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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JUSTHIS) ‘You’ (2021)

평가: 1.5/5

그간 거침없는 워딩과 빈틈없는 랩으로 한국 힙합 신을 도려내던 그가 부드러이 사랑을 읊조리는 모습은 아무리 이미지에 한차례 연성화(軟性化)를 가한 후라도 낯설다. 기존의 비타협적인 태도와 대비되는 작년 < 쇼미더머니 9 > 출연이 혹자에게는 변절로 치부되고 있는,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할 결정적인 순간이기에 더욱 치명적이다. 아티스트가 기존의 굴레에 갇힐 필요는 없다. 다만, 변화에 매력과 설득력은 따라와야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적어도 저스디스는 현재 힙합 신에서 그런 존재다. 행보 한 걸음 한 걸음이 리스너들의 이목을 잡아끌고, 입방아를 찧게 하는.

대중성을 노렸다고 하기에는 귀에 꽂히는 멜로디도 없고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나 의도도 읽히지 않아 관계에 대한 평면적인 노랫말만이 남는다. 그마저도 멜로디에 최적화되지 않은 여전히 날카로운 목소리와 부조화를 이루며 충돌한다. 무난한 비트가 조성하는 나른함 위로 싱잉이 주도적인 곡에서 타격감 있는 2절의 랩이 도리어 가장 잘 들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가올 정규 앨범의 궁금증만을 증폭하는, 쉬이 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곡이다.

방송 출연으로 확보한 커리어 상의 분기점이 기존의 힙합 노선 외에 뜻하는 어떤 길로도 뻗어갈 수 있는 교차로를 마련했다. 하지만 의도한 모든 음악에 도전하면서 늘 질 좋은 결과물을 빚어내는 일은 언제나 극복해야 할 더 많은 과제를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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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이 ‘Lambo! (Feat. UNEDUCATED KID)’ (2021)

평가: 3.5/5

2020년 ‘명탐정’으로 등장해 같은 해 < 쇼미더머니 9 > 경연에서 머쉬베놈과 ‘VVS’를 부르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미란이가 황소처럼 거친 람보르기니(‘Lambo!’)를 뽑았다.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데뷔와 성장, 그리고 대중적 인지도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그의 음악 인생을 대변하듯 모든 가사가 자신감과 플렉스(Flex)로 넘쳐흐른다. 음악적으로는 활동 초기 불안했던 하이톤 랩에서 벗어나 힘을 빼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발전해가는 과정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며, 높낮이가 다양한 보컬 추임새 또한 그의 단단해진 랩을 돋보이게 만든다. 미란이의 음악적 역량이 슈퍼카만큼 멋진 속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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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 & 슬롬(SUMIN & Slom) ‘Miniseries’ (2021)

평가: 3.5/5

추종자를 위한 단편극

만약 진취적이고 감각적인 K팝을 원하는 이라면, < Your Home >부터 찬란하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싱어송라이터 수민의 행보를 되짚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현 힙합 신이 내비치는 대중적 동향을 파악하고 싶은 이라면, 작년 < 쇼미더머니 9 > 경연곡 중 프로듀서 슬롬의 손길이 닿은 곡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욕심을 더 내어 이러한 감각성과 대중성을 성실히 만족하면서도, 동시에 완성도 높은 결정체를 갈망한다면 그 해답은 < Miniseries >가 될 것이다.

공인된 두 아티스트가 만나 수려한 진척도를 자아냈다. 비트 메이킹을 맡은 슬롬이 배후에 깔리는 윤곽을, 가사와 보컬을 맡은 수민이 전면에 드러나는 퍼포먼스를 담당하며 분리된 환경 속 각자의 장점을 골라 담는 작업을 펼친다. 이어지는 결합의 과정은 실로 안정적이다. 개성파 수민의 정열적인 빨강과 침착한 성향인 슬롬의 중용적 노랑은 정교하게 융화되며 이내 앨범의 상징적 색채인 주황빛으로 거듭난다.

사랑이라는 소재를 자잘하게 다룬 트랙들이 대열을 맞춰 병렬적으로 배치된다. 허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급과 진폭, 하물며 방향까지도 전부 다르다. 검질긴 네오 소울로 상대의 환영을 붙잡으려는 ‘신기루’, 지펑크의 그루브를 전가하며 댄스홀의 광경을 그려내는 ‘곤란한 노래’, 강박적 박자의 일렉트로닉 성분을 담아내며 끄덕임을 유도하는 ‘여기저기’ 등 각각의 트랙은 형상을 거듭 교체하며 표현의 범주를 계속 확장해 나간다. 이는 사랑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쉽게 일축될 수 없음을 의미하고, 두 뮤지션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강조하는 지점이다.

말 그대로 ‘착했다가도, 스윗했다가도, 거칠’다. 반복을 쉽게 허용하지 않되 관성으로 단단히 이어 붙인 작법은 집중을 깨트리지 않는 선에서 길이와 점성을 유연하게 조절하며 통일감을 부여한다. 다만 능란한 변주로 독특한 인상을 각인한 초반부에 비해, 인스트루멘탈 트랙 ‘ㅜ’ 이후 비교적 정적으로 구성되는 후반부는 다소 무던하게 다가올 여지를 남긴다. 개러지 비트를 차용한 변화구 ‘한잔의 추억’이 경쾌하게 마무리를 장식하기 전까지 과도하게 평균을 주장한 구간은 작중 유일한 평범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쉽게 화려하기를 거부하고 얻어낸 고도의 세련미다. 늘 유행의 최전선을 달리던 수민의 캐주얼한 음악성이 다듬기에 최적화된 슬롬의 프로듀싱과 상호적으로 맞물려 대중 친화적 양식으로 여과된 모양새다. 펀딩 제작이라는 태생부터 강한 도전 정신을 내비치듯, 극도로 중도의 미학을 지향한 < Miniseries >는 어떠한 접두사에도 어울리는 영민한 보편성과 종합성을 선사한다. 마치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추종자라면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을, 어떠한 하나의 ‘잘 만들어진 얼터너티브 알앤비 앨범’의 규범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 수록곡 –
1. 신기루
2. 맞닿음
3. 곤란한 노래
4. 여기저기

5. 어떻게 될 것 같애
6. ㅜ
7. 망가진 사이
8. 일단은
9. Trap
10. 한잔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