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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Eminem) ‘Music To Be Murdered By'(2020)

Music To Be Murdered By

평가: 2.5/5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 무대에 에미넴이 등장했다. ‘Lose yourself’로 랩 음악 최초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을 당시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로 거부했던 공연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음악 인생은 계속되지만 2017년 발매한 < Revival > 이후 계속되는 평단과 대중의 혹평 속에서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 중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1958년에 발표한 사운드트랙 < Presents Music To Be Murdered By >를 이번 앨범의 영감으로 삼은 이유는 확실하다. 영화계의 ‘이단아’라 불리며 아카데미에 외면받았던 히치콕은 공로상 수상 당시 “Thank You.”라는 짧은 한마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에미넴의 대답은 < Music To Be Murdered By >다.

첫 트랙 ‘Premonition’은 그가 무너지길 바라는 평단에 닥칠 불길한 예감을 고한다. 묵직한 신스 베이스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곡은 오르간 샘플이 긴장을 더 하고 마치 공포 영화를 연상케 하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 2분이란 시간을 에미넴이 쉬지 않고 분노를 토해낸다. 음악 평론지 < 롤링 스톤 >이 엘엘 쿨 제이의 < Bigger And Deffer >에 대해 악평한 것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며 ‘내가 했던 것에 반만 해도 너희보다 이룬 게 많다’고 소리친다. 그를 비난하는 자들을 음악으로 압도하겠다는 의지.

래퍼 버스타 라임스의 ‘Woo Hah!! Got you all in check’의 후렴구를 가지고 온 ‘Yah yah’는 그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로이스 다 5’9″을 비롯해 큐 팁, 더 루츠의 래퍼 블랙 소트와 함께 한 건재한 올드 스쿨이다. 영 엠에이, 주스 월드, 돈 톨리버 등 신진 아티스트의 힘을 빌린 변화의 의지도 타협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의 목소리가 중심을 잡고 있어 에미넴 고유의 색은 빛을 발한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기술이다. 전작 ‘Rap god’에서 재미를 본 그는 ‘Godzilla’에서 빠르게 말하기를 넘어 발전된 랩 실력을 증명하지만 모든 관심이 이 곡에 집중된 것은 그의 음악이 흉내 내기 놀이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이먼 & 가펑클의 ‘The sounds of silence’를 샘플링한 비트 위로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총기 사건을 언급한 ‘Darkness’는 총기규제 같은 주제를 담지만 오래된 전작 ‘Stan’의 문법을 반복하고, 스카일라 그레이가 노래 부르고 프로듀싱한 ‘Leaving heaven’을 거쳐 ‘Stepdad’ 역시 실제 혹은 가상의 이야기를 섞은 에미넴식 전개로 신선도를 떨어트린다. 앨범의 무거운 주제에 지루한 진행까지 더해져 20개나 되는 수록곡은 부담이 되어 기억에 남지 않고 흘러간다.

Revival >을 지워버리고 싶은 팬들 앞에 과거의 그를 꺼내오는 데 성공했지만 전성기보다 못한 모습에 그리운 마음만 커진다. < Music To Be Murdered By >는 그를 손가락질 했던 사람을 다시 시작한 에미넴 쇼의 착석시킬 입장권이다. ‘이 정도면 됐지’란 감상평으로 만족할 수 없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을 소환하며 자신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할 그의 심판은 찬란했던 에미넴을 모사한 반쪽짜리 성과만 남겼다.

-수록곡-
1. Premonition (Intro)
2. Unaccommodating (Ft. Young M.A) 

3. You gon’ learn (Ft. Royce da 5’9” & White Gold)
4. Alfred (Interlude)
5. Those kinda nights (Ft. Ed Sheeran)
6. In too deep
7. Godzilla (Ft. Juice WRLD)

8. Darkness
9. Leaving heaven (Ft. Skylar Grey)
10. Yah yah (Ft. Black Thought, ​dEnAun, Q-Tip & Royce da 5’9”)
11. Stepdad (Intro)
12. Stepdad
13. Marsh
14. Never love again
15. Little engine
16. Lock it up (Ft. Anderson .Paak)
17. Farewell
18. No regrets (Ft. Don Toliver)
19. I will (Ft. Joell Ortiz, KXNG Crooked & Royce da 5’9”)
20. Alfred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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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Eminem) ‘Godzilla (Feat. Juice WRLD)'(2020)

평가: 3.5/5

6분가량의 긴 러닝타임을 빽빽한 가사로 메운 ‘Rap god’이 완급 조절의 롤러코스터라면, ‘Godzilla’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이 붙는 로켓에 비견할 수 있겠다. 두 곡 모두 속사포 랩이 포인트지만, 체력 배분이 다르기에 붙은 비유다.

여전히 탁월한 라임 배치와 더욱 화려해진 랩 스킬로 229개의 단어를 내뱉는 마지막 30초는 단연 압권. 다만, 여기서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가열과도 같은 곡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쫀쫀한 딕션의 도입부와 쥬스 월드(Juice WRLD)의 감칠맛 나는 훅으로 간단히 간을 한 뒤, 차근차근 유기적으로 기세를 올려가며 다가올 하이라이트에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니. 여러모로 힙합의 유희중 하나인 ‘듣는 맛’을 적확히 구현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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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Eminem) ‘The Marshall Mathers LP'(2000)

새 천년 초입의 음악계를 달군 인물은 흑인의 전유물인 랩을 ‘흑인보다 더 흑인답게’ 구사하는 백인 래퍼 에미넴(Eminem)이었다. 그는 초강성의 랩을 들고 나와 버블 검 음악에 중독이 된 음악계에 반란을 도모했다. 사람들은 세상을 벌집 쑤셔놓은 듯 발칵 흔들어버린 에미넴 현상을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교했다. 그처럼 에미넴도 백인이면서 흑인음악을 가지고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일으킨 갖가지 소란이 모두 2000년에 소개되었던 이 앨범 < 마샬 매터스 LP >에서 비롯되었다. 1999년의 데뷔작 < 슬림 셰이디 LP >(The Slim Shady LP)으로 3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기반을 다져놓은 그는 이 앨범으로 마침내 미국사회에 ‘빅 트러블’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슬림 셰이디는 그의 가명, 본명이 이 앨범 제목인 마샬 매터스다) 앨범은 700만장이나 팔렸다.

성공을 열망하던 그의 꿈★은 현실이 되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피부색부터 문제였다. 에미넴을 키워낸 흑인 명 프로듀서 닥터 드레(Dr. Dre)도 주변 인사들로부터 “왜 푸른 눈의 백인 래퍼를 키우려고 하느냐. 그 아이보고 록이나 하라고 그래라.”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의 랩 라임(rhyme)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은 비판의 핵심이었다. 곡을 통해 동성연애자를 조롱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한테도 손가락질을 퍼부었다. 일례로 아내의 실명을 제목으로 한 음반의 수록곡 ‘킴(Kim)’은 딸 앞에서 아내를 죽인다는 끔찍한 내용을 담았다. 견원지간인 모친과는 2002년의 히트곡 ‘Cleaning out my closet’이 말해주듯 법정소송도 불사했다.

친족 뿐 아니라 동료가수들에 대한 시비도 거르지 않았다. 노래 이곳저곳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엔싱크 등 틴 아이돌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이유 없는 복수혈전을 펼쳤다. 다음 앨범의 첫 싱글 ‘Without me’로는 테크노 아티스트 모비(Moby)를 깎아 내렸다. 에미넴 때문에 화제 선상에 오른 사람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그와 비프(상대방과 랩으로 경쟁하는 것)를 펼치며 싸웠던 뮤지션들 대부분이 그랬다.

토픽을 제공해주니 팬들은 좋았다. 일종의 대리 만족에 의한 쾌감이었겠지만 동시에 고의적인 자극을 통한 상업성의 술수가 아닐까하는 추측도 비집고 나왔다. < 빌보드 >의 편집장을 지냈던 고(故) 티모시 화이트(Timothy White)는 < 슬림 셰이디 LP >를 “세상의 고통을 악용해 돈을 버는 앨범”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가정폭력 제창자, 여성혐오자, 자아도취 환자로 매도되었고 ‘더러운 백인 아이'(Dirty white boy)는 공인된 수식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사회에서 백인은 강점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만약 흑인이었다면 아직까지도 흑백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미국의 음악계가 그를 이렇게 방치하고 수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미넴 스스로도 한 라임에서 “난 상품이고 백인이고 그래서 MTV가 호의를 보인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래핑만은 논란에서 철저히 비켜나 있었다. 앨범에서 발표되어 차트상위권을 잠식했던 싱글 ‘The real Slim Shady’는 마치 잰 듯 비트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환상의 랩을 살포했고, ‘Kill you’에서의 긴 라임은 호흡이라는 측면에서 음악적 경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떤 흑인의 랩보다 그의 라임은 길었다. 그것은 고된 연습의 성과 아니면 타고난 재주였다. 래핑은 마치 ‘독침으로 귀를 쏘아대는’ 느낌이 들만큼 강렬하기로도 발군이었다. 신(辛) 래핑이 따로 없었다. 랩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The real Slim Shady’에서 당대 가장 매력적인 라임으로 꼽힐 만한 ‘일어서세요'(please stand up) 부분의 친화력에 마냥 홀려버렸다.

외설 자기연민 대담함으로 가득한 ‘The way I am’은 분노의 화신인 듯 록 진영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초강력 랩을 뿌려댔으며 ‘Stan’은 여가수 다이도(Dido)의 ‘Thank you’를 샘플링해 듣는 사람의 청각을 유혹하는 대중적 감수성을 뽐내고 있다.

과거 백인 힙합 뮤지션들이 흑인의 흉내에 그친 반면, 에미넴은 늘 백인임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스스로를 백인 쓰레기라고 부르며 “백인들 중에도 흑인처럼 사회낙오자와 부적응자가 많다”며 자신의 랩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는 어쩌면 백인 소외계층이 빈부 격차를 생각할 때 더 심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 랩이 ‘인종의 음악’에서 ‘계층의 음악’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새 천년 음악계는 논란으로 뒤범벅된 한 트러블메이커의 융단폭격으로 Y2K의 혼란과 위기를 말끔히 잊었다.

수록곡
1 Public service announcement 2000
2 Kill you
3 Stan
4 Paul (Skit)
5 Who knew
6 Steve Berman
7 The way I am
8 The real Slim Shady
9 Remember me?
10 I’m back
11 Marshall Mathers
12 Ken kaniff (Skit)
13 Drug ballad
14 Amityville
15 B**** please II
16 Kim
17 Under the influence
18 Criminal

(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