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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쿨러 ‘Yeah, I Don’t Want It'(2019)

평가: 3.5/5

보수동쿨러에게는 특별한 게 있다. 이들은 마음을 사로잡는, 그것도 흡입력 있게 단박에 사로잡는 음악을 한다. 누구에게나 꼭 하나 그런 곡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이 밴드의 노래는 뭐랄까 듣는 사람을 푹 빠져들게 만든다. 징글쟁글한 일렉트릭 기타가 대부분의 멜로디와 전체 추진력을 담당하는 구조 안에서 수록곡은 저마다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에너제틱하며 동시에 사색적인. 그 이중적인 분위기가 음반을 감싼다.

2017년 부산을 기반으로 결성한 밴드는 2019년 첫 EP인 이 앨범을 내놨다. 제목인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라는 단호한 거절의 표현은 작품의 중심 태도와 같다. 조금은 삐뚤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저항한다. 대상은 때로는 연인에게로 때로는 나에게로 또 때로는 삶으로 향한다. 이때 핵심은 선명한 부정 곁에 함께하는 여유와 낭만. 한 글자씩 입으로 곱씹게 되는 시적인 가사와 멜랑꼴리하고 몽글거리는 기타 톤은 밴드만의 색채를 빠르게 퍼뜨린다.

타이틀 ‘0308’ 은 그룹의 강단을 담았다. 펑키한 리듬 위에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는 가사를 내레이션으로 내뱉는데 2016년 이랑의 ‘신의 놀이’가 주었던 통쾌함과 시원함이 전해진다. 하고 싶은 말들을 툭툭 내뱉다 자신들의 말에 동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무심하게 던지는 ‘아닌가’란 질문 또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연이어 ‘도어’는 눈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마음을 녹인다. ‘눈 맞춘 적 없던 시간들이 발끝에 멈춰’있을 때 문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려본 사람, 간절함을 손에 쥐어본 이에게 곡은 최고의 위로가 된다.

유독 거친 기타 톤이 흐르는 ‘목화’의 시린 감성과 음반 내 가장 어두운 감정을 분출하는 ‘이 여름이 끝나고’의 맛과 멋을 살린 건 전 보컬 정주리의 소화력 덕택이었다. 그가 떠나고 새 보컬 김민지가 바통을 이어받은 지금 내달 돌아올 신보가 궁금하다. 머리 위로 과감하게 엑스를 그리는 용기와 넘치는 낭만, 유쾌함을 가진 그룹.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들의 개성이 부산 밴드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

– 수록곡 –
1.You were here, but disappeared
2. 0308
3. 도어
4. 목화(intro)
5. 목화
6. 이 여름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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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Crazy In Love’ (2021)

평가: 2.5/5

‘달라달라’로 쾌조의 출발을 알렸던 있지의 여정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난해한 사운드로 글로벌 시장을 노렸던 ‘Not shy’부터 조금씩 경로를 이탈하더니 주체적이고 당당한 ‘나’에서 ‘마피아’라는 특정 타자로 분했던 < Guess Who >에서는 방향의 좌표마저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룹을 지탱해 온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혼돈의 시기에 내놓는 첫 정규앨범은 정체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다.

전작의 혹평을 만회하기 위한 정공법으로 초심을 택했다. 그룹의 대표곡 ‘달라달라’와 ‘Wannabe’를 탄생시킨 별들의 전쟁과 다시 손을 잡고 힙합, 라틴, 뭄바톤이 합쳐진 화려한 사운드로 성공 공식을 또 한 번 따르고자 한다. 타이틀곡 ‘Loco’는 히트곡의 형태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200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뽕끼 어린 멜로디가 후렴구에 등장하며 몰입을 떨어뜨린다. 한껏 미쳐야 하는 곡이지만 튀는 구간 없이 안전하게 흘러가는 구성을 취해 저돌적인 메시지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지 못한다.

타이틀곡이 끊은 불안정한 시작은 무던한 수록곡들의 전개를 통해 여유를 되찾는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떠오르는 기분 좋은 멜로디의 틴 팝 ‘Sooo lucky’는 있지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며 벅차오르는 리듬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효과까지 살린다. 몽환적인 건반 연주에 호소력 짙은 보컬을 조명한 ‘Love is’, 이매진 드래곤스의 ‘Thunder’를 연상시키는 톡톡 튀는 박자감의 ‘Chillin’ chillin’’ 등 산뜻한 기운을 지닌 곡들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밝은 팝 장르에서의 소화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남에도 전작에 이어 여전히 힙합에 포커스를 둔다. 미국 여성 래퍼 사위티(Saweetie)의 ‘Best friend’와 비슷한 ‘Swipe’는 틱톡에서 인기를 끌 법한 사운드의 전형에 가깝고 ‘#Twenty’는 빠른 템포의 트랩 비트와 래핑이 엉성한 조화를 이룬다. 한마디로 전문 래퍼가 아닌 멤버들의 어색한 랩과 곡이 부조화를 일으킨다. Z세대 다운 솔직한 가사로 위트를 더했지만 소재의 재미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남들보다 일찍 맞이한 성공은 이른 성장통이 되어 돌아왔다. 당당한 틴프레시 이미지를 기반으로 발랄한 댄스 음악을 넘어 스펙트럼의 확장을 시도했으나 그룹에게 맞아떨어지는 해답은 여전히 탐색 상태에 놓여있다. 향후 안정적인 포지셔닝을 위해 강박적으로 콘셉트와 장르 변화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정한 틀에 이들을 끼워 맞추려는 행보는 오히려 그룹의 색깔을 가리고 있다. 그룹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난 나야’가 자연스럽게 돋보일 때, 있지는 진정으로 미칠 수 있다.

– 수록곡 –
1. Loco
2. Swipe
3. Sooo lucky
4. #Twenty
5. B[oo]m-boxx
6. Gas me up
7. Love is
8. Chillin’ chillin’
9. Mirror
10. Loco (English ver.)
11. 달라달라 (Inst.)
12. Icy (Inst.)
13. Wannabe (Inst.)
14. Not shy (Inst.)
15. 마.피.아. In the morning (Inst.)
16. Loco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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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뜻돌 ‘Cobalt'(2021)

평가: 3/5

‘돌 하나에도 뜻이 있다’라는 뜻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김뜻돌은 세상의 모든 마음을 소재로 자유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작년 발매한 첫 번째 정규작 < 꿈에서 걸려온 전화 >는 자신의 무의식을 집중 조명한 작품으로 내면세계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솔직한 감정들을 포착했다. 록, 포크, 재즈 등 틀에 박히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한데 모은 데뷔 앨범은 ‘온스테이지2.0’를 계기로 화제를 모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양득했다.

꾸밈없는 이야기를 때로는 청초하게, 때로는 초연하게 변주해 스스로를 드러냈던 김뜻돌은 이제 청춘을 응시한다. < Cobalt >에는 우리네 청춘들에게 부치는 위로의 편지가 동봉되어 있다.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해’라는 카타르시스 적 외침을 덤덤한 어쿠스틱 기타로 주도하는 ‘중요해’도, 이리저리 서툴기만 한 이들에게 각설하고 춤을 제안하는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에서도 거듭 위안과 격려를 표한다.

앨범에서 활용한 음악적 문법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일랜드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정취가 느껴지는 ‘Cobalt’에서 그가 정의 내린 청춘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코발트 빛은 찬란하고도 위태로운 청춘 속에서 캐낸 색감으로 1990년대 초반 슈게이징, 노이즈 록 사운드를 차용해 몽환적인 감각을 곤두세웠다. 전작의 ‘성큼성큼’과 연작의 성격을 띠는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부터 받은 영향이 두드러진다. 스매싱 펌킨스의 대표곡 ‘1979’와 똑 닮은 기타 리프를 내세웠다는 점은 확고한 개성을 가진 김뜻돌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그럼에도 불안정한 청춘을 그린 뒤 담백한 톤으로 상처를 봉합하는 ‘훨훨’까지 < Cobalt >는 탄탄한 구성을 겸비한다. 위로의 언어를 지난 시대로부터 획득한 영감으로 다채롭게 구현한 김뜻돌의 감각은 괄목할만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음악가가 오래된 음악으로 기록한 청춘은 찬란한 위태로움에서 푸른 색채의 꽃을 피워냈다.

-수록곡-

  1. Cobalt
  2. 중요해
  3.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4. 비 오는 망원로
  5.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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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드(Pond) ‘9’ (2021)

평가: 3.5/5

21세기의 네오 싸이키델리아는 호주가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멀록스와 테임 임팔라,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같은 호주 출신 밴드들은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퍼스 출신의 14년 차 밴드 폰드 역시 우주에 접속하는듯한 소리샘과 그에 상응하는 4차원적 가사로 위 대열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9번째 정규 앨범 < 9 >는 곡 구성과 연주 방식에 있어서 통상적인 규격을 벗어났던 과거 익스페리멘털 록의 전위성을 품은 전작들에 비해 현대적인 전자음악의 비트를 수용하여 시대적 흐름과 조응했다.

책임감과 원망, 사랑을 주제로 2019년에 내놓은 콘셉트 앨범 < Tasmania >에 비해 신보는 사운드의 통일성에 덜 구애받는다. 늘 그래왔듯 광범위한 스타일을 다루되 전반적으로 빠른 비트가 돋보이고 댄스플로어에 울려 퍼질 ‘Pink lunettes’와 MGMT가 연상되는 ‘Human touch’가 전자 음향의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했다. 록의 색채가 옅어진 자리에 일렉트로니카가 들어서는 구도는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2010년대 작품들과 비슷하다.

폰드의 동력은 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이다. 작·편곡, 프로듀싱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일차 목표로 한 이들은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로서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음악성을 구축했다. 독특한 코드 진행의 사이키델릭 팝 ‘Amerca’s pop‘과 월드비트를 수용한 ’Rambo’의 악곡은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양 자유롭게 뻗어 나가고 ‘Song for Agnes’의 일그러지는 괴팍함도 잔상을 남겼다. 그간 5장의 정규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담당한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에게서 독립한 이번 앨범은 개성파 밴드의 온전한 음악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폰드는 킹 기저드 리저드 위저드의 난해함과 테임 임팔라의 감수성을 절충했고 소리의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현대성을 끌어안아 대중과의 접점을 남겨두었다. 일견 백화점식 구성의 산만함을 수반하는 음악 스타일이지만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사운드적 요소와 다양한 장르를 몽환적인 음향으로 매듭지어 일관된 수준을 보증해왔다.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악곡 전개가 전자음악의 잔향을 강하게 드리운다는 점에서 폰드의 < 9 >는 현대적 감성을 향한 지향점이 명확하다.

– 수록곡 –
1. Song for Agnes
2. Human touch
3. America’s cup
4. Take me Avalon I’m young
5. Pink lunettes
6. Czech locomotive
7. Rambo
8. Gold cup / plastic sole
9. To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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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127(NCT 127) ‘Sticker’ (2021)

평가: 3/5

물음표 섞인 갸우뚱거림이 서서히 리듬을 타는 순간, 다국적 보이그룹 엔시티의 핵심 가치인 ‘네오(Neo)’가 뇌리에 박힌다. 생소한 감각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불명확해 거리감이 느껴지나 지난해 엔시티 127이 < NCT #127 Neo Zone >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서며 그 간격을 좁혔다. 기세를 이어 엔시티는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두 번째 단합 대회 < NCT Resonance >를 개최했고 행사에 참석했던 23명의 청년들은 올해 다시 각자의 위치에서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반향에 공명하는 엔시티 127의 악기는 피리다. 동양풍 사운드와 탄탄한 베이스의 순환은 타이틀곡 ‘Sticker’에서 이들의 오묘한 정체성을 꾸며내는 최적의 요소로, 맹렬한 외침을 담은 ‘영웅’의 프로듀싱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가창에 대비를 두어 또 하나의 실험 데이터를 쌓는다. 랩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들여온 알앤비 보컬은 성대를 긁고 꺾어가며 리드미컬한 멜로디를 주도한다.

단편적인 기교로만 맛을 돋우다 보니 본연의 멋을 상실했다. 단출한 기악 구성에 이렇다 할 변주마저 없는 ‘Sticker’는 태용과 마크의 래핑을 그저 보컬진의 유려함을 견인하는 정도로 활용한다. 단순 파트 배분의 문제를 넘어 엔시티 세계관의 근원인 힙합이 중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앨범 전반으로 뻗어가 피아노가 잔잔히 흐르는 ‘내일의 나에게’ 같은 발라드 트랙의 몰입까지 저해한다. 결과적으로 앨범 커버처럼 멤버 모두가 색을 잃고 만 것이다.

벌어진 이음새를 다시 쫀쫀하게 붙이는 건 냉소를 머금은 메시지다. 데뷔곡 ‘소방차’부터 최근의 ‘Punch’까지 진취적이고 저돌적인 태도로 일관한 이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조를 유지하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달콤 쌉싸름한 ‘Lemonade’는 세상의 잡음을 시큼한 레몬에 비유해 쿨하게 들이키면서도, 직진 본능에 충실한 ‘Bring the noize’의 질주는 사회를 향해 역으로 노이즈를 발산하며 선명한 스키드 마크를 찍는다. 특히 위 두 곡에서 보컬리스트 재현이 낮은 톤으로 읊조린 랩 파트는 본작의 주요 퍼포먼스로 자리하며 팀의 운용 반경을 넓힌다.

이제 앨범 제목 앞에 항상 붙어있던 ‘NCT #127’이란 스티커는 필요 없다. 1년 반만의 복귀지만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본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지난 5년간의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평판은 물론 상업적 성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움을 갈망하는 문화 기술은 흥행이 아닌 유행을 이끌기 위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개방과 확장으로 영생을 꿈꾸는 그들에게 < Sticker > 역시 먼 미래를 위한 빅데이터에 불과하다.

– 수록곡 –
1. Sticker
2. Lemonade
3. Breakfast
4. 같은 시선 (Focus)
5. 내일의 나에게 (The rainy night)
6. Far
7. Bring the noize
8. Magic carpet ride
9. Road trip
10. Dreamer
11. 다시 만나는 날 (Promis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