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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드림 ‘Glitch Mode’ (2022)

평가: 3/5

사춘기를 겪듯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구성원 무한 확장과 로테이션 체제에서도 고정그룹으로서 안정성을 확보한 타 엔시티 유닛과 달리 성인이 되면 졸업하는 청소년 연합팀은 끊임없는 변화를 거쳤다. 존속을 보장받기까지 격동의 5년 동안 멤버들과 팬덤은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고 작년 발매한 정규 1집 < 맛 (Hot Sauce) >으로 화려한 새 출발을 선포했다.

이번에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단계다. 오랫동안 이들의 중심 서사였던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해 아케이드 게임장으로 대표되는 키덜트 문화를 가져왔다. 앨범의 테마를 형성하는 타이틀곡 ‘버퍼링’은 게임에 접속한 듯 내레이션으로 도입부를 이끌고 808 베이스와 반복적인 구호로 좋아하는 상대를 마주해 얼어버린 플레이어의 모습을 담는다.

결점은 ‘맛’의 중독성에 미치지 못하는 훅과 ‘Hello future’로 강화했던 팀 특유의 희망찬 메시지 부재다. 엔시티 드림의 새 방향을 제시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 외에도 넘치는 자신감을 노래하는 ‘Arcade’나 칩튠 사운드로 토요일 밤의 열정을 표현한 ‘Saturday drip’ 등 다른 유닛의 개성과 구분 짓기 어려운 트랙이 포진한 전반부는 앨범의 흡인력을 떨어뜨린다.

게임에서 빠져나와 어린 날을 추억하는 후반부가 그동안 그려온 감수성에 가까이 맞닿아 있다. 펑키(Funky)한 리듬과 레트로 무드의 신시사이저가 넘실거리는 ‘Better than gold’와 어쿠스틱한 ‘미니카’는 지난 추억을 집결한다. 인위적인 장치 대신 자연스러운 회상으로 불러일으킨 향수는 음반이 의도한 키덜트 문화의 핵심을 짚는다.

‘버퍼링’ 상태에 빠졌다. 칠(Chill)한 열정과 풋풋한 감성이 넘치던 < 맛 (Hot Sauce) >의 조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원인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다. 엔시티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네오(Neo)’가 이들의 정체성까지 집어삼키면서 하위 그룹 간의 음악적 경계가 무너졌다. 7 드림의 구심점은 참신함이 아닌 그 아래 숨어 있는 동심과 희망에 있다.

-수록곡-
1. Fire alarm
2. 버퍼링 (Glitch mode)
3. Arcade
4. 너를 위한 단어 (It’s yours)
5. 잘 자 (Teddy bear)
6. Replay (내일 봐)
7. Saturday drip
8. Better than gold (지금) (추천)
9. 미니카 (Drive) (추천)
10. 북극성 (Never goodbye)
11. Rewind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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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127(NCT 127) ‘Sticker’ (2021)

평가: 3/5

물음표 섞인 갸우뚱거림이 서서히 리듬을 타는 순간, 다국적 보이그룹 엔시티의 핵심 가치인 ‘네오(Neo)’가 뇌리에 박힌다. 생소한 감각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해 거리감이 느껴지나 지난해 엔시티 127이 < NCT #127 Neo Zone >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며 그 간격을 좁혔다. 기세를 이어 엔시티는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두 번째 단합 대회 < NCT Resonance >를 개최했고 행사에 참석했던 23명의 청년들은 올해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반향에 공명하는 엔시티 127의 악기는 피리다. 동양풍 사운드와 탄탄한 베이스의 순환은 타이틀곡 ‘Sticker’에서 이들의 오묘한 정체성을 꾸며내는 최적의 요소로, 맹렬한 외침을 담은 ‘영웅’의 프로듀싱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가창에 대비를 두어 또 하나의 실험 데이터를 쌓는다. 랩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들여온 알앤비 보컬은 성대를 긁고 꺾어가며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주도한다.

단편적인 기교로만 맛을 돋우다 보니 본연의 멋을 상실했다. 단출한 기악 구성에 이렇다 할 변주마저 없는 ‘Sticker’는 태용과 마크의 래핑을 그저 보컬진의 유려함을 견인하는 정도로 활용한다. 단순 파트 배분의 문제를 넘어 엔시티 세계관의 근원인 힙합이 중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앨범 전반으로 뻗어가 피아노가 잔잔히 흐르는 ‘내일의 나에게’ 같은 발라드 트랙의 몰입까지 저해한다. 결과적으로 앨범 커버처럼 멤버 모두가 색을 잃고 만 것이다.

벌어진 이음새를 다시 쫀쫀하게 붙이는 건 냉소를 머금은 메시지다. 데뷔곡 ‘소방차’부터 최근의 ‘Punch’까지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태도로 일관한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조를 유지하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달콤 쌉싸름한 ‘Lemonade’는 세상의 잡음을 시큼한 레몬에 비유해 쿨하게 들이키면서도, 직진 본능에 충실한 ‘Bring the noize’의 질주는 사회를 향해 역으로 노이즈를 발산하며 선명한 스키드 마크를 찍는다. 특히 위 두 곡에서 보컬리스트 재현이 낮은 톤으로 읊조린 랩 파트는 본작의 주요 퍼포먼스로 자리하며 팀의 운용 반경을 넓힌다.

이제 앨범 제목 앞에 항상 붙어있던 ‘NCT #127’이란 스티커는 필요 없다. 1년 반만의 복귀지만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본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지난 5년간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평판은 물론 상업적 성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문화 기술은 흥행이 아닌 유행을 이끌기 위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그들에게 < Sticker > 역시 먼 미래를 위한 빅데이터에 불과하다.

– 수록곡 –
1. Sticker
2. Lemonade
3. Breakfast
4. 같은 시선 (Focus)
5. 내일의 나에게 (The rainy night)
6. Far
7. Bring the noize
8. Magic carpet ride
9. Road trip
10. Dreamer
11. 다시 만나는 날 (Promis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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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드림 ‘맛 (Hot Sauce)'(2021)

평가: 3.5/5

엔시티의 청소년 연합 팀으로 출발한 엔시티 드림은 매 앨범마다 한 살씩 성장해가는 멤버들의 타임라인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 We Young >, < We Go Up >, < We Boom >으로 이어진 ‘We’ 시리즈는 청량한 10대 소년의 모습부터 점차 성인이 되어가는 멤버들의 성숙한 변신을 그리는 과정이었다. 어느덧 멤버 전원이 성인이 된 이들은 소년들의 서사로 쌓아온 그룹의 정체성에서 더 나아가 성장 너머의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전작 < Reload >가 기존의 세계관을 리셋 하는 새로 고침 버튼이었다면 첫 정규앨범 < 맛 (Hot Sauce) >은 원점으로 돌아간 엔시티 드림이 쓰는 2막의 시작이다.

더 이상 성장 자체만을 주목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전통 리듬 기반의 힙합 사운드를 구사하는 타이틀곡 ‘맛’의 자극적인 매콤함으로 엔시티 드림의 정열적인 에너지와 장난스럽고 키치한 매력만을 표현한다. 리드미컬한 라틴 풍 멜로디와 주문을 외듯 몽롱하게 외치는 보컬 샘플, 흥을 유도하는 하이 톤의 챈팅이 결합된 구성 안에 달콤한 ‘Chewing gum’을 노래하던 소년들의 모습은 비춰지지 않는다. 기존의 스타일과 어떠한 부분도 맞닿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엔시티 드림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 곡으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분위기의 맵싸한 전환이 앨범 전체를 이끌어가지는 않는다. 수록곡에는 여전히 엔시티 드림의 밝은 에너지와 멤버들의 뜨거운 우정이 깃들었다. 밤바다를 유영하는 듯 생동감 있는 사운드의 ‘고래’와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소리가 통통 튀는 ‘Anl’은 멤버들과 잘 어울리는 청량한 멜로디로 안정감을 준다. 아련한 감성으로 ‘칠드림’의 청춘과 추억을 표현한 발라드 ‘지금처럼만’과 따뜻한 멜로디의 ‘Rainbow’는 성장한 이후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들의 서사를 전하며 기존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풋풋한 소년의 이미지는 엔시티 드림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 주었지만 성장 서사만으로 매 음반을 채워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고수해 온 그룹의 캐릭터에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이들은 영리한 대안을 찾는다. < 맛 (Hot Sauce) >은 직접적인 성장의 의미를 내포하지 않으면서도 콘셉트와 음악만으로 이들에게 변화와 성숙의 단계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끈한 맛으로 보여준 엔시티 드림의 본편은 이제 시작이다.

– 수록곡 –
1. 맛 (Hot Sauce)
2. Diggity
3. 고래 (Dive into you)
4. 우리의 계절 (My youth)
5. Rocket
6. Countdown (3,2,1)
7. Anl
8. 주인공 (Irreplaceable)
9. 지금처럼만 (Be there for you)
10. Rainbow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