와 함께. ‘Rain on me’는 그의 삶의 의지의 표명이자 관철이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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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가요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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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IZM 연말 결산 특집 Feature

2020 올해의 가요 싱글

전대미문의 ‘거리두기’ 현실에서 음악도 예외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는 가운데 가요계도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결코 멈추는 일은 없었다. 언제나 그러했듯 대중가요는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선사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IZM 선정 2020년을 대표할 가요 싱글 10곡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오마이걸(OH MY GIRL) ‘Dolphin’

식상한 패턴을 비켜가면서도 트렌드를 붙잡으려 애쓴 음악적 성의가 끝내 형통했다. 댄스 퍼포먼스 혹은 비주얼의 개가, 화제성의 산물, 마케팅의 성과 등등을 들먹이기 전에 음악 정확히는 곡의 승리였다. 듣기에 따라 건조할 수도 있고 습할 수도 있는, 조금은 우기듯 기분 좋게 반복하는 ‘다 다 다..’ 리듬에 바로 이어지는 ‘또 물보라를 일으켜’까지의 대목은 2020년 가장 중독화에 성공한, 나른하지만 무감각을 찍어 누르는 매혹의 코러스다. 

짧지만 돌아가면서 부르는 멤버 모두의 수준급 보컬도 승리를 거들었다. 이 때문에 로맨틱한 가사가 살고 실종된 청순과 설렘이 복권된다. 노래에서 화자가 좋아하는 하트 상대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오마이걸 자신이 물보라를 일으키는 돌핀으로 팬들 마음에 새겨진다. 여성 팬이 찾고, 어른도 반응하고, 놀랍게도 헤비메탈 광이 호감을 내비친다. 고질적 성, 세대, 장르 분리의 유쾌한 은폐. 오마이걸에게 ‘걸 그룹의 걸 그룹’이란 수식을 제공해준 2020년의 러브 송! (임진모)


이날치 ‘범 내려온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올라온 영상이 시작이었다. 간결한 베이스가 도입부를 알리자 한복과 정장을 장착한 춤꾼들이 리듬에 맞춰 조금씩 전진하고, 그 위로 구수한 판소리가 힘차게 탑승한다. 다들 태연하게 제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분명 동서양의 문화가 한 데 뒤엉키는 혼란스러운 상황.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협업으로 탄생한 기상천외한 공존, ‘범 내려온다’ 속에는 조선시대 놀이판의 오색찬란한 광경이 다시금 호출되고 있었다.

아방가르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혹은 퓨전 국악을 지향한 씽씽과 불교음악을 다룬 대형 연주단 비빙과 같이, 이날치 역시 수많은 분야를 탐험해온 장영규의 잠시 스쳐 가는 연장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곡이 지닌 기세 속에는 최근 국악계의 진보적 흐름에 단순 동참하는 의의를 넘어, 도리어 앞장설 수 있을 만큼의 우수한 포용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역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원재료를 가지고도 젊은 세대를 스스로 들썩이게 만들지 않았는가. (장준환)


조정석 ‘아로하’ 

가수의 조건 중에서 사람들은 가창력에 비해 발성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지만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곡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감정전달도 애를 먹는다. 또 작사가에게도 미안하고. 배우 조정석은 초등학생이 듣고 받아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발음과 뚜렷한 발성을 구사한다. 이것만으로도 조정석의 ‘아로하’는 2020년에 가장 평가받아야 할 노래 중 하나다. 

가창력도 기대 이상이다. 이재훈과 유리가 부른 쿨의 원곡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부른 조정석은 남자와 여자의 키를 무리 없이 소화하며 또박또박한 가사를 통해 사랑스런 노랫말을 더욱 아름답게 격상시킨다. 배우로서 발음이 좋은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조정석은 ‘슬기롭게’ 잘 불렀고 듣는 사람들은 그 점을 충분히 ‘납득’한다. (소승근)


창모 ‘Meteor’

올해를 대표하는 가요 싱글들을 보고 한 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면 ‘Meteor’를 빼놓고 2020년을 논할 수 없다. 힙합이 팝이 된 시대에, 특히 ‘그’ 오디션에서가 아닌 자기의 힘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노래하는 이 래퍼에게 세상은 손을 들어줬다. 피아노 연주부터 비트 메이킹, 프로듀싱, 랩 스킬까지 탄탄한 실력을 겸비한 음악가에게 무시 못 할 히트곡까지 터졌으니 그 누가 의심하랴.

2019년 12월 하늘에서 떨어진 ‘Meteor’로 ‘마에스트로 (Maestro)’를 밀어내며 대표곡 자리를 갈아엎은 그는 피아노 치는 래퍼 대신 카니예 웨스트식 작법과 자전적 가사, 그리고 보컬 이펙트의 이상적인 조합으로 익숙한 새 개성을 손에 넣었다. ‘덕소의 아들’에서 ‘랩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덕분에 한 단계 발전해 ‘팝스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위치까지 올랐다. (임동엽)


아이유(IU) ‘에잇 (Prod. & Feat. SUGA of BTS)’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개성이 뚜렷한 두 명의 28살이 만났는데, 각자의 질감을 유지하다가 융합하기도 하면서 또 서로에게 새로운 시도였을 장르를 말끔히 소화한다. 거기에 여러 차례 곱씹게 되는 언어의 힘까지. 시원하게 뻗어 나아가 카타르시스에 닿는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와 달리 오직 기억 속에 머물러있는 노랫말은 너무나도 시리기에, 어느새 우리도 ‘한 뼘짜리 추억’을 함께 거닐고 있다.     

지극히 본인의 이야기임에도 저마다 가슴 깊이 눌러 담았던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을 떠오르게 한다. 들춰내는 것도 아니고 헤집어 놓는 것도 아닌, 슬그머니 ‘서로를 베고 누워’ 그리움을 어루만진다. 아이유는 스물여덟의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을 고백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웠던 2020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그야말로 ‘올해의 힐링 곡’. (임선희)    


가호 ‘시작’ 

긍정적인 힘이 필요한 한해였다. 코로나 19시대에 갇혀 움츠러든 대중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시작이란 단어는 잊혀가는 일상 중 하나였다. < 이태원 클라쓰 >로 발현된 화제성이지만, 올해 2월 발매된 가호의 ‘시작’이 드라마가 종영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 곁에 머물며 시대와 호흡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희망을 원했고, 그곳에서 위로를 찾았다.

무엇보다 순수하다. 밝은 내일이라는 목표가 직선적인 록 사운드로 표현된 곡은 ‘워’와 같은 추임새 등 영상 음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리며 새 출발의 설렘을 담아내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청자에 다가선다. 사람의 체온과 닮은 ‘시작’의 온도에 무명 가수의 목소리는 서서히 퍼져나가며 멜론 차트 1위, 소리바다 어워즈 OST 부문 수상 등 확실한 기록 또한 남겼다. 특정한 지지층 없이 음악으로만 이뤄낸 의미 있는 결과다. 너무 뜨겁지 않게. 하지만 따뜻하게 2020년을 감싸 안았다. (손기호)


DAY6(데이식스) ‘Zombie’

반복되는 일상 속 무력해진 자신을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좀비에 빗댄다. 괜찮다는 위로나, 애써 고통의 실타래를 벗어나라는 긍정의 메시지도 없다. 데이식스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 The Book of Us : The Demon >의 타이틀곡 ‘Zombie’는 밴드의 작품 중 가장 어둡고 비관적이다. 벌스(Verse)와 후렴의 멜로디를 일치시킨 간소한 구성이 자연스럽게 보컬에 귀 기울이게 하고, 영케이와 원필이 직접 쓴 노랫말의 음울한 정서를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마음을 찢어놓는다.

뒤숭숭한 한 해였다.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에 사람들은 고립됐고, 설상가상으로 국내에는 태풍의 악재까지 겹치며 일상을 빼앗겼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들을 흘려보내며 몸도 마음도 지쳐간 이들이 많았을 터. 이 노래가 그 시대성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Zombie’는 묘하게 그런 시대의 모습과 맞아떨어지며 어두운 시기를 걷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나은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이홍현)


지코 ‘아무노래’ 

이 노래의 히트는, 이미 영미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챌린지’ 프로모션이 국내에도 정착했음을 알린 사건이었다. 초반 30초에 모든 곡의 매력을 집대성하고, 여기에 따라 하기 쉬운 안무를 장착. 다양한 분야의 셀럽을 참여 시켜 진행한 SNS 홍보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트렌드를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체화한 지코 본인의 프로듀싱 역량.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그루브한 싱잉-랩, 비트 위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보사노바의 기운, 구성을 완벽히 다르게 가져가며 곡에 몰입을 유도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 등. 남들이 조금씩 흉내만 낼 때, 그는 본인의 음악적 매력을 적확하게 녹여내며 승기를 잡았다.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음악적 역량이 빚어낸 전략이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그 예제, 지코가 확실히 보여준 셈. (황선업)


조광일 ‘곡예사’ 

이해되는 광기, 소화되는 분노다. 빽빽하다 못해 뾰족하게 쏟아지는 속사포 래핑과 열에 받쳐 토해내는 서사들은 흐트러짐이 없다. 더하여 확실하게 들리는 발음은 더욱 강한 주목 및 집중을 끌어낸다. 2019년의 끝에 발매한 싱글 ‘Grow back’을 출발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조광일은 올해 이 노래를 통해 확실한 자국을 남겼다.

자신을 줄을 타는 곡예사에 비유한다. 아니 그보단 아찔한 줄타기처럼 짜릿한 랩을 탄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시작과 동시에 정신을 쏙 빼놓는 그의 소리침은 어디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감과 거친 포부로 읽힌다. 랩 스킬, 데뷔를 각인시킬 가사, 호흡. 무엇하나 빠짐없이 날카롭다. 튕기듯 쏘아내는 랩과 그 안에 담긴 생생한 래퍼로서의 자신감. 돋보이는 신예다. (박수진)  


블랙핑크(BLACKPINK) ‘Lovesick Girls’ 

블랙핑크는 케이팝 스타에서 팝 스타가 되어가는 올바른 선례를 보여줬다.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 함께한 ‘Ice cream’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3위에 데뷔했고, 세계적인 팝 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ga), 카디 비(Cardi B)와의 작업으로 팝 시장을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단계를 거듭하는 전술 끝에 < The Album >이 빌보드 앨범차트 2위의 쾌거를 이루며 인기의 정점을 증명했다.

‘Lovesick girls’는 팝스타의 위치를 선점하면서도 케이팝의 보존을 꾀하기에 더욱 의미 있다. 2000년대 미국의 틴 팝(teen pop)을 떠오르게 하는 에너제틱한 청량함과, 블랙핑크 특유의 마이너한 색깔을 적절히 배합한다. 여기에 케이팝의 성질을 주조하는 직관적인 신시사이저 리프와 촘촘하게 짜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짜릿한 쾌감의 원천! 비로소 국내외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다.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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