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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카겔 ‘Kyo181’ (2020)

평가: 3.5/5

기존 밴드뮤직의 변용으로 다가왔던 ‘9’나 ‘낮잠’과는 다르게, 새로이 시작하는 이 노래에선 아예 ‘실리카겔‘이라는 새로운 장르음악을 지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 이를 덧씌우는 변화무쌍한 연주와 이펙팅이 ‘보컬/반주’의 구분 없이 한 덩어리로 뭉쳐 발하는 폭발적 에너지. 부유하는 심상의 사운드 메이킹은 여전하나 그 순도를 높였다고 할까. 고착화된 형식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을 버린 후, 자신들의 장점이 부각되는 방법을 찾아낸 느낌이다.

더욱 새롭고 몰입되며 별다른 레퍼런스도 탐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나 깊고 넓은 팀의 고민과 노력이 동반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밴드라는 형태만 남긴 채 기존에 없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는 집단이 늘어가는 추세에, 이들 역시 좋은 예시로 남을 그 활동의 스타트를 멋지게 끊어냈다. 어느덧 흥얼거리게 될 이 노래, 심하게 환상적이면서도 중독적인 이들의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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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Save the day (With Ms. Lauryn Hill)’ (2020)

평가: 3/5

10월 발매 예정인 머라이어 캐리의 30주년 기념 앨범 < The Rarities >는 미공개 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푸지스(Fugees)의 ‘Killing me softly'(1996)를 샘플링한 ‘Save the day’ 역시 여기에 실렸다. 기대와 달리 노래 중 로린 힐의 흔적은 ‘Killing me softly’의 일부를 잘라 붙인 브리지가 전부다. ‘with Ms. Lauryn Hill’이란 표기가 무색하다.

세기의 만남이 간접적으로 이뤄졌다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결과물은 꽤 근사하다. 유려한 선율과 고감도 알앤비 리듬, 관록의 가창이 세련미를 연출한다. 마침 코로나 블루 시대와 어울리는 희망찬 가사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아티스트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음악이란 점에서 반갑다. 머라이어 캐리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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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Rocking roll again’ (2020)

평가: 3/5

대중은 유튜브 속 1990년대의 양준일을 발굴해 곤궁한 삶을 살고 있던 2010년대의 양준일에게 제2의 삶을 선사했다. 그러나 그 시절스럽지 않은 패션 감각과 퍼포먼스, 고운 심성에 비해 노래는 화제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 ‘리베카’와 ‘Dance with me 아가씨’, ‘가나다라마바사’ 정도가 레퍼토리의 전부였다.

신곡 ‘Rocking roll again’은 과거에 머무르지만은 않겠다는 선언이다. 왕성한 활동을 예고하듯 꿈틀대는 기타와 베이스 리프가 곡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구성진 가락으로 “친구야 연락 좀 해 / 왜 나는 맨날 졸려”를 노래하며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또래 중년 세대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화려했던 과거는 사라졌고 젊음은 없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날아오른 자신을 보며 힘을 내라는 응원이다.

과한 보컬 이펙트와 어색한 가사는 여전히 서툴지만 오히려 이것이 늦은 나이에도 기회를 얻어 최선을 다하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양준일을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꺼낸 젊은 층에게는 ‘리베카’만큼 와닿지 않을 수 있으나 뒤늦게 팬이 된 세대에게는 감동적일 곡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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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킨 파크(Linkin Park) ‘She couldn’t’ (2020)

평가: 3.5/5

2000년대 초반을 살았던 록 팬으로서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곡이다. 2017년 세상을 떠난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것도 모자라, 그가 부르는 곡은 린킨 파크의 상징적인 데뷔앨범 < Hybrid Theory >에 수록하기 위해 녹음된 유명한 데모다. 곡 공개를 위해 밴드의 공식 홈페이지도 20년 전의 웹사이트처럼 모양을 바꿨었으니, 관객의 노스탈지어를 정확히 겨냥한 팬서비스다.

강렬한 기타 리프나 비교적 짧은 런닝 타임 등 다른 곡들을 정의하는 특징들과는 반대되는 발라드 격인 곡이지만, 린킨 파크의 정체성은 곡 속에 그대로 살아있다. 드럼 루프와 보컬 샘플을 적극 활용하는 면모는 누 메탈(Nu Metal) 장르를 적극적으로 탐험할 밴드의 방향성을, 가사에 담겨있는 서글픔과 그 속에서 ‘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폭발적인 분노에서 공감과 위로를 향해 나아갈 밴드의 발걸음을 예견한다. 록 음악이 대중문화를 호령하던 시절은 이제 가버렸고, 린킨 파크 역시 과거의 영광에 영원히 사로잡혀있을 수는 없지만, < Hybrid Theory >의 20주년 앨범 발매를 앞둔 지금만큼은 추억에 젖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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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ITZY) ‘Not shy’ (2020)

평가: 2.5/5

젊은 신예 작곡가의 패기를 담은 듯, 빈틈없이 채운 사운드로 중무장했다. 색소폰의 펑키한 리듬이 곡 전체를 지배하고 확확 바뀌는 구성은 무게중심을 옮기게끔 하여 음악에 입체감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힘 있게 흘러가는 멜로디다. 특히 프리 코러스에서 후렴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매끄러워 기대감을 올리기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진 멤버들의 보컬도 한몫한다.

다만 이 카타르시스를 방해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후렴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코러스 ‘있지~’는 중독성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당황스러움을 안길 뿐이다.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 정도. 또한 201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Turn down for what’, ‘GDFR’ 등의 EDM 사운드가 스쳐 지나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피로해지는 점까지 데리고 왔다.

전작과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호불호의 간극이 커졌다는 의미도 내포하지만 적어도 있지의 것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