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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SOLE)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건’ (2022)

평가: 3/5

걸음의 속도는 쏠의 오랜 주제다. 전작 ‘Slow’에선 달리기에 지친 이에게 느리게 걸어도 된다고 말을 건냈고, 이번엔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며 이전보다 그 의미를 확장한다. 그의 메시지는 빨리 움직이는 이들을 핀잔하지 않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그는 ‘머물러 있는 것’과 ‘아름다울’ 사이에 ‘또한’을 더해 아름다울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이는 상생을 원하는 이의 세심한 배려이며 그의 이야기가 책임감 없는 회피가 아니라는 증거다.

가창력을 뽐내는 것보다 가사를 담담하게 내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그는 유려한 테크닉을 숨긴다. 이번 곡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과 예능에서 보여준 화려함을 차분하게 덮어 음악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는 사회나 시대 같이 다수가 대단하다고 일컫는 주제로 이야기하진 않는 대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의 가시거리에 있는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느리게 걸어서 더 많은 것을 포착하는 쏠의 시선은 언제나 그의 노래처럼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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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보이(Cosmic Boy) ‘Alone (feat. SOLE, Dvwn)’ (2021)

평가: 3.5/5

사랑에 관한 오랜 고민은 외로움으로 맞닿는다. 2019년 프로듀서 코스믹보이가 발표한 ‘Can I love?’에선 두 남녀가 앨범 아트를 채웠던 것에 비해 그 뒷이야기인 ‘Alone’의 이미지 속엔 침대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별 전에는 서로의 존재 의미에 항상 의문을 품었지만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가 지난날의 추억을 소환해 스쳐 간 줄만 알았던 인연에 대한 미련을 키운다.

몽글거리는 사운드와 듀엣이라는 구성 자체엔 변화가 없다. 다만 곡을 주도하는 뮤지션 둘이 유라와 미고에서 쏠과 다운으로 바뀌었다. 알앤비 보컬 쏠은 맑은 음색에 중저음과 공기를 섞어 애절함을 끌어올리고, 차분하면서도 담백한 다운의 읊조림은 감정 전개를 보조하며 쏠과 호흡을 맞춘다. 익숙한 작법임에도 쓸쓸한 노랫말을 포근히 감싸 안는 트랙, 세 사람 모두에게 상징적인 겨울 하모니로 남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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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SOLE) ‘왜 (Feat. 개코)’ (2021)

평가: 3/5

영혼(Soul)과 유일한(Sole), 본명(이소리)의 의미를 품은 쏠(SOLE)은 아티스트의 이름처럼 영혼을 담은 유일무이한 알앤비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그 행보를 이어간다. 2017년 힙합, 알앤비 음악 집단 디바인 채널에서 리듬감 넘치는 데뷔곡 ‘Ride’를 발표한 그는 2020년 초 아메바컬쳐로 둥지를 옮겨 경력의 분기점을 마련했다. 새벽 감성에 어울리는 신곡 ‘왜’는 회사의 수장인 개코의 지원 사격을 받아 향후 힙합 뮤지션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예고한다.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일 뿐이라 해도, 왜 다시 찾고 있는 건지’라며 인연을 그리워하는 노랫말엔 낭만과 침잠이 공존하고 영화 < 중경삼림 >의 감각적인 비주얼과 톤을 옮겨온 뮤직비디오로 그 감수성을 이미지화한다. 짧은 만남에도 잊히지 않는 사람, 강렬하게 남은 기억. 개코의 랩은 쏠과 대응하는 남자의 입장처럼 들리지만 그리움의 정서를 코인과 수익 구간에 비유하며 감정선을 깨뜨린다. 힘을 뺀 자연스러운 가창은 곡선의 알앤비 음악과 조응하고 타격감 있는 비트 사이로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상쾌한 곡을 주로 불러왔던 쏠의 음색이 몽환적인 분위기에 잘 녹아듦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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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일 ‘첫사랑 (Feat. SOLE)’ (2020)

평가: 2/5

대개 게스트 보컬을 기용할 때는 그에 걸맞은 당위가 따른다. 처음부터 특정 가수를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든가, 원곡자보다 곡에 담긴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라는 식의 이유다. 반면 정준일이 만들고 SOLE(쏠)이 부른 ‘첫사랑’에선 듣는 이가 납득할 만한 명분이 보이지 않는다. 곡의 구성과 전개 방식은 전형적인 정준일의 작법이고, 공기를 머금고 진성과 가성을 일정하게 오가는 쏠의 보컬은 단조롭게만 들린다. 노래의 선율과 가사가 심심한 가창을 압도할 만큼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성공적인 합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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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 핫펠트, 선재, 따마, 쏠 ‘나 오늘’ (2020)

평가: 2.5/5

아메바컬쳐의 15주년 기념곡은 구성의 통일성보다는 개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는 콜라주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허술하다. 소속 뮤지션들이 알앤비의 바탕 위에 힙합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인 사이퍼(cypher)의 문법을 빌어 저마다의 ‘오늘’을 이야기하는데, 대화보다는 집단적 독백을 듣는 기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무너진 일상을 게임과 맥주 생각을 하면서 혼란을 ‘서핑’하듯 타고, ‘허슬’하면서 극복하자는 공허한 위로로 시작된 노래는 이내 레이블의 리더 다이나믹 듀오가 지난 15년을 추억하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 방향성이 모호해진다. 어느 한 쪽의 메시지도 상대와의 조화를 위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아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그 와중에 랩과 노래를 능숙하게 오가는 따마(THAMA)의 존재감, 쏠(SOLE), 핫펠트(HA:TFELT), 선재(snzae) 각자의 음색도 살려야겠고, 레이블 창립 15주년 기념곡이니 다이나믹 듀오의 2005년 히트곡 고백(go back)의 첫 부분도 넣어야겠다는 기술적인 욕심이 작용한 흔적이 투명하게 보인다. 너무 많은 요소가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

‘나 오늘’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이 많아도 이런 재료들을 잘 요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메바컬쳐가 앞으로의 15년과 ‘new normal, 새 기준을 쓰는 기획’을 생각하며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