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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현철 인터뷰

13년이라는 음악 활동 공백기를 깨고 2019년 정규 10집 < 돛 >으로 돌아왔을 때 김현철을 소환한 건 시티팝 붐이었다. 갑자기 시티팝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젊은 세대는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도시의 감성이 부르는 1980년대 김현철의 고감도 음악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시티팝 대부’라는 거창한 수식을 떠안으면서 뉴트로를 넘어 ‘오래된 미래’임을 증명했다.  

세련된 편곡과 부드러운 음색으로 본인만의 색깔을 확립해 온 그는 막 내놓은 신보 < City Breeze & Love Song >에서도 도시, 바람, 햇살을 포함한 긍정적인 가사로 도시 속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이즘은 2015년 진행했던 인터뷰 이후 6년 만에 김현철을 다시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를 주문했다.

2017년 시티팝 붐이 일면서 13년 만에 정규 10집 < 돛 >을 발매하셨는데,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팬들은 빠른 복귀를 기다렸을 텐데 왜 이리 신보가 오래 걸린 건가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나요?
우리 나이대의 가수들은 앨범이 올해 나왔으면 몇 년 후 꼭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13년간 작업을 쉬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코로나의 영향은 없었다. 정규 음반은 2년이 걸린 게 맞지만 그동안에 폴킴과 작업을 했고 < Brush >라는 EP를 발매했었다.

폴킴, 쏠, 죠지 등 젊은 인디 뮤지션과 협업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들과는 모두 내 음악을 함께 작업했었다. 선배님들과 < Brush >앨범을 함께 하면서 느꼈는데 만약 후배들이 본인의 앨범을 작업하자고 요청한다면 나는 흔쾌히 참여할 것이다. 내가 선배님들께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걸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중간에 진행했던 < Brush > EP나, 폴킴과 함께 한 ‘선’ 등의 작업은 어땠나요?
재밌게 작업을 했다. 폴킴과의 작업뿐만 아니라 ‘오랜만에’라는 노래가 맥심커피 광고 음악에 깔리게 돼서 광고 버전의 음악을 따로 녹음하기도 했다. 특히 선배님들을 모시고 < Brush >음반을 재작할 때 매우 재밌었다. 주현미, 최백호, 정미조 선생님 나름대로 다들 너무 잘해 주셨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만약 후배가 나에게 함께 작업하자고 한다면 언제든 같이할 의향이 있다.  

과거 2015년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1집부터 10집까지 한 각론으로 묶어서 빨리 보관해두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사실 곡은 이미 넘치고, 콘셉트 걱정도 제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되니 큰 고민은 없어요.”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쌓아둔 곡을 원하는 콘셉트로 해서 < 돛 >을 낸 건가요?
두 장짜리로 낼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22곡이 되었다. 그래서 이걸 나눠서 낼까 하다가 ‘내가 적극적으로 음악 할 시기가 기껏해야 20년인데 많이 소구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오늘 생각나는 노래를 내일 풀지 않으면 죽을 때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LP를 생각하고 제작했다. 제일 음질이 높기로는 20분에서 22분인데 LP는 한정돼 있어서 두 장으로 냈다. 요즘 앨범을 내 인생에 있어 기록 점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음악을 아끼지 않고 앨범으로 인생의 기록 점을 찍어 가고 있다.

이유 없이 음악이 싫어져서 음악을 쉬었다고 들었는데 다시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계기가 된 건 무엇인가요?
쉬는 동안에도 방송하고 디제이, 교수 일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죠지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허가서를 요청했고 당연히 허락을 해줬다. 리메이크한 노래를 받아 들었는데 좋았고 발매 후 인기도 있었다. 그 후 죠지가 나에게 무대 게스트를 부탁했고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공연당일 타이거 디스코라는 디제이가 디제잉을 하러 왔는데 그날을 계기로 친해져 본인이 일하는 1969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클럽에 갔는데 100명이 넘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어서 신기했다. 요즘 미디움 템포의 음악이 뜬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이 붙었고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악기도 사고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앨범 제목 중 City Breeze는 시티팝을 전제하고 붙인 것 같은데 제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 감성이다. ‘오랜만에’라는 곡도 그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3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는 도시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수록곡 전곡을 시티팝으로 한 이유는 뭐죠?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웃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요즘 리스너들이 즐겨 듣는 시티팝과 딱 맞아떨어졌다. 이번 앨범 제목이 < City Breeze & Love Song >이라서 사람들이 시티팝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티스트는 내고 싶은 음악을 내는 거지 이 음악을 냈을 때 어떤 반응일지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이번 음반을 듣고 어떤 기자분이 “김현철씨 1집의 첫 번째 노래인 ‘오랜만에’가 이런 기분을 담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랜만에’의 가사 중 ‘나의 머리결을 스쳐 가는 바람이 좋은걸’, ‘밤은 벌써 이 도시에’처럼 도시와 바람이 가사에 있다. 30년 전 처음 낸 앨범에 있는 그 감성이 자연스럽게 올 뿐, 요즘 시티팝이 인기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란 곡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City breeze & love song’인 격. 그 안에 사랑 이야기, 바람, 도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앨범의 현실적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서 앨범을 낸다는 게 조금 맥빠지지 않았나요?
안타깝긴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LP로 내는 것보다 싱글로 내면 훨씬 음질이 좋다. 왜냐하면 적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내니까 음질이 좋아진다. 그래서 싱글을 낸다.

앨범의 어떤 것에 역점을 두었나요?
그냥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 내가 써 둔 곡이 발라드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로 선택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라는 가사 대신 ‘맘에 든다’, ‘좋아한다’는 가사를 썼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심각하지 않게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음악을 하는 기분이 난다. 이번 앨범을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음악이 가볍다는 게 아니라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So nice!!’는 어떤 심정으로 만들었나요?
뭐가 제일 So nice 한지 생각해 보다가 남녀가 만나는 첫 단계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이 So nice 하게 보인다는 게 떠올랐다. ‘요즘 어때 괜찮아?’, ‘마음에 드는 사람 있어?’등의 전반적으로 연애 장려 가사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16비트를 들으면 버겁기 때문에 아침에 대한 내용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8비트로 만들었다.

수록곡 ‘평범함의 위대함’의 가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사람들이 서로 자신이 튀고 싶어 하고 튀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오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평범한 게 제일 어렵고 제일 좋다고 느꼈다. 평범하다는 것은 사람이 동글동글하다는 것이고 내가 말하는 튄다는 것은 잘하는 부분이 올라오는 것. 하지만 사람은 모두 같은 함량을 타고났다고 믿는다. 따라서 여기가 튀는 면이면 다른 반대편은 들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평범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앨범 제작 중 어려웠던 부분은?
앨범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하긴 했지만 쉬워 보이는 마지막 곡 ‘동창’이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 부분에서 코러스를 넣어야 했는데 전문 코러스를 써서 낼 것인가 동창들을 불러서 할까 고민했는데 후자는 10집에서 해봤으니까 의미가 없을 듯해서 이번에는 상민이, 태윤이형 등 밴드 멤버분들과 함께 했다. 다들 노래를 잘했다. 그때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나머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심현보를 작사 파트너로 한 이유는?
제목은 내가 정했고 가사는 현보와 같이 썼다. 현보가 워낙 가사를 잘 쓰니까 내가 빈칸을 제시하면 그 안을 현보가 채워주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가사를 나열해 두면 가사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현보가 낱말 빈칸을 채우듯이 가사 작업을 진행했다.

세션 분들만 봐도 대단함이 느껴지네요. 녹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혹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녹음은 저번 10집 앨범과 비슷하게 진행했다. 옛날에는 녹음실에서 녹음하고 그 내용에 대해 믹싱을 하고 논의했는데 10집부터는 내가 집에서 다 만들어서 그 데모를 밴드 세션에 보내주면 그들은 똑같이 따온다. 데모를 들어보면 얼마나 똑같이 연주해오는지 알 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연주한다. 그렇다면 연주자들이 해야 할 게 뭐냐면 손맛이 확실히 달라서 베이스, 기타, 드럼 자체의 질감을 살려낸다.

11집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AOR 노래는?
AOR은 옛날부터 꾸준히 좋아해 왔다. 크레이그 런키(Craig Ruhnke), 짐 슈미트(Jim Schmidt), 브루스 히바드(Bruce Hibbard) 등의 노래를 들었다.

공연계획이 따로 있나요?
공연이 쉽지는 않다. 내년쯤 되면 공연장이 풀리지 않을까. 공연 관련 얘기는 계속하는 중이다. 그리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시티팝 페스티벌을 기획해 보고 싶다.

빌보드와 BTS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세대 때만 해도 외국 뮤지션을 동경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적으로 추앙을 받고 영화 부문에서는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꿀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우리가 외국의 음악 요소를 따라 했었다면 이제는 외국인들이 거꾸로 우리나라 소리를 따라 한다. 즉, 우리나라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게 되었다. 옛날에는 외국 가수들 데리고 작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도 된다. 우리나라 얘들이 더 잘 치고 더 잘한다.

신보에 담은 작가의 의도는?
노래는 발표하기 전까지는 내 것이지만 발표한 후는 듣는 사람의 것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던 그건 본인의 마음이다. 작가의 의도야 있기는 하지만 그 곡을 잡고 있을 때까지 인 거고 물 위에 띄워 놓고 나서는 물이 가는 데로 따른다.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그건 여러분이 정하는 거다.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혼자 생각하는 나에 대한 정의는 필요하지 않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행동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베스트드라이브가 되고 싶은 건 둘째 문제고 남이 인정을 해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아티스트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정답이다.

인터뷰: 임진모 임동엽 이홍현 김성욱 김도연
사진: 김성욱(사진 1, 2, 3), FE 엔터테인먼트 제공(메인, 사진 4)
정리: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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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카 ‘Timeabout,'(2021)

평가: 2.5/5

‘서울여자’의 삶을 노래했던 일본인 시티팝 아티스트 유키카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소속사 이적 후 발매하는 첫 작품 < Timeabout, >은 유키카 유니버스의 또다른 시작이지만 내재된 음악 정체성은 2020년에 발매된 첫 정규앨범 < 서울여자 >의 흐름과 연속성을 유지한다. 시티팝 리바이벌 속 단편적인 캐릭터로만 남는 것이 아닌 사운드의 계승을 통해 유키카 자신의 세계관을 장편의 여정으로 이어나간다.

여정의 전개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매개체는 짙어진 시티팝의 색채다. 임수호, 스페이스카우보이, 뮤지, Dr.Jo, 박문치로 완성된 시티팝 어벤져스 군단의 참여로 밀도 높은 비트와 진한 농도의 레트로 사운드를 이끌어낸다. 데뷔곡 ‘Neon’을 잇는 차분한 디스코 장르의 ‘Insomnia’, 화려하고 댄서블한 리듬의 ‘비밀리에’, 가성으로 목소리에 변화를 담은 ‘애월’까지 유키카의 청아하고 맑은 음색이 다양한 퍼스널리티로 탈바꿈한다.

사운드의 개성이 돋보인 반면 이야기 전개는 전작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다. < 서울여자 >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아티스트 유키카와 앨범 속 화자의 서사가 동일시 되어 현실감 있는 스토리로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 Timeabout, >은 시간 여행을 주제로 과거의 자신을 찾아 헤매는 서사를 담지만 몽환적인 음악의 흐름이 콘셉트와 맞닿아 있을 뿐 한 편의 스토리와 같은 긴밀한 연결성이 약하다. 전작에서 음악의 궤도를 달리 할 수 있었던 매력의 부재는 멜로디의 에너지가 반감되는 결과를 잉태했다.

시티팝이라는 비교적 좁은 팔레트로도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장르적 지향만으로는 전작의 탄탄한 구성과 참신함을 이어나갈 동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듣는 이들이 유키카의 음악에 응답하고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 수록곡 –
1. Leap forward
2. Insomnia 
3. 애월 (愛月)
4. Time travel
5. 비밀리에
6. 별방울 (P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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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유키카 ‘서울여자’ (2020)

평가: 3/5

‘서울여자’의 뮤직비디오 속 유키카는 가상과 현실 두 공간에 존재한다. 가상의 유키카는 서울의 밤거리와 반짝이는 네온사인 속 홀로그램으로 투영되어 외로이 춤추는 반면, 현실의 유키카는 해 질 녘 남산 타워 아래서 밝은 미소로 ‘서울의 멋진 여자’가 된 자신을 소개한다. 분명 우리와 같은 도시에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듯한,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손 잡을 수 없는 오묘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 같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유키카가 처음부터 한 명의 개인보다 일종의 캐릭터처럼 기획된 덕이다. 유키카는 게임 음악 제작으로 이름을 알린 박진배(ESTi)가 선보이는 첫 대중음악 가수다. 일본을 떠나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경로는 아이돌을 육성하는 비디오 게임 ‘아이돌 마스터’를 드라마화한 ‘아이돌 마스터. KR – 꿈을 드림’이었다. 이후 우리에게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련의 흐름이 유행하자 이에 발맞춰 싱글 ‘네온’을 발표하며 ‘꿈을 찾아 하네다에서 김포로 날아온 일본 시티팝 소녀’의 캐릭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 서울여자 >는 그래서 독특한 시뮬라크르다. 시티팝이라는 이름 아래 뭉떵그려지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일련의 흐름을 한 일본인이 ‘분위기 있는 서울 여자’가 되기 위해 한국어로 노래하고 있다. 원본과도 같지 않고 최근의 시티팝 리바이벌과도 구분되는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음반으로 옮긴 듯한 콘셉트 앨범이다. 여기에 1993년생 테라모토 유키카는 없다. ‘From HND to GMP’로 한국 땅에 발을 디딘 후 사랑을 느껴(‘I feel love’) ‘서울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낯선 ‘네온’ 속에 길을 잃다 ‘Yesterday’와 ‘안아줘’처럼 순간 불안해하며, ‘좋아하고 있어요’로 열띤 고백을 건네나 쓸쓸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유키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복잡한 인상처럼 판단 역시 양가적이다. 우선 의외로 음악적으로도 섬세하고 잘 다듬어져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박진배의 일관된 프로듀싱 아래 오레오, 모스픽, 작곡팀 모노트리 등 케이팝 프로듀싱 팀의 곡은 간결하고 효과적인 사운드트랙의 기능에 충실하다. 브라스 세션이 두드러지는 ‘I feel love’, ‘서울여자’와 ‘좋아하고 있어요’가 시티팝 유행을 받아 도회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시하며, 역동적인 구성의 ‘안아줘’는 케이팝 아이돌로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그늘’로는 1980년대 옛 가요의 재현까지 담아낸다. 

반면 시티팝 유행의 배경과 게임 캐릭터, 복제의 개념이 어색한 이들에게는 ‘도도하고 매력 있어 이런 서울의 멋진 여자’를 노래하는 ‘서울여자’의 가사부터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유키카가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 ‘라우드지(Loud G)’ 프로그램과 동명의 트랙 ‘친구가 필요해’의 삭제된 노랫말 역시 방송의 연장일 수 있으나 ‘꿈을 찾아 날아온…’의 보편적 개념을 게임 및 마니아적 감상으로 좁힌다. 유키카의 노래가 아닌 기획된 캐릭터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점을 느낄 때마다, 따스한 보컬 속 문득문득 인공을 마주하는 낯섦이 다가온다.

듣는 이에 따라 감상이 크게 다를 수 있으나 단순한 모조라고 보기엔 그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따라서 다소 평면적인 마무리일 수도 있으나, < 서울여자 >의 성패는 마지막 트랙 소개 문구처럼 ‘To be continued…’로 이어지는 다음 작품에 달려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유키카는 시티팝 리바이벌이라는 시대의 유행이 낳은 홀로그램 캐릭터로 기억 속에 스쳐갈 수도 있고, 혹은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서울여자’로의 삶을 노래하는 우리 곁의 사람으로 좀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의 주인공 유키카가 현실에서 선택해야 하는 두 갈래 갈림길이다.

– 수록곡 –
1. From HND to GMP
2. I feel love
3. 서울여자
4. 네온
5. Yesterday
6. 발걸음
7. 안아줘
8. 좋아하고 있어요
9. 친구가 필요해
10. 그늘
11. All flights are delayed
12. Neon 1989
13. 좋아하고 있어요 (Acoustic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