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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모쉬핏 ‘AAA’ (2022)

평가: 3.5/5

몇 년 전부터 방송 프로그램과 음악계에 ‘부캐 놀이’ 유행이 휘몰아쳤다. 트렌드의 맥이 끊기기 직전, 프로듀싱 팀 그루비룸의 휘민은 ‘Achoo remix’에서 래퍼의 면모를 드러냈던 릴 모쉬핏으로 다시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데뷔 앨범 발매 소식이 만우절 장난이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이번엔 예상했던 래퍼가 아닌 힙합 프로듀서로서 < AAA >를 내놓았다.

새 페르소나로 음반을 발매한 것은 두 자아를 근본적으로 구분 짓기 위한 선언이다. 릴 모쉬핏은 그루비룸을 대표하는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팝 대신 음울하고 거친 분위기와 해외 유행을 이식한 세련미를 장착했다. 나아갈 방향을 알리듯 서두부터 조준점이 명확하다. 인트로 ‘Moshpit only’는 피에르 본식의 트랩 비트와 폴 블랑코의 자신감 넘치는 랩으로 마초 이미지를 불러온다.

본체의 그림자를 완전히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단짝 박규정과 함께 프로듀싱하며 듀오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전체적인 콘셉트 설정은 단독 권한으로 가져왔다. 래퍼 혹은 프로듀서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싶다는 인터뷰처럼 릴 모쉬핏은 국내 힙합 플레이어들을 조명하고 외국 힙합의 트렌드를 끌어와 큐레이터의 역할을 맡았다.

키드밀리, 소코도모 등 국내 래퍼부터 미국의 에이셉 앤트, 스트릭까지 힙합 본토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유명세를 묻지 않고 기용한 신예 프로듀서들의 신선한 사운드도 든든하다. 특히 비엠티제이와 구스범스가 만든 ‘Yooooo’의 중독적인 신시사이저와 ‘Bo$$’의 분위기 전환은 히트메이커의 번뜩이는 직감을 보여준다. 하트코어 레디와 스월비의 호흡에 세사미의 비트를 더한 ‘Die hard’ 역시 킬링 트랙.

흑인 음악 뮤지션으로 채워 넣은 크레디트와 내적 요소 모두 국내 힙합의 최전선을 포착한다.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지표지만 균열 또한 같은 지점에서 일어난다. 앨범의 제목인 ‘All Arena Access’의 개척적인 의미와 달리 외국 힙합의 규격을 넘어서는 대범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너지를 일으킬 모험적인 시도는 없었지만 스타와 신예, 국내와 해외를 결합한 영역 확장에는 성공했다.

-수록곡-
1. Moshpit only (Feat. Paul Blanco)
2. Gotta lotta shit (Feat. Dbo, Sokodomo, Kash Bang)
3. Yooooo (Feat. 키드밀리, Sokodomo, Polodared)
4. A-Team freestyle (Feat. A$ap Ant, Bill Stax, Strick, 미란이) (추천)
5. Slatty slut (Feat. 식케이)
6. On the block (Feat. 쿠기, Ourealgoat, Leellamarz)
7. Die hard (Feat. Reddy, Swervy) (추천)
8. Bo$$ (Feat. Saay, Big Naughty, Goosebumps) (추천)
9. Back in my area (Feat. Ggm Lil Dragon, Lil Gimchi, Skinny Brown, June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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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도모, 트웬티 포 케이 골든(Sokodomo, 24KGoldn) ‘Scar’ (Prod. 보이 콜드) (2022)

평가: 3/5

두 젊은 재능이 만났다. 각자의 출신 국가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2000년생 래퍼들의 합작이다. < 고등래퍼3 >와 < 쇼미더머니9 >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스타일로 눈도장을 남긴 소코도모는 경연곡이었던 ‘회전목마’를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놓았고, 트웬티 포 케이 골든(24KGoldn)은 데뷔 앨범인 < El Dorado >에 수록한 ‘Mood’로 2주 연속 빌보드 핫 100차트의 정상자리를 차지했다. 몇 년 전부터 서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모습을 비추던 둘은 글로벌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반경을 확장한다.    

‘Too much’로 소코도모와 한 차례 합을 맞춘 바 있는 프로듀서 보이콜드는 예상범주 안에서 곡을 전개한다. 기타 리프 위에 전자 드럼으로 리듬감을 만들어 록과 트랩 사이에 위치한 사운드는 싱잉에 가까운 랩메이킹이라는 장기를 여지없이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래퍼의 대표곡이 멜로디컬한 선율 위주의 팝 랩이라는 점에서 예측 가능한 결과다. 몸풀기가 끝나자 음악도 같이 끝나버리는 것은 흠이다. 박자감이 돋보이는 랩이나 라임을 주고받는 역동성은 모습을 감췄다. 어린 아티스트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싱글이지만 모두 담아내기에는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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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도모(sokodomo) ‘MM (Feat. 박재범)’ (2021)

평가: 3.5/5

바이러스의 유행은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을 방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 고등래퍼 3 >와 미니앨범 < WWW. Ⅲ >로 주목받으며 한창 끼를 펼쳐 나가던 그에게 외부와의 단절은 ‘살인 충동(Murder mind)’이란 극단적 상황으로 이끈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어할 수 없는 이 분노는 또 다른 자신을 향하고 특유의 산만함으로 표출한다.

둔탁한 드럼과 날이 서 있는 하이햇으로 출발하는 트랙은 스산한 멜로디와 리듬감 넘치는 싱잉 랩을 만나며 점점 빨라지더니 간주엔 브라스까지 등장한다. 박재범의 하이 톤 피처링은 제2의 자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고 선혈이 낭자한 뮤직비디오 역시 본인을 업무에 치여 사는 직장인에 비유하며 입체적인 해석을 보탠다. 복잡했던 내면의 세계를 잔인한 상상으로 풀어낸 소코도모는 이제 더 이상 풋풋했던 2년 전 양승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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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SUMIN) ‘Fightman (Feat. sokodomo)’ (2021)

평가: 3.5/5

실로 변칙적이다. 네오 팝의 선두주자로 익히 알려진 수민의 곡이지만, 변화의 수치만큼은 가히 손에 꼽힐 정도다. 4분이란 러닝타임 속 리듬과 멜로디가 쉴 새 없이 변모를 거듭하고 각양각색의 보컬이 그 공백을 파고든다. 리브랜딩 로고와 함께 새 출발을 알리는 싱글 ‘Fightman’은 호전적인 명명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공격을 가한다.

피처링에서도 분열적 콘셉트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변칙성에서 특출난 강점을 보이는 데다 제시한 기조를 능숙히 소화하는 소코도모의 퍼포먼스는 단연 곡의 핵심. 프로듀싱 역시 간결함을 기반으로 삼기에 복잡한 구성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신선도를 유지한다. 두 아티스트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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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도모(sokodomo) ‘WWW. III'(2019)

평가: 3.5/5

< 고등래퍼 3 >에 출연한 소코도모(Sokodomo)는 독특한 이미지와 이국적인 래핑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남겼지만, 엠넷의 편애적 편집을 기점으로 ‘우승자 밀어주기’의 수혜자로 지목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유망주를 바라보던 애정의 눈길이 순식간에 따가운 눈총으로 바뀐 상황, 많은 이들은 그가 추후 음악 활동에 있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그가 프로그램을 떠나며 남긴 경연곡 ‘지구멸망’의 단서에서 알 수 있듯, 걱정은 단순 기우에 불과했다. 소코도모는 놀랍게도 커리어 중 가장 생명력이 강하게 약동하는 작품인 < WWW. III >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설움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아 해소하는 힙합의 공식이 아닌, 번뜩이는 영감과 건전한 에너지를 극복의 주체로 삼으며 말이다.

스스로를 지칭하는 ‘외계인’이란 단어가 앨범을 집약한다. 시시각각 격동하는 변칙적 템포와 다른 차원을 연상시키는 생소한 감각. 여러 요소들이 마치 어린 아이의 놀이방처럼 난잡하게 흩뿌려짐에도 불쾌함보다는 이내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확실히 창의적이다. 내면의 공격성을 표현한 또 다른 자아 ‘LáPamasaka’를 피처링으로 넣어 이중인격의 랩을 구사하는 ‘Go home’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엇보다 특유의 호들갑을 장점으로 둔갑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유령 소리, 트랩, 신시사이저 등 온갖 효과음을 겹쳐 말 그대로 사운드를 ‘과하게’ 난무한 ‘Too much’가 그 정점이다. 소코도모의 분열적 래핑과 감각적인 보이콜드(Boycold)의 비트, 그리고 백 워드 기법을 연상시키는 김아일(Kim Isle)의 피처링이 독특함에 방점을 찍는다. 본인만의 무기가 생겼다고 무조건 휘두르려 하지도 않는다. 청량함이 주가 되는 ‘Bike (따릉이)’나, ‘Want love?’와 ‘Good life’ 같은 차분한 기조의 곡에서 넘치는 흥을 적당량 조절하며 곡에 스며들기를 선택한다.

신인이라기엔 좀체 믿기지 않는 성장 속도와 능란한 실력, 그리고 또래 래퍼들보다 뛰어난 캐릭터 구축 능력이 돋보인다. 이는 기본적인 노력 너머 타고난 상상력과 끼가 합쳐져야 해금할 수 있는 영역이다. 미처 깔끔하게 정제되지 않은 작풍과 아직은 짧은 호흡의 EP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신을 이끌 인물이라 단언하기 힘들지만, 근래 가장 퍼텐셜을 머금은 출사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 수록곡 –
1. Ninja mode
2. Go home (Feat. LáPamasaka)
3. West side cling (W.S.C) (Feat. Ugly Duck)
4. Too much (Feat. 김아일)  
5. Bike (따릉이) (Feat. KIRIN)  

6. Want love? (Feat. SUMIN)
7. Good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