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에 발매한 앨범 < Days Go By >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1994년에 발매한 3집 < Smash >로 스타덤에 올라 그린 데이와 함께 네오 펑크 물결을 주도했던 미국의 록 밴드는 법적 문제, 새로운 레이블을 찾는 일 그리고 코로나 19의 대유행 등으로 인해 뒤늦게 앨범을 공개했다.
긴 공백기 때문에 반갑지만 뉴웨이브 밴드 카스의 노래 ‘Good times roll’ 제목에서 영향을 받은 < Let The Bad Times Roll >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설을 입증한다. 5집 < Americana >에서 보여줬던 유쾌한 악동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여과되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하던 일곱 번째 음반 < Splinter >의 매력에도 미치지 못했다. 빠른 속도와 힘 있는 보컬은 여전하고 풍부한 사운드 위에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미한 구성도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자주 듣고 싶게 만들었던 그들 특유의 개성은 증발해 자신들의 전성기를 흉내 내는 느낌이다.
힘차게 나아가는 밴드 사운드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저항적인 메시지로 음악에 묵직함을 더했던 이전과 유사하지만 그동안 오프스프링이 보여줬던 재치와 유머, 귀에 맴도는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 같은 음악적 요소는 부족하다. 타이틀곡 ‘This is not utopia’는 사회정치에 초점을 맞춘 냉소적인 가사와 이에 대비하는 경쾌한 멜로디의 팝 펑크 미학을 전달하나 힘있게 몰아붙이기만 하는 단순한 훅의 반복은 피로감을 동반한다. ‘Let the bad times roll’에서 신나는 멜로디로 에너지를 표출하고 ‘Behind your walls’는 낮게 깔리는 기타로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 고음으로 짜릿함을 선사하려고 하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이번 음반도 신나고 재밌는 음악으로 채워져 있지만 신선함과 중독성은 전작들에 못 미친다. 실험과 도전이 약해진 결과다. < Let The Bad Times Roll>은 1990년대, 네오 펑크를 양분했던 그린 데이와 오프스프링의 서열을 정리해 주는 음반이다.
– 수록곡 –
1. This is not utopia
2. Let the bad times roll
3. Behind your walls
4. Army of one
5. Breaking these bones
6. Coming for you
7. We never have sex anymore
8.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9. The opioid diaries
10. Hassan chop
11. Gone away
12. Lull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