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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iKON) ‘왜왜왜 (Why Why Why)’ (2021)

평가: 3.5/5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룹이 발표했던 대부분의 곡에 작사·작곡으로 참여하며 주도적으로 색을 입힌 리더 비아이가 탈퇴한 직후 2020년 2월 발표한 미니앨범 < I Decide > 역시 그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진 못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아이콘은 싱글 ‘왜왜왜 (Why Why Why)’를 통해 갈라진 틈을 메꾸고 그 위로 새로운 지향을 덧칠한다. ‘사랑을 했다’ 등 서정적인 전작의 기조를 이어가지만, 농도가 조금 더 짙어진 이유이다.

반전된 신스 소리로 시작하는 곡은 이별부터 처음 만났던 순간의 아련한 기억을 거꾸로 따라간다.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힘을 빼고 진행하는 멜로디와 프리코러스의 절규를 포함해 절제된 음의 높낮이로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한 보컬 라인과 2절에 짧게 등장하는 랩이 안정적으로 곡을 운반한다. ‘하얗게 재만 남았죠’의 드롭 구간과 2음절씩 끊어 만들어내는 후렴구의 자연스러운 흐름, 최소한의 피아노 반주만 남겨두고 목소리를 강조한 아웃트로까지 구성력 또한 견고하다. 잠시 멈춰있던 아이콘이 다시금 도약하기 위한 지지대로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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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iKON) ‘I decide'(2020)

평가: 3/5

2018년 대박 히트곡 ‘사랑을 했다’의 옳은 예다. 너나 할 것이 전세대가 (자 타의로) 빠져들었던 그 노래의 쉬운 멜로디, 평탄한 진행, 선명한 후렴구 등의 특징을 그대로 끌어온 짧은 EP는 총 5개의 수록곡을 크게 하나의 범주 아래 집합시킨다. 그건 바로 ‘후크송’이다. 첫 번째 곡 ‘Ah yeah’가 일렉트릭기타와 중후반부 트랩 사운드의 이질적인 결합으로 거친 질감을 만들고 마찬가지로 타이틀 ‘뛰어들게’는 요즘 잘 쓰지 않는 옛 감성의 하모니카 소리를 전면에 배치. 흔히 말하는 뽕짝의 걸쭉함이 연상되는 위험을 택한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사운드 소스를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강단 있는 선택과 따라 부르기 쉬운 선율이 전체 음반을 가득 채운다. 대놓고 클랩 비트(박수소리)와 싱어롱 지점을 남겨 둔 ‘온 세상’은 뽕뽕거리는 신시사이저로 아기자기한 귀여움을 강조하고 미드 템포의 발라드 ‘견딜 만해’ 역시 건반 사운드로 시작해 또 한 차례의 킬링 포인트를 밀어 붙인다. ‘너란 바람 따라’가 그다지 인상 깊은 지점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그 노래가 가진 전형적인 발라드 구성 때문이 아닌 앞선 곡들에게는 있던 찰진 후크 감각의 부재 때문이다.

거칠고 투박한 사운드를 망설임 없이 사용한 선택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대부분의 수록곡에 잘 붙는 후렴을 만들어낸 것도 그(들)이 좋은 대중 감각을 지녔음을 반증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그 지휘권이 이제 더 이상 아이콘의 멤버가 아닌 비아이(B.I)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응집력을 지닌 끝 곡 ‘너란 바람 따라’에 한 스푼 부족한 매끈한 멜로디는 이 그룹의 경계를 잘 드러낸다. 제대로 전체 연령을 사로잡을 곡이 아니라면 여타 아이돌 그룹과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건져 내기 어렵다.

때문에 이 음반은 ‘사랑을 했다’ 유의 좋은 예가 될 수 없다. 선두에 있던 멤버의 색채가 빠진 다음 작품을 놓고 봐야만 더 깊이 있는 방향성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룹 아이콘의 변화를 담지 않은 아직은 이전 활동 영역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수록곡 –
1. Oh yeah
2. 뛰어들게 (Drive) 
3. 온 세상 (All the world)
4. 견딜만해 (Holding on) 
5. 너란 바람 따라 (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