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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CNBLUE) ‘RE-CODE’ (2020)

평가: 3/5

데뷔 9년 차였던 2019년, 씨엔블루가 마주한 아홉수는 거대했다. 다사다난했던 그들의 발자취가 빼곡하게 적힌 일지의 무게는 멤버의 사건·사고까지 떠안으며 벽을 넘기엔 턱없이 무거웠다. 그룹은 페이지 일부를 덜어내며 주어진 고난을 등반한다. 9의 숫자가 0으로 바뀌며 남은 세 명의 멤버 모두가 서른이 넘은 지금, 밟고 있는 역경의 정상에서 바라본 과거를 뒤로하며 그들은 내일을 향해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한다. 백지부터 다시, 씨엔블루의 여덟 번째 미니앨범 < RE-CODE >다.

앨범은 ‘과거 현재 미래’로 서사를 시작한다. 미디엄 템포로 연주되며 선율을 그리는 기타 리프 위로 쌓이는 소리와 패드, 리버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간을 확대한 스네어의 파장이 이야기를 물들인다. 특히 디스토션이 가미된 일렉트릭 기타는 곡의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동하며, 보컬이 등장하지 않는 브릿지 파트를 비롯한 곳곳에서 고조된 감정의 여운을 지속한다. 극적인 구성과 함께 기존의 장점이었던 선명한 멜로디까지 더한 타이틀곡은 그들의 여전한 대중적 감각을 증명한다.

어쿠스틱 기타 리듬을 기반으로 한 ‘오늘은 이만’과 컨트리 넘버 ‘추워졌네.’는 차분해진 앨범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악기를 간소화하여 목소리에 집중한 두 개의 곡은 메시지 전달에 목표를 두며 담담하게 그룹의 속뜻을 밝힌다. 알앤비 곡 ‘없다’는 얇은 피아노와 굵은 베이스라인이 교차하는 음과 음의 빈틈으로 겨울의 계절감을 한껏 채색한다. 지난날의 뜨거웠던 온도를 식히며 온전하게 추억만을 담아내기에 담백하다.

다만 앨범의 제목처럼 그들의 결과물이 그룹의 재정립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을 남긴다. 팬들에 대한 마음과 함께 용기를 고백하는 ‘Blue stars’로 경쾌하게 마무리하는 앨범은 편한 감상의 수록곡을 덧씌우며 주제를 안정적으로 전하지만 여타 아이돌 팝 밴드가 보여주었던 흐름을 따르기에 익숙하다.

2016년 선우정아와 정용화의 협업 등으로 다양한 변주를 위해 시도했던 모양새가 다소 옅지만, 그새 많은 것이 달라진 씨엔블루는 < RE-CODE >를 통해 급격한 변화보단 박자를 늦추며 쉬어가길 선택한다. 발매하기까지 3년 8개월. 그간의 부담을 여유롭게 흘려보내며, 보통 날을 찾기 위한 그룹의 새 출발이 긍정적이다.

– 수록곡-
1. 과거 현재 미래 (Then, Now and Forever)
2. 오늘은 이만 (Till Then)
3. 없다 (In Time)
4. 추워졌네. (Winter Again.)
5. Blue st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