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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티 127(NCT 127) ‘NCT #127 Neo Zone'(2020)

평가: 3/5

이제껏 NCT의 ‘Neo’는 (물론 SMP라는 기획 내에서) 종잡을 수 없고 어려운 사운드였다. 그곳에서 발생한 낯섦은 대중에게 난해하게 다가왔으며 항상 이들이 신인처럼 느껴지는 이유였다. 타이틀 ‘영웅 (英雄 : Kick It)’은 이러한 트라우마를 뒤집는다. 과거 SMP의 전형을 따르면서 대중과의 거리감은 좁힌 안정적인 선택을 택했는데, 오히려 팀 컬러의 채도가 높아졌다. 앨범 제목인 ‘Neo Zone’이 어느 정도 구축된 셈이다.

‘영웅 (英雄 : Kick It)’의 역점은 강약 조절에 있다. 인트로의 로킹한 기타 굉음과 둔탁하게 깔린 터치 이후 물 흐르듯 이어지는 해찬의 보컬이 확 잡아끌고, 조금도 처지는 틈을 주지 않는 래핑 수준도 한걸음 올라섰다. 자연스러운 가창의 운용도 인상적이다. 미드 템포의 ‘Day dream’은 섬세한 멜로디 아래 팔세토 창법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팀 고유의 맑은 합창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간극이 꽤 크다. 단선적인 편곡의 ‘꿈’과 ‘낮잠’에서는 멤버들의 개성이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고, 힙합 노선이 뚜렷한 ‘Mad dog’, ‘Sit down!’은 공격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비해 무미건조한 가사가 노래의 감흥을 해친다. 수록곡 간의 심한 편차는 타이틀을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는 의도치 않은 반작용을 낳긴 했으나, 올려놓은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후반부는 극적인 요소를 살짝 덜어낸 트랙이 돋보인다. 청량한 신시사이저의 ‘메아리’와 서지음의 가사로 그림을 그려내는 ‘우산’ 모두 산뜻하게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킬링 포인트 없이도 멜로디는 또렷하게 남아있고 멤버들의 음색이 이를 타고 매끄럽게 흘러간다. 큰 스케일보다 쉽게 풀어가는 노래에서 짙은 인상을 주는 SM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간다.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를 기록한 쾌거와 별개로 국내 입지를 넓히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올랐던 자사 아티스트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인다. 교집합으로 난무했던 영역에 ‘NCT’라는 팻말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 물론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킬 것이 필요하다. 대중과 거리 조절의 성공이 단순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new thangs’의 발견이 향후 이들의 과제다.

– 수록곡 –
1. Elevator (127F)
2. 영웅 (英雄 : Kick It) 
3. 꿈 (Boom)
4. 낮잠 (Paradox’s box)
5. Day dream (白日夢)
6. Interlude : Neo zone
7. 뿔 (Mad dog)
8. Sit down!
9. 메아리 (Love me now)
10. 우산 (Love song)

11. 백야 (White night)
12. Not alone
13. Dreams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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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티 127(NCT 127) ‘영웅(英雄 : Kick It)’

평가: 3/5

특징이 확실한 곡이다. 꽤나 상이한 랩파트와 보컬파트가 지속적으로 바톤을 이어받는 구성임에도, 동일한 비트 루프를 기반으로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단 흥미롭다. 소리를 빼야 할 부분과 채워야 할 부분을 정확히 캐치해 팽팽한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는 점도 긍정적. 어느 때보다도 가창이 여실히 존재감을 발하고 있어, 퍼포먼스를 배제하더라도 충분히 듣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여담으로, SM의 여러 측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편곡이나 보컬 운영 측면에선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의 SMP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첫번째. 과거의 유산을 NCT 127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두번째로 SM 보이그룹의 선곡은 참으로 복불복이라는 점. 엑소와 NCT 127 모두 데뷔 이래 일관된 A&R의 방향성을 유지 중이나, 그에 기반한 타이틀 곡들은 대중성 측면에서 정말 들쑥날쑥해오지 않았나. 너무 어렵게 가는 듯했던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 꽤 대중들과 타협을 본 타이틀이나, 그것이 어떤 전략에 의한 게 아닌 어쩌다 보니 얻어걸린 느낌이 든다라는 것.

뭔가 선곡에 있어 감을 익힌 것처럼 보여도, 언제 엇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도사린다고 할까. 다음 노래도 이 정도의 균형감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