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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Rose'(2023)

평가: 2.5/5

처절한 고독을 울부짖었던 ‘Paranoid’부터 잔망스러운 리듬으로 풋풋한 청춘을 그려낸 ‘멜로디’까지, 한 꺼풀씩 어린 시절의 아픔과 고독의 그림자를 벗겨온 애쉬 아일랜드는 순차적인 자기 치유를 이뤄냈다. 이에 발맞추어 편집증이나 악몽을 외치던 음울한 힙합은 옅은 무채색의 틀만 남겼고, 사랑과 이별을 읊는 팝으로 영역을 넓혔다. 힘이 강한 멜로디와 일반적인 주제로 꾸며진 < Rose > 역시 이러한 접근성을 더 높여 다가간다.

단짝 프로듀서 토일 대신 지휘봉을 잡은 보이 콜드는 특유의 친화력과 수용성으로 아티스트의 확장을 꾀한다. 팝과 힙합을 넘나드는 중심부는 일견 비슷해 보여도, 선이 굵은 기타 스트로크나 짙은 서정성의 난립은 분명 낯설다. 애쉬 아일랜드는 거친 야성은 감추고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며 이에 대응했다. 밴드 사운드를 비롯해 기존 기조는 유지하되 약간의 세련미를 더한 우회로, 여리여리한 목소리를 강조한 ‘Rose in the heart’와 ‘시간은 왜 앞으로만 가’가 신보의 이러한 변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그리하여 그가 도달한 이상향은 팝도, 록도, 힙합도 아니다. 물론 장기인 캐치한 후렴구를 삽입하기에는 적합한 환경으로, 감성적인 선율과 쉬운 글감으로 귀결된 이 종착지에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작별인사’와 ‘Wonder’에서 그는 록 밴드의 프론트 맨으로 귀에 쉬이 남을 만한 멜로디를 쏟아내고, ‘Drop top’과 ‘Trapped’에서는 표류하는 이모(Emo)와 트랩의 흔적을 찾으며 충실히 노래한다. 과감한 결단이었다. 래퍼로 업을 시작한 그가 랩은 최대한 요약한 채 보컬만으로 승부를 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단순히 정체성의 문제만이 아닌 근본적인 논점이 발화한다. 본질은 곡 하나하나가 단일로는 적당한 만족감을 주지만, 꿰어진 상태로는 소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U know it’ 등 몇몇 수록곡에서는 촘촘한 음계가 눈에 띄나 벌스로 갈수록 그 힘은 떨어지고, 청취 시간을 흥미롭게 채워 넣기에는 대부분의 트랙 분위기가 비슷하다. 칠린 호미의 타이트한 랩이나 루이의 공격적인 피쳐링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은 앨범의 단조로운 흐름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작별인사’의 기세는 오래도록 뜨거울 테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너른 장르 수용에 기반한 일반화는 그가 지닌 차별점을 뭉툭하게 다듬었고, 동시에 범용성까지 넓혀 왔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일찍이 팝 지향성을 선포했던 < Island >부터 예견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일관된 방향과는 별개로 설득력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 Rose >라는 낭만적인 도전장을 팝에 전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애쉬 아일랜드 장르 자체의 정당성에는 의문을 남겼다.

– 수록곡 –

  1. 작별인사
  2. Wonder
  3. Rose in the heart
  4. Trapped (Feat. 칠린 호미)
  5. U know it (Feat. 루이)
  6. Drop top (Feat. 더 콰이엇)
  7. 거짓말이라도
  8. Bad words (Feat. 비오)
  9. 시간은 왜 앞으로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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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창모 인터뷰 : < Underground Rockstar >로부터

‘마에스트로’, ‘빌었어’, ‘아름다워’, ‘아이야’ 등 그를 대표하는 곡들은 많지만 < Boyhood >에 담겼던 ‘Meteor’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 후 약 2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 나온 2번째 정규 앨범 < Underground Rockstar >는 어떤 작품일까, 그리고 어떤 기록과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이번 인터뷰는 그에 대한 해답이라기보다 신보를 듣고 각자가 느꼈던 바를 이해하고 정리해 넥스트 레벨로 나아갈 기회를 마련하고자 준비했다.

창모와의 인터뷰는 2021년에만 벌써 2번째다. 올봄 이후 여름과 가을을 뛰어넘어 다시 찾아온 겨울에 들려온 기쁜 소식이 랩스타와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만남의 간격이 짧고, 바쁜 일정을 배려해 이번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였으며 평소에 중심적으로 다루던 근황이나, 음악세계를 돌아보기보다 그가 새로 취입한 음반에 집중하려 한다.

앨범 발매로 굉장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을 텐데 그래도 이즘 독자들과 팬들을 위해 간단하게 인사 나누고 시작할까 한다.
반갑습니다. 잘 듣고 계신가요? 이즘IZM 독자분들도 반갑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아 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 Underground Rockstar >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나? 그리고 이번 앨범을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온전히 내 마음속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앨범의 첫 스케치가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작년 즈음부터 ‘미움받을 용기’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 같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살 즈음 세워놨던 목표를 대부분 이룬 상태였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나 자신에게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라고 말했고 그 마음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내 마음, 내 본능을 따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인 음악 안에서 그런 도전을 한다면 한 사람의 구창모로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게 될 것이라 믿었다.

첫 곡부터 웅장한 현악기가 등장하며 영화 사운드 트랙 같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사운드적으로 많은 심혈을 기울인 것 같은데 노고가 상당했을 것 같다.
무명 때 돈을 많이 버는 음악가가 되면 진짜 오케스트라 세션을 받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엔 내 만족을 위해 돈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몇십만 원밖에 안 하는 가상 악기 대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몇백만 원짜리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사서 직접 연주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내가 음악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은 힙합계에서도 손에 꼽힐 수준이지만, 음악을 만들 땐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모드였다. 감이 확 꽂히는 아이디어를 최상의 퀄리티로 실현하는 것, 그게 ‘언더그라운드 록스타’다.

‘Beretta’와 ‘Vivienne’은 느낌이 다르다. 작년의 ‘Swoosh flow’에 이은 또 하나의 UK 드릴 장르 곡인데, 플루트와 현악기, 안다영의 보컬로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난 영국 아티스트들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음악적으로 ‘1+1’이라는 정답이 뻔한 문제가 영국에 들어가면 “답이 2긴 한데 2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봤는데 내 답은 11이야 물론 숫자 발음은 내 동네 발음으로”라는 답으로 나오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답은 설득력이 있다.

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다이내믹하고 트렌디한 나라에 사는 아티스트로서 그게 내가 지녀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난 내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동시에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환경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Vivienne’에서는 목소리가 유독 처절하다. 가사 중에서는 ‘ㄱ, ㄴ, ㄷ, ㄹ 하나씩 해낸 후 만나게 되는 챕터는 미움이니’라는 구절도 있지 않나. 마치 성공 후 받는 헤이팅이나, 따가운 눈초리에 대한 넋두리 같다. 노래의 의미가 궁금하다.
질문대로가 맞다. 난 항상 안될 거야, 별로야라는 얘기를 들어온 동시에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꾸준하게 이어온 래퍼 중 한 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쁘고 쿨한 모습으로 365일을 굴지는 않는다. 나는 인간이고 나름의 고통과 개성을 갖고 있다. 난 지금 내 정도 커리어의 뮤지션이 됐을 때 더는 나처럼 고뇌하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나는 그걸 노래에 반영했다.

피처링은 아니지만 ‘태지’에서는 ‘Come back home’을 샘플링하며 서태지와 협업에 성공했다. 과거 여래 매체를 통해 서태지를 향한 존경을 표했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하게 되었나?
난 이 노래를 통해 ‘서태지’란 거대한 존재에 대해 존경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분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그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큰 영광이다. 시대의 아이콘이지 않나. 게다가 나는 내 삶의 첫 집을 그가 살던 평창동에 장만했다.

‘No regret’은 언더그라운드 ‘록’스타의 콘셉트와 가장 부합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참고한 노래들이 있었을 것 같다. 이 곡이 아니더라도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많이 듣고 참고한 아티스트나 음반이 있다면?
이 노래 작업 당시 나와 조레인(Joe Layne) 형은 한마음으로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의 바이브(Vibe)를 담아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대표적으로는 카니예 웨스트의 < 808s & Heartbreak >, 스트록스의 < Is This It >, 오아시스의 < Definitely Maybe >, 이 세 앨범을 많이 들었었다.

Boyhood >가 소년의 ‘성장 스토리’였다면, < Underground Rockstar >는 창모의 ‘지금’을 담고 있는 느낌이다. 이 틀을 중심으로 3가지 질문을 이어서 드린다.

Boyhood > ‘Hotel Walkerhill’에서는 성공을 갈망했다면, 이번 앨범의 ‘Hotel room’에는 외로움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호텔이란 공간이 창모에게 어떤 의미인가.

호텔에서의 하루는 체크인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 끝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하루는 체크아웃과 동시에 성냥팔이 소녀가 보았던 환상처럼 사라진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는 ‘삐딱하게’의 가사처럼 말이다. 난 그게 스타의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체크인을 했을 때부터 체크아웃을 생각하며 우울해 해야 할까? 아니다. 난 그 시간을 누릴 거다. 한 마디로 ‘호텔’은 내가 갈망했던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Beretta’부터 ‘Little brothers’로 이어지는 중반부에서는 그 내면이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이다. 난 늘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주변 사람들의 속을 태운다. 그런 동시에 해야겠다 싶은 일은 포기하지 않고 진행하며 나의 꿈을 믿게 하고 힘을 준다. 어떠한 심경 변화라기보다 거기서 느껴졌던 그 자체가 그냥 ‘나’인 것이다.

< Underground Rockstar >와 < Boyhood >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Meteor‘의 성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Meteor‘의 흥행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여유를 주었다. 덕분에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모든 환경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작업실에서 < M o t o w n >을 한창 만들던 2015년이 생각이 나곤 했다.

“새로운 사운드, 내 한계를 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담을 것”

그때와 비슷한 목표를 두고 이 앨범을 만들었다.

음반의 진행은 그야말로 유기적이다. 정리해보면, 과시적인 초반부에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중반부를 지나 결국 삶을 긍정하는 밝은 기운의 후반부로 이어진다. 흡사 ‘이 인생이 힘든 면도 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워’라는 메시지를 내비치는 것 같다. 앨범에 담겨있듯 창모의 현재가 늘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언더그라운드 록스타’의 삶을 만족하게 하는 게 있다면? 성공 후 무엇이 지금 자신을 가장 흡족하게 하는가?
여전히 본능적이면서도 열망과 분노를 갖고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내 돈, 내 동네 친구들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능력도 날 기분 좋게 만든다!

언더그라운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콘서트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것이 있나?
아마 힘들지 않을까? 오지게 취해 홍대 헨즈(The Henz Club)에서 ‘Hyperstar’를 부르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에 관한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중에 자신의 자식이 이 앨범을 들어봤냐 했을 때 들어봤다고 말할 수 있도록 미리 지금 내가 활동하고 있는 이 시즌에 앨범 전체를 돌려보길 바란다.

인터뷰 : 이홍현, 정다열, 염동교, 손기호
정리 : 임동엽
사진 : 앰비션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