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POP Album

앤 마리(Anne Marie) ‘Unhealthy’ (2023)

평가: 2.5/5

시대의 순풍을 탄 아티스트가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일렉트로닉 팝이 시장을 휩쓸던 10년 전쯤 함께 등장한 앤 마리에게 이번 시험이 요구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자음악의 슬하에서 성장했으나 장르의 열기는 차츰 식었고, 몇몇 히트곡 이후 그의 후속작은 성공 공식을 다소 납작하게 반복하는 데 그쳤기 때문. 시장의 논리는 비정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옮겨간 지금 점검의 시기는 가장 적절하다.

새 판을 짜겠다는 의도가 돋보인다. 초장부터 ‘Sad b!tch’가 새드 걸 팝(Sad Girl Pop)에 일침을 날리고, 대신 팝 펑크에 실마리를 얻은 ‘Haunt you’가 강하고 주체적인 자의식을 불어 넣는다. 본인의 병명을 드러낸 ‘Cuckoo’나 재치 있게 단어 중 앞 글자만 뗀 ‘Ick’ 등 실감 나는 노랫말도 옹골찬 성장의 단면을 써내리는 데 일조한다. 실제 경험을 빼곡하게 수록한 덕에 건강하지 않은 모습, 결점까지도 온전히 내비치겠다는 타이틀 < Unhealthy >는 설득력을 가진다. 

준수한 표현력을 청각에 연결 짓기 위해 보컬리스트로서 놀라운 장르 적응력도 발휘한다. 한 우물만 파기보다는 각각에 맞는 옷을 입혀 그가 지닌 최대 장점이 잘 드러나는 전략이다. 래퍼 라토부터 케이팝 그룹 세븐틴까지 교류했던 경험을 양분 삼아 어쿠스틱과 록, 심지어 컨트리까지 폭넓게 선보인 것이다. 돌아온 여성 컨트리 팝의 대가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의 허스키한 음색을 만끽할 ‘Unhealthy’에서 마저 전설의 명성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매무새는 그럴듯해 보이나 알맹이는 부실하다. 입체적인 서사와 다르게 대부분의 구성이 평면적인 탓으로, 비교적 준수한 곡은 음미하기에는 너무 짧고 이전 히트곡만큼의 파급력을 지니지도 못해 그 인상이 미약하다. 송 캠프에서 기억에 남는 멜로디만 단순 나열한 트랙리스트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수수한 품으로 몇 곡 정도는 완성도를 높였으면 어떨까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인기 싱글 ‘2002’는 순탄한 성공 가도를 펼쳤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높았다. 험난한 길 중간에 거울을 비춰본 순간, 앤 마리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힘겨운 돌파를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 Unhealthy >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도약의 발판으로 충분히 기능할 것이다. 물론 결과를 중시한다면 모든 종류의 초석이 그러하듯 크게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과정에 의미를 둔다면 자랑스러운 흔적이다.

– 수록곡 –

1. Sucks to be you
2. Sad b!tch
3. Psycho
4. Haunt you 
5. Trainwreck
6. Grudge
7. Obsessed
8. Kills me to love you
9. Unhealthy (Feat. 샤니아 트웨인) 
10. Irish goodbye
11. Cuckoo
12. You & I (Feat. 칼리드) 
13. Never loved anyone before
14. Better off
15. Ick
16. Expectations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앤 마리, 민니 ((여자)아이들)(Anne Marie, Minnie ((G)I-DLE)) ‘Expectations’ (2023)

평가: 2.5/5

귀에 쉽게 들어오는 깔끔한 분위기의 팝이다. 기타 사운드가 전개의 중심을 잡아주며 곡의 전반적인 감성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간다. 이러한 전개 위에 주체적인 삶을 향한 의지가 드러나는 가사를 얹고, 기술적인 보컬을 도구 삼아 이를 표현한다. 더 다양한 사운드가 섞인 풍성한 편곡을 상상하게 만드는 후반부는 아쉬운 지점이나 곡의 구조적인 안정감이 괜찮다.

트랙의 완성도에 비해 두 가수의 조합은 다소 어색하다. 기계적인 파트 분배, 뉘앙스가 따로 노는 연결부 등 서로의 보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연주가 내내 이어진다. 연주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 서먹한 앙상블의 겉도는 양상이 가창력보다 먼저 귀에 걸린다. 각자의 솔로 곡으로 발매했으면 더 좋았을 트랙이다.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앤 마리(Anne-Marie) ‘Sad b!tch’ (2023)

평가: 2.5/5

여러 선행으로 친한파 칭호를 획득한 영국 가수 앤 마리가 ‘Sad b!tch’로 당차게 새해 포부를 밝힌다. 2분 남짓의 짧은 재생시간에도 불구하고 미담의 기저에 깔린 털털한 성격과 인간미가 표면에 나타난다. ‘슬픔은 한참 전의 일’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는 바람둥이 연인을 저격했던 작년 싱글 ‘Psycho’와도 서사적인 접합부를 형성한다. 이전보다 날카로워진 목소리 역시 자신의 에세이 < You Deserve Better >부터 공표해 온 자기 주체성의 근거가 되기 충분하다.

명료한 가치관을 위협하는 요소는 음악과의 느슨한 조임새다. 그라임 신성 에이치(Aitch) 등과 함께 한 영토 확장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작년의 모습과 유사하다. 톤스 앤 아이의 히트곡 ‘Dance monkey’가 스치는 피아노 리듬이 도입부를 환기하지만, 박자와 메시지에 더 치중한 탓에 이후 등장한 멜로디는 금방 시들고 만다. 굵은 족적을 남긴 ‘2002’와 ‘Rockabye’의 매혹에 홀려 있기 때문일까, 내걸고 있는 슬로건에 잠시 설득은 되나 이후에도 흥얼거릴지는 미지수다.

Categories
Album POP Album

앤 마리(Anne-Marie) ‘Therapy’ (2021)

평가: 2.5/5

< Therapy >는 ‘Friends’와 ‘2002’가 수록된 < Speak Your Mind >에 이은 앤 마리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경력의 시작점을 함께 했던 영국 드럼 앤 베이스 그룹 루디멘탈이 소울풀한 댄스곡 ‘Unlovable’의 비트를 주조했고 ‘2002’의 선율을 책임졌던 에드 시런이 다시 한 번 ‘Beautiful’의 산뜻한 멜로디를 제공했다. 원 디렉션의 나일 호란까지 ‘Our song’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해 전작보다 협업의 비중을 대폭 늘렸지만 외려 앤 마리 본인의 역할은 축소되고 고유색은 옅어졌다.

미디엄 템포의 곡을 군데군데 배치하며 완급 조절에 성공한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트랩 비트 기반의 댄스곡들이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미국의 가수 겸 래퍼 루미디의 ‘Never leave you (uh oooh, uh ooh)’를 샘플링한 라틴풍의 ‘Kiss my (uh oh)’와 ‘Fill me in’에서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사용한 투스텝 리듬의 ‘Don’t play’처럼 간혹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질감의 사운드 프로덕션이 몰개성으로 작용했다.

‘네 여자 친구에게 네가 얼마큼 거짓말쟁이인지 말해줄 거야’ (Tell your girlfriend), ‘네가 나한테 한 모든 짓, 내가 두 배로 돌려줄 거거든’ 같은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당당한 애티튜드의 방증이고 실연으로부터 자존감을 회복하는 그의 방식이다. ‘2002‘에서 추억을 들추어 촉촉한 노스탤지아를 그려냈던 앤 마리는 이번 앨범을 통해 낭만 이면의 비정한 현실을 주저 없이 맞닥뜨린다.

< Therapy >는 21세기 유행가들을 갈무리한 인상이 짙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샤키라의 과거 댄스 넘버에 트랩 비트를 덧씌운 느낌의 곡들이 무책임한 익숙함을 안겨주고 독자성을 저해했다. 스토리텔링의 주체성을 확립한 앤 마리는 음악적으로도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 수록곡 –
1. x2
2. Don’t play
3. Kiss my (uh oh)
4. Who I am
5. Our song
6. Way too long
7. Breathing
8. Unlovable (feat. Rudimental)
9. Beautiful
10. Tell your girlfriend
11. Better not together
12. Therapy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앤 마리 ‘To be young (Feat. Doja Cat)’ (2020)

평가: 2/5

흥행 보증수표와 같은 두 아티스트가 뭉쳤으나 시너지는 없다. 노스탤지어를 자아낼 정도로 강력한 음색을 가진 앤 마리는 여기에 없고 도자 캣의 피처링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존재를 내비친다. 앤 마리보다 포스트 말론이 떠오르는 멜로디 아래 순간을 즐기고 실수해도 괜찮다며 청춘에게 힘을 불어넣는 가사가 맥없이 다가온다. 앤 마리의 커리어에 있어 이도 저도 아닌 싱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