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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손오공’ (2023)

평가: 2.5/5

매력적인 첫 인상으로 확 잡아끄는 싱글이다. 세련된 사운드와 멤버들이 능숙하게 소화하는 콘셉트가 그렇다. 뉴진스 ‘Ditto’와 마찬가지로 저지클럽을 사운드 전반에 내세웠고, 중국의 설화 < 서유기 >의 주인공 손오공에 비유하여 호전적인 기세의 퍼포먼스로 덤벼든다.

그 뒤의 의도도 명확하다. 전작 < Face The Sun >이 서부 카우보이를 위시하여 미국의 개척정신을 겨냥하였듯, 이번에는 홍콩의 액션영화를 이식한 콘셉트와 국악기를 연상시키는 아프로비트로 동양미를 강조한다.

하지만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 있다. 홍콩의 구룡성채, 신비로운 주술, 한복 등 서양에서 생각하는 동양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조합하여 오리엔탈리즘을 강화한다. ‘손오공’이 가진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점의 안이함이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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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2022/06 Editor’s Choice

밴스 조이(Vance Joy) < In Our Own Sweet Time >

호주에서 날아온 향긋한 장마철 제습제.
추천곡 : ‘Missing piece’, ‘Catalonia’, ‘Clarity’

by 한성현

크리에이터(Kreator) < Hate Über Alles >

저먼 스래시 메탈의 대들보, 여전히 강력하다.
추천곡 : ‘Strongest of the strong’, ‘Conquer and destroy’

by 염동교

로직(Logic) < Vinyl Days >

빼곡한 랩 논리에 물씬 풍기는 과거의 향수.
추천곡 : ‘Vinyl days(Feat. DJ Premier)’, ‘Decades’

by 손민현

요크바심 < Pray For Rain >

설렘만으로 충분했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알앤비 앙상블.
추천곡 : ‘Keep it up’, ‘Pray for rain’

by 김호현

조지 에즈라(George Ezra) < Gold Rush Kid >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추천곡 : ‘Anyone for you (Tiger Lily)’, ‘Green green grass’, ’Gold rush kid’

by 김성욱

세븐틴 < Face The Sun >

개척정신과 카우보이, 그 아래 숨겨진 서구를 향한 열망.
추천곡 : ‘Don Quixote’, ‘노래해’

by 정수민

무토(MUTO) < Vast Plains >

거문고와 신시사이저, 그리고 미디어 아트가 전하는 대자연의 파동.
추천곡 : ‘Straight line’, ‘Gon’, ‘Red moon’

by 정다열

해파 < 죽은 척하기 >

허우적댈지언정, 우리는 삶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기에.
추천곡 : ‘나의 언덕’, ‘I’m finally a ghost’

by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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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세븐틴 ‘Darl+ing’ (2022)

평가: 2/5

컴백을 앞둔 보이그룹 세븐틴이 네 번째 정규작의 밑그림을 그려낸다. 부드러운 신스 팝 ‘Darl+ing’은 바다 건너 팬들을 향해 담백한 감사 인사를 건네며 첫 영어 싱글의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911 calling’과 같은 해외 팬덤 맞춤형 노랫말로 타지에서 보내주는 응원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연산기호를 활용한 호칭은 그들과 하나 되고자 하는 마음을 특별하게 형상화한다.

면밀히 설계한 스케치에 비해 획일적인 사운드가 다채로움을 지운다. 흐릿하고 일정하게 조율한 보컬 톤은 팀 특유의 청량한 에너지를 누르고 후반부에 급작스레 등장한 전기 기타가 짧은 곡 안에서 무리하게 감정을 끌어올리며 애매한 결말만 남긴다. 대표곡 ‘예쁘다’처럼 각자 맡은 파트를 개성 있게 덧칠하지 못한 수채화 위, 13색 파스텔이 본연의 색감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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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Attacca’ (2021)

평가: 3/5

‘악보의 다음 장까지 계속하라’는 뜻의 < Attacca >에서 세븐틴은 올해 발매한 모든 음반을 아우르는 대주제 ‘Power of love’를 이어간다. 동시에 13명의 멤버가 전원 재계약을 맺고 활동을 지속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하이브식 록 사운드를 전면 수용한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Ready to love’의 궤도 이탈에도 굳건한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Rock with you’는 소속사의 작법과 세븐틴의 기존 스타일을 배합했다. 초반부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정박의 드럼, 무거운 베이스는 ‘Ready to love’의 반복이다. 또한 질주하듯 경쾌한 전기기타 리프, 관객과 호흡할 틈을 의도적으로 남긴 느슨한 보컬은 팀의 유쾌하고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반영한다. 데뷔 초의 싱그러움과 정돈된 록 스타일은 재정비를 마친 그룹에 방향성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타이틀곡 전후의 신스팝 넘버 ‘소용돌이’와 레트로 무드 ‘Crush’까지 세븐틴 특유의 청량감으로 연결한 쫀쫀한 짜임새는 정체성 유지라는 음반의 목적으로 귀결한다. 다만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한 탓인지 각 유닛의 개성은 부족하다. 특히 힙합 팀의 ‘그리워하는 것까지’는 아쉬운 보컬 실력을 드러내고 밝은 톤에서 벗어나 흐름을 해친다.

전작의 위기에도 체념하지 않았다. 막힌 길을 타개하기 위해 팀워크와 유연성을 발휘했고 절충안을 찾았다. 수많은 시도를 통해 너른 스펙트럼을 만들었듯 또 한 번 영역을 확장한 순간이다.

– 수록곡 –
1. 소용돌이
2. Rock with you
3. Crush
4. Pang!
5.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
6. 그리워하는 것까지
7. 2 Minu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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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Your Choice’ (2021)

평가: 2.5/5

어둡게 물든 남성 그룹의 경쟁에서 세븐틴의 파스텔 톤은 돋보인다. 이들의 매력은 청량함에 국한되지 않고 자체 제작 아이돌의 솔직담백함과 성장 서사, 13명의 다채로움으로 수놓은 ‘틴에이지 뮤지컬’까지 뻗어 있다. 작년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에 인수된 후에도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청춘 찬가 ‘Left & right’와 스윙 재즈의 리듬으로 1940년대 브로드웨이를 연상케 하는 ‘Home ; run’은 그룹의 색채와 대형 소속사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지는 청량 3부작을 차용한 컨셉트 트레일러의 의도처럼 타이틀곡 ‘Ready to love’는 청명하며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나 네 박의 드럼, 찰랑이는 기타 리프에서 느껴지는 록의 기조와 균일한 퍼포먼스는 엔하이픈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잔상을 앞세운다. 팀의 개성을 지우고 크레디트를 채운 하이브의 작곡진을 대변하는 넘버는 대형 소속사가 일률적인 성공 공식을 만들어 북미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의심을 잉태한다.

그룹을 구성하는 3개의 유니트가 세븐틴의 정체성을 지탱한다. 8비트 게임의 배경음악을 본 뜬 칩튠 사운드 위에서 멤버들의 어린시절을 풀어나가는 ‘Gam3 bo1’는 힙합 팀의 유쾌함을 담고 있고 ‘Wave’는 그루비한 신시사이저의 유영으로 퍼포먼스 팀의 섹시함을 드러낸다.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은 2000년대 한국 리듬 앤 블루스의 기조를 따르며 보컬 팀의 능숙한 화음을 내세운다. 예상을 뛰어넘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은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그룹의 색다른 면모를 강조하고 노랫말의 진심 어린 고백은 타이틀곡의 기조를 이어받으며 앨범을 완결한다.

하이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위화감을 조성한 여자친구의 < 回 : Walpurgis Night >과 비교했을 때 세븐틴의 < Your Choice >는 타협적인 방식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이식했다. 몇 장의 앨범을 아우르는 장대한 세계관을 삽입하지도 않았고 각 유니트의 특성을 고려한 수록곡을 남겨두며 급진적인 변화를 유보했다. 그럼에도 그룹의 정체성에 앞서 있는 기획사의 목적이 여자친구에게서 느꼈던 이질감을 되풀이한다. 단기간에 미국 내 입지를 조성하려는 하이브의 욕심이 세븐틴의 생동감을 떨어뜨렸다.

– 수록곡 –
1. Heaven’s cloud
2. Ready to love
3. Anyone
4. Gam3 bo1

5. Wave
6.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