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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소로우(Sweet Sorrow) ‘작은 방 (Feat. 아이유)’ (2020)

평가: 3.5/5

‘작은 방’의 절반은 오롯이 목소리로만 채워진다. 촘촘하게 쌓은 화음과 소리의 부피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셈여림의 조절, 묵직한 베이스와 안개처럼 감싸는 고음역대의 아카펠라. 이들의 목소리는 어떤 악기보다 풍성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간주에서 아카펠라 위에 얹어지는 스캣은 누군가의 고립된 작은 방에 건네는 위로다. 사람의 목소리는 가장 좋은 악기이자 가장 진실한 메시지임을 보여주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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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에잇 (Prod. & Feat. SUGA of BTS)'(2020)

평가: 3.5/5

< Love Poem >의 주골격을 이루고 있던 리얼세션, 어느덧 세계의 기준이 된 역동적인 글로벌 팝. 이 거대한 합작은 가장 최신의 상대방을 마주함으로부터 시작한다. 곡 전반을 지배하는 아티스트 특유의 감성은 여전하나, 어쿠스틱한 록 사운드에 트렌디한 EDM 사운드를 가미한 음악은 이전의 나이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준다. 마치 아비치의 ‘Wake me up’과 제드와 알레시아 카라가 함께한 ‘Stay’를 합쳐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각자가 홀로 작업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이 긍정적인 시너지가 콜라보레이션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다.

어느 때보다도 깊고 간결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가사 역시 곡의 중요한 부분이나, 일부러 이에 집중하지 말라는 듯 가창 자체는 딜리버리보다는 리듬을 타는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그저 음악의 일부로 존재하기를 원하는 듯, 하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반드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다는 듯. 그렇게 그의 나이는 사라지지 않을 또 하나의 노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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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Love Poem'(2019)

평가: 4/5

‘아이유 사단’으로 창조한 ‘아이유 유니버스’

결론부터 말해 긴 호흡으로 오래도록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첫 만남은 다소 무난하다 느낄 법하지만, 재생횟수가 늘어갈수록 촉촉히 스며드는 특유의 감성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각 트랙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들으면 들을 수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여러 갈래로 확장되며 앨범 자체에 긴 생명력을 부여한다. 단순히 듣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그것들을 해석해보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의미로 찾아 나가는 일들이 수반된다는 것. 그리고 그 찾아낸 의미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앨범을 들으며 전보다 조금 더 이 노래들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 화려한 포장없이 음악적 매무새만으로 이 정도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아이유의 성장은 정말 가파르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전반적인 구성은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 페르소나 >와 닮아 있다. 각기 다른 6개의 단편이 아이유라는 자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화와 다른 것은, 배우의 역할에 한정되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엔 감독까지 맡으며 전반적인 과정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로 보면 로맨스도 있는가 하면, 수필도 있고, 에세이도 있고, 시도 있는 느낌이나, 주인공의 문법이 확실한 덕분에 앨범의 통일성은 무리없이 유지된다. 정성스럽게 동봉되어 있는 해설지는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밝힘으로써 듣는 이들에게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청취행위를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것처럼.

이처럼 여전히 언어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나, 그렇다고 음악적인 부분에서 소홀한 것은 또 아니다. 오히려 각 이야기에 딱 맞는 음악을 입혀 주제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노랫말에 맞는 장르 선택도 선택이지만, 전작과의 차이라면 역시 어느 때보다도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발매 직후에 콘서트 계획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리얼세션 기반의 합주가 생동감과 현장감을 부각시킨다. 이전의 앨범이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었다면, 이번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보다 부각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새로운 시도가 가장 응집되어 있는 곡이라면 역시 ‘그 사람’이다. 보다 장르적으로 접근한 블루스 기타와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음울한 목소리가 이제까지의 노선을 살짝 꺾으며 재미있는 의외성을 발한다. ‘너랑 나’를 잇는 8년만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은 ‘시간의 바깥’은 뮤지컬식 구성에 아이리시의 이국적인 감성을 얹으며 완벽한 판타지를 구현한다. 순식간에 현실로 복귀해 영화 < 페르소나 > 속 ‘밤을 걷다’의 등장인물로 분하는 ‘자장가’는 그 이별의 감성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아이유 가창의 백미.

예상을 웃도는 로킹함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Blueming’에선 1980년대 뉴웨이브의 향수가 숨어있다. 잔향을 품은 디스토션과 퍼커션이 만개하는 사랑의 감정을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 여기에 처음과 마지막에 각각 자신과 타인을 향해 귓속말을 건네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다짐하게 만드는 ‘Unlucky’와 ‘Love poem’까지. 언뜻 보면 시대나 장르의 일관성이 없는 백화점식 구성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근간에 곧게 뿌리내린 유니크한 자아가 주인이 누군지 의심하지 않게 만든다. 그 안에서 우리는 이질감없이 소리를 타고 흐르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 곱씹을 뿐.

단단하게 자신을 가꾸어 온 자만이 건넬 수 있는, 역량과 재능이 똘똘 뭉쳐 빛을 내는 한 장이다. 점점 싱어송라이터들의 개성이 묵살되어 가는 시대에, 메인스트림에 있는 이가 이 정도로 창작의 측면이 부각된 작품을 선보였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앨범이라는 개념을 보다 크게 바라봄과 동시에 더욱 폭넓은 소재의 스토리텔러로 거듭났다는 사실은 < Chat-Shire >(2015)와 < Palette >(2017)를 비교했을 때 가장 빛나는 성과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단순히 듣는 것에서 나아가 능동적인 청취행위를 유도한다는 것과 음악 역시 하나의 ‘문학작품’임을 재차 깨닫게 했다는 점. 정말 지금의 아이유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만 같다.

– 수록곡 –
1. Unlucky 
2. 그 사람 
3. Blueming 
4. 시간의 바깥 
5. 자장가 
6. Lov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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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삐삐'(2018)

평가: 3.5/5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음에도 그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여전하다. 그 이유가 뭘까. 돌아보면, 3집 < Modern Times > 이후 장르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행했음에도 그 결과물엔 자신의 정체성을 탁월하게 녹여내 왔다. 대중들의 기대에 백프로 부응하기보다는 그보다 반보 앞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의 파격을 유지해 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곡 역시 이러한 아티스트의 지향점이 잘 드러나 있는 곡으로 자리한다.

이 곡 역시 트렌디한 사운드로 하여금 진부해질 여지가 다분함에도, 자신의 메시지성과 그에 부합하는 보컬 표현을 통해 ‘아이유만이 부를 수 있는 곡’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첫 인상엔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거듭 들으면 가사가 담고 있는 의미라던가 비트 위로 옅게 깔려있는 키보드나 육성을 활용한 소스와 같은 디테일한 사운드 구성 등 새롭게 와닿는 요소가 많아 재발견의 재미가 이어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일차원적인 단순함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듣는 것에서 나아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아이유의 전달법. 10년이라는 피로감을 기대감으로 치환시키는 흥미로운 싱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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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Palette'(2017)

평가: 3.5/5

“아이유는 참 나랑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해”

‘요즘은 그냥 쉬운 게 좋아’라는 가사처럼, 네 번째 정규작은 전에 비해 소박하다. ‘좋은 날’이나 ‘분홍신’ 같은 블록버스터는 자취를 감추었고, 소리들은 한결 단순해졌다. 재즈와 알앤비, 신스팝 등의 요소를 빌려 오기는 하나, 장르적인 특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구간 또한 없다. 어떠한 음악적 성취보다도 앞서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우선시하고픈 화자의 의지이다. 가사 속 메시지를 보조하는 반주에 맞춰,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마음속 언어들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음악은 그 이야기의 기반을 탄탄히 받혀주고 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라고 말하는 앙증맞은 팝 재즈 ‘이 지금’은 초반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하고, 남녀 간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너무나 매혹적인 음색으로 풀어낸 탓에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잘’은 오혁과의 콜라보가 예견된 성공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외에도 뿌연 신스음이 숨소리로 가득 찬 가성을 만나며 발현되는 의외의 포근함이 인상적인 ‘팔레트’, 보다 차갑고 몽환적인 전자음을 토해 냉소적인 일면을 드러내는 ‘잼잼’은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는 신스팝 트랙들이다.

그럼에도 넘치기보다는 약간 모자람을 택한 작품이기에, 전반적으로 심심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평이다. < Last Fantasy >(2011)나 < Modern Times >(2013)의 다채로움에 비하면, 곡 스타일이나 정서가 한정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한 탓이다. 특히 후반부의 연속되는 슬로우 템포들은 단출함을 넘어 조금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기타리스트 이병우와의 만남을 통해 찬란한 비장미를 쏟아낸 ‘그렇게 사랑은’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다행히도 보컬의 변화무쌍함이 구성의 여백을 효과적으로 메우고 있다. 가성과 진성을 자유롭게 오가며, 곡 전면에 드러날 때도 혹은 반주에 숨을 때도 있다.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보컬 디렉팅은 마음속 언어들과 완벽히 부합하며 스물다섯의 생각지도를 펼쳐놓는 역할을 한다. – 마치 < Chat-Shire >(2015)에서 했던 것처럼 – 이전과 다른 것은, 판타지와 같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랜드마크는 모두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 바로 모두가 한 번씩은 갔다 왔을 법한 그런 곳들 말이다.

< Palette >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언어는 여전히 사적인 영역에 있지만, 동시에 공공재로서의 역할도 겸한다. 일종의 아이러니다. 그가 하는 고민과 생각은 분명 ‘그의 것’이긴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더 이상 ‘그만의 것’은 아니다. ‘스물셋’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했다면, ‘팔레트’에서는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명확해진다. ‘그의 고민’이 ‘대다수의 고민’과 일치되며 생겨나는 보편성과 공감대. 이 앨범을 듣고 ‘아이유는 참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네’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인터뷰의 한 대목은, 아마도 고민 끝에 얻은 자아에 대한 해답이 누구나와 같은 평범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남들과 다른 것은 발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엔 ‘뭐 어쩌란 말야!’의 스탠스였다면, 지금은 주도적으로 여러 상황들에 적합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음을 표현한다. ‘팔레트’에서는 제멋대로인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랑이 잘’에서는 이별해야 할 순간에 정확히 사랑과 단절한다. ‘Black out’에선 센 척 없이 술에 취한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며, ‘이름에게’에선 불가항력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꿋꿋이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고 맹세한다. 스물다섯 아이유의 표어는, 이처럼 각성을 거친 수용의 자세로서 오롯이 표출되고 있다.

인위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낼 수 있는 나이. 그것이 대세 뮤지션이 말하고 있는 스물다섯이다. 스물셋의 이지은보다 스물다섯의 이지은에 대한 이해가 한결 쉬워진 것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다 성숙해져서 일수도 있지만. 그가 그리는 인생의 포물선이 수많은 구간 중 운 좋게 안정기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앞으로 내놓는 음악들엔 그의 솔직한 언어와 생각이 가득 담겨 있고, 이를 통해 삶에 있어 다시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 모른다. 언제 또 각기 예쁘게 담겨있는 팔레트의 색깔들이 이리저리 뒤죽박죽 섞여 거무튀튀한 색을 띠게 될지. 그러면 또 기대가 되겠지. 그때이기에 나올 수 있는 아이유의 또 다른 음악과 이야기들이.

-수록곡-
1. 이 지금 
2. 팔레트(Feat. G-Dragon) 
3. 이런 엔딩
4. 사랑이 잘(With 오혁)
5. 잼잼
6. Black out
7. 마침표
8. 밤편지
9. 그렇게 사랑은 
10. 이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