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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올 팍(Zior Park) ‘Falling from the sky’ (2022)

평가: 3.5/5

힙합과 알앤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지올 팍이 내면의 긴장을 형상화한 낙하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단순하지만 견고한 편곡은 꿈 속의 장면이 펼쳐진 무대로 탄생했다. 여기에 해석 욕구를 자극하는 퍼즐 같은 가사가 주인공을 맡아 몰입감을 더하며 후반부의 힙합 그루브는 지루함이 찾아올 즈음 감정을 영리하게 환기한다. 환상과 일상을 오가는 전개가 돋보이는 ‘Falling from the sky’는 상징 가득한 짧은 연극이다.

어떤 대상이 낯설다는 생각이 들 땐 보통 이유를 추측하지만 그렇게 찾아낸 원인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발견한 사유가 서먹한 대상 그 자체의 속성이면 더 그렇다. 중성적인 보이스,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은유, 하나의 장르로 귀속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지올 팍의 음악은 이분법의 익숙한 구도에서 벗어난다. 그는 어색한 감정이 들 수 있는 이 혼란을 묘한 스릴로 교체하며 대중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다소 마니아적인 행보지만 그의 감각적인 역량은 애호가만의 울타리를 넘어서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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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고백하는 취한밤에’ (2022)

평가: 2/5

그때 그 시절이 다시 찾아왔다. 피아노 반주 위에 포개어지는 감성 짙은 보컬. ‘K 발라드’로 통칭되는 장르 유사성 안에 임재현의 디스코그래피가 쌓여간다. 지고지순한 사랑, 그리움을 외치는 메시지, 가창을 강조한 곡 진행이야 인정하고 넘어가더라도 지나치게 반복되는 자기복제성 싱글들은 음악가의 나태함을 지적하게 한다. 2019년 무명 가수였던 그를 양지로 끌어올린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과 새롭게 발매된 이 곡 사이의 차이점은 사실상 전무하다. 비슷한 악기로 비슷한 선율과 메시지를 다시 또 듣고 있는 지금 뮤지션의 변화를 발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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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Yet to come’ (2022)

평가: 2.5/5

‘Dynamite’로 시작한 세계적 희망 전하기에 마침표를 찍다. 활동 9년을 축약하는 선별집 < Proof > 발매 이후 잠정적 휴지기를 발표한 방탄소년단이 연일 화젯거리에 올랐다. 갑작스러웠지만 예상했던 결과. 타이틀 곡 ‘Yet to come’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함축한다.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면서도 다가올 최고의 순간을 위해 최선을 약속한다.

노래는 아련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무난한 힙합 사운드를 들려준다. 평범한 음악 안에서도 멤버들은 화려했던 삶에 겸손을 표하고, 다시 초심을 다지며 팬들을 위로한다. RM이 언급했던 K팝 아이돌과 그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여기서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뱉은 토로일지, 새 시대를 향한 선언일지 이 곡으로도 알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마침표 뒤에 문장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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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Dvwn) ‘Lost’ (2022)

평가: 3.5/5

새벽을 노래하는 음악가, 다운의 행보는 문득 모범생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정석적인 스타일 아래 명확한 훅을 그린 ‘Fairy’부터 가벼운 어쿠스틱에 몽환경을 입힌 ‘Dot.’과 앰비언트 질감으로 느리게 파고드는 ‘호스텔’, 타 아티스트와의 안정적인 협업을 거쳐 대중성을 도모한 ‘연남동’과 ‘기억소각’까지. 현 알앤비 신에 정립된 여러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구사해보고, 딘과 죠지, 크러쉬, 지바노프와 에이트레인 등 확고한 필체를 가진 여러 아티스트의 공식을 소화하려는 접근법은 마치 단기간의 커리어로 착실하게 개념과 실전을 거쳐 본인만의 풀이법을 만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펜듈럼 같은 도입부 뒤로, 차분한 다운의 목소리가 깔린다. 정적이지만 조금씩 전진하는 빌드업은 점층적인 악기의 굴레를 덧입히고, 이내 록 사운드를 결합한 하이라이트가 등장하며 희열은 극에 달하기 시작한다. 드림 팝 계열의 신곡 ‘Lost’의 현장이다. 적은 단어로 아스라함을 축약한 가사와 능숙한 보컬 활용, 멜로디 라인 모두 흥미롭게 설계되어 있다. 언뜻 콜드플레이와 프랭크 오션의 결합과도 같은 묘한 작풍 아래, < Panorama >와 < It’s Not Your Fault >로 진중하게 쌓아 올린 필체를 선보이는 듯하다.

역량보다도 독창성을 가혹하게 요하는 시대,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것은 오늘날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소양이 되었다. 아직 캐릭터성이 명확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다운의 ‘Lost’는 그 제목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고유 정체성의 소중한 단서를 찾아내어 영역 확보에 분명한 밑거름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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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광중, 검정치마 ‘Dream like me’ (2022)

평가: 3/5

대만의 싱어송라이터 루광중과 함께했지만, ‘Dream like me’엔 조휴일의 우울이 짙게 스며들어있다. 나른한 어쿠스틱 기타가 자아내는 몽환적 분위기 아래 감성을 읊조리는 목소리가 대중들에겐 전작 ‘Everything’, ‘나랑 아니면’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사운드로 각인되었다.

유려하게 선을 그리는 멜로디에서 퍼지는 보컬의 잔향이 여운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절부터 차곡차곡 쌓이는 이별의 소회가 중반을 거쳐 표출되고 이를 대변하듯 멜랑콜리한 신시사이저를 포함해 악기의 층 역시 점차 두터워진다. 다만 모든 과정이 소박하다. 억지스러운 격정을 거둔 자리에 남은 담백한 감정이 오히려 잔잔하게 청자를 감응한다. 그렇게 검정치마가 한번 더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꿈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